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젊어지는 청춘, 양구
서울에서 출발해 마석, 가평, 춘천을 지나 수인터널을 통해 양구군으로 들어가려면 4개의 터널을 지나 양구로 들어오게 된다. 전에 들어올 때는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집니다.”라는 글귀가 먼저 보이고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금강산 가는 길! 양구로부터 시작됩니다.”로 바뀌었다. 초행길인 이들은 계속 이어지는 터널길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이 더 먼저 건강해지는 것을 체험한 후로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도심 속에서 안구결막염, 비염 등으로 체질이 알러지화 될 때 양구에서 더운 7월 말에 와서 하루 이틀이 지나면 서울에서 힘들어하던 시기를 벗어날 수 있어서 10년이 젊어진다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양구(楊/버들 양, 口/입구)’라는 명칭은 1592년 부임하는 감사가 금강산에 이르는 길목의 첫 고을인 양구 고을을 지날 때 함춘(含春) 땅의 아름드리 수양버들이 우거진 것을 보고 양구(楊口)라고 했던 것이 오늘까지 불리우고 있다고 한다.
양구의 로컬 먹거리
양구 콩으로 만든 짜박두부
양구 시내로 들어오기 전, 양구지역에서 농사한 콩을 사용하고 장작불과 가마솥을 이용해서 두부를 직접 만들어 3대가 이어서 식당을 30년 넘게 운영하는 ‘양구재래식손두부’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순두부, 모두부, 두부전골, 짜박두부, 들기름에 구운 두부구이, 밥 등 모든 재료는 양구 로컬 식재료로 사용해 보기만 해도 속이 편안해지는 고향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조미료를 최대한 줄이고 고유의 재료의 맛을 살린 두부전골과 두툼한 두부에 고소한 들기름으로 지져낸 두부구이, 도심에선 맛보기 힘든 비주얼과 맛이며 청국장에 들어간 두부 맛도 잊혀지지 않는, 단백하고 진하며 고소한 맛이 난다. 많은 방문객과 지역민들의 사랑이 이어지니 이제는 밀키트까지 만들어 짜박두부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양구 시래기
양구에 위치한 ‘펀치볼’ 마을을 소개한다. 해발이 1100m 이상의 높은 산을 둘러싸여 있는 분지로 형성된 지역으로 정식명칭은 해안 분지로 한국전쟁 당시 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화채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배추잎, 무청 윗부분을 잘라내 덕장에서 무청을 얼렸다, 녹였다를 꼬박 두달 동안 건조, 향도 좋고 부드러운 질좋은 시래기를 만들어 전국에 출하하고 있다.
양구시래기는 다른 시래기와 달리 식이섬유 함량이 약 35%나 더 높고, 베타카로틴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비타민A로 변환돼 눈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며 칼슘 함량이 높아 뼈 강화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비타민 또한 풍부해 면역력에도 도움이 되고 시래기에 함유된 글루토사놀레이트 성분은 암세포의 발생 및 증진을 억제해 항암효과에도 뛰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로컬 식재료가 됐다.
양구 국토정중앙면 방향으로 가다가 ‘양구천문대’로 가기 전에는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밥상인 시래기 전문점인 ‘시래원’이 있다. 2대가 이어 ‘시래원’을 운영하며 일교차가 심한 이 지역의 시래기를 푹 삶고 우려내며, 삶는 것을 정성 들여 밥상을 준비한다는 주인장의 소개와 함께 이미 많은 방문객이 왔다 갔음을 식당 안의 분위기로 알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의 시래기와 함께 불고기를 넣은 전골은 쌀쌀한 날씨에 속을 든든하게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시래기밥에 준비된 나물과 함께 양념장에 비벼 먹고 시골된장에 끓인 시래기찌개국은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하며 부드러운 식감의 시래기는 토속적인 시골밥상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즐겨 먹을 수 있는 떡갈비는 부드럽고 육즙이 입안 한 가득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온 가족이 웰빙식사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래기를 이용한 한정식집을 한군데 더 소개한다. 양구 시내 진입로에 웰빙먹거리 타운이 조성돼 있는 곳에 깨끗하게 단장됐으며 주차장도 넓고 깔끔한 모범 음식점 ‘시래정’이 있다. ‘시래정’은 해안에서 가족이 직접 말린 시래기를 이용해 식사를 준비한다. 메뉴는 숯불돼지고기가 포함된 시래정식, 시래기코다리정식, 고등어생선구이가 포함된 웰빙정식으로 한정식 맛집이다. 주메뉴를 선택하고 밥은 시래기밥과 강황밥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메뉴마다 시래기가 포함돼 있으니 밥은 강황이 들어간 노오란 가마솥 밥에 단호박의 달콤한 맛, 콩, 옥수수의 고소한 밥맛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주문해 봤다.
시래기와 코다리가 어우러진 코다리정식도 간이 강하지 않아서 위가 약하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까지도 먹기에 적당한 맛으로 좋았으며 숯불에 구워서 윤기가 좔좔 흐르며 나온 숯불돼지고기 시래기정식 또한 즐거운 식도락이다. 곁들어나온 된장국은 모든 맛을 깔끔하게 정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함께한 지인들도 만족해했다. 꾸준히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며 메뉴 개선과 개발에 열중하는 주인장의 정성과 열정을 보니 속초를 여행하다 서울 가는 길에 방문해 잘 차려진 로컬 한정식을 맛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양구 메밀 막국수
척박한 강원도는 메밀이 유명하다보니 양구에도 메밀을 이용한 막국수가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양구에는 3대 막국수집이 있다. 월운막국수, 도촌막국수, 광치막국수가 그곳으로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도 소화가 잘되고 씹기에도 좋아 막국수를 양구에서 서울까지 사가지고 가서 부모님께 드리는 이들도 봤다. 지역민과 관광 오는 이들도 즐겨 먹는 메뉴며 양구에는 군부대가 많아 면회객들과 DMZ 관광을 온 이들에게 면을 직접 뽑아 만드는 월운막국수와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참기름과 통깨, 야채와 함께 무친, 투박한 도토리묵무침을 맛본 후 양구의 자연을 만끽하면서 신선한 공기로 소화도 시킬 수 있었다.
양구 정중앙로 도촌막국수는 동치미 막국수와 잡내 없는 쫄깃 쫀득한 편육, 겉은 바삭하고 쫄깃한 감자전 등을 선뵈는데 이는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메뉴다. 특히 반찬으로 함께 나오는 백김치는 감칠맛이 최고로 손꼽히며, 석박지처럼 커다란 무김치도 주재료와 함께 인기가 있다. 막국수를 먹은 후 메밀국수를 삶은 물을 먹어야 소화가 잘된다고 해 컵에 메밀 물을 넣고 약간의 간장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마시고 나왔다.
한적한 곳의 소박한 외관을 가진 광치막국수는 자신의 식성에 맞게 설탕, 참기름, 육수를 넣어 막국수를 맛볼 수 있었으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메뉴인 임자탕, 민들레전이 눈에 띄어 다음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하는 메뉴로 남겨뒀다. 밑반찬으로 나온 갓김치 외에 나온 밑반찬도 손이 자꾸 간다.
5월에는 양구 곰취 축제
초록초록한 산으로 둘러싸인 양구에서 어느새 눈은 편안해지며 신선한 공기로 몸이 벌써 아는 듯 피곤이 사라지고 로컬재료로 이용한 음식을 접하고 보니 훨씬 건강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맘도 푸근해지면서 오랜만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매년 5월 양구에는 곰취 축제가 열린다. 지역민과 이제는 많은 이들이 관광으로도 양구를 방문하는데 필자도 곰취 축제 때 다시 방문해 싱싱한 곰취를 채취하는 체험에도 참여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양구군/교통 - 나무위키(namu.wiki)
강원도 걷기 좋은길 양구 가볼 만한 곳 파로호 한 : 네이버블로그(naver.com)
https://blog.naver.com/namsung84/222887738434
양구펀치볼 삶은, 건시래기 : 네이버 블로그(naver.com)
김은실 바른식문화개발원 대표,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