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뼛속까지 시린 공기가 폐부로 들어옵니다. 실제로는 영상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체감은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프스의 공기를 연상시킵니다.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온도지만, 이토록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공기가 매우 습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1월 평균 습도가 59.8%에 비하면, 밀라노는 86%까지 올라갑니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숫자가 절대적인 가치를 담지 못하는 상황으로, 오래 거주한 교민들은 ‘뼛속까지 시린 추위’란 표현을 종종 씁니다. 우주의 질서 안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추위는 왠지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Scene 1 # 추운 날씨 가운데 밀라노에서는 L’artigiano in Fiera 행사가 RHO에서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각 나라들이 참석해 나라별 특징을 간직한 특산물과 공산품, 음식 등을 선보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해갔습니다. 이름 자체가 장인을 의미하는 아르띠지아노(Artigiano)인데요. 사전적 의미로는 기술자를 가리키는 단어로 또한 예술가를 일컫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경지에 이른 숙련된
지난 6월호에 밀라노 전시 리뷰를 통해 전반적인 전시 평가 및 호텔에 적합한 가구 및 인테리어 콘셉트의 필수인 1인체어, 카페트, 욕실의 이미지 역할을 하는 세면도기, 수전, 바닥자재, 오브제, Sculpture에 대해 소개한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호텔인테리어 요소 중 품목의 재료를 디자인 주제로 삼은 아이템,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이미 보편화됐지만 컬러를 주제로 삼은 인테리어, 최근 부티크 공간에 많이 사용되는 보타닉(Botanic) 콘셉트, 고전에서 트렌드로 재해석되는 클래식(Classico)을 소개한다. 컬러가 주제인 인테리어 모노톤 공간의 일상에서 컬러를 액센트로 활용하거나 톤온톤(Tone on tone) 정도의 자연스러운 컬러 콘셉트. 같은 계열색감의 채도 차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과감한 비비드(Vivid)의 보색 대비 상충 효과를 통해 공간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는 극대효과, 한가지 색상으로 채도의 차이를 이용한 단색 채도대비의 콘셉트로 자뭇 한가지 색상으로 이뤄진 공간의 느낌이 쇼킹할 수도 있지만 공간 비율 안배를 적절히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재료(Material)가 주제인 아이템 품목 고전적이
겨우내 준비된 새싹을 틔우기 위해 바쁜 자연의 움직임처럼 4월 초 전 세계 가구산업 관계자들은 밀라노 Salone Del Mobile을 향한 발걸음으로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업무의 연속인 출장 준비와 그에 따른 적지 않은 비용에도 밀라노 Salone Del Mobile 참관이 설레는 건 전시기간 중 확연히 기발한 제품 전시 부스의 구성 디자인과 월등히 차별화되는 제품 자체 디자인 때문. 이 차별화란 어떤 발상에서 탄생되는 혁신이나 기술 개발에 의한 것일 뿐 아니라 예로부터 우리가 앉고, 눕고, 열고, 닫고, 봐오던 가구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자인, 그리고 좀 더 실용적인 구조나 재질로 진화된 것이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구생활양식이 기본이 된 지구촌에 유럽 제품이 선두의 자리에서 디자인 및 제품력으로 가구산업을 이끄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밀라노 Salone Del Mobile 리포트는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 브랜드, 트렌드를 주제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 모델과 브랜드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호텔앤레스토랑의 독자인 호텔 관계자들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시장의 발상지인 유럽 제품 트렌드를 지면으로 접함으로써 직
Prologue# 동이 트지도 않았는데 아침이 밝아왔다는 사실로 본능적으로 침대 시트를 한 번 더 붙잡아 보려는데.. 의지 사이, 귓가를 맴도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아침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리지 않는 ‘알람 소리’. 흐르는 정적이 안겨주는 불안함은 무엇일까요. 일조량이 길어진 탓인지 새들은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에는 새들이 제법 많은데,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새벽부터 노래를 부르는 탓에 이 순간만큼 저는 ‘아침형 인간’의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찾는다.’는 속담이 오늘따라 심술궂게 느껴지는, ‘썸머타임’ 존재의 이유를 몸소 체험하는 하루입니다. Scene 1# 5월 1일 밀라노의 노동절은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몇 블록을 걸어가야만 하는데, 이마저도 중국 상인이 운영하는 바에 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음식도 주로 터키인,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케밥집이나 차이나타운의 식당들에 가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중국인들은 매우 부지런하며, 전략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어서 그들의 세는 점점 불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prologue#반가운 손님이 한국에서 찾아왔습니다. 유럽에는 이전에도 몇 번의 방문이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처음인 새내기 방문객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특히나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야외테라스에 앉아있는 오렌지 빛깔의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강철의지에 더욱 놀란 모양새입니다. “현지인들은 실내보다는 야외를 사랑하고 그것을 즐겨. 핫한 지역일수록 골목길에 와인 잔을 들고 서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라며 설명을 하고 있는 제 자신도 테라스의 풍경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Scene 1#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빈치의 흔적이 남겨있는 스포르체스코 성을 거닐고 있습니다. 1482~1499년 사이에 밀라노에서 살았던 그의 생애 가운데 1495년에서 1497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 최후의 만찬. 매우 낯익은 주제를 전무후무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르네상스의 전성기는 이 작품의 장대한 구도와 함께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다빈치 이전의 작가들도 같은 주제를 그려냈지만 레오나르도의 그것은 전혀 다른 형태의 시도였다고 합니다. 가롯유다까지 열두 제자의 무리 속에 포함시켜서 그 열두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