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안간힘’, ‘벼랑 끝’, ‘낮아진 콧대’, ‘자존심 버려’…. 올해 코로나19와 함께 호텔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온 인용구가 아닐까 싶다. 그놈의 호텔 콧대는 당최 누가 높였다 낮췄다 하는 건지, 특급호텔들은 늘어난 시어머니 잔소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정신이 없다. 또 자존심은 좀 버리면 어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속수무책인데 그깟 자존심 지키고 서 있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관습에서 탈피해 다방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호텔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협력과 연대, 그리고 공동체다. 팬데믹에 있어 각자도생은 오히려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올해 코로나19로 모든 업계가 힘들었는데 유독 호텔업계에 많은 화살이 몰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국인 고객을 타깃하고자 홈쇼핑과 데이유즈 마케팅을 전략을 펼치자마자 호텔의 격이 떨어진다는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임시생활시설로 몇몇 호텔이 지정되며 호텔 직원들도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는데, 그 노고는 수익이 창출된다는 이유만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왜 호텔에서 재난지원금을 받느냐는 질책도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타성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기계처럼 영혼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밴 습관으로 미처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하다못해 생각과 감정이 없는 물체도 관성이라는 게 있다.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기존의 등속도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을 관성이라 하는데, 보통 질량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물체의 관성이 크다고 한다. 물리적 접근으로 관성이라 불릴 뿐 인간의 타성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변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해진 습성, 그리고 타성은 그 나태함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정도가 깊어진다. 하는 일이 익숙해지면 가장 둔해지는 것이 통찰력이다. 아무래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다보니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하고 있는지, 그 변화로 인해 변한 것은 무엇인지, 애초에 변화의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Hotel DNA 지면을 통해 마케팅과 PR, 세일즈에 대해 연달아 기사를 쓰고 있다.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 코로나19 위기를 기회삼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각 영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벌써 가을이구나, 여름이 정말 짧긴 짧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20년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깟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가 홀린 듯이 1년을 보내고 있다. 정말 누구 말마따나 2020년은 한 번 다시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는 없는 채로 말이다. 꺼내봤자 우울한 얘기뿐인 코로나19 기사를 쓴지도 벌써 9개월째다. 적응에 뛰어난 인간은 어느새 웬만한 이슈에는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는 단단함이 생겼다. 확산의 위기와 종식에 대한 기대가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다 보니 그 속을 관통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속속 보인다. 지금까지 호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였다. 호텔들은 하나같이 역에서 도보로 도착하는 시간을 어필하고, 중심상권이냐 주변상권이냐에 따라 세일즈 포인트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달랐다. 도심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단 한 가지 아쉬움이었던 호텔들이 오히려 도심에서 벗어난 프라이빗한 공간이 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성비 경쟁에 치여, 가지고 있던 럭셔리 아이템들을 뽐내지 못했던 호텔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브랜드
생각해보면 1장은 늘 기억에 안 남았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1장’하면 수학의 정석의 집합과 명제가 떠오르는데, 전체 장 중에 제일 많이 봤던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푸는 집합과 명제 문제엔 오답이 많았다. 아마 다 알고 있는 부분이라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게 오답의 정답이었던 것 같다. 대개 1장은 지루한 내용이 많다. 개념이나 정의, 의의와 역사적 배경 같은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스텝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1장은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그런데 이번 호텔 마케팅 관련 기사를 취재하면서 참고했던 마케팅서는 무려 872페이지 분량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일단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겼다. 궁금한 키워드가 많았으니 이것저것 넘겨 짚이는 대로 담아보려 했다. 하지만 분명 취재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과 흥미로운 사례가 많았음에도 열심히 글을 쫓는 눈과 다르게 머릿속에 남는 게 없었다. 결국 1장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놓친 부분을 알게 됐다. 1장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학습 목표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고객의 니즈를 찾는 것이 마케팅의 대명제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성공한 사례들은 고객의 니즈를 귀신같이 찾아
요즘 호텔에서 가장 바쁜 이들은 바로 마케팅 담당자가 아닐까 싶다. 여름 성수기는 다가왔고, 코로나19도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묶어놓았던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조금씩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여행객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던 호텔들은 그동안 자체적인 위생 방역에 만전을 기울여 어느 때보다도 안심할 수 있는 숙소로 다시 급부상, 여름 피서를 계획하는 이들의 반쪽짜리 휴가의 아쉬움을 채워줄 호캉스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풀어지자 호텔 마케팅 담당자들은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정해져있는 수요, 너도나도 공격적인 마케팅, 너무 다양한 채널들 속에 우리 호텔로 손님을 모시기 위한 머리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죽어도 안 된다던 특급호텔들이 홈쇼핑 채널 공략에 나섰고, 전통적인 홈쇼핑 방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라이브 커머스가 20~3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호텔은 대실 상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안 된다, 안 된다’ 생각했던 것들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러면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혹자는 특급호텔이 홈쇼핑에 얼굴을
이번 달 기사를 쓰면서 유난히 많이 거론한 단어가 있다. 바로 ‘정의’다.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은 정의의 정의로,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정확한 정의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말이나 사물의 가치를 존중하는 아주 기본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2020년의 절반이 송두리째 날아갔지만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지나온 과거를 반성해볼 시간이다. 코로나19 변곡점에 놓인 호텔, 관광, MICE업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외부환경과 고객의 니즈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정작 호텔과 관광업계는 직관에 의한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했고,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한 업계에 제일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융복합 인재 양성에 어려운 첫걸음을 떼고 있다. 곱하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융복합의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직원들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더하기의 결과를 만들어 온 것이다. 경영자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된 융복합 기술을 단순히 트렌드라는 이유로 키오스크와 AI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고는 기계에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생
“지난달 이탈리아 교민과 유학생 등 300여 명이 더 화이트호텔에서 격리 생활하는 동안 관광객이 급감해 펜션과 식당, 상가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또다시 임시생활시설을 지정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초토화하고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지난 4월, 평창군 봉평면 호텔이 외국인 입국자 격리를 위한 임시생활로 지정된 이후 5월 22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 차례 더 호텔을 시설로 운영하게 된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다. 코로나19로 속 시끄러운 일이 계속되는 요즘, 물론 불안한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영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 돈 되는 관광객은 괜찮고 코로나19 위기 피해 돌아온 교민들은 결사반대라니. 바이러스로 힘들어진 관광시장인데 애꿎은 교민들만 갈 곳 없이 내팽개쳐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관광산업은 생태계 특성상 다양한 인프라들이 연계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전체 관광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성업을 이뤄왔던 명동 호텔들은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힌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명동을 이끌어오던 상가 내 업체들이 거리를 비워가는 모습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 줄 누가 알았을까? 대책 없는 감염병 확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세계는 지난해 12월 1일 중국의 첫 감염자 발생 이후 2020년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3월, 팬데믹이 발령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답답함이 늘어나자 사람들은 2020년 3월이 아니라 2019년 15월이라며 팬데믹 부정기에 접어들기도 했다. 아득히 멀 것 같았던 코로나19의 종식도 국내는 어느덧 감기 발병률보다 적은 한 자리 대를 기록하며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머지않은 듯 보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코로나19에 잠식된 호텔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 코로나19 대처에 있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높이 평가되는 부분은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은 매일 같은 시간에 정례브리핑을 통해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 동안 발생했던 일을 빠짐없이 공유했다.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이 같은 대처가 국민들의 큰 신뢰를 받게 된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한 가지를 놓치기 마련이다. 둘 다 눈에 보이면 좋으련만, 너무 여기저기서 밀레니얼을 외치고 있어 우리 사회의 중심, 시니어를 잊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경력이 단절된 은퇴자와 경단녀의 일자리지원정책이 활발해지며 ‘시니어’에 대한 정의가 40대에서 60, 70대까지 넓은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칼럼과 3월 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Senior HR Issue에서 시니어는 은퇴를 앞둔 40~50대 베테랑 시니어 지배인으로 한정해 일컫고자 한다. 현재 호텔에서 시니어 지배인들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을까? 한 호텔에서만 36년, 그리고 은퇴 후 다시 스카우트. 총 44년의 경력. ‘전설의 수문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콘래드 서울의 권문현 지배인은 지나온 세월을 덤덤히 이야기했지만 그의 44년이란 시간은 결코 덤덤하지 않았다. 유튜브에 게재된 권 지배인의 이야기는 23만 뷰를 돌파, 많은 이들이 그의 44년 도어맨 외길인생을 존경했고 오래도록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게 그런 그를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로 권 지배인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본인만의 럭셔리를 만들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 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번 3월호 취재를 다니면서도 호텔에 가면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이 트였는데 코로나19의 파장이 너무 큰 탓에 한 가지, 업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불편하고도 안타까운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있다. 바로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 화재다. 지난 1월 26일, 한창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데 뉴스에서 낯익은 호텔 건물이 보였다. 몇 일전 취재차 방문하기도 했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이었다. 엄동설한까지는 아니었어도 겨울철 새벽이라 잠옷 바람으로 호텔 밖으로 대피한 고객들은 꽤나 추웠을 텐데도 대피 과정에서 혼을 쏙 뺐는지 그저 멍한 모습이었다. 몇몇 정신을 차린 고객들은 인터뷰를 통해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화재가 난지도 몰랐던 상황에 분개하며 호텔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난히 호텔 화재에 대한 보도를 자주 접하는 요즘, 1955년 최초의 민영호텔 금수장에서부터 시작해 65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마저 불길에 뒤덮여 호텔 화재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됐다. 이번 호텔 화재 기획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방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화재에 대
우리나라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제일 많이 하는 교육도 트렌드 교육이라고 한다. 연말연초가 되자마자 물 밀 듯이 밀려오는 각종 트렌드 키워드는 세어보진 않았지만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2020년 소비 트렌드는 ‘축소지향’”, “2020년은 ‘외로움’에 주목하라”, “‘멀티 페르소나’에 주목하라”, “명품 사는 20대 ‘영리치’가 온다”, ‘컨시어지 마케팅’, ‘버티컬소셜’, ‘뉴모빌리티(New Mobility)’, ‘맘코노미(Momconomy)’, ‘스마트실버(Smart Silver)’ 등등…. 주목할 것이 어찌나 많고, 또 이렇게 다양한 신조어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를 아는 것은 한해의 마켓 타깃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 세우는데 중심이 되기도 하고, 지난해 우리가 시시때때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얼마나 반응했는지 되돌아보는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호텔들도 지난해 유난히 핫한 키워드로 부각됐던 레트로나, 인스타그래머블, 필환경, 호캉스 열풍에 편승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였고, 비교적 좋은 반응을 이끈 기획들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
“인사를 할 땐 허리를 45도 앞으로 기울이고 ‘안녕하십니까!’ 크게 외친 후 자세유지 3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이번 기획기사를 작성하고 보니 현장이 좋았던 내가 서비스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교육 매뉴얼을 만든 사람은 알았을까? 인사할 때 45도 각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이러한 매뉴얼대로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종업원이 몇이나 되는지 말이다. 그렇게 하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텐데 “왜”라는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당시 서비스 교육 담당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프렌차이즈에서 일하고 있는데, 당장 옆집 음식점에 손이 부족해 투입돼도 무방할 정도로 내가 배운 서비스는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내가 교육받았던 것이라곤 앵무새처럼 배운 대로 따라 해야만 하는 공식 같은 것이었다.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기 남아서 배울 수 있는 것과 그렇게해서 키울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안 봐도 뻔했고, 나 또한 누군가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
‘개취존중’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는 말로, 이전과는 다르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들이 많아지면서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졌음을 표현해주는 단어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들은 경험한 것들을 남과 공유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기준을 선택의 잣대로 세우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온 배경도, 경험도, 중요시 여기는 가치도 다른 이들에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올 하반기, 호텔등급심사와 미쉐린의 등급 부여과정에 대한 공정성이 화두에 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차이가 있지만 주 골자는 심사위원 자격의 문제로, 등급을 심사하는 이들의 부정청탁과 갑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직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호텔등급제도의 실효성에 관련된 기사를 쓰며 미쉐린 가이드 이슈도 주의 깊게 지켜봤던 터라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가이드란 무엇일까? 정황이 어떻든 간에 두 가이드가 의혹만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평소 호텔과 미쉐린의 별에 대해 괴리감을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의혹에 대한 속
펜할리곤스, 딥디크, 몰튼브라운, 록시땅. 평소 접하기 힘든 고급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호텔 객실 서비스의 정점은 어메니티다. 국내외 호텔로의 잦은 출장으로 호텔에서 챙겨온 것들이 많지만 써버리긴 왠지 아까워 화장실 한편에 나란히 줄 세우고만 있는 어메니티. 호텔에서 경험했던 서비스들이 향기에 담기는 것일까? 세상에 이렇게 많은 향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가지각색의 향을 머금고 있는 어메니티를 보고 있노라면 다시 호텔에 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호텔 어메니티에는 호텔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녹아져 있다. 어메니티의 은은한 잔향만큼 고객이 호텔에 대한 기억을 보다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호텔들은 최고급,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어메니티를 들여다 놓기도, 자체 제작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게 호텔의 품위를 나타내주는 어메니티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그동안 호텔에서 방출되는 플라스틱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인 흐름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호텔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특급호텔에서 친환경 어메니티의 대안으로 디스펜서나 재생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호텔의 ‘격’을 떨어트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
40년이다. 무관심 속에 봉사료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온 세월 말이다. 2000년대 초반, 호텔 노사분쟁이 격해지며 봉사료가 쟁점이 됐던 시기도 있었지만 관심보다는 무관심의 세월이 길었다. 무관심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무관심 속에 소비자들은 의미도 모르는 값을 지불했고,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산업의 열악함을 느끼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이득을 취했다. 어디로 증발됐는지 모를 봉사료는 무엇을 위해 40년 동안 존재해 왔을까?이번 이슈지면을 준비하면서 봉사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돌아봤다. 과월 호를 뒤적거리고 있다 보니 당시 호텔업이 한창 성행하고 있었을 때여서 그런지 지금보다 지면의 컬러감은 없지만 내용에는 훨씬 더 역동적인 다채로움이 있었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서로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새로운 사안에 적극 개입하는 태도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와 관계가 없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며 그 무관심이 일부에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봉사료 존재에 의구심을 품는 기사를 다뤘었는데 잠깐 언급됐다 금세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봉사료는 그
속초에 놀러갔던 청소년들이 잘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날밤을 샜다고 한다. 우연치 않게 읽게 된 기사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달 기획기사 주제를 청소년 투숙규정으로 잡았다. 취재가 원활하지 않았다. 호텔들에 아무리 연락해 봐도 청소년 투숙과 관련된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헛다리짚었다. ‘유스호스텔’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오르기 전까지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을 유스호스텔로 갔었던 것 같다. 무섭게 혼내기만 했는데도 그 사이 정이 들어 헤어지기 아쉬웠던 교관 선생님들이 청소년 지도사였을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에 유스호스텔로 등록돼 있는 숙박업소가 총 115개, 그리고 강원도에만 1만 839개 베드(Bed)를 갖추고 있는 12개의 유스호스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한마디로 유스호스텔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유스호스텔은 독일의 교사였던 ‘리하르트 쉬르만(Richard Schirrmann)’이라는 박사가 아이들과 여행 중 비어있는 학교를 숙박시설로 이용하면서 처음으로 그 개념을 창시했다고 한다. 현재는 전 세계 90개 국가에 약 4000여 개의 유스호스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