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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수)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18]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검찰에 허위 진술하는 자, 처벌될까?

 

억울한 사람들
“변호사님,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의뢰인이 내 방에 들어와 주저앉았다. 가방을 내던지고 흐느껴 울었다. 쓰던 서면작업을 멈추고 옆에 가서 섰다. 그리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변호사는 듣는 직업이다.


그는 전직 국정원 출신 일용직 노동자였다. 국정원에서 언제까지 일했는지 묻자 국정원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노동판을 전전하지만 사실은 중동의 부호들과 중국 청유항아리를 거래한다고 했다. 중동 사람이 왜 한국 사람에게 중국 청자를 사느냐고 물으니 “변호사님도 삼채항아리(三彩)에 관심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듣기만 했다.


새롭게 공사 일을 시작했던 어느 날 그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탕과 소주 한 병을 시키고 몸을 데웠다. 그런데 20분쯤 지나자 포장마차 사장이 와서 영업이 끝났다고 알려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진작 말해주지 그랬냐는 것. 사장은 들어올 때부터 말했다고 맞섰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둘은 멱살을 잡으며 대치했다. 경찰이 충돌했고 공방은 일단락됐다. 사장이 며칠 뒤 발로 가격당해 팔에 금이 갔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국가 형벌권의 실행을 위해 검사는 그를 범죄자로 지목(기소)했고 그는 멱살만 잡았는데 왜 팔이 골절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대로 포장마차 사장은 의뢰인의 발차기에 팔을 맞았고 이후 충격을 받았다며 엄중한 처벌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사건은 단선적이나 어려웠다. 쟁점은 하나. ‘팔의 골절이 의뢰인의 발차기에 의해 발생했느냐’였다. 발목 위 상완 기준 미들킥으로 상대의 삼두를 겨냥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공판기일 밤, 사건기록을 몇 번이나 검토했는데 의사의 감정의견도, 목격자의 진술서도 모두 사실을 확정하기에는 부족했다. 포장마차 종업원의 “팔을 발로 차는 것을 본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이 그나마 증명력이 있었지만 문장의 ‘결’과 ‘맥락’이 수사보고 및 조서마다 달랐다.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던 이유다.


변호인은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으로, 검사는 죄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판사는 ‘증거’로 판단한다.


판사는 검사의 공소사실 및 제출 증거, 변호인의 의견서 및 제출 증거, 피고인의 진술을 종합해 사실을 ‘확정’하고 ‘판결’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누구일까. 사실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어느 누구도 ‘실체적 진실’은 모른다. 아는 사람은 단 둘이다. 바로 의뢰인과 사장이다.


적어도 의뢰인이 발로 차긴 했는지, 발 정강이 타점에 의해 포장마차 사장의 팔에 금이 가긴 했는지 당사자는 안다. 둘 중 어느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이 둘의 진술에 따라 검사(고소인)와 변호인(피고인) 중 어느 한 명도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말을 하게 된다. 판사도 이러한 심판대에 선다. 일선의 판사들이 복잡한 법리보다는 단순한 사실 관계 확정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무겁게 다가온다. 만약 거짓말을 하는 이의 손을 들어준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상대 당사자의 눈엔 피눈물이 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변호사로서 마음이 무겁다.

 

 

마지막 증거


형사재판에서는 법리보다 사실관계 확정이 더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활(死活)이 걸린다. 강간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성관계 사실 자체가 없다고 피의자가 반박한다면 서로에게 가벼운 공방일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10조
사실관계가 문제 된다는 말은 증거싸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판결은 ‘증거’로 한다. ‘증거’가 없으면 설령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즉 무죄를 받는 방법은 둘이다. 증거가 없거나, 있어도 범죄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거나. 모든 판사는 ‘증거’로만 판단하므로 법정에 모든 증거가 나와야 한다. 그렇게 증거물은 ‘제시’되고 서류는 ‘낭독·열람’되며 증인은 ‘신문’한다.


이른바 지난 2017년 발생된 ‘곰탕집 성추행 의혹’ 사건은 CCTV 화면 및 피해자의 진술로 강제추행 사실관계가 확정됐다. 말도 많았다. 명백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처벌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증거는 ‘물건’인 물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술’도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엉덩이를 쥐는 것을 봤거나, 보지 않았거나 둘 모두 결정적 증거가 된다. 범죄 혐의가 없으나 범죄 수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이러한 사람을 ‘참고인’이라 한다.


참고인의 진술은 이러한 사실관계 확정에 굉장히 중요하다. 변호사, 검사, 판사도 모르는 사실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고인의 진술에 전체 범죄수사의 기로(岐路)가 좌우되기도 한다. “저 아저씨가 치마 속에 손을 넣는 것을 봤어요.”라는 제3자의 진술이 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결합하면 피의자는 혐의망을 빠져나가기 매우 어렵다.


피의자도 당연히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열심히 할 텐데 왜 참고인의 진술이 수사의 기로를 좌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수사가 당사자의 입장과 처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무기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사실관계를 뒤틀어 경찰과 검사가 속아주기를 바란다. 이런 얕은 수를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알고 들어간다. 그래서 피의자가 진실을 말할 것이란 기대치가 없다.


그러나 참고인은 다르다. 참고인은 자신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이 아니므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최근 연예계를 뒤흔든 마약 스캔들은 어느 ‘참고인’의 진술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참고인의 진술은 피의자가 추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일방적으로 부인할 수도 없다. 참고인은 피의자보다 거짓을 말할 유인이 적으며 증거능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 방송뉴스에 목격자 인터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객관성이 담보돼서다.


그래서 문제가 남는다. 목격자에게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범죄현장에 있던 이들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측근인 경우도 많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직장동료, 고객이라면 아무래도 그들을 위해 말할 유인이 크다. 그래서 허위진술이 종종 나온다.


가령 친구가 여성의 치마 속에 손을 넣는 것을 명백히 봤음에도 “친구는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내 친구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검사에게 허위진술 했다면, 처벌할 수 있을까?

 

 

처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에서 허위진술한 참고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보니 참고인의 허위진술은 빈발하다. 미국은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 챕터를 두어 참고인의 허위진술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만 ‘법률 없이 범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는 위 행위에 대한 처벌을 막는다.


‘참고인의 허위진술죄’를 내용으로 하는 ‘사법방해죄’ 관련 도입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이 소속된 행정기관인 법무부는 2002년과 2010년 참고인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형법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려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반발하는 측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판사가 주도하는 법정에서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만으로 유죄의 심증을 형성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가 흔들릴 우려를 든다. 수사기관이 허위진술죄를 무기로 진술을 압박한다면  공판보다는 수사단계에서 결론이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우리 형법체계상 위증죄의 경우 ‘선서한 후’의 허위진술만 처벌하는데 재판 전 단계인 수사기관 앞에서 ‘선서하지 않은 채’하는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인은 사건에서 제3자로서 그나마 공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진술하기를 기대 받고 실제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고소인과 피의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실’을 참고인은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가해자가 단죄되고 피해자가 조금이나마 위로받게 된다.


미제 사건은 대개 범죄자는 모른 채 피해자만 남겨지지만, 참고인의 허위진술에 의해 왜곡결말을 맺은 사건은 범죄자를 졸지에 무고한 피해자로 둔갑시켜 실제 피해자에게 더 깊은 상처를 준다. 여기에 담보되는 공적 신뢰는 없다. 어떠한 법적 제재도 없으니까. 진술거부권이 헌법상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허위진술의 자유에 의탁해 형사사법을 왜곡하는 것도 ‘권리’이자 ‘표현의 자유’ 영역일까?


악의적 허위진술을 통해 수사절차를 방해할 자유는 인정돼야 할까? 건축법(113조) 및 공정거래법(69조의2)도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하는데, 검경에 허위진술을 해 처음부터 수사를 좌초시키는 허위진술을 자유권적 영역으로 보호할 경우 피해자의 기본권은 어떻게 실현돼야 할까?


이러한 의문은 형사사법권력을 국가에 위임한 주권자에 참고인 뿐 아니라 피해자 역시 있음을 간과하게 한다. 우리는 인권을 중요시하면서 정작 재판기록조차 열람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인권에는 충분히 귀기울이고 있을까.


물론 참고인의 허위진술 구성요건을 무제한적으로 확장할 수는 없다. 위증죄와의 형벌균형 문제도 있고, 전술한 진술거부권 및 공판중심주의를 흔들며 수사편의주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강력범죄’에 한해 처벌규정을 도입하는 논의 역시 입법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결론.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검사에게 허위진술, 죄가 되지 않는다.

 

 

사족 1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허위진술하면 위계(거짓 계책)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137조)가 성립하지는 않을까. 많은 이론(異論)이 있으나 법원은 참고인이 ‘피의자의 혐의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더라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해 밝혀내야 하고 선서를 한 증인이 허위증언을 한 경우에 성립되는 위증죄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사족 2 범인도피죄(151조)에 해당하지는 않을까.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이 범행한 것을 봤음에도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부정했다. 논거의 취지는 위 사족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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