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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목)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인 발효식품, 간장

 

장의 기원


장류는 콩이 주재료다.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 북쪽의 만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의 콩 재배 흔적은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콩의 유물인 식물유체가 회령 오동 주거지, 평양 남경 36호 주거지, 합천 봉계리 유적 등에서 발견되는데 이 모두가 청동기 시대 유적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도처에서 콩의 야생종이 발견되고 있어 콩의 원산지임과 동시에 콩의 식용기원이 상당히 앞서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초기의 콩의 이용방법은 그대로 혹은 삶거나, 찌거나, 볶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먹기 위해 삶거나 쪄둔 콩에 끈적거리는 진이 생기고 냄새도 풍겼겠지만 먹어보니 독특한 감칠맛이 있음을 발견하고 시(豉, 청국장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먹게 됐고 또 여기에 저장성을 높이려고 소금을 첨가했더니 별난 맛의 액체를 얻게 됐으며 이것으로 즙액인 장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제품의 제조기원은 정확히 밝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기록인 <삼국사기>에서 보면 신문왕 3년(683년), 왕비의 폐백품목에 장과 시가 포함돼 있어 기록상의 장은 콩의 역사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다. 그러나 <삼국사기>의 고구려인의 장담기에서 그 기원을 살펴볼 때 3세기경에 이미 장담기가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조선 영조 때의 고증학자 한치윤이 <해동역사>에서 ‘신당서’를 인용, 발해의 명산물로 ‘시(豉)’를 들고 있어 이를 뒷받침 한다.

 

한편 안악 3호 고분 벽화에서도 발효식품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우물가의 독이 보인다. 이후 고려에서는 <고려사>, <동국이상국집>에서 장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으며 가공업의 발달에 의한 장류 및 발효식품이 더욱 다양해졌다. 고려 현종 9년(1018년)과 문종 6년(1052년)에 굶주린 백성을 위한 구황식품으로 장을 배급했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문헌에 장의 제조법이 상세히 실려 있다.

 

<구황촬요>(1554년)의 콩과 밀가루를 원료로 한 간장과 된장 만드는 방법을 비롯해 <주방문>(1600년 말), <고사신서>(1771년). <산림경제>(1715년), <규합총서>(1815년) 등 음식에 관한 기록이 있는 모든 문헌에 메주 제조법, 택일하는 법, 즙장, 태장, 육장, 급히 쓰는 장, 잘못된 장 고치는 법 등의 여러 장 제조법이 실렸다.

 

조선시대에는 메주가루에다 조선 중기 이후 도입된 고추를 이용한 만초장(고추장) 제조법을 새로 선보였고, 고기와 생선들을 곁들여 담근 청육장, 어육장을 비로사한 다양한 종류의 장류와 고추장, 별미장을 제조해 독특한 장문화를 뿌리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고도의 산화에 밀려 오히려 장류의 종류 및 담금법 등이 단순화돼 가고 있다.

 

간장의 분류


우리나라의 발표식품에 장(醬)은 콩을 원료로 해 발효시킨 간장을 비롯한 된장, 고추장, 청국장, 막장 등이 있다. 콩 원료가 일정 염농도에서 미생물에 의해 발효됨으로써 맛이 형성되는 간장은 곡류와 채소류 위주의 식문화에 맛을 부여해주는 중요한 조미료로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인 발효 식품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양조간장은 세균을 접종해 일정 발효 기간에 효율적인 생산 공정에 의해서 얻어지며, 필요에 따라서 산분해간장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현재 대량으로 생산되는 양조간장의 제조공업은 기술적 또는 학문적으로 일본에서 발전돼 장류공업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장류를 생산하고 있다.

 

가공식품 제조 기준인 식품공전에 의하면 ‘장류’라 함은 동·식물성 원료에 누룩균 등을 배양하거나 메주 증을 주원료로 해 식염 등을 섞어 발효·숙성시킨 것을 제조·가공한 것으로 메주, 한식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 한식된장, 된장, 조미된장, 고추장, 조미고추장, 춘장, 청국장, 혼합장 등을 말한다. 특히 간장은 단백질 및 탄수화물이 함유된 원료로 제조하거나 메주를 주원료로 해 식염수 등을 섞어 발효한 것과 효소분해 또는 산분해법 등으로 가수분해해 얻은 여액을 가공한 것으로 정의한다.

 

간장에는 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조선간장(Kanjang, Soysauce, Soybean Ssauce), 일본간장(Soyu, 개량간장), 산분해간장 또는 어간장(Fermented Fish Sauce)으로 구별된다.

 

조선간장은 콩만을 원료로 해 곰팡이, 세균(Bacillus Subtilis)이 주로 번식된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서 발효숙성된다. 반면에 일본간장은 콩 이외에 전분질 원료를 혼합이용하며, 발효제인 코지 제조에 곰팡이 Asp. Oryzae를 이용한다. 어간장은 생선의 어체, 내장을 원료로 해 자체에 존재하는 분해효소에 의한 자기소화(Autolysis)로 단백질이 분해되고 숙성된 발효액이다. 이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중요한 소스로 이용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어간장이 생성돼 조미료로 쓰인다.

 

 

 

1. 조선 간장
조선간장의 제법은 비교적 간단하며, 크게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과정과 메주와 염수 혼합액에서 발효숙성시키는 과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염수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효숙성이 끝나면 메주덩어리를 분리한 후 발효액을 열처리해 살균하면 간장이 완성된다.

 

2. 일본간장
일본간장(Japanes Shoyu)은 대두의 가수분해에 의한 고기 맛과 짠맛을 갖는 갈색 또는 검은색 액체로 전분원료인 밀을 첨가해 제조된다. 일본식 간장제조는 호기적 조건의 고상에서 곰팡이를 키우는 코지제조과정과 숙성과정에서 유산균과 효모에 의한 혐기적 액침발효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금용액(18%)에서 Asp. Oryzae 또는 Asp. Sojae가 분비하는 효소들에 의해서 콩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분해된다.

 

일본간장은 짠맛과 향미, 색깔을 부여해주는 조미료로 곡류, 생선, 두부, 발효 콩, 야채 등을 위주로 한 일본인의 담백한 식사에 매우 중요하다. 일본간장의 80% 이상은 검붉은 갈색과 강한 풍미를 가진 Koikuchi 형태로, 이는 대두와 밀을 동량 혼합해 Asp. Oryzae의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된 후 발효숙성과정에서 젖산균과 효모에 의한 젖산 또는 알코올 발효가 수반되며 비교적 고온에서 살균처리된다. 일본간장의 나머지 10% 정도는 Usukuchi 형태로 전체 질소 함량은 1.2%며 밝은색을 띤다. 일본에서 많이 생산되는 또 다른 간장(Shoyu)은 Tamari 형태로 주로 콩을 원료로 하면서 일불 밀을 사용해 제조되는 일종의 중국간장(Chinese Soy Sauce)이라고 할 수 있다.

 

3. 산분해간장
산분해간장은 아미노산간장 또는 화학간장이라 하며, 콩 단백질이나 밀 단백질인 글루텐을 염산으로 가수분해한 후 알칼리로 중화해 농축된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장류를 얻는다. 간장 유형별 국내 생산현황을 보면 최근 3년 동안 모든 유형의 간장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2014년 28만 톤 정도 생산됐다. 이중에서 양조간장은 22.6%, 산분해간장은 19.4%를 차지했으며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3:1 또는 1:3 가량 섞어 제조한 혼합간장이 56% 정도를 차지했다.

 

4. 어간장
어간장은 청어나 멸치 같은 생선이 주로 이용되며, 높은 농도의 소금에 절여 어체에 존재하는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의한 장기간 분해과정을 거쳐 제조되는 일종의 간장이다. 우리나라의 남해안에서 일부 생산되며, 특히 필리핀에서는 Patis, 말레이시아에서는 Budu, 베트남에서는 Nuocmam 등이 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조미료로 이용된다.

 

참고문헌
- 발효저장음식(김덕희 외 2인_ 백산출판사)
- 발효식품학(이삼빈 외 3인_ 효일출판사)
- 한국음식대관 제 4권(장지현 외 11인_ 한국문화재보호재단)
- 발효음식 인문학(정혜경_ 헬스레터)
- 발효음식의 미학(최은희 외 2인_ 백산출판사)
- 발효음식(한영숙 외 7 인_ 파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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