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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옥

[김성옥의 Erotic Food] 그와 두 번째 만남에서 새로운 도미 요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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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을 돌려가며, 얘기도 듣는 둥 마는 둥 주위의 시선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어색한 시간. 그해 늦가을, 회사 일로 동동 걸리며 다니는 나에게 어깨를 감싸 안아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한 친구가 그를 소개했다.


그 약속을 하고도 나는 매일 매일을 바쁘게 동동거리며 다녔다. 퇴근까지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미용실에 가는 것도 놓쳐버리고 바로 만남의 장소인 스시집으로 갔다. 첫 만남에서 밋밋한 대화만 하던 우리는 연신 맛있다, 신선하다는 말을 하는 친구의 수다스러운 젓가락질에 웃음이 났다.


진주 목걸이를 한 목이 추워서 머플러를 두르고 있을 때 테이블에 윤기 나게 조려진 도미머리 조림이 놓여졌다. 따뜻한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젓가락을 들었다. 짙은 브라운 색의 투명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조림장에 조려진 도미 머리에는 진주 두 알이 박혀 있는 듯 투명한 눈이 있었다. 그 옆에 녹색의 꽈리고추와 우엉조림까지 윤기로 옷을 입고 있었다.


도미요리 좋아하시나 봐요?”

.”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바람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하자는 그의 제안에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하기로 했다. 강변북로를 따라 팔당댐과 팔당대교 사이에 배알미란 강변마을이 있고 그 곁에 도미진이라 불리던 한강의 나루터를 지나갈 때, 내가 배알미와 도미진이 요즘 지명 같지 않네요.”라고 하자 그는 도미진은 도미라는 사람의 이름과 진은 나룻터라는 뜻으로 도미 나룻터란 뜻인데 그 지명에 역사 속 설화가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딱히 대화할 것도 없던 터라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했다. 그는 자신 있다는 듯 삼국시대 때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미는 백제 사람으로 의리가 있고, 그 처는 매우 아름답고 절개가 굳었는데 그 소문을 들은 백제 개루왕이 부부를 시험해 보려고 도미를 불러 여자들은 비록 정절이 있다 해도 그윽한 곳에서 유혹하면 모두 마음이 변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도미는 사람 마음은 모르지만 저의 아내는 죽어도 변치 사람입니다.”라고 대했다. 왕은 도미를 어떤 핑계로 집에 못 가게 잡아 두고, 신하 하나를 임금 옷을 입힌 다음 임금의 행차처럼 꾸며 도미 집으로 가게 해 도미 부인에게 왕이 왔음을 알렸다. “내가 오래 전부터 너를 흠모하고 있었는데 지금 너의 남편과 내기를 해 내가 이겨 너를 내 궁녀로 삼게 됐으니 내일부터 궁으로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하자 도미부인은 왕명을 어찌 어기겠습니까?”라며 명령을 따르겠으니 먼저 방안으로 드시라고 했다. 그리고 여자 종을 예쁘게 꾸며 들여보내 함께 동침하게 했다. 개루왕이 이 사실을 알고 노해 도미를 죄로 엮어 두 눈을 뽑고 배에 태워 강물에 띄워 보내게 했다. 다시 도미 부인을 끌고 와 협박하고는 강제로 추행하려고 했으나 이때 도미 부인은 의젓하게 왕에게 이제 남편도 죽고 더구나 왕을 모시게 됐으니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월경으로 몸이 깨끗하지 못하니 며칠 후 몸을 깨끗이 씻고 잘 모시겠습니다.”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꺼이 허락했다. 그리고 바로 도미 부인은 궁중을 빠져나와 강가에 왔는데 배가 없어서 하늘을 우러러 통곡을 하니 갑자기 배 한 척이 나타났다. 이 배를 타고 천성도(지금의 도미진)에 닿았는데 그곳에는 남편이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도미 부부는 풀뿌리로 연명하더라도 함께 살자며 배를 타고 고구려로 가서 이주민으로 잘 살았다는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는 그는 들려줬다. 또한 도미 부인 이야기는 뮤지컬과 발레 등 우리나라의 창작 공연들의 소재가 됐다고 했다.


누구나 이런 사랑을 꿈꾸지 않나요? 끊어지지 않는 사랑을

!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 사랑을 고무줄로 표현해서 하는 고무줄 당기기 체험하는 축제가 광나루 한강공원에 있어요.”

생뚱맞게 그 설화와 고무줄 당기기 체험은 맞지 않네요.”

그 날 도미조림 잘 드시던데 도미요리 좋아하시죠? 생뚱맞지만, 도미진의 도미(사람 이름)와 생선이름 도미(생선)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으니 요리 잘 하는 곳에 가서 저녁 식사합시다.”

사실, 도미요리를 특별히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고 추운데 따뜻한 요리가 나와서 먹었어요.”

그럼 진짜 맛있는 도미조림을 잘 하는 곳이 있는데 갑시다.”



젠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있는 셰프가 고객 취향에 맞게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갓포 요리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있어요. 일본 어느 마을엔 매년 정월이 되면 새우··다시마·굴거리나무 등과 함께 건도미 두 마리를 꿰어 만든 가케타이(懸鯛)’를 문 앞에 거는 관습이 있는데 염장한 도미를 모내기 시기까지 뒀다가 구워 먹으면 1년 내내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어요. 또 일본에서는 결혼식에, 경사스러운 날 답례품으로 가케타이 도미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어요. 이 집의 도미요리는 흔히 알고 있는 도미 조림이 아니고 국물이 넉넉하게 있는 가케타이로 일본 지방 음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은 이야기꾼같이 도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쯔오부시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삶은 연근, 우엉, 무와 반 건조된 도미를 냄비에 담고 은근히 조리듯 익혔다. 익어가는 그 시간들을 전골냄비에 시선을 두고 기다리는 동안 사케를 두어 잔 마시자 수증기의 열기에 내 얼굴도 발그레 취기가 올랐다.


칼집을 낸 도미 몸통 위로 국물을 끼엊어 가며 생선 살 사이에 맛이 배여 들어갔다. 그 다음 표고버섯, 꽈리고추, 대파를 넣어 보글보글 끓으면 도미살 한 점을 육수에 담갔다 건져서 우엉, 꽈리고추, 생강채를 올려 입에 넣으니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졌다. 입 안 가득 행복했다.


이야기도, 음식도 너무너무 맛있어요.“얘기를 해도 들어 줄 사람이 없었어요. 이제부터 함께 들어주고 함께 먹어줄래요?“

 

그날의 도미조림은 어쩜 평생 잊지 못할 맛일 것이다.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김성옥 교수는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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