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난항 지속 전망
홍콩은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월 범죄자 인도법(송환법) 추진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홍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에 따르면 새해인 1월 1일에도 빅토리아 공원 잔디밭에 모인 6000여 명의 시위대는 검은 옷을 입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구호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범죄자 인도법 추진반대 시위 외에도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한 폐렴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호텔업계의 난항이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것과 더불어 홍콩에서의 비행편을 취소하는 상황이 이르러 홍콩 서비스 업계 장기간의 난항이 예상된다. 호텔 객단가 또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 3, 4성급의 로컬 도심 밖 호텔의 경우 3~4만 원 대에도 투숙이 가능한 호텔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현재 호텔업계의 상황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보다 악화되고 있으며, 관광객이 지난 2019년 11월 대비 56% 감소했다. 중국 본토인의 여행이 제한되면서 홍콩은 모든 서비스 업 및 리테일 업계까지 타격을 입었다. 홍콩의 최대 규모 호텔 부동산 회사인 Sun Hung Kai Properties의 경우 시위가 시작된 후, 로컬 마켓을 타깃으로 한 패키지 및 식음료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포시즌 홍콩 호텔의 경우 와인 테이스팅, 포토그래피 수업, 드로잉 수업들을 패키지로 홍보하며 성공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패키지 상품 또한 예약취소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30% 이상의 레스토랑이 1, 2분기 내 폐업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상이며 호텔업에 종사하고 있는 10명 중 4명은 직장을 잃게 될 확률이 높으며 호텔과 더불어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의 경우 경영악화로 인한 전 직원 2만 7000명에게 3주간의 무급 휴가(3~6월 사이) 사용을 의무화했다.
6월까지 휴가 소진해야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1주 미만의 무급 휴가 또는 연차 조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첫 해인 2018년은 호텔업 호황으로 호텔근무자 600명이 소진하지 못한 연차가 1000일을 넘었었는데, 이번 해의 경우 모든 부서가 6월까지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추세다. 홍콩 동료들은 보면 2003년 사스 여파를 겪었던 직원들은 혹시나 그때처럼 해고를 당하지 않을까 심어 회사에서 내려오는 방침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따르는 분위기다. 특히 설 명절 당시 중국이나 중국 이외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역을 방문한 직원들에 한 해 운영부서의 경우 7~14일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는 방침(연차 5~10개 손실)에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 는 점이 안쓰럽기만 하다.
홍콩의 라이씨 문화
홍콩 시위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태가 없었다면 홍콩의 1월은 춘절(우리의 설)을 맞이하해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은 여행의 계절이었을 것이다. 한국 설날에 세뱃돈이 있다면 홍콩 설날에는 라이씨가 있다. 한국에 비하면 홍콩에서는 설날에 세뱃돈을 받는 게 쉬운데 어린이, 미혼의 동료, 부하 직원들에게 주는 것이 관례다. 세배를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으면서 ‘꽁 헤이 팟 쵸이’ (부자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은 상사에게 라이씨를 받을 수 있다. 라이씨를 요구할 경우, 주지 않으면 불운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에 춘절 1일에서 5일까지는 최대한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거나 직원들을 피하기 위해 뒤쪽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임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회사에서는 기혼자가 미혼자에서 나눠주는데 같은 직급이거나 하급자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결혼유무에 따라서 준다. 즉 직급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결혼유무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필자의 경우 보통 20명 미만 부서원의 라이씨를 준비하는데, 첫 해 부터 함께 고생했던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에게는 홍콩달러 500불, 중간에 채용한 직원들에게는 300불, 신입사원에게는 100불을 주고 있다. 아직 미혼이라 춘철 후 첫 브리핑 미팅에 참석하면 기혼자인 모든 부서장님들께도 세뱃돈을 두둑이 받고 있어서 결혼 전까지는 계속 홍콩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다!
풍수 전문가의 조언
한편 중국/홍콩 기업들은 설 명절 전으로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풍수 전문가는 오너 일가에 30년 이상 조언해오면서 때로는 호텔 임원진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기업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풍수지리학적 지식을 활용하는데, 필자 호텔의 경우 춘절 전 풍수 전문가가 호텔을 방문해 호텔을 전반적으로 둘러 본 후 임원진과 각 각 45분씩 상담을 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Revenue라는 특성상 원활한 수익관리를 위해 2020년에는 네 발 달린 동물 조형물이 있으면 좋다는 풍수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현재 사무실 곳곳에 개와 소 조형물 등을 비치, 작은 동물원을 연상시킬 정도다. 또한 호텔 로비의 경우 물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해 24시간 만에 로비에 8마리의 잉어가 1년간 살 수 있는 작은 수족관이 지어졌으며, 사장실은 한쪽 벽을 헐어 동쪽으로 새로운 통로를 마련하기도 했다.
홍콩은 한국에 비해 업무 진행 속도가 늦은 편인데, 풍수 전문가의 조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점이 흥미롭다. 하나의 의식으로만 여겨지던 풍수 상담이 홍콩 시위 사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맞이하면서 좀 더 진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담으로 필자 호텔의 풍수 전문가는 작년 방문 시 홍콩은 2019년 6월부터 침체기라고 예언했었는데 공교롭게도 홍콩 시위가 6월부터 시작됐다. 이번 해 필자가 풍수 전문가에게 질문한 호텔업계의 성장 동력이 강한 나라로 듣게 된 답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라고 하니 미래에는 동남아 호텔리어들의 활약을 더 기대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황나나
인터컨티넨털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 레베뉴 매니지먼트 디렉터
nana.hwang@icgrandstanfo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