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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월)

노아윤

[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시니어의 정의

 

본지 30주년을 맞이해 매달 좌담회를 연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 두 번째는 ‘데이터’에 대해 다뤘는데 공교롭게 두 달 모두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내용이었던 터라 봄이 오는 3월호에는 인적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혐오의 시대, ‘요즘 것’들과 ‘꼰대’들만 남아가는 사회에서 요즘 것과 꼰대 그 사이에 있는 나는 왜인지 ‘시니어’에 대해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처음 ‘그 많던 지배인들은 어디로 갔나? 시니어 호텔리어의 내공, 그 끝의 클래식 럭셔리 서비스를 지향하다(2020년 3월호)’ 기사를 썼을 때 정의 내렸던 시니어는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고위, 상급, 상위의’, ‘고급 실력자’, ‘손윗사람’이었고, 그동안 취재를 통해 만나왔던 시니어들은 섭외 목적이 뚜렷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모두 위와 같은 의미에 적합한 분들이었다.


이번 좌담회 서두에서도 시니어 호텔리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이를 주제로 화두를 던졌다가 패널들의 답변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왜 우리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시니어라고 통칭하게 됐는지, 그리고 서비스의 가치와 수명은 왜 이리도 짧고, 그런데 왜 유독 이런 현상들은 호텔에서만 보이는 것 같은지... 이와 같은 물음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좌담회 말미에는 시니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지 말기로 했고, 좌담회 녹취를 옮기는 과정에서 호텔의 인적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


인적 인프라가 주가 돼 성장을 이뤄야 할 호텔에 앞으로의 비전을 이끌어 갈 자원이 없다고 한다. 호텔에는 시니어라고 부를만한 베테랑 호텔리어가 남아있지 않고, 중간 관리자급 직원들은 양적으로 팽창하기만 하는 업계에서 갑자기 요직을 맡게 돼 튼튼해야 할 허리가 자꾸만 야위어가고 있다. 주니어 직원들은 점점 흐릿해져가는 선임들을 보며 커리어의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한 채 호텔을 떠나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할 호텔은 언택트의 시대가 왔다며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차가 오래된 호텔리어가 곧 베테랑인지, 시니어 호텔리어의 전문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논의하다 과연 지금의 호텔업계에서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좌담회 중 뇌리에 박힌 말이 있다. 서비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녹이 스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농익는 역량이라는 것. 문득 그동안의 호텔업계는 블록 빠진 젠가처럼 위태롭게 높이만 높아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성을 파악하기 전에 직원들의 서비스가 농익을 수 있도록 적절한 단계를 밟을 수 있게 해줬는지, 호텔은 호텔이 성장함에 있어 인적자원을 함께 자라갈 동반자로 여기긴 했는지 말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를 한국 호텔업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니어 호텔리어에 대한 번듯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그간 호텔리어들의 성장과 비전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갈수록 인적자원이 줄어들고 있고, 특히 지금 같은 팬데믹의 시기에는 호텔리어의 전문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으로의 산업 성장과 또다시 다가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해야 할 것은 인적자원이 바로 호텔의 미래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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