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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화)

[김준철의 Wine Story] 오크통의 비밀

오크통의 사용
오크통은 고대 켈트 족이 맥주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가, 시저의 갈리아 정복으로 로마로 도입되었다. 그 전에 술을 운반하는 통으로 사용하던 흙으로 만든 ‘암포라(Amphora)’라는 용기에 비하면, 오크통은 취급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완벽한 밀봉효과와 함께 저장 중 와인의 숙성에 관여하는 기능을 발휘하여 와인의 품질개선에 큰 공헌을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와인을 오크통에서 발효시키고 저장, 운반하였기 때문에 서양 사람에게 와인 맛은 오크통 냄새를 빼면 와인으로 인정받기 힘들게 되어버린 것이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간접적인 극히 제한된 공기접촉으로 서서히 숙성되면서 오크통에서 우러나오는 맛과 향이 뒤섞여 세련되고 다양한 부케가 형성된다.
와인 양조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오크통 구입과 그 저장관리라고 할 수 있다. 비싼 오크통을 구입하고 여기에 와인을 보관하는 일은 많은 인건비 투입, 공간 소요, 증발로 인한 손실 등으로 추가비용이 상승하여 제조원가 상승요인이 된다. 그러나 고급 와인은 여전히 작은 오크통에서 일정시간동안 숙성하여 주병을 하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 오크통의 가격은 백만 원 가까이 되며, 병당 원가 상승비용은 2,000원(1/3 새것)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오크(참나무)
오크는 우리의 참나무에 해당되는 것으로 특정한 나무가 아니고, 참나무 속(Quercus)에 딸린 낙엽성의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과 상록성의 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등을 모두 일컫는 집합명사다. 북반구의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수많은 종이 자라며, 참나무는 한 속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으로 사용되지만, 때로는 상수리나무를 뜻하기도한다. 즉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고 부른다. 재목은 매우 단단하여 쓰이는 곳이 많으며, 옛날부터 선박을 만드는 재료로 유명하였다. 나무통을 만드는 기술도 나무 조각을 접착제 없이 붙여서 물이 새지않은 배를 만드는 기술을 습득한 후 생긴 것이다. 속명의 ‘퀘르쿠스(Quercus)’란 켈트어의 ‘좋은 목재’라는 뜻이며, 우리말의 참나무 역시 ‘진짜 나무’라는 뜻이다.


프랑스 오크
프랑스는 수출 원목과 제재목의 약 45%를 참나무가 차지하고 있으며, 각국의 유명한 와인은 프랑스 산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다. 프랑스가 이렇게 참나무를 많이 수출하게 된 배경에는 루이 14세의 재무장관인 콜베르(Jean Baptiste Colbert)의 역할이 컸다. 콜베르는 잉글랜드나 네덜란드의 해군력을 살펴보고, 프랑스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를 만들 수 있는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서, 임야보존법을 선포하여 거대한 참나무 숲을 가꾸면서 목재를 비축하기 시작하였는데, 세월이 흐르자, 군함을 나무로 만들지 않고, 쇠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참나무 숲은 머지않은 장래 명주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여건이 된다.


제조방법
오크통은 전부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요즈음은 부분적으로 기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작업은 손으로 정교하게 자르고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오크통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집안 대대로 기술을 전수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배부른 오크통을 만들려면 나무를 양쪽 끝이 가운데보다 더 좁게 만들어 대패로 가다듬는다. 다음은 금속으로 된 링 사이에 나무를 끼워서 통 모양으로 둥글게 묶어 다발로 만들고, 여기에 스팀이나 불을 쪼여 그 열을 이용하여 구부리면 쉽게 휘면서 둥근 통 모양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미리 만들어 놓은 뚜껑 혹은 바닥 판을 기술적으로 끼워 넣으면 오크통이 완성된다.
불을 쪼일 때는 와인용은 가볍게 그을리고 위스키나 브랜디 등 증류주는 강하게 그을린다. 이렇게 나무에 불을 가하면 나무의 당분이 타면서 캐러멜로 변하고 이 캐러멜에 의해 술의 색깔과 향이 더 진해진다. 그렇다고 오크통 만드는 일을 꼭 신비스럽게 바라 볼 필요는 없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무로 된 용기가 가장 널리 쓰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재료가 흔하고 만들기 쉬었기 때문에 액체를 담는 용기로는 나무통이 편리했다. 우리
나라도 우물가의 두레박, 장군, 목욕탕의 바가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 사용했고, 1960년대까지는 막걸리 통은 전부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모양도 와인용 오크통과 똑같고 크기만 작을 뿐이었다. 이 한 말들이 막걸리 통을 자전거에 열 개넘게 싣고 배달하는 광경은 신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오크통은 용기가 아닌 원료
밀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스코틀랜드 깊은 산 속에서 보리로 술을 만든 다음에, 증류하여 셰리를 담았던 오크통에 오래 넣어두다가 오늘날 위스키를 만들게되었고, 부피를 줄이고자 증류한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 오랜 기간 항해를 하면서 그 향과 색깔이 좋아지는 것을 깨달아 오늘날 브랜디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들 술이 투박한 토속주에서 세계적인 명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크통이라는 결정적인 원료를 만났기 때문이다. 와인을 비롯한 위스키, 브랜디 등 서양 술은 오크통에서 품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오크통은 서양 술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스키나 브랜디는 갓 증류한 무색의 투명한 술이 오크통에서 점차 황갈색의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면서 원료에서 나오는 고유의 향과 나무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향미를 갖게 된다. 와인은 본래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오크통에서 살짝 바닐라 향 정도를 얻지만, 위스키나 브랜디는 거의 오크통에서 우러나오는 성분이 맛과 향을 좌우하므로, 오크통은 이들 증류주를 저장하는 용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원료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비롯하여 위스키, 브랜디 등 서양의 술들은 대부분 오크통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숙성과정 때문에 이들은 술을 오랜 세월 동안 보관해 가면서 그 맛의 변화를 음미하고, 이에 더한 가치를 부여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를 형성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유리병이 보편적인 포장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스틸 탱크가 나오면서 오크통 사용 범위가 점차 자리를 잃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 와인과 위스키, 브랜디 등은 오크통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2014년 1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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