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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일)

칼럼

[김성옥의 Erotic Food] 가장 맛있는 나물, 초례를 치루던 날 먹은 그 나물

신붓집에서 한 몸이 되는 큰상을 차리고
평생을 함께 살 사람과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혼례식을 치른다. 첫날밤 흔들리는 호롱불 그림자가 긴 여운을 가진 어둠 속에서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도 벗지 않은 모습으로 겨우 낯선 신랑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신랑신부 초례 상 위에 올려 있는 붉은 천에 싸인 기러기는 신랑이 신부에게 살아있는 기러기로 전안례를 하기 위해 갖고 온 것이다.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을 한 번하면 영원히 확실히 지킨다. 사는 동안 짝을 잃어도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으며 홀로 지낸다.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춰 상하의 질서를 지키며 앞서가는 무리가 소리 내면 뒤따라오는 무리도 화답을 하며 예를 지킨다.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남기는 속성도 있다 해, 이러한 기러기의 참뜻을 본받아 훌륭한 삶의 업적을 남기고 변함없이 다복하게 잘 살겠노라는 뜻으로 기러기를 가지고와 예를 올리는 것이다. 

초례상 위의 촛불 한 쌍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신랑이 신부를 찾아 왔기 때문에 초례 치르는 시각은 어두워진 이후이므로 촛불을 켜는 이유와 또 다른 의미로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라 양과 음이 교차하는 시간이 낮과 밤의 교차점인 저녁 시간대 혼례식을 하다 보니 금방 어두워져 초를 준비해 불을 밝혀야 했던 이유였다.

혼례상 술잔 받침 위에 올린 술잔이 신랑과 신부를 위해 각각 하나씩 있고 신랑과 신부의 각 술잔을 중심으로 하나의 빈 종지와 나머지 하나는 나물이 담겨 있다. 제1잔은 신에게 올리는 술, 제2잔은 입가심을 위한 술, 제3잔은 영혼을 합하기 위해 합근을 사용, 마시는 술이 되며 술안주는 나물과 과일이다.
기껏해야 혼례 당일 먹은 것이라고 이것이 다였고, 또한 입에 살짝 대는 정도였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혼인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지내는 밤. 또는 혼례를 마친 신랑이 ‘관례벗김’ 옷을 입고 신랑·신부가 처음으로 같이 하는 화촉(華燭)의 밤.

신방에 놓는 병풍은 꽃, 나무, 새 등을 그린 화조도(花鳥圖) 병풍을 사용하는데 특히 암수 새들의 모습을 다정하게 표현해 부부간의 화목과 행복을 기원했다. 촛대에는 붉은색 홍촉을 꽂아 첫날밤을 밝혔는데 이것을 ‘화촉’이라 하며, 경사스러움의 의미를 가진다. 즉 ‘화촉을 밝힌다’는 말은 신랑과 신부가 첫날밤을 같이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신랑·신부의 이불과 요는 다복(多福)한 사람이 만들었다. 초야(初夜)에 덮고 베고 자는 원앙금침(鴛鴦衾枕)의 바탕은 청색, 깃은 적색으로 만들어 부창부수(夫唱婦隨)를 상징했다. 

신방의 제구 가운데 초립, 복건, 청도포는 신랑의 ‘관대벗김’에 쓰이는 것이다. 혼례식이 끝난 후 신랑은 신방으로 안내돼 잠깐 대좌(臺座)시키는 방합례(房合禮) 후 사모관대를 벗고 신부 집에서 지어놓은 청도포를 입힌다.

신방 윗목에는 주안상, 아랫목에는 원앙금침을 폈다. 그리고 신랑은 동편, 신부는 서편에 자리를 잡았다. 수모(手母는 신랑·신부를 정해준 자리에 앉히고, 신부에게 신방에서의 몸가짐을 알려준 다음 나간다. 신랑은 신부가 옷 벗는 것을 도와주고, 신부도 신랑이 겉옷 벗는 것을 도와준다.

신랑과 신부가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같이 술(합환주(合歡酒))을 마시며 한마음 한뜻이 되는 믿음을 다지는 혼속(婚俗)이 있었다. 신랑·신부는 주안상을 물린 후 촛불을 밝히고 방문 쪽으로 병풍을 두르고 나서야 자리에 들었다. 이 첫날밤에 일가친척들은 문밖에서 창호지를 뚫고 신방을 엿보기도 한다. 신방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신방 앞을 서성거리며 신랑과 신부가 잠들 때까지 지켰다고 한다. 또한 신방지킴이 부녀들은 신방의 불이 꺼지면 자리를 떠서, 신방을 차린 집안의 주위를 밝게 함으로써 변(좋지 않은 일)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안채와 바깥채 처마에 꽃장등(長燈)을 달았다.

신부의 순결함을 확인하고 지켜주기 위한 방편이고, 신랑신부의 첫날밤에 치룰 거사를 위해 육체적인 합과 함께 정신적인 합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혼례식으로 먹지도 못하고 겨의 물을 마시는 정도로 신랑 신부는 배고픈 상태다.

음식이 가장 맛있을 때는 배고플 때고, 몸이 춥고 으스스할 때는 뜨거운 차가 가장 맛있는 때인 것처럼 섹스가 맛있는 때는 단연 배고픈 상태다. 무엇인가 먹고 싶은 상태, 먹어야 하는 상태에는 그 무엇이든 맛있다면 익히지 않은 날 음식과, 익혀도 기름지지 않은 채소류, 과일류가 으뜸이다. 두 사람의 첫날밤 상차림은 과식하지 않는 주안상으로 차려진다.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최적의 상태에서 두 사람의 합은 최고조를 이룬다. 신부가 처음하는 사랑의 행위는 고통과 함께 신랑에게 큰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내 주는 것이다.



신랑집에서 시부모님께 드리는 폐백상차리고
처가에서 며칠을 지내고 폐백음식을 가득 싣고 신랑은 신부와 함께 시댁으로 향했다. 신부는 시댁어른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시댁어른을 위한 폐백상차림을 준비해야 했다. 폐백상을 올린 신부는 친정에 보내준 음식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배고픈 그날도 뜨거운 밤을 맞는다.
평생 먹었던 나물 중에 초례를 치루던 날 먹은 그 나물이 가장 맛있었는데...
그 예전의 신부는 70이 넘은 백발이어도 그날 밤, 그 나물이 그립다.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김성옥 교수는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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