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E는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간접적 백신
개인의 위생이 확보됐다면 그다음 단계는 미화원과 모두의 안전을 위해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개인 안전 보호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PPE의 올바른 사용은 작업자의 작업장에서 안전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예절이다. PPE는 우리에게 간접적인 백신과도 같은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PPE와 관련된 교육을 할 때에는 탈부착 방법 이틀을 설명한다. PPE는 정확한 방법으로 착용하는 것과 소독이 끝난 후 해제시키는 것이 숙지돼야 한다. 특히 많은 공간을 오가고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호텔 미화원의 경우에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오염물질이 닿았을지도 모르는 PPE는 한 공간에서 사용한 후에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한 번 사용한 것은 폐기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호텔은 특히 장갑의 경우 일회용 라텍스 장갑보다 우리 손에 익숙한 고무장갑을 여러 차례 반복해 사용하고 있어 PPE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한 마스크의 경우도 외부에서의 오염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작업자가 뱉어내는 공기의 호흡도 막아주기 때문에 내·외부 모두에 오염물이 존재한다. 따라서 마스크를 벗을 때에는 오염물질이 가장 없는 귀 뒤의 머리끈부터 제거해야 한다.
올바른 PPE 사용에 있어 고려돼야 할 사항은 먼저 착용 대상이다. 병원의 미화원인지 호텔의 미화원인지에 따라 선택될 수 있는 PPE가 다를 것이고, 무엇을 어떻게 착용할 것인지, 언제, 어디에서 착용할 것인지에 따라 용도에 적합한 PPE를 선택해야 한다. PPE 착용에 있어 ‘왜(Why)’라는 이유는 없다. PPE는 비단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또 다른 문제는 PPE 착용은 바이러스에 오염이 되지 않은 안전한 공간에서 착용과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자는 지정된 자리에서 작업자들이 PPE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고의 PPE는 온전한 사람의 피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PPE 착용의 첫 번째 순서도 손 씻기이고 마지막 순서도 손 씻기라는 점이다.
소독은 완벽한 세척 후 이뤄져야
세제로 표면의 이물질이나 기름때, 바이오필름(고체 표면에 미생물들이 달라붙어 본인들만의 군집체계를 이루는 것) 등을 제거하고 나면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소독이 진행된다. 만약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소독제를 사용하면 표면에 형성된 방어막이 소독제가 표면에 침투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소독의 효과가 없다. 환경소독은 청소·소독이 한 번에 가능한 환경소독제를 사용해 작업하는 방식과 1단계 세척작업 후 2단계 소독작업에 돌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현장에 맞게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소독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소독에 있어 중요한 점은 소독제의 콘택트 타임을 준수할 것, 걸레의 사용은 교차오염이 없도록 철저하게 분리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모든 소독제는 표면에 뿌린 후 소독이 완벽하게 이뤄지기까지 ‘콘택트 타임(Contact Time)’을 준수하게 돼 있다. 콘택트 타임은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1분에서 10분까지 다양하고,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콘택트 타임이 지나고 나서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해줘야 소독의 의미가 있다.”면서 이어 “여기에 분무 장비가 중요한데, 뿌리는 장비에 따라 분사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빈 공간 없이 분무가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미화원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은 바로 걸레질(와이프, Wipe)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에는 보다 안전하고 세균을 사멸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물에 적신 깨끗한 페이퍼타올, 어떠한 약품 없이 단지 물만 적신 페이퍼타올만으로도 표면에서 박테리아를 99.9% 제거(살균)할 수 있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닦는 모든 재료들이 청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걸레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GBAC의 가이드는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닦는 도구를 직진으로만 진행한다. 닦는 부분을 다시 동일한 표면으로 닦게 되면 세균이 옮겨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손걸레를 사용함에 있어 걸레를 둥그렇게 빙빙 돌리거나 좌우로 왕복하는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걸레질은 한 방향으로 겹치는 부분이 없게 닦아 쓸어 올리면서 이물질을 ‘Pick Up’ 한다는 느낌으로 이뤄져야 교차 감염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빙빙 돌리거나 좌우로 왕복하는 걸레질은 이물질을 상하좌우로 옮겨놓는 꼴일 뿐, 이물의 제거는 이뤄지지 않는다. 교차 감염을 예방하는데 걸레의 컬러코딩은 기본 중의 기본. 컬러코딩은 청결은 물론, 미화원의 작업 표준화와 함께 경영적 차원에서도 비용절감을 실현시킬 수 있으므로 아직 컬러코딩 기법을 도입하지 않은 호텔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컬러코딩을 시행해야 한다.
호텔에 확진 환자가 들어온다면?
그렇다면 만약 소독을 열심히 했음에도 호텔에 확진 환자가 들어왔다면 이후의 방역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이 지부장은 “미국의 경우 과학수사와 같이 병행하는 청결 서비스 팀이 따로 있다. 이를 ‘포렌식 크리닝(Forensic Cleaning)’이라고 하는데 살인사건 현장이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간 곳 등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포렌식 크리닝은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오염된 현장에 프로세스를 적용해 역학조사를 통해 최초의 오염원을 찾는다. 그리고 오염원이 지나다닌 경로에 따라 완벽하게 오염원을 제거,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해 놓는 작업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포렌식 크리닝은 오염원을 확인한 이후 사전소독, 생물학적 오염원 제거, 2차, 3차 소독이 치밀하게 이뤄지는 방역 작업으로 확진 환자가 있던 곳의 ATP를 ‘0’으로 만든다. 포렌식 크리닝은 소독 전문가 중 가장 최고 경지에 있는 사람들만 실시할 수 있는 기술이라, 아직까지 국내에는 규모로나 기술력으로나 포렌식 크리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는 부족한 상황이며,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ISSA Korea에서 유일하게 포렌식 크리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기본에서부터 시작하는 방역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호텔들의 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단한 제품과 설비들을 도입해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방역과 소독은 일상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아직까지 메이드 직무교육은 어메니티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보이는 부분들을 강조하는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번 기회를 들어 업계도 환경소독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할 때인 듯 보인다.
이 지부장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환경소독을 한다고 해서 기존 청소 방식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미화원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단적인 예로 문제가 많았던 호텔 화장실 청소의 경우, 지금까지 호텔 미화원들이 주로 사용했던 고무장갑은 한 달에 2장 정도 사용하고, 한 장당 가격이 4000원이다. 보통 일회용 라텍스 장갑이 더 비쌀 것으로 생각해 고무장갑을 선택하는데 라텍스 장갑은 100장짜리 1Box에 8000원이다. 어떤 것이 가격대비 효율성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면서 “호텔은 청결관리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널뛰는 업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결, 위생에 관련해서는 아웃소싱이라는 명목 아래 이러한 호텔만의 위생 점검 시스템을 강구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호텔은 과연 이런 시스템을 용역회사의 몫으로 떠넘기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류 매뉴얼은 화려하지만 과연 이 매뉴얼이 현장에 적용되는데 무리는 없는지, 어떤 상황, 공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파한다.
미화원의 동기부여가 핵심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면 호텔의 청결, 위생을 위해서는 미화원의 동기부여가 핵심이다. 한국건물위생과학센터 오 이사는 컨설팅을 실시한 병원 미화원들의 청소 패턴을 바꾸는데 3개월이나 소요됐다고 전한다. 미화원들은 그들이 해오던 습관이 있고, 패턴을 바꿔야 하는 데에 대한 충분한 당위성을 주지 못하면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그들의 행동은 언제고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았던 호텔이었지만 메이드들의 행동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어렵지 않은데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못한 것들은 작업자의 동기만 부여된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다. 따라서 호텔은 어떻게 하면 호텔의 중요한 상품인 미화원의 동기부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그만큼 미화 관리자는 어떤 지식을 가지고 호텔의 청결 상태에 몰입할 수 있을지 가이드를 정확히 세워야 한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와 코로나19는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72시간으로 심지어 사스는 코로나19보다 더 오래 생존하는 특징을 가졌지만, 치사율은 몇 배나 차이가 난다. 아직 전문가들도 그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변종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그나마 사멸이 쉬운 축에 속하는 바이러스라는 점이 앞으로 호텔의 위생 시스템이 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ISSA Korea 이경훈 지부장은 본지 기고(이경훈의 HOTEL INSPECTION)를 통해 이미 청소와 소독은 함께 이뤄져야 함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소개된 환경소독에 대한 모든 부분을 기고를 통해 다뤘다. 즉, 바이러스가 창궐한 때 이건 평소건 적어도 호텔이라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방역 방법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호텔을 비롯한 숙박산업에서는 청결업무에 있어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메이드는 힘을 들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음에도 효율은 없이 몸만 축내고 있었고, 관련 부서 역시 청결업무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방관했던 숙박시설의 기본적인 청결업무를 되돌아볼 때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호텔의 청결, 위생상태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청결 시스템의 재정립이 장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