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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화)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21] 도박장으로 활용된 호텔 객실, 호텔 직원 책임 없나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억대 도박


호텔 객실에 홀덤 바를 설치해 놓고 수억 원 도박판을 벌인 혐의가 종종 보도된다. 당연히 도박판 관련자들은 처벌되는 것이지만, 호텔 관계자는 관계가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도박장 개설을 교사했거나 혹 운영에 도움을 줬는지, 그게 아니더라도 알면서 ‘묵인’했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그래서 정범이냐 교사범이냐 방조범이냐 무혐의냐가 결정된다. 혹 수상한 자들이 온다면 꼼꼼히 확인하도록 하자. 


술도, 욕정도 끊을 수 있다지만 도박은 힘들다고 한다. 돈을 따고 있는 판에서 일어나 걸어 나가긴 어렵다. 잃고 있을 때 일어나 걸어나가긴 불가능하다. 혹 나는 좀 똑똑하니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독자가 있다면, 아마도 더 똑똑할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기억하자.

“룰렛판에선 돈을 따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훔치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어디까지 도박일까. 내기 한 번 안 해본 사람 없다. 아이스크림, 커피 내기 따위에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하지도 않는다. 좀 더 나아가 볼링 게임비는? 식사비는? 유흥비는? 진짜 국민들에게 나쁜 것이라면 마약처럼 엄격하게 금지해야 하는데 국가가 카지노도 운영하고 복권도 발행하고 경마장까지 운영하니 다소 혼란스럽다. 

 

어떤 도박이 합법이고 어떤 도박이 불법인가 


그 위법성의 한계는 형법 제246조에 근거, 법원이 판단한다. 형법상 처벌받는 도박인지,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법조문치고 말도 이상하다)한 놀이인지에 관해 법원은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① 도박의 시간과 장소 ② 판돈이 얼마인지 ③ 도박하는 자들에게 사회적 지위가 있는지 ④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동창들이 사회인이 돼 만나 커피값을 걸고 포커를 친다면 그건 일시 오락에 불과하다. 흔히들 하는 밥값 내기, 판돈 1만 원 정도의 카드놀이도 오락으로 본다.


수십만 원이면 어떨까. 법원은 수백억 자산가들이 모여 3시간가량 판돈 60만 원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경우 무죄라고 봤다. 하지만 새벽 4시에 모르는 사람들끼리 오직 ‘카드놀이’를 위해 모여 판돈 60만 원가량을 걸고 ‘훌라(Hoola)’를 한 경우에는 유죄로 봤다.


주의할 점은 가진 돈이 없으면 판돈이 적어도 유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9만 원을 받아 생활하던 남성이 1점에 50원씩 화투 놀이를 한 경우 유죄다. 이런 데까지 무전유죄라니, 돈이 많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법원 나름대로 이렇게 세심하게 정도를 고려해 판단한다지만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인텔리들의 수법은 점점 지능화된다. 사설 도박장이 흥행하고 승부 조작도 빈번하다.


도박은 여타 범죄와 달리 처음부터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시작되기에 신고 횟수도 드물다. 이건 비극이다.


도박은 하면 할수록 잃는 게임이다. 확률이 50%인 게임은 없다. 시설과 딜러를 제공하는 측이 ‘커미션’을 몇 퍼센트가 됐든 가져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확률은 50%보다 낮다. 수학적으로 계산해 봐도 하면 할수록 분모가 분자의 증가 속도보다 크기 때문에 잃는 이치는 자명하다.


스포츠 사설 도박장은 배당을 토토스포츠에 근거해 배당률을 계산한다. 원래 한 경기의 승부에 대한 베팅을 모두 모아 전산작업화 시켜 배당을 산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닌데 토토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무임승차한 사설 도박장은 토토보다 약간의 배당만 높여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막대한 커미션을 챙긴다. 이것은 진행형이다. 프로스포츠에까지 승부조작의 유혹이 간간이 나오는 이유다. 


명절 윷놀이도 판돈 및 관계에 따라 처벌됨은 전술한 바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고향에 내려가 고향 친척의 친구를 소개받아 모르는 사람들끼리 판돈 수십만 원에 달하는 ‘포커’를 하면 도박이 아니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게 처벌하는 국가는 오늘도 열심히 강원랜드를 운영 중이다.


우리는 이러한 카지노 설치가 설령 막대한 이익을 담보한다더라도 누가 그 희생자가 될지는 모르는 러시아 룰렛을 돌리는 것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행위일까? 이것은 마치 1000장의 제비 중 ‘인생 파탄’의 제비 몇 장을 숨겨 놓고 그것을 뽑는 사람 모두가 ‘설마 나는 안 걸리겠지’라며 안도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희생자가 나옴은 자명하다. 개인이 희생자가 될 확률은 적어도 희생자가 수천 명 이상 나온다는 확률은 100인 것이다.


카지노에서 수억 원을 잃고, 경륜·경마장에서 수천만 원을 잃어도 도박이 아니지만 수십만 원의 판돈이 걸린 ‘훌라’는 도박이 된다. 주식 담보대출, 선물거래, 주식 미수 단타 거래로 막대한 돈을 잃어도 이것은 시장경제의 윤활유에 불과하지만 내기 골프는 도박이 된다.


그럼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함은 상식이다. 대체 토토가 왜 필요할까? 경마장이 왜 필요할까? 경마장에 재미로 몇 번 간 경험이 있지만 그들의 “경마는 재미로 해주시고 마권은 10만 원 이하로만 구매해 주십시오”라는 말은 “밑지고 파는 것”이라는 옛 전자상가 아주머니의 말과 다를 바 없다. 


경마장이 그 큰 시설과 많은 조교사들, 말들을 운영해 나가려면 결국엔 경마를 ‘도박’으로 생각하고 거액을 잃어주는 사람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경마장은 커미션이 무려 20%가 넘는다. 그러면서도 고객님들은 돈을 조금만 써달라니 이런 인식론적 교사범이 어디 있을까. 경마장은 폐쇄되든가 아니면 정말 개인이 소액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스포츠 토토도 마찬가지. 이것이 정말 스포츠 진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까?


부르디외는 “계획된 문화자본은 서민들을 좀먹고 결국엔 그들을 갉아먹는다. 도박은 그 문화자본이 최악의 형태로 재현된 결과”라고 말했다. 가족들끼리 심심풀이로 화투를 치다가도 몇만 원을 잃는다 싶으면 의가 상할 수도 있는 게 바로 금전이요, 도박인데 그러한 도박을 필요 이상으로 국가가 권장하는 동시에 서민들의 수십만 원 놀이는 처벌될 수 있음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여태껏 도박중독자, 도박의 폐해에 대해 너무 ‘남일’로 생각해온 것 아닐까? 어느 연예인은 자신이 주식으로 10억 원 이상을 날렸음을 토크 소재로 사용하지만 어느 연예인은 수백만 원의 내기 골프로 퇴출 당했다. 사회가 제도에 의탁해 개인에게 사회 운영을 부과할 수 있더라도 그들을 룰렛에 돌려 재원을 뽑아낼 수는 없다. 이때 요구되는 것이 법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어선 곤란하다.


호텔 객실에서 수십만 원 판돈 벌인 이들,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호텔 관계자 역시 이를 알고도 방임했다면 처벌된다.

 

사족  명절 때 가족들끼리 설령 십수만 원 판돈을 걸고 화투를 쳐도 사실 처벌되지는 않는다. 첫째 신고할 사람이 없을 것이고, 둘째 신고하더라도 20만 원 이하는 실무상 훈방 처리를 하며, 셋째 가족들 간에 화투를 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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