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일부터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로 호텔이 임시생활시설 운영을 시작한 지도 어언 10개월째다. 처음 시설 전환을 고려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랜 기간 운영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어느덧 임시생활시설 운영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거소지가 불분명하거나 자가격리가 불가피한 이들에게 호텔은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안식처가 됐다. 임시생활시설 커뮤니티도 생겼다. 그러나 지난 기간 동안 시설 운영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2차, 3차 대유행의 파고를 겪으며 밀접접촉자의 시설격리가 급증했고, 필요성은 커지는데 일부 업체들의 부적절한 시설 운영과 사실과 달리 전해지는 과장된 정보,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임시생활시설이 혐오시설 취급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호텔 임시생활시설은 또 다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대응 매뉴얼의 새로운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임시생활시설은 처음이었던 호텔의 그간의 이야기는 어땠을까?
그칠 줄 모르는 확산세로
수용력 넓어진 임시생활시설
코로나19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모든 해외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당시 감염병 확산의 안정세에 도입한 국내와 달리 뒤늦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코로나19에 불안함을 느낀 해외 교민들이 귀국 발걸음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국 검역단계에서 모든 감염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잠복기를 거쳐 발병할 가능성도 큰 바이러스라 중대본은 코로나19의 잠복기인 14일을 격리기간으로 지정했다.
입국자들은 거소지가 있는 경우 해당 거소지에서 자가격리하고, 거소지가 없는 이들은 정부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에서 시설격리를 진행했다. 그리고 임시생활시설로는 인재개발원, 연수원 등의 공공시설을 주로 지정해 이용했는데, 시설격리 대상자에 비해 객실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격리공간으로 제격이었던 호텔은 임시생활시설로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설을 운영하던 중 어느 정도의 해외 교민들이 한국에 돌아오자 2주 격리의 허들, 그리고 정부의 입국절차 및 방역 강화 조치로 해외입국자수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게다가 시설격리 조치를 받던 단기체류 외국인 중 국내 가족이 있고 자가격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자가격리 전환을 허용하면서 일부 지역의 임시생활시설들은 입소자수가 줄어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8월과 11월, 코로나19가 2차, 3차로 대유행하며 국내 확진자수가 급증, 격리가 필요한 밀접접촉자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낙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자가격리가 원칙이나 집에서 격리가 불가능한 밀접접촉자들이 생기면서 시설입소를 희망하는 이들이 생겼다. 여기에 고시원, 양로원, 노숙자, 구치소 출소자 등 거소지가 마땅치 않은 밀접접촉자도 늘어나며 임시생활시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지난해 8월, 서울시에서 임시생활시설 확충을 위해 호텔에 공고를 내렸는데 당시 1개의 시설 지정에 100여 개의 호텔이 지원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임시생활시설은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두 개 부처에서 운영 중이다. 질병안전본부는 해외입국자 중 3개월 이내에 국내에서 출국하는 단기비자 외국인을, 보건복지부는 이외 해외입국자와 국내 밀접접촉자 중 거소지가 없는 이들의 임시생활시설을 관리한다. 현재 확진자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스카이파크호텔 동대문, 더리센츠호텔, 스카이파크호텔 명동2호점,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명동 등에서 약 1000개 객실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스카이파크호텔 교육관리부 최찬 차장(이하 최 차장)은 “시설 지정 초기에는 중구청 소속이었기 때문에 중구민 대상 시설로 운영하다 5월 중순부터 서울시청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25개 구민들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입국자뿐만 아니라 밀접접촉자의 시설격리도 담당하게 돼 객실이 부족하게 됐다. 이에 센트럴점, 명동 2호점, 동대문 1호점에 더리센츠호텔까지 운영을 맡고, 총 720개 객실을 시설격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시설격리 요건에도 입소 문의 많아
시설격리가 필요한 이들은 각 시에서 입소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용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고 운영에 재정상의 문제도 있어 입소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서울시 임시생활시설은 △주거형태상 격리가 불가능한 경우 △홀로 생활하면서 활동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가족 중 면역력이 약한 건강 취약자가 있어 전염 위험이 큰 경우 △가족 중 면역력이 약한 건강 취약자가 있어 전염 위험이 큰 경우(동거인 중 만 12세 이하 어린이 또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 기저질환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함) 중 한 가지 이상 요건이 충족돼야 입소 신청이 가능하다. 절차는 먼저 입소 희망자의 거주지 관할 지역 보건소에서 1차적으로 입소신청서를 작성, 입소 허가를 받은 뒤 서울시로 입소신청서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시에서 최종적으로 입소 승인을 내리면 시설 예약이 이뤄진다. 이때 시설은 입소자의 선택이 아닌 랜덤으로 배정된다.
시설비용은 해외입국자의 경우 ‘지자체 지정 입국자 임시생활(검사)시설 관리·운영 지침’에 따라 140만 원(1박 요금 10만 원)을 자비로 부담(선불, 전액 납부)해야 하며, 밀접접촉자는 해당 비용을 시에서 대신 지불하고 있다. 입소기간동안 입소자들의 외부 출입 및 면회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스카이파크호텔 최 차장은 “해외입국자의 경우 처음에는 비용 때문에 입소에 부담을 느끼다가도 아무래도 자가격리를 하다보면 가족들까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시설격리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 임시생활시설에는 격리규정 교육으로 전문화된 프런트 직원이 매일 건강체크를 진행하고, 건강관련 위급상황을 대비해 간호사와 서울시 직원이 상황실에 상주해 있다. 또, 퇴소 전까지 코로나 검사도 2회 받도록 돼 있어 자가격리보다 체계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서도 입소 문의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입소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신청을 하더라도 전부 시설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무래도 국가시설이다 보니 입소 절차가 복잡해 호텔에서 서류 대리 작성 및 입소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기준에 부합하진 않지만 시설격리가 필요한 이들이 많다. 이에 호텔에 문의 들어온 사항들을 정리해 부득이한 부분에 대해서는 예외로 시설격리를 허용해 달라 서울시에 어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해외입국자 중에 집에 노인이 있거나 아이들이 있는데 기준상 12세 미만, 65세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격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입국을 해야 하는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자가격리에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이를 받아주지 않는 시의 시설격리 기준에 일부 해외입국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확한 근거 없이 예외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수용 시설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작 시설격리가 필요한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계속된 자가격리자들의 무단이탈, 모니터링 불응 등 돌발행동 등으로 관리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초기보다는 시설 입소 기준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자가격리 수칙 위반으로 방역 사각지대 노출돼
그런데 복잡한 입소 규정, 넉넉하지 않은 시설로 객실을 임의로 배정받아야 한다는 점,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곳 중 하루 10만 원의 비용 대비 낙후한 시설도 있고, 정부에서 정해놓은 엄격한 규제로 시설격리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그 대안으로 에어비앤비의 공유숙박이나 단기 임대 숙소를 찾으면서 격리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자가격리자가 누적 82만 명에 돌파했다. 그리고 자가격리자들이 늘어나며 시설격리의 임시생활시설을 대체하는 ‘자가격리 전용숙소’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설격리는 국가에서 지정한 임시생활시설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자가격리의 경우 ‘거소지(일정 기간 거주하는 장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공유숙박이나 단기 임대 숙소에서 머물러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구청 코로나19 대책반 담당자는 “자가격리의 경우 단독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기만 하면 호텔, 모텔, 여관과 같이 다인이용시설, 즉 공중위생개별법상 격리 불가인 곳을 제외하면 숙박업소에서 격리가 가능하다. 다만 화장실이나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같은 곳들은 규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요를 예견이라도 했는지 원룸을 매입해 자가격리 전용숙소를 제공하는 발 빠른(?) 사업자들도 생겼다. 인천공항 인근에서 안심숙소라는 이름으로 자가격리숙소를 제공하고 있는 한 업체는 다인이용 숙박업소의 불법 자가격리가 문제시되자 숙박업 형태가 아닌 부동산 임대차 계약으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월세계약은 소유주 마음대로 기간을 정할 수 있어 14일 반 월세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전국에서 자가격리가 가능한 숙소를 중개하는 포털 사이트도 오픈했다. 해당 포털에 등록된 숙소는 기존 임시생활시설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숙소부터 14박에 약 400만 원에 호가하는 숙소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문제는 자가격리자들이 격리 시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을 어기거나 외출, 음주를 해도 이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가격리숙소가 방역 사각지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YTN의 보도에 따르면 해외입국 자가격리자들이 머무르는 객실 29개 규모의 숙소가 출입문 통제부터 안 돼 있는 것은 물론, 옥상이 흡연이 가능한 공용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마트를 다녀오거나 술을 마시고 와도 눈 감아 주는 곳들이 있었다고.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들을 보건소 직원들이 개별 관리하며 위치정보를 파악하곤 있지만 한 명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대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모든 케이스들을 다 찾아다니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되면 단속을 나가고, 특히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곳들은 외국인 해외입국자들이 자가격리를 하면서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발견하면 즉시 빠르게 다른 숙소를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임시생활시설을 설치한 본래 목적은 해외입국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접촉을 최소화해 두 집단을 모두 보호하는 것이었다. 보호에는 무릇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자가격리에 비해 엄격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민들과 이들을 대상으로 책임 없이 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일부 숙박업소들로 방역의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파크호텔 최 차장은 “임시생활시설은 한 차례 방역 정책이 바뀌면서 객실 당 의료폐기물통도 따로 구비해야 하고, 시에서 지정한 방역업체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전 건물 방역을 진행해야 한다. 한 통에 2만 원씩 달하는 의료폐기물통을 700객실에 비치하고 방역 비용까지 합치면 호텔에서 한 달에 8000만 원씩 시설 운영비가 투입된다.”고 이야기하며 “물론 관광업계가 다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숙박업소들이 장기임대를 통한 돌파구를 찾고, 그 과정에서 격리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시장 논리상 당연하고도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격리에 대해서는 보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철저한 방역수칙이나 폐기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일부 숙소들로 인해 엄연히 다른 영역인 임시생활시설까지 엉망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현재 스카이파크호텔은 해외입국자 격리규정이 시행된 4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이탈자와 격리규정 위반자 없이 운영 중이며, 호텔에는 24시간 상주 직원들이 입소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1일 1회 건강체크 △자가격리 어플관리 △객실 도어 자동 개폐 알림 시스템 △일 6회 경비직원 순찰 등으로 관리해 안전한 격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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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생활시설은 처음이라, 그 후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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