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그 자체가 상품인 장치산업의 특성이 있다. 또한 고객이 호텔로 직접 찾아오지 않는 이상 호텔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철저히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호스피탈리티의 정수를 지향하는 서비스도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객실 중에서도 제일 상위 클래스를 자랑하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여전히 카드키대신 열쇠를 고집하는 곳이 호텔이다. 그런 호텔에게 ‘4차 산업’을 시작으로 ‘플랫폼’, ‘빅데이터’, ‘ICT’, ‘IoT’, ‘AI’, ‘DT’, ‘VR’, ‘AR’, 심지어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까지 알 수 없는 세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중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더욱 재촉되고 있는 속도로 호텔의 전통적인 서비스에 대한 정성적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프런트에서 전화나 대면으로 맞이하던 예약 고객은 이제 스마트폰이나 PC 속 플랫폼 데이터를 통해 접하게 됐다. 고객의 행동, 표정, 말투, 몸짓까지 눈으로 직접 캐치하던 사소한 고객 정보들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바삐 움직이는 이들의 발자취를 쫓으며 무수히 많은 숫자들로 변형되고 있다. 이에 호텔의 인재상도 글로벌 인재에서 융·복합 인재로 변화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기
이번 31주년 창간기념호 주제는 MZ세대다. 유통가를 핫하게 달구고 있는 소비 주체이자 코로나19만큼 자주 등장하고 있는 단어며, 몇 가지 세대적 특성으로 갈무리하기에는 워낙 다른 성향들을 지니고 있는 터라 짚고 넘어가기에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호에서는 기성세대 입장에서 바라보는 파트너 MZ세대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MZ세대의 시선에서 직장으로서의 호텔과 현재 호텔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이전 세대들은 어떤 조직에서 생활해 왔는지 살펴봤다. 조직문화란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황에 대한 해석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조직 내에 공유된 정신적 가치를 의미한다. 네이버 심리학용어사전에 의하면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렌즈의 역할을 하며,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을 유도, 서로를 대하는 방식과 의사결정의 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고 정의돼 있다. MZ세대와 조직. 스스로도 MZ에 속하긴 하지만 으레 자기 주도적이고, 일과 일상의 경계가 분명하며, 일한 만큼의 보상을 적절히 요구할 줄 아는 영민한 이들이 곧 MZ세대라고 인식돼 있어 그동안 개인의 희
4월 창간기념호를 앞두고 아이템 논의를 하던 중 최근 코로나19만큼 많이 나오는 단어 ‘MZ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3월호까지 다뤘던 4, 5성 특급호텔들의 2022년 경영전략에서도 가장 언급이 잦았던 MZ세대였다. 그러나 호텔의 연구 대상으로 고객 MZ세대는 이미 어느 정도 분석이 돼 있는 듯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오던 내부고객, 즉 파트너로서 MZ세대를 조망해보고자 31주년 좌담회와 Hotel Insight 기사의 갈피를 잡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호텔은 흔히 몸을 지탱하는 중추에 빗대어 ‘허리’라고 이야기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부재가 문제가 됐었다. 인적 인프라가 주가 돼 성장을 이뤄야 할 호텔에 앞으로의 비전을 이끌어 갈 자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니어의 비전이 돼줘야 할 직속 선임들은 커리어의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나고, 호텔의 호시절을 함께 했던 시니어들은 냉혹히 변한 현실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좋았던 시절 속에 갇혀있었다. 그렇게 한창 파트너로서의 ‘밀레니얼’을 이해하는 것이 과제였던 기업들 사이에서 호텔도 마침내 세대 간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이에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학교가 광화문 인근에 있었던 터라 그곳을 몇 년간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언제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구절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눈에 들어왔고, 한 사람이 지닌 가치를 ‘일생’이란 단어로 표현한 방문객은 그 후로부터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시가 됐다. 서울프린스호텔의 ‘소설가의 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달엔 문화예술 콘텐츠를 취재했다. 언젠가부터 호텔을 당연하게 수식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호텔이 과연 어떤 공간이고, 호텔에서 담고 있는 ‘문화’란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던터였다. 그리고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시민들에게 울림을 줬던 광화문 글판이 1991년도부터 매년 네 번씩 옷을 갈아입어왔고, 그 글귀는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가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이 발굴한 추천작을 두고 여러 차례의 투표와 토론을 거친 끝에 광화문을 장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광화문 글판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여러 차례의 촛불 시위 등에서부터 지금의 코로나19까지 서울 시민의 곡절을 함께 지켜
설 명절을 앞두고 칼럼을 쓰고 있자니 재작년 이맘때가 떠오른다. 뉴스에서 우한 폐렴이란 단어가 들렸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때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으로 위기감이 계속됐던 시간이었다.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이 처음인 경험뿐이었고, 2년 동안 뉴노멀 시대에 순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를 2020년 새해와 함께 맞이한 터라 2022년의 포문을 여는 신년특집 기사로 코로나 2주년(?)을 돌아봤다. 2년 동안 다뤘던 코로나19 이슈가 제법 돼 더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호텔 전반의 경영 이외에도 인사, 인재양성, MICE & 연회, 관광, 세일즈, 마케팅, PR, OTA, F&B의 각 영역에서 대응해오고 있거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각 분야마다 심도 있는 고민이 이뤄지고 있었다. 경영 전반에 뿌리내리게 된 비대면 이슈와 사업다각화, 피보팅은 전통적 호텔의 모습을 시대 변화에 따라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효율적 인력 운용을 다각도로 시도해보면서 호텔리
2022년 임인년이 밝았다. 어떻게 보면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해가 바뀌었다는 느낌은 새로운 무언가를 다짐하게 한다. 하긴 한 해의 첫 날, 첫 달이다보니 왠지 단추를 잘 꿰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에 매년 본지에서는 특급호텔들의 신년 경영전략을 모아 게재하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렀지만 위드 코로나를 목전에 두고 있던 터라 올해 경영전략 지면에는 유독 많은 호텔들이 각자의 비전을 선언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송년호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신년호는 한 해의 포문을 여는 호라 지면 기획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를 담게 된다. 지나온 시간을 곰곰이 되새기는 일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는데 주요한 실마리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를 스케치, 어떻게 색을 물들여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부 마케팅’ 기사는 두고두고 적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아이템이었다. 호텔에 있어 인적 인프라에 대한 이슈는 언제, 어떻게 다뤄도 유의미한 내용이지만 그 중요성을 느낄 때가 아니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한 이야기’, ‘알고 있는 이야기’로 치부돼
1년 7개월 만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땅을 밟았다. 물론 2020년, 2000만 외래관광객 비전을 세웠던 2019년 과는 입국객수나 관광객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11월 15일, 올해 상반기부터 논의됐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싱가포르 트래블 버블이 드디어 체결됐다. 120명 남짓, 많은 수는 아니지만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싱가포르 관광객의 미소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인바운드 재개의 기조가 보이기 시작하자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분주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월 12일, 제6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2025년까지 외래관광객 2500만 명 유치의 포부를 밝히면서 당분간 각종 국제관광 기반 인프라를 정상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15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여행안전권역 환대주간으로 설정하고 해당 기간에 입국하는 싱가포르 입국객을 대상으로 환대행사를 펼쳤으며, 방한 일본시장을 겨냥해서는 대규모 캠페인 ‘2021 코리아페스타, 다카라코리아(그러니까 한국)’를 10월 말부터 2주간 진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이외에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내 콘텐츠에 열광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날로 증가
지난 7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기대하던 시기에 난데없는 4차 대유행이 겹쳐 일상으로 돌아갈 것 같았던 모두의 기대가 좌절이 되고 말았다. 이후 여전히 매일 네 자리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지만, 달라진 것은 국내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육박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9월까지만 해도 ‘위드 코로나’를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으로 선을 긋던 질병관리청에서도 공식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가 이르면 11월 9일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수선한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북마리아나제도 트래블 버블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사이판 여행은 ‘코로나19가 만든 황제 격리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트래블 버블 이후 한 달 새 사이판 예약률이 4000명에 달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국제관광 재개 연재 기사는 애초에 ‘트래블 버블’이라는 개념이 닿을 듯 말 듯 해 과연 해외여행이 정말 다시금 가능해질 때가 오게 될 지, 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1회성으로 기획된 기사였다. 그러나 사이판 트래블 버블에서 아웃바운드, 아웃바운드에서 인바운드로, 인바운드에서 싱가포르 트래블 버블로 꼬리의 꼬리를 물고 네 번째
“요즘 호텔들은 어때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재원들을 만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물론 호텔 전문지 기자로 취재를 온 이에게 인사치레로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업계 소식을 궁금해 하는 질문일 때도 있었고, 어려운 상황에 공감하며 호텔의 안부를 묻는 질문일 때도 있었다. 워낙 부침이 심했던 2년이다 보니 매번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 같다. 질문을 들었을 매 순간마다 당시 호텔들은 어땠을까? 근 2년간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면서 초기에는 우왕좌왕하느라 힘든 순간을 주로 조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렵고 지치는 이야기보다 밝고 활기찬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고, 호텔들의 기지가 발휘된 각종 마케팅 시도나 신사업 진출, 피보팅 전략들이 돋보일수록 관련된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우리 기사를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도를 다른 호텔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진심으로 호텔의 재개에 누구보다 열심히 인 이들을 만나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나름대로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아! 이제 호텔은 어느 정도 코로나19를견디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최
지난해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슈를 얼마나 다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코로나19란 바이러스는 스스로의 존재부터 시작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처음 경험하게 했다. 물론 대부분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도전들을 실현케 하면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호텔의 잠재력을 깨닫게 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관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호텔이 이를 탈피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매번 인상적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이기에 누군가 닦아놓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을 뒤쫓으면서 기사를 썼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았을 텐데, 매번 어떤 용기 있는 호텔의 움직임으로부터 업계의 첫 시도가 이뤄져, 나비효과처럼 파장을 일으켰다. 그렇게 호텔 사전에 없을 것 같았던 호텔의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켜켜이 쌓이기 시작해 오늘날 호텔의 모습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선봉장은 일선에서 막중한 임무를 갖고 힘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1년이 넘도록 호텔업계의 몇몇 선봉장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맞서기 위해 ‘업계 최초’라
기사를 쓰다 보면 종종 멘탈 붕괴의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매달 다른 주제를 접하고, 한 번에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다 보니 달마다 정신이 해이해지는 타이밍도 제각각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제대로 전달을 못할 것 같을 때, 너무 많은 내용들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있을 때, 당최 결론이 뭔지 모르겠을 때.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어려운 순간은 당연한 이야기를 거창하게 하고 있을 때다. OTA는 사실 그간 아이템거리가 많았음에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운 분야였다. 국내 토종 OTA가 글로벌 OTA에 비해 불공정한 규제 적용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을 때부터 OTA와 연관된 검색어들이 죄다 부정적인 단어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OTA’, ‘플랫폼’과 같이 정체성이 모호한 친구들을 정의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지난 달, 30주년을 맞아 매달 연재하고 있는 전문가 좌담회 주제를 OTA로 잡고, 25년간 최저가 노출 비즈니스로만 성장해온 OTA업계가 뛰어넘어야 할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시 참석한 패널들은 OTA업계의 전문가들이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OTA 체질 개선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이에 이번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자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 관성을 일컫는 말로, 보통 관성은 질량이 클수록 그 힘도 커진다. 그리고 모든 변화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동안 불려온 몸집만큼 당위성의 세기도, 이에 따른 고통의 정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몸집이 불어날수록 고통의 정도가 심해질 것을 알기에 갈수록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고, 경쟁에 소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말이다. 1996년, OTA라는 용어가 최초로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됐다. 모든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OTA는 여행업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커진 시장만큼 팬데믹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이에 이번 달 스페셜 포럼 주제를 OTA로 정하고 OTA의 현황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뤄봤는데,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한켠에 계속 의문이던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OTA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좌담회를 진행하다 보면 기획기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정보 습득이 이뤄진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가진 패널들의 의견을 한 번에 들을 수 있기
한 달 치 원고를 탈고하고 교정·교열을 몰아 보다 보면 유독 그 달에 많이 쓴 단어가 꼭 하나쯤은 있다. 주제가 겹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쓰여 있는 단어들을 보면 무언가에 홀린 듯하다. 그래서 이번 달 그 단어의 주인공은 ‘콘텐츠’다. 콘텐츠. 사실 기사를 쓰는데 있어 워낙 자주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이번 달엔 왜 이렇게 콘텐츠에 꽂혔는지 생각해보면 라이프 스타일 호텔 취재차 방문했던 몬드리안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번 달 Hotel DNA 기사로 최근 많은 호텔들이 표방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이란 무엇인지, 내 기준엔 너무나도 추상적이기만 했던 단어를 파헤쳐 보고자 몬드리안에 방문했다. 사실 몬드리안은 오픈 초기 때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하필 코로나19가 이태원을 휩쓸었던 시기라 언제 방문할지 기회만 보던 차였다. 같이 동행한 인터뷰이는 몬드리안 건축 설계를 도맡은 간삼건축의 이효상 상무님이었고, 덕분에 몬드리안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호텔 부지가 어떤 곳이었는지, 왜 호텔이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고, 이 공간은 어떤 의미로 자리를 트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알고 보니 달랐다. 호텔 면면의 이야기를 알고서 다시 보니 의미가 다르
본지 30주년을 맞이해 매달 좌담회를 연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 두 번째는 ‘데이터’에 대해 다뤘는데 공교롭게 두 달 모두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내용이었던 터라 봄이 오는 3월호에는 인적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혐오의 시대, ‘요즘 것’들과 ‘꼰대’들만 남아가는 사회에서 요즘 것과 꼰대 그 사이에 있는 나는 왜인지 ‘시니어’에 대해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처음 ‘그 많던 지배인들은 어디로 갔나? 시니어 호텔리어의 내공, 그 끝의 클래식 럭셔리 서비스를 지향하다(2020년 3월호)’ 기사를 썼을 때 정의 내렸던 시니어는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고위, 상급, 상위의’, ‘고급 실력자’, ‘손윗사람’이었고, 그동안 취재를 통해 만나왔던 시니어들은 섭외 목적이 뚜렷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모두 위와 같은 의미에 적합한 분들이었다. 이번 좌담회 서두에서도 시니어 호텔리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이를 주제로 화두를 던졌다가 패널들의 답변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왜 우리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시니어라고 통칭하게 됐는지, 그리고 서비스의 가치와 수명은 왜 이리도 짧고, 그런데 왜 유독 이런 현
코로나19는 호텔의 많은 모습을 바꿔 놨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일상이 뒤바뀌며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중 단연 인상적인 것은 호텔의 임시생활시설로의 전환이다. 지난해 4월부터 해외입국자의 14일 격리가 의무화되면서 임시생활시설이라는 단어가 호텔업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벼랑 끝에 서 있는 호텔들의 마지막 지푸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시생활시설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 운영 1년을 바라보고 있다. 2020년 6월호 임시생활시설 기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언젠가 후속기사를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6월호 기사로 준비 중이었으니 이제 막 시작단계에 돌입한 5월에 취재를 진행했던 터라 많은 내용들을 취재하진 못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바이러스 위기관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호텔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타의 시설은 대체하지 못할, 오로지 호텔만이 할 수 있는 역할 말이다. 약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스카이파크호텔은 그 사이에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지정한 임시생활시설답게 호텔 시설 운영의 모범적 사례로 남고 싶다며 전했던 바
결국 코로나19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3~4개월이면 잠잠해질 것이라 품었던 헛된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기세가 등등한 바이러스다. 2020년을 그에게 완봉패 당하고 잔뜩 위축된 채 2021년을 맞이한 여행업계는 어느 누구도 쉽게 올해를 예측하지 않았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은 한 해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 이토록 달갑지 않았던 새해가 있었을까. 매년 한 해를 관통할 주요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며 국민 필독 도서가 된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올해 키워드를 ‘COWBOY HERO’라고 정하고 10개 키워드를 발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키워드에서 파생된 것들도 있었고, 새롭게 떠오른 트렌드도 있었다. 물론 종국적으로 모든 키워드는 부메랑처럼 코로나19로 다시 되돌아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는 없을 수도, 그리고 어쩌면 위드 코로나도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2021 Hotel Trend 기사를 작성하며 두 권의 트렌드 전망서를 참고했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던 단어가 ‘분화’와 ‘변주’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서문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새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