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 커피시장은 매우 핫하다. 연일 많은 언론에서 커피시장에 대한 글과 기사를 쏟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 기사의 진정성이나 사실성은 고사하고라도 상당수의 기사들은 기사를 쓰는 척 하지만 사실은 대기업에서 하고 있는 커피 사업 분야 광고성 기사를 마치 커피 기사거리나 지식인양 교묘하게 썩어 쓰는 하나의 방편으로 그들에 관련한 기사들을 쓴다. 그리고 그 기사 중 상당수가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 기사들이다.
스페셜티커피란 용어가 너무 흔해져서 인스턴트를 제조하는 커피회사 조차도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고, 이를 넘어 서서 프리미엄이란 말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어 이미 스페셜티커피란 용어는 과소비 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스페셜티커피란 무엇인가?
현대에 있어 ‘맛있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맛있다고 느끼면 그것이 맛있는 것일까? 맛은 객관적인 것일까? 아님 주관적인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선 미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것 같다. 커피가 처음 인류에 등장한 것은 보통 6세기~8세기경으로 말해지지만 고고학적으로 최초의 재배지가 발견되고 마신 기록들이 나오는 것은 13세기경에 이르렀을 때이다. 그리고 커피가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은(이조차도 대중이라 할 수 없지만) 오스만투르크의 시대인 15세기가 되서야 시작되어진다. 이때는 조선의 시대 세종대왕의 시대이고, 유럽으로서는 르네상스의 정점에 있는 두 사람 로렌조 메디치(1449년~1492년)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년~1519년)의 시대가 열리는 시점이다.
오늘날 미식의 대국이라는 프랑스조차도 미식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시대이다. 오히려 미식이라는 개념에서는 이탈리아가 전 유럽에서 가장 앞서 있던 시대였다. 일찍이 베네치아에서는 이미 포크와 나이프, 디저트가 발달한 시대에 접어들었고 프랑스로 시집간 카트린드 메디치(1519년~1589년)가 데려간 요리사와 많은 시종들이 프랑스의 많은 식문화를 바꾸어 놓으면서 미식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나 더 흘러서야 커피라는 이슬람의 음료가 유럽에 소개되니 이때가 17세기 중반이다. 베니스에 최초의 커피숍이 생긴 것이 1645년, 프랑스 파리는 1686년, 영국의 런던이 1650년이니 일반인이 커피라는 대중성 있는 음료를 실질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도 100년이 훌쩍 지난 180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러니 커피 문화는 실질적으로 유럽에서 출발을 하였지만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잡은 지는 200년 남짓한 음료인 것이다. 보통 인류에게 보편적인 음료로는 커피와 와인, 그리고 차를 꼽을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커피가 가장 오래된 인류의 음료 문화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짧은 시간에가장 사랑받는 음료로 등극한 것이 커피이다.
커피가 와인하고 극명하게 다른 것이 있는데, 와인은 생산자가 주된 소비자로 발전하여 왔으며, 역사 또한 커피와 비교도 안될 만큼 오랜기간(약 10000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로마가 전 유럽을 로마화하면서 와인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만 따져도 2000년이 넘는 역사이다. 생산자가 소비자인 것은 매우 중요한데 재배에 따른 맛의 관리가 가능하고, 소비자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고급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왕이나 귀족들이 마시는 와인과 일반인과 노예들이 마시는 와인들은 품질이 다르게 관리된다는 뜻이고 이를 통해 가격과 품질이 동시에 관리되는 디테일이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는 와인의 체계가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인 로마네 꽁띠 한 병의 가격은 1000만 원(물론 빈티지에 따라 다르겠지만)을 넘어서고, 이 보다 훌륭하진 않지만 마실 만한 프랑스의 AOC 등급 와인 한 병은 3유로 정도면 프랑스의 어느 슈퍼에서나 살 수 있다. 이 가격은 한국에서의 커피 한잔의 가격과 같은 가격이다.
이에 비해 커피는 인류가 대중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년 정도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50년~60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기간이다. 특이할만한 일은 커피는 생산자가 거의 마시지 않는 음료이다. 물론 이디오피아나 베트남, 브라질 등 일부 생산국에서는 음료화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마시지 않으니 품질이 무엇인지 알 리가 없는 것이다.
생산국에 비해 소비국은 어떠한가? 소비의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등도 품질에 대한 디테일이 형성하기 시작한것은 불과 10년~20년의 일이다. 물론 아주 평범한 범위 내에서 품질에 대한 것들이 정리되어 있긴 했지만 스페셜티라고 정해지는 기준과 그에 대한 디테일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정도에 불과 한 일이며, 아직도 여전히 커피에 대한 정보의 오류가 넘쳐나는 시장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시장은 매우 특이한 시장인데, 1999년 스타벅스의 국내 상륙으로 커피 업계가 눈을 뜨기 시작해 단시간 내에 수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골목길마다 생기는 스몰 로스터리 숍으로 국내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로 보이지만 여전히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점유율이 80% 대를 가져가고 있는 유일한 시장이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면 아주 심플하게 설명한다면 결국은 맛있는 커피이다. 일반적으로 미식, 즉 ‘맛있다’라는 것은 먹는 것이 풍부해지고 넘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 특별 한 것을 찾기 시작해 결국 남들보다 더 나은 것, 더 맛있는 것을 찾기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유럽에서도 대중들이 미식이라는 개념이 생겨 난것은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신흥 부르주아 계급들이 자본과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남들과 다른 것, 더 맛있는 것을 찾으면서 새로운 미식의 개념과 시장이 형성되어 온 것처럼, 커피시장도 결국 양이 넘쳐나고 정보가 넘쳐나면서 남들과 다른 커피, 더 맛있는 커피를 찾으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다른 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맛있다’라는 영역은 일반적으로 경험치가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처럼 인스턴트 커피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일반 대중들이 맛있는 커피를 전혀 마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이해의 시기(업계에선 인고의 세월이다.)가 필요하고 때론 이 이해의 시기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스페셜티커피를 취급하는 많은 매장들이 갖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많은 고객들이 ‘커피가 무슨 이런 맛인가’하고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부터 화를 내고 가고 고객까지 다양한 불만을 가진 고객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반 고객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어렵다. 대다수의 고객은 본인들이 오랫동안 익숙한 맛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대하고, 약간의 지식으로 얻어진 이론으로 업무 일선에 있는 바리스타를 대하기 때문에 맛에 대한 많은 마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우리들은 아직도 커피를 교육사업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이제 막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의 사회적인 관심 덕분에 서서히 진정한 스페셜한 커피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에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10월 게재>
(사)스페셜티커피협회 김용덕 회장
김용덕 회장은 강원도 강릉이 커피 도시로 변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테라로사 커피의 대표로 (사)스페셜티커피협회 활동과 함께 국내에 올바른 커피 문화 전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