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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화)

[김준철의 Wine Story] 봄의 유혹, 로제(Rosé)

봄날, 천사의 키스를 닮은 와인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가벼이 떠가고, 가뜬한 남풍이 무엇을 찾아 내일 듯이, 강 건너 푸른 언덕을 더듬어 갑니다.”라는 시의 주인공이 되어 저 들로 나가고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계절이 봄이다. 이럴 때 예쁜 바구니에 와인 한병에 빵과 치즈를 넣고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를 꽂으면 영화에서나 보던 꿈같은 그림이 된다. 이 때 꼭 있어야 할 와인이 로제(Rosé)라는 핑크빛 와인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진 느긋한 봄날 휴일에 먼 곳에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풍경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때, 매혹적인 빛깔과 싱그러운 향을 가진 로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딸기와 체리 그리고 봄날의 천사의 키스를 곁들인 와인이 바로 이 와인이다.


작업용 와인
와인 수업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에게 “로제의 용도는?”하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 하나가 “데이트” 간단하게 대답했다. 교수는 박수를 치면서 정답이라고 외쳤다. 로제는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상태로 매혹적인 색깔이 매력의 포인트이며, 신선한 맛과 분위기 있는 색깔로 식사 중 어느 때나 마실 수 있다지만, 보통은 야외 파티나 남녀 간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많이 사용되는 가장 로맨틱한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트랩 대령이 빈에서 백작부인을 데리고 와서 테라스에서 마시는 와인도 바로 이 로제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작업용 와인’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올 듯 말듯 슬며시 다가와서 더위를 느낄 무렵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아쉽고 짧은 봄 어느 날, 화사한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마시기 가장 좋은 와인이 로제다. 로제는 글라스에 따르면 누구나 그 색깔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이 두 사람의 입김이 가장 어울리는 요리가 될 것이다. 좋은 와인과 좋은 요리를 함께한다면 그 이상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이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며, 와인을 배우는 목적이기도 하다.

<2014년 5월 게재>



가장 무난한 선택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외에서 와인 파티를 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 약속시간이 되기 전에 오는 순서대로 여러 명이 와인을 즐길 경우도 가벼운 로제가 좋다. 꽃 향이 그윽한 로제에 간단한 카나페를 준비하면, 이 와인 하나로 그날의 화제가 될 수 있다. 시원한 얼음물에 넣어 두고, 귀엽고 작은 글라스를 사용하면 야외 파티의 우아한 분위기가 한결 빛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고민 중에 있다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로제다. 모든 용도에 맞는 와인으로 어색하지 않은 것이 이런 핑크빛 테이블 와인으로 ‘로제’나 ‘블러쉬 와(Blush wine)’이라고 부른다. 로제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언제, 어느 곳이든 부담 없이 사용될 수 있다. 차게 해서 따서 글라스에 부으면 된다.


로제(Rosé)란?
로제(Rosé)는 불어로 분홍색이란 뜻이지만, 분홍색 와인이란 뜻도 된다. 로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어서 만들면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만들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단, 분홍색 샴페인의 경우는 섞어도 된다. 이 로제는 붉은 포도로 레드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껍질과 함께 발효시키다가, 색소가 덜 우러나왔을 때 껍질을 제거하여 옅은 색깔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껍질이나 씨에서 맛이 덜 우러나와 맛이 강하지 않으며, 숙성도 오래 하지 않고, 대개는 달콤하게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와인이 나오는 곳이면 어디든지 로제를 만든다. 대개는 로제를 따로 만들지 않고, 레드와인을 만들면서 색깔이 약할 때 일부만 빼서 만들거나, 색깔이 애매한 포도를 이용하여 만든다. 그래서 로제는 맛이나 향보다는 아름다운 색깔이 생명이라서 핑크빛이어야 하며 오렌지나 보랏빛을 띠어서는 안된다. 즉,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잘 나타나야 한다. 또, 포도 자체의 향이 살아있어야 하며, 산도도 적절해야 한다. 알코올 농도도 11~12% 정도로 약간 낮은 편이 더 좋다.


로제가 유명한 곳
로제는 여러 나라 여러 지방에서 만들지만,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 있는 앙주(Anjou)가 가장 유명하다. 인식하지 못할 만큼 달콤한 맛으로 예전부터 로제하면 앙주를 떠올릴 정도로 생산량도 많다. 이 와인은 숙성기간이 짧아서 보졸레누보와 같이 11월 셋째 목요일부터 판매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으로는 프랑수아1세가 애용했다는 역사가 오래된 로제는 론 지방의 타벨(Tavel)을 들 수 있는데, 이 로제는 단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바디도 강한 편이라서 눈 감고 마시면 레드와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래서 요리의 선택 폭도 넓어서 앙트레로 나오는 연어, 푸아그라에서 양념이 들어간 생선, 그 다음에 나오는 살코기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니까 술에 약한 사람은 이 타벨 하나로 정찬을 끝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색깔이 옅은 로제를 ‘뱅 그리(Vin Gris)’라고도 하는데, 주로 부르고뉴나 알자스에서 피노 누(Pinot Noir)로 많이 만든다. 요즈음은 보기 힘들지만, 둥글고 납작한 병에 넣어서 1942년부터 발매하여 세계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포르투갈의 마테우스(Mateus)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에 각 가정에서 장식용으로 많이 진열해 두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 로제를 몇 십 년째 보관한 사람들이 있지만, 로제는 오래될수록 맛과 색깔이 변하여 그 특성이 점차 사라진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로제를 ‘블러쉬 와인(Blush wine)’이라고도 한다. 옛날, 캘리포니아에서는 화이트와인의 수요가 많아서 남아도는 적포도로도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진펀델(Zinfandel)이란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에 ‘화이트 진펀델(White Zinfandel)’이라고 표시를 했다가 이 와인이 유명해지면서, 한 업체에서 핑크빛 나는 로제에 ‘블러쉬 와인(Blush wine)’이라는 명칭을 붙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로제를 블러쉬 와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요즈음은 로제하면 캘리포니아 것이 보편적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달콤한 캘리포니아 로제는 발효가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나, 아직 당분이 남아있는 미완성 와인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끝에 그대로 팔면서 오히려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와인이 필요할 때도 봄에는 진한 맛의 스위트 와인보다는 신선하고 달콤한 로제를 마시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이들은 달콤하며 과일 향이 살아있어서 가벼운 디저트 와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봄의 유혹, 로제(Rosé)
로제는 가벼운 화이트와인과 성질이 같다. 차게 해서 마시고, 장기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항상 아름다운 색깔과 신선한 맛과 향을 유지하도록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아름다운 봄날 밤, 화사한 꽃이 어우러진 정원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로제와인을 마신다면, 그 누구도 진하고 달콤한 봄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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