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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류근수의 Hospitality Design] 셰프의 건축가: 신뢰의 이야기

Le Chef et Son Architecte Feticheune
Histoire de Fidelite.


10월 17일, 한국 레스토랑업계의 큰 잔치 중 하나인 ‘블루리본 어워드’가 개최됐다.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참여했고, SNS상에도 심심찮게 관련 소식들이 들렸다.
2년 임대, 전반적인 프로패셔널리즘의 결여, 오너(경영)/매니저(식당)/수석주방장(주방)의 역할 정립 등 아직 한국의 레스토랑 서비스 수준은 호텔 수준만큼이나 발전의 여지가 많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요리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만큼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이번 호에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그랑 셰프, 기 사부아(guy savoy)와 빌모트의 컬래버레이션을 소개한다.


<현대적인 창조적 메뉴를 선보이는 르 키베르타. 걸 맞는 현대회화가 어두운 벽과 세밀하게 조절된 조명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요리문화
프랑스는 ‘요리’가 아니라 ‘요리문화’, 즉 대중이 어떻게 요리를 소비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당연히 한국보다 프랑스에 요리와 관련된 더 많고 다양한 매체들이 있어 요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세계 각국을 돌며 짧은 에피소드와 함께 소박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는 쥴리 앙드류(julie andrieu)의 ‘포크와 배낭(fourchette & sac à dos)’, 프랑스 각 지방의 전통시장, 양조장 그리고 음식들의 조리법을 맛깔스러운 인터뷰와 탐사를 통해 소개하는 포맷을 지키며 16년을 이어오고 있는 ‘프티르노의 일상 탈출(les Escapades de Petitrenaud)’ 그리고 가장 파리지안하다고 할 수 있는 채널, 파리 프리미에르(Paris Première)에서 가장 파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파리 데르니에르(Paris Dernière)에서 암행 시음기를 영상으로 소개한 ‘프랑수아 시몽의 비평(les Chroniques de François Simon)’이 있다. 공통된 특징은 3명 모두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전문비평가로 텔레비전은 물론 많은 저서와 고정기고문, 라디오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호에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여행 안내 책자들을 소개한 바 있다. 레스토랑을 안내하는 책자들도 상당히 많고 다양한데 식도락 가이드의 쌍두마차, 양대 산맥으로는 기드 미쉐린(Guide Michelin)(1900)과 고 미요Gault et Millau(1972)가 있다. 각각 오트 퀴진(최고급 요리) 그리고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의 맛을 대표하며 각자의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데 미쉐린의 대안으로 등장한 고 미요가 누벨 퀴진의 탄생을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거품으로 장식했다면 그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프레데릭 미테랑이 지원했던 푸딩(Fooding)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의 비평지(자갓 서베이, 와인 스펙테이터), 비평가(로버트 파커)가 가지는 힘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 레스토랑 안내 책자를 종합하려는 시도가 프랑스 외무부에서 나왔으니 말 그대로 ‘라 리스트la Liste(the List)’이고 푸딩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1.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5 Best Restaurant Wine Lists in Las Vegas’로 꼽힌 ‘레스토랑 기 사부아’의 와인 월>

<2. 요트 정박장이 내려다보이는 카타르 도하의 기 사부아. 사막과 요트에서 영감을 받은 빌모트의 디자인>


그랑 셰프, 위대한 주방장
“전 식도락이라고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잘 먹는 지방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게 식도락인지도 모르고 자연스레 익혔던 거죠. 정말 보잘 것 없는 재료들을 잘 이용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휴식시간에 먹던 사과 한 개, 정원에서 키운 첫 딸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어릴 적이 기억나네요. 모든 먹거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머금고 있고 요리는 그 재료가 가진 기쁨을 한 순간 옮기는 기술일 뿐이죠. 그 기쁨이야 말로 창조의 원천으로 ‘피아노’ 앞에 앉으면 떠올라 제 요리를 즐기는 손님의 동공 속에서 피어납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셰프’라는 말이 유명한 요리사들을 뜻하고 있지만 원 뜻은 ‘대장’이다. 불어로 ‘셰프 퀴지니에Chef Cuisinier’라고 해서 주방의 대장, 즉 주방장을 말하고 그 중에서도 인정받는 주방장들을 ‘그랑 셰프 퀴지니에’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테면 국가 훈장인 레지옹 도너(Legion d’Honneur)의 슈발리에, 오피시에를 받았다던가 미셰린의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주방장을 ‘그랑 셰프 퀴지니에’라고 인정하고 있다.
1965년 폴 보큐즈(Paul Bocuse)의 오베르쥬 뒤 퐁 드 콜롱쥬(Auberge du Pont de Collonges)를 처음으로 2016년 현재 미셰린의 별 3개를 유지하는 프랑스의 레스토랑은 26곳이 있고 오늘 소개할 기 사부아가 주방을 책임지는 레스토랑이 미셰린의 별 3개를 받게 됐다. 또한 음식의 맛을 위주로 평가하는 고미요는 20점 만점에 19점을 줬고 2015년 말, 라 리스트에서 발표한 전 세계 1000개 레스토랑 순위에서 프랑스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인 4위로 평가 받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부르고뉴의 작은 식당에서 자란 기 사부아는 16살부터 쇼콜라티에와 파티시에로 일했고 여러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7년에 한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된다. 1981년 자신의 레스토랑에 첫 번째 별이 떨어졌고 1985년에는 두 번째 별이, 1987년 두 번째 레스토랑에 다시 두 개의 별, 그리고 2002년에 마침내 세 개의 별을 받게 된 것이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세느강의 부키니스트(고서적상인) 문화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가장 아름다운 배경
기 사부아와 쟝 미셀 빌모트 사이의 콜라보는 2003년 아틀리에 메트르 알베르(Atelier Maître Albert)를 시작으로, 2004년 르 키베르타(le Chiberta), 2006년 자신의 이름을 북미에 알린 레스토랑 기 사부아(Restaurant Guy Savoy)(Las Vegas), 2012년 라 퀴진(la Quisine)(Doha), 2013년 레 부키니스트(les Bouquinistes), 2014년 위트라드(Huîtrade)에 이어 2015년 파리의 ‘기 사부아’로 결실을 맺는다.
현대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이 두 거장은 지난 20년 동안 공간에 대한 서로의 감각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한편, 서로를 존중하고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공간들을 함께 만들어왔다.


<1. 기 사부아(左)와 쟝 미셀 빌모트(右)>

<2. 의자의 현대적인 실루엣과 그릇의 문양이 공간의 무게를 덜어준다_ 오텔 드 라 몽네>


사실 2015년 프랑스 호스피탤리티 업계는 오텔 드 라 몽네로 옮기는 기 사부아의 레스토랑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냈다고 할 정도였다. 너무나 많은 기사들이 오프닝을 기다렸고 유명한 콜렉터인 프랑수아 피노가 빌려준 애장품들, 황홀한 세느 강변의 풍광들로 이미 그 많은 기대를 채울 수 있었다. 창을 열어 젖히면 보이는 세느 강과 늘어선 책장수들, 퐁데자르, 퐁네프 그리고 전설적인 사마리텐느 백화점이 보이는 오텔 드 라몽네(Hôtel de la Monnaie)는 18세기부터 이미 파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안에 자리한 빌모트의 현대적이지만 친구를 위해 절제한 디자인에 사람들은 더 놀랐다. 마치 예술작품이 돋보이는 훌륭한 미술관처럼, 요리가 돋보이는 식당이고 로맨틱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감의 축제, 그 축제의 배경을 빌모트는 만들어냈다.


류근수
빌모트 에 아쏘씨에 한국지사 대표
대구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서울, 파리 그리고 오포르투의 여러 건축회사에서 건축 관련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부터 파리 소재 빌모트사에서 근무하며 니스 축구장 복합 개발, 오를리 CBD 개발, 튀니지 리조트 호텔 등의 도시/건축사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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