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년 연속 미쉐린 3스타에 선정된 한식당 ‘가온’이 지난 9월 뉴욕 ‘퍼세(Per Se)’에서 세계적인 스타 셰프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와 함께 갈라디너를 선보였다. 뉴욕에서 예약하기 힘든 레스토랑 중 하나인 퍼세는 나파밸리의 프렌치 런드리와 함께 아메리칸 프렌치 요리의 거장 토마스 켈러가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갈라디너는 토마스 켈러와 협업하는 아시아 최초의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프렌치와 한식이 만나 세대와 장르, 공간을 허문 가온X퍼세의 컬래버레이션 갈라디너는 참석한 90명의 미식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셰프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뉴욕 ‘퍼세(Per Se)’와 나파밸리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 8개의 식당과 4개의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프렌치 런드리’는 최근 부엌 개보수에 총 1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통 프렌치와 정통 한식의 만남
“왜 셰프 토마스 켈러가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까요. 진정성을 담아 프렌치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것, 그가 셰프로서 걸어온 과정의 흐름을 이해하는 작업이었어요.”
가온을 이끌어 퍼세와의 성공적인 갈라디너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김병진 셰프는 갈라디너를 마친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지난 9월 12일 한식당 가온이 뉴욕에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퍼세와 컬래버레이션 갈라디너를 진행했다. ‘잇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갈라디너는 프렌치 런드리, 퍼세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거장 토마스 켈러의 퍼세팀과 가온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번 컬래버레이션이 토마스 켈러 셰프의 제안으로 성사된 아시아 최초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뉴욕의 퍼세에서 경력을 쌓은 가온 조희경 대표는 가온을 운영하면서 레스토랑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때 토마스 켈러 셰프와 소통의 창구를 열만큼 인연이 깊다. 갈라디너에 앞서 토마스 켈러 셰프는 가온을 “세대를 이어 정통성을 물려주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는 데에서 프렌치 런드리와 비슷한 곳”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특별히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번 컬래버레이션 갈라디너의 호평에 힘입어 내년 4월에는 퍼세에 이어 프렌치 런드리와의 갈라디너도 진행할 예정이다.
메도우드 행사의 인연으로 성사된 컬래버레이션 갈라디너
가온의 김병진 셰프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스타 셰프가 참여하는 자선행사인 *메도우드 크리스마스 행사에 한국인 셰프 최초로 초청을 받은 바 있다. 김 셰프는 이 자리에서 토마스 켈러 셰프를 만나 컬래버레이션 갈라디너의 제안을 받았다. 이후 올해 뉴욕의 퍼세에서 열린 갈라디너는 ‘잇다(承)’라는 주제로 양쪽의 영감을 한식과 프렌치로 각각 디시에 담아 표현했다. 김병진 셰프는 잇다라는 의미가 한편으로는 요리에 대한 중압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갈라디너 메뉴에 등장한 장아찌가 아주 사소한 재료로 시작해 요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메인이 아니더라도 요리의 흐름을 잇는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셰프는 평소에도 퍼세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왔다. “토마스 캘러 셰프는 유명세에도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신뢰를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분의 사업철학이 귀감이 됐다.”고 강조하는 한편 “요리에 있어서도 내가 얼마나 원하는가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진다. 이런 모든 마음을 담아 ‘잇다’를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 메도우드 행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5성급 호텔 메도우드에서 주최하는 자선행사로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매년 12월 성탄절 전에 세계적인 스타 셰프 12인을 초대해 12일간 성탄 만찬을 선보이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만찬 티켓 판매 수익의 10%에 2000달러를 더해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전통을 잇다, 전통메뉴를 현대적으로 표현
이번 갈라디너의 또 하나의 핵심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전통의 계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메뉴의 선정에서도 전통 메뉴를 기반으로 심플하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성게알쌈, 육회, 편채, 사슬적, 장아찌 등을 모던하게 표현했다. 동양적인 메뉴인 편육은 편채로 모양을 바꾸고, 조화로움의 상징인 사슬적을 차콜 화로에 일일이 구워서 메뉴에 올렸으며, 한국인의 시그니처인 쌀밥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쌀두유빙과 등이 선보여졌다.
특히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각의 메뉴마다 가온팀과 퍼세팀이 합세해 일사분란하게 90인분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완벽한 조화와 팀워크를 이뤘다. 김 셰프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서로의 메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지고 장단점을 보고 배워나가는 기회가 됐다. 그들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며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온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이것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 발전하는 컬래버레이션의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