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그 자체다. - 조나단 선즈(Jonathan Sunze) 행복과 목표달성의 상관관계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그 행복의 준거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연속임에도 가끔 '목표 달성'이라 착각하게 된다. 얼마 전 일이다. 약속이 있었고 난 짐머만의 ‘슈베르트 판타지’를 들으며 평온하게 길을 나섰다. 늦지도 않았다. 음악과 지저귀는 새소리를 벗하며 걷다 저 앞 횡단보도 파란불을 보았다. 본능적으로 뛰었다. 딱히 뛸 이유가 없었는데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찼고 땀이 났다. 가까스로 들어와 노란불 직전 무사히 건너는 성과를 냈지만 옷은 땀에 절었고 숨을 헐떡댔다.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주는 평온이 깨졌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과주체로서의 삶은 자기 착취로 평가돼야 하는가’ 우리 선조인 고려, 조선 시대의 모든 백성들 삶은 통제됐다. 근대 사회에서도 병원, 군대, 공장으로 이뤄진 푸코의 규율사회는 계속됐다. 그런데 이제 규율사회는 없다. 모두가 자율적으로 주체가 돼 성과를 낸다. 피트니스 클럽, 피아노 학원, 쇼핑몰에서 필요한 행위를 하고 흑백요리사를 보며 식당에 간다. 성과사회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경영하는 기
*남기엽 변호사가 책을 읽고, 호텔산업의 독자는 남기엽 변호사와 함께 책을 읽습니다. 사람과 접촉하고 상대를 읽어 내 마음을 비우게 하는 호텔산업에서 자아를 채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육체와 두뇌, 나아가 감정까지 저당잡히는 서비스업계에서 포기될 수 없는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나갈 것입니다. 필자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처음으로 재고(再考)하게 된 계기는 모 언론사 인턴을 하며 공단 취재를 다닐 때였다. 당시 체코에서 철강 사업을 하던 한 중소기업인은 김우중 씨가 제3국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덕에 우리가 먹고 살고 있노라 했다. 이렇게 말하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또 한 번은 잘 알고 지낸 모 경제학자의 탄식이었다. IMF 때 신흥국에 공격적 투자를 했던 대우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현재 기업계는 훨씬 더 발전적이었을 것이라는 가정법. 1990년대 후반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으로 재계 순위 2위까지 차지했고, 오일쇼크 때 오히려 몸집을 불린 경험을 살려 빚을 안고 모험을 했지만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 유동성 위기로 종결됐다. 막대한 부채의 만기일이 다가오며 자금난을 겪었고, 분식회계가 드러나며 공중분해됐다. 이후 범법자로 남게 된 그이
누가 가장 ‘나’를 가장 잘 포장하는가 지금 이 지면(화면)을 덮고 주변을 둘러보기 바란다. 대부분이 인공적(人工的)일 것이다. 책상이든, 컴퓨터든, 핸드폰이든, 건물이든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것이 없다. 기껏해야 올도완 석기를 쓰던 시절이던 호모 하빌리스에서, 목탄을 사용한 호모 에렉투스를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커졌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작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도구들이 있어 ‘기억의 외장화’가 가능해졌고 많은 정보들로부터 해방됐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어려운 학술과제는 물론 의사면허시험도 통과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시험이 AI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자기소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는 인터넷 크롤링 범위와 웹 접속으로 검색되지 않는 당신의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스펙, 에피소드, 열정이 결합된 서사를 가장 잘 포장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다. 나쁜 자기소개서의 특징 취업·이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학력과 사회 경험, 경력일 것이다. 호텔 관련 전공은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주고, 파리의 팔라스급 호텔 핵심부서 경력은 전문성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결국 모든 인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서 비로소 태동한다 외모와 달리 적잖은 나이가 된 지금도 철들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질문하고 부딪히고 겪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느낀 시각, 청각, 촉각들이 하나의 인상을 이뤄 기억으로 저장되고 추억으로 재생된다. 그 과정의 순연을 위해 사는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한 명의 인간마다 하나의 우주가 있다는 어느 시인의 자의식 과잉엔 공감하지 않지만 분명 개개의 삶은 저마다 독특하고 충분히 특별하다. 단, 그 사람에게만 그렇다. 전체를 놓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호텔도 마찬가지. 럭셔리 스케일에서 정장을 입고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멋져 보이고 호텔리어는 외국인과 자주 만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익히기에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입사지원서를 쓰는데 그게 HR 입장에서는 다 똑같다. “어려서부터 남을 즐겁게 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고”,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위상 업스케일에 기여하고 싶다.”, “이곳에서 GM이 될 때까지 뼈를 묻겠다.”라는 거창한 수사가 난무하지만 몇 달 안 돼 그만두는 탓에 인력난을 호소한다. 개별 활동의 특수성을 각자 포장하는 대신 집단 획일성으로 정의해 표현하는 것은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억대 도박 호텔 객실에 홀덤 바를 설치해 놓고 수억 원 도박판을 벌인 혐의가 종종 보도된다. 당연히 도박판 관련자들은 처벌되는 것이지만, 호텔 관계자는 관계가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도박장 개설을 교사했거나 혹 운영에 도움을 줬는지, 그게 아니더라도 알면서 ‘묵인’했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그래서 정범이냐 교사범이냐 방조범이냐 무혐의냐가 결정된다. 혹 수상한 자들이 온다면 꼼꼼히 확인하도록 하자. 술도, 욕정도 끊을 수 있다지만 도박은 힘들다고 한다. 돈을 따고 있는 판에서 일어나 걸어 나가긴 어렵다. 잃고 있을 때 일어나 걸어나가긴 불가능하다. 혹 나는 좀 똑똑하니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독자가 있다면, 아마도 더 똑똑할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기억하자. “룰렛판에선 돈을 따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훔치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어디까지 도박일까. 내기 한 번 안 해본 사람 없다. 아이스크림
대필작가 선거를 앞둔 때는 나라에 활력이 돈다. 언론은 시끄럽고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도 쏟아져 나온다. 이런 출판기념회가 횡행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기업 후원이 금지되고 개인이 후원하는 금액도 제한되며 편법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눈치를 봐야 하는 기관, 기업, 지역 관계자들이 책 정가의 수십, 수백 배를 내도 알 수가 없다. 영수증은 물론 회계내역도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바쁜 정치인들이 언제 또 책을 썼을까. 뭐 ‘실탄’ 마련 목적이라 해도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다 모인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쓴 것이니까 기대를 갖고 책을 봤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주제는 ‘자기자랑’이고 메시지는 “뽑아달라”다. 난 그들을 믿었던 만큼 책도 믿었는데. 글쓰기가 고통이라 했던 조지 오웰과 달리 이렇게 선거철마다 쉽게 책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대필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간의 인터뷰만으로 그럴듯한 살을 붙여 문단을 뚝딱 만들어 낸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 유튜브 대본 대필 작가도 있다. 정치인이 쓴 줄 알고 책을 읽고 있는데 그는 아무런 부담 없이 대필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깊은 사랑이 죄라면 유명사립대에 재학 중이면서 키도 크고 예쁜 여대생 박연진(가명) 양은 부유한 집안에서 익힌 특유의 교양 덕에 교내에서 인기가 많았다. 욕설은커녕 약간의 막말조차 허용 않는 그녀에겐 사실 비밀이 있었다. 5성급 호텔을 다니며 서비스를 체크한 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이 있으면 특정해서 키보드로 온갖 상스러운 댓글을 남겼다. 그녀가 주로 키보드를 휘두르는 곳은 호텔 리뷰 사이트 및 호텔 (인터넷) 카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친절했다고 느낀 직원에겐 댓글로 막말을 뱉어내야 속이 시원했다. ‘H호텔 클럽라운지 매니저 박모씨, 머리도 없으신 양반이 말투는 왜 이렇게 까칠할까요? 아, 매력은 있습니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이런 자신의 댓글이 공감을 받아 메인에 올라가 있노라면 몇 번이나 새로고침하며 반응을 살폈다. 그러던 박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지방 억양이 섞인 굵직한 목소리로 경찰서에 출석하라 했다. 당황한 박씨는 보이스피싱 아니냐며 맞섰는데 그러기엔 너무 발음이
억울한 사람들 “변호사님,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의뢰인이 내 방에 들어와 주저앉았다. 가방을 내던지고 흐느껴 울었다. 쓰던 서면작업을 멈추고 옆에 가서 섰다. 그리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변호사는 듣는 직업이다. 그는 전직 국정원 출신 일용직 노동자였다. 국정원에서 언제까지 일했는지 묻자 국정원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노동판을 전전하지만 사실은 중동의 부호들과 중국 청유항아리를 거래한다고 했다. 중동 사람이 왜 한국 사람에게 중국 청자를 사느냐고 물으니 “변호사님도 삼채항아리(三彩)에 관심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듣기만 했다. 새롭게 공사 일을 시작했던 어느 날 그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탕과 소주 한 병을 시키고 몸을 데웠다. 그런데 20분쯤 지나자 포장마차 사장이 와서 영업이 끝났다고 알려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진작 말해주지 그랬냐는 것. 사장은 들어올 때부터 말했다고 맞섰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둘은 멱살을 잡으며 대치했다. 경찰이 충돌했고 공방은 일단락됐다. 사장이 며칠 뒤 발로 가격당해 팔에 금이 갔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국가 형벌권의 실행을 위해 검사는 그를 범죄자로 지목(기소)했고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부재전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부재전표>는 택배 배달기사와 배달을 받는 남자의 두 관점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배달기사는 유아들이 이용하는 대형 완구를 전달하며 자신이 아이가 된 것 마냥 들뜨지만 실제 그 아이는 고열을 앓다 며칠 전 이 세상을 떠났다. 주는 자의 설렘과 받는 자의 절망이 묘하게 겹치는 지점에서 독자는 완구의 새로운 의미를 포착한다. 차(Car)와 술(Alcohol)의 궁합은 차 역시 배달을 가능하게 했다. 차를 끌고 가야 하나 음주운전은 할 수 없을 때 대리기사는 차를 배달한다. 좁은 공간에 더부살이하며 운명을 공유하고 전화번호와 내 차번호, 운전대, 목숨, 주소까지 타인에게 맡긴다. 이는 낯설고 묘하다. 왜일까. 택시를 탈 땐, 남의 차에 내가 탄다. 구성진 트로트가 나오는 어느 할아버지의 쥬크박스에, 온갖 얄궂은 할로겐 불빛으로 치장한 20대 젊은 기사의 할로윈쇼에, 양당제를 비판하며 대한민국 검찰개혁을 역설하는 뉴스룸은 내가 아닌 타인의 공간이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탈 땐, 내 차에 남이 탄다. 내가 세팅한 의자, 내가 셋업한 주행모드, 내가 미리 듣던 음악까지. 대리기사가 자신의
생산이 아닌 소비가 만드는 자본주의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하던 시대가 있었다. 여기에서 차는 기능이 아닌 사회적 계급을 웅변한다. 시내 곳곳에서 시속 30km로 달려야만 하는 환경이지만, 몇 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느냐(제로백)를 따지고 스포츠카를 동경하는 까닭은 성능이 아닌 삼각별·황소 따위의 엠블럼에 있다. 이 부분에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다.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는 생산이 아닌 소비다. 소비의 과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혁신적인 생산기법이라 하더라도 산업자본은 유통될 수 없다. 그리고 그 소비는 물건의 기능이 아닌 상품의 상징·권위를 추동한다. 에르메스 가방의 가치가 ‘H’ 엠블럼이 제거되는 순간 급전직하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다. 돈이 있어야 명품을 사고, 좋은 차와 집을 갖는다. 가난한 이들이 빚을 내 그것을 탐낼수록 그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와 서민은 분리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갈라치기’가 부자들 사이에서 더욱 심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유명 크루즈선(Norwegian Cruise Line)은 배 안에 일반 크루즈 승객이 모르는 비밀공간(The Haven)을 만
영토마저 사고 팔았던 낭만적인 시대 “그린란드를 사서 미국에 편입시키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려한 어록 가운데 하나다. 국가경영도 호텔처럼 했던 트럼프 덕에 당시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가 주목받았다. 덴마크는 “영토를 어떻게 파느냐”며 일축했고 트럼프는 예정된 덴마크 방문을 취소했다. 집 한 채 사는 것도 힘든 요즘이지만 영토를 사고 파는 것이 없는 일은 아니다.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1867)를,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1803)를 샀다. 그린란드 매입제안도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1946년 앤드루 존슨 당시 미 대통령 역시 2차 세계대전 뒤 매입을 제안했으니. 어릴 때 그린란드를 세계전도에서 보고 놀랐다. 메르카토르 도법 특유의 왜곡에 의해 아프리카보다 더 큰 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얼음뿐인 동토(凍土)이지만 전설적인 바이킹 에리쿠 프로발드손이 처음 찾았을 때는 중세온난기여서 푸른 산천이었다고 전해진다. 잠깐의 녹음(綠陰)이었지만 프로발드손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푸른 땅’이라 홍보했다. ‘그린란드’의 시작이었다(요즘 같으면 부동산 사기로 처벌된다). 저 말을 믿고 이주한 사람들은 빙하기에 얼어붙은 땅 위 개썰매를
반복되는 ‘요즘 것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 항상 있는 말이다. 최근에는 2008년생인 ‘선배’들이 어느 후배를 버릇이 없다며 폭행하기도 했다.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것들’은 항상 버릇이 없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나온다. 에어팟을 껴야 능률이 올라가는 시대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요즘 것’들은 버릇없고 잔혹하다. 10대들은 초식동물의 군집이다. 가장 뒤처지는 놈이 포식자의 먹이가 돼 나머지의 안전이 잠정 담보된다. 따돌림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1명의 처절한 피해자가 어느 동네에서든 확실하게 생산되는 탓이다. 여기에 ‘술’까지 개입되면? 통제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술은 범죄를 위한 도구로 쓰인다. 수법은 악랄하다. 쓰러질 때까지 마시게 하고 그 이후 하고 싶은 범죄를 저지른다. 임계점을 모르기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달린다. 누군가의 생명이 스러져도 ‘청소년보호법’은 방패가 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술판매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중요한 입법·행정 업무다. 국회는 이를 통제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정부 역시 술을 판매한 업주에게 영업정지라는 메스를 들이대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호텔도 예외는 아니
각양각색 호텔 로비에서의 난동 호텔에 오는 사람들은 기댓값이 높다. 그래서 프론트데스크 직원의 숙련도는 대개 높고, 능숙하다. 여러 변수(變數)에서 대처하는 상수(常數)를 정한 그들은 해를 거듭하며 고객응대의 정수(精髓)를 깨우친다. 하지만 실무에 있다 보면 여러 케이스를 접한다. 술에 취해 호텔 로비에 개를 풀었던 사건, 라운지 연주자에게 조용히 하라며 문신을 내놓고 활보했던 사건, 직원에게 “술 한 잔 하자.”며 난동을 부린 사건 모두 우리나라에서 있었다. 경찰을 불러 매듭짓는 일은 보이는 것 역시 중요한 호텔에선 꺼리는 일이지만 필요할 땐 불러야 한다. 위 행위들은 어렵지 않게 처벌된다. 경찰청에서의 난동, 국가기관은 다르다 “변호사님, 경찰이 상대편에게 매수당한 것 같아요.” 실무에서 의뢰인들을 상담하며 종종 듣는 말이다. 예전에는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며 그럴리 없다는 뉘앙스로 답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지경을 보면 변호사조차 놀라게 된다. 자기 사건 변호사와 골프를 친 판사, 수사정보를 유출한 검사, 음주운전자를 지인이라며 봐준 경찰 소식 등을 접하면 흔들린다.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을 건다. 누군가의 재산이, 누군가의 명예가, 누군가의
해마다 반복되는 음주운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오래 전 모 가수의 음주운전에 대한 변명은 세상을 뒤집었다. 국민들은 조롱했고 패러디가 쏟아졌다. 말은 모순이 없고 정합적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형사처벌 되는 음주운전(혈중알코올 농도 0.03% 이하)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용서받지 못했다. 음주운전 기준을 넉넉히 초과해 술을 마셨던 것이 드러났고, 애초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위 말은 자기부정의 전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최근에는 모 아이돌의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마약이 어떻게 몸속에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말의 등장으로 그 독보적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음주운전은 같은 범죄에 호소력을 덧입힌다.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며 또 죽이고 다치게 하는 서스펜스를 국민정서는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은 면죄부를 받고 지금도 활약 중이지만 최근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음주운전 전력의 모 선수는 결국 강제하차해야 했다.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의 관계 실무상 음주운전이 무면허 운전과 패키지로 엮이는 일을 많이 본다. 음주
가격 흥정하는 사람들 변호사들은 주로 손으로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애용한다. 설정 자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도,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들호도 그랬다. 백팩은 있지만 드물다. 서류가 많은 경우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변호사도 봤는데 관심 받기엔 좋다. 서류가방을 사러 사무실 인근 가게에 들렀다. 펠트 원단의 남색 가방을 고른 뒤 사장님과 약간의 흥정 후에 샀다. 사장님은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어쩔 수 없이 이 가격에 파는 것”이라며 “이렇게 팔아봐야 남는 거 없다.”고 하셨다. 나는 순간 나에게 남는 것 없이 물욕을 뒤로 한 수많은 선인(善人)들을 떠올렸다. 이 가격으론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회원권을 팔았던 두피 케어 사장님, 노트북 가격이 원가 이하라며 자신이 사면 안 되겠냐고 바람을 잡았던 전자상가 옆집 사장님, 이런 조건으로 차를 파는 것을 알면 자신이 시말서를 쓸 수도 있다며 처음 본 나를 위해 직(職)까지 걸며 헌신했던 어느 자동차 딜러를 떠올렸다. 물론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들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재화를 사며 지불할 돈과 내 행복의 총량증가를 적절히 비교한 뒤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
법원 앞 피켓드는 사람들 세상에서 중요한 사안을 다룰수록 쾌적함이 중요하지만 법정은 예외다. 재판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법정 안은 덥고 뭘 마시기도 어렵다. 증거기록 10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에서 수 시간째 계속되는 증인신문은 머리 뿐 아니라 몸으로도 버텨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무더위에도 피켓을 들고 법원 근처에 서 있는 트렌치코트 중장년들이 많다. 법원 정문 앞은 몇 달째 ‘모 재판부의 농간’으로 재산을 빼앗긴 할머니가 확성기를 들고 있다. 그 뒤엔 “모 검사가 범죄자와 유착했다.”는 내용을 호소하는 어느 아주머니가 말없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법원 앞엔 이렇게 시위하는 분들이 대상만 달라질 뿐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했다. 이 길을 수없이 지나다녔을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사정인지 이야기라도 듣고 싶다며 말을 걸어본 이가 있을까? 판사는? 변호사는? 그랬다면 저 분들 주장의 논리적 정합성과는 관계없이 기분은 좀 나아질까? 살천스런 생각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곧 있을 재판 생각에 나 역시 다른 이들처럼 서둘러 발걸음을 뗐다. 직업상 매일 보는 사람들이 소송 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