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세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는데, 지구촌 곳곳에는 아직도 총성있는 전쟁도 있고 총성없는 전쟁도 있다. 총성없는 전쟁은 주로 정치적 편가르기에서 시작해,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중국과 호주가 그렇다. 2018년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의 호주 5G(5세대 이동통신) 참여를 금지하며 악화되다가, 2020년 4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 기원(起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지지하면서 무역 전쟁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그해 11월에는 호주산 와인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석탄 수입도 중단했다.
수입 와인에 200%의 미친 관세를 때린 것은 호주 와인 안사겠다는 얘기다. 남의 불행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로 한국 수입 와인 시장에 호주 와인의 러브콜이 강력하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호주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달에는 호주 와인의 현 주소와 명품 와이너리 한 곳을 소개한다.
호주 와인, 농축된 힘과 세련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우리나라의 77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섬 대륙 호주, 17세기 초 네덜란드가 발견했으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18세기 말 영국이 재빨리 자국령으로 편입시켰다. 그 후, 19세기 초반부터 유럽으로부터의 이민이 많아졌고, 오늘날 호주 인구와 산업의 근간을 이뤘다. 특히 유럽 발 이민이 많아서 이들이 와인 생산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곧바로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생산했으니, 호주 와인 산업은 이들 유럽 이주민들에 힘입은 바 크다.
초기 호주 와인 산업은 전적으로 대영제국의 필요에 의해 움직였다. 호주가 ‘값싼 알코올 강화 와인 생산국’의 불명예를 짊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호주 사람들도 점점 이런 포트 와인에 입맛이 길들여졌고, 무겁고 아주 달콤한 와인을 계속적으로 생산했던 것이다. 설탕을 섞어 만든 와인, 더운 기후에서도 잘 만들 수 있는 스위트 와인, 그리고 증류에 의한 브랜디 양조 등이 호주 와인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반 테이블 와인도 생산됐지만, 극소수의 고급 와인을 제외하고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호주 와인은 포도 품종과 생산 지역을 떠나 모두 다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호주 와인 산업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쓰게 된다. 드라이한 테이블 와인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역동적인 와인 붐이 일었고, 호주 와인 생산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기술과 설비가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포도 품종과 토양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개성을 가진 고급 와인을 만들겠다는 희망과 신념이 뒤따랐다. 레몬-버터 풍미의 견고한 샤르도네, 크림-토스트-스파이시 스타일의 쉬라즈로 대표됐던 20세기의 호주 와인 이미지는 21세기에 들어와 매우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모습의 새로운 호주 와인을 창출했다. 1955년산 Dodge 트럭을 타고, 그 현장으로 가보자.
170년 바로사 와인의 산 증인
KALLESKE~!
1838년 11월 18일, 상인이자 제분업자인 요한 게오르크 칼레스케(Johann Georg Kalleske)와 그의 아내 요한네 도로테아(Johanne Dorothea)는 4명의 자녀들과 함께, 호주 대륙에서 새로 설립된 식민지주인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에 상륙했다. 그들은 고향인 북유럽의 프로이센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프린스 조지호’를 타고 지구를 반바퀴 도는 여러 달 동안의 항해 끝에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디게 됐다. 그 후 수년의 정착 과정을 거쳐 1853년 바로사 밸리 북서부의 소도시 그리녹(Greenock)의 한 구역인 모파(Moppa)에 칼레스케 농장을 설립했다. 정착 이후 칼레스케 농장은 포도밭, 과수원, 양, 낙농업, 돼지, 농작물, 제분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복합 영농을 운영해왔다.
이 농장은 150년 이상 지속적으로 가족 소유로 있으며, 현재 칼레스케 가문의 6세대와 7세대가 관리하고 있다. 농장의 포도는 첫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호주 최대 와인 회사 중 하나인 펜폴즈(Penfolds)사에 납품해왔다. 이렇게 포도를 재배한 6세대가 흐른 후, 비로소 7대째에 이르러, 와인메이커 트로이(Troy)와 그의 형 토니(Tony)는 칼레스케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선대의 철학과 경륜을 실천하며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바로사 올해의 와인메이커 상을 수상한 트로이는 칼레스케 모든 와인의 양조에 참여하며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포도 수확을 했고,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 펜폴즈, 베리타스, 미란다, 린데만, 캔달잭슨 등 유수의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은 후 칼레스케의 와인을 총 책임지고 있다.
포도밭은 그들의 부모님 6대 존과 로렌(John & Lorraine Kalleske), 그리고 트로이의 동생 킴(Kym)이 관리한다. 40년이 넘는 포도밭 관리 경험이 있는 존은 거의 반세기 동안 포도를 재배하고 그 땅을 경작해 왔으며 포도밭과 농장에 최초의 지속적인 유기적이고 생물역학적인 인증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존은 항상 각 블록에서 최고의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아들 킴과 함께 포도밭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2015년, 존은 ‘올해의 바로사 농민’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받았다. 존의 부인 로렌 칼레스케는 호주에서 포도를 가장 빨리 따는 사람이다. 1980년대에 로렌은 3연속 우승을 포함해 총 4번의 전국 포도 따기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회가 더 이상 열리지 않기 때문에, 로렌은 호주에서 가장 빨리 포도를 따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로렌은 지난 40년 동안 칼레스케 농장에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함으로써 그녀의 기술을 잘 활용해 왔다. 이렇게 칼레스케 가족은 바로사 밸리에서 최고 품질의 포도를 지속적으로 재배하는 이 지역의 선도적인 포도 재배 가문 중 하나다.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 비건 와인
KALLESKE~!
150년 이상 칼레스케 가족은 그리녹 농장에서 살면서 일해 왔다. 이 기간 동안 각 세대는 자연 환경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향상시킴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을 관리하는 데 있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포도 재배를 시작한 이후, 칼레스케 가문은 일찍부터 지속가능한 포도 재배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 시작은 다양한 농업을 활용해 마을에 하나의 농업 생태계를 가꾸는 것부터 출발했다. 이런 시도 덕분에 포도밭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지금까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해오고 있다.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들만의 재배 환경을 만드는 일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것이다.
칼레스케 와이너리는 1998년부터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인증을 받았다. 포도밭과 와이너리의 유기적이고 생태역학적인 실행을 통해 토양, 공기 및 주변 수로가 합성 화학 물질과 비료로 오염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유기적이고 생태역학적인 농업은 환경에 좋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포도가 칼레스케 생산 와인의 활력과 지속가능성, 진정성 및 품질을 보장하는 자연스러운 기업 생태계를 이루도록 한다.
오늘날,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신중한 환경 관행은 칼레스케 농업, 포도 재배 및 와인 제조의 핵심 철학이다. 농장의 포도밭은 해발 300~350m에 위치하는데, 이는 바로사 밸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속하며, 밸리 평원보다 60~70m 높은 곳이다. 50ha의 포도밭은 30여 개 밭으로 나눠 쉬라즈, 그르나슈, 까베르네 소비뇽, 세미용, 슈냉 블랑, 마타로, 쁘띠 베르도, 뒤리프(Durif), 비오니에, 템프라니요, 진판델 등이 심어져 있다. 포도나무는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나무들부터 평균 수령 약 50년의 고목들로 구성됐다.
칼레스케는 떼루아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블록의 포도밭을 양조에 활용하면서 각 와인의 개성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7세대를 걸쳐 이어져 온 포도 및 와인 생산에 대한 노력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칼레스케의 최고급 와인 ‘Johann Georg, Shiraz’ 와인은 출시와 동시에 호주 랭턴 등급(Langton's Classification of Australian wine)에서 ‘Excellent’를 받으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에는 올해의 와인메이커 상과 최고의 와인메이커 상 등 다채로운 수상 경력이 더해지면서 유명세를 이어갔다. 2013년 이후 매년 호주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의 ‘5 Star Winery’에 선정되고 있으며, 세계적 와인 구루 로버트 파커는 “칼레스케는 바로사 밸리 쉬라즈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2년부터 이어지는 고물가 사태로 폭등하는 와인 값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 맛있는 칼레스케 와인을 놓칠 수는 없으니, 필자의 시음장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클레리스, 지에스엠 Clarry’s GSM
각 국가의 와인 레이블에는 저마다의 특징적인 표현들이 있는데, ‘GSM’이라는 레이블 용어는 다분히 ‘호주적’이다. 호주에서는 프랑스 남부 론 와인 레드 와인의 전통을 다시 표현하면서, 그에 사용되는 세 가지 품종인 그르나슈, 시라, 마타로(=무르베드르)를 블렌딩하기 시작했는데, 이 세 가지 품종의 블렌딩 비율 순서대로 각 단어 첫 대문자를 사용해 ‘GSM’ 또는 ‘SGM’으로 표시한다. 개성이 가장 강하고 거친 마타로는 통상 가장 적게 사용한다. 클레리스 GSM은 세 가지 품종을 블렌딩했는데, 그중 그르나슈는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식재된 밭에서 생산된 고목 포도다. 토질은 모래와 양토로 구성된 얕은 상부토와 두터운 붉은 점토로 구성된 하부토 그리고 기저는 석회암이어서 이 세 품종이 자라기에 최적지다. 오래된 수령 탓에 소량 생산된 포도를 3~4월에 걸쳐 손 수확해 품종 별로 독립적으로 양조한다. 하루에 두 번씩 껍질층을 섞어주며, 1~2주에 걸친 양조를 마친다. 세 품종의 신선한 과일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오래된 오크통(250L)에서 3~4개월 간의 짧은 배양 기간을 가졌다.
필자가 시음한 2020년 빈티지 와인은 그르나쉬 39%, 쉬라즈 39%, 마타로 22% 정도 블렌딩됐으며, 선명한 자줏빛 루비 레드 색감에, 머스크향과 장미꽃, 산딸기와 블루베리향이 싱그럽고, 살짝 향신료 향들도 거든다. 부드러운 당도에 입안을 싱그럽게 적시는 과일맛이 풍부하고, 매끄러운 타닌과 미디엄 보디감, 14.5%vol 알코올의 비중감이 완전히 호주 스타일이다. 세 품종의 개성과 조화가 분명하게 드러나며, 5년 정도의 보관 기간 이내에 신선할 때 마실 것을 권한다. 브랜드명 ‘Clarry’는 현 경영주 Troy & Tony의 조부 Clarence Clarry Kalleske(5대로서, 1920년대~1990년대 농장 경영)에게 헌정된 와인이라는 의미다. Price 7만 원대
자이트가이스트, 쉬라즈 ‘Zeitgeist’ Shiraz
와인산업의 고유 용어인 ‘Vintage’는 포도가 자란 해의 기후가 최종 산물인 와인의 개성과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각각의 빈티지는 고유하다. 비, 햇빛, 온도, 바람, 습도는 모두 해마다 극적으로 변하는데, 포도나무의 장점은 이 변화를 과일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방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빈티지의 밝고 신선하며 독특한 특성이 덜 드러나게 할 수 있다.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브랜드가 탄생했다.
독일어 ‘Zeitgeist’는 ‘시대 정기(Spirit of the time)’라는 뜻이다. 따라서 자이트가이스트 와인은 해당 빈티지의 생생한 영광을 보여 주기 위해 병에 담겨졌다. 때문에 오크통 숙성도 전혀 하지 않아서, 2022년 빈티지의 진정한 특징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칼레스케 밭 쉬라즈의 통일된 빈티지 특성을 느끼기 위해, 전체 밭에서 균일한 분량의 쉬라즈를 선정해 블렌딩했다. 100% 유기농 &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며, 양조 과정에서도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산화황의 사용을 절제했고, 최종 여과 과정도 생략한데다가, 비건 인증은 깜짝 선물이다. 그야말로 내추럴 와인이다.
필자가 시음한 2022년 빈티지 자이트가이스트 쉬라즈는 진한 자줏빛 칼라에, 블랙베리와 자두향, 제비꽃향 등 신선한 향기가 가득하고, 밀크 초콜릿과 정향의 향신료 터치가 살아났다. 입안에서도 순수한 과일맛이 충일하며 가벼운 크림 질감에 자연스러운 타닌 구조를 보인다. 2022년 호주 바로사 밸리 빈티지의 ‘정기’를 담은 밝고 경쾌한 느낌의 생동감이 넘치는 와인이다. 신기한 것은 유럽의 내추럴 와인과는 달리, 일반 와인의 맛과 같은 내추럴 와인이다. 레이블 색상도 매우 진한 밝은 보라색인데, 이 점도 다른 와인들과 완전히 차이 나는 점이다. 아마도 ‘빈티지를 담은 100% 자연스러운 와인’이라는 이 뀌베의 특성을 외견상으로도 특별히 표현하고자 사용하지 않았을까 예측해 본다. 비교하고 싶은 2023년의 ‘시대 정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rice 8만 원대
모파, 쉬라즈 Moppa, Shiraz, Single Region
프리미엄급 와인 ‘Moppa’ 쉬라즈는 1853년 창립 이래 칼레스케사의 본부가 있는 모파 지구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귀한 와인이다. 품종 블렌딩은 쉬라즈 90%에 보르도의 정기를 담은 쁘띠 베르도 7%, 론의 낭만을 넣은 비오니에 3%를 블렌딩했다. 프티 베르도와 비오니에가 쉬라즈에 추가돼 현대적 감각과 복합미를 높여 줬다.
쁘띠 베르도는 완숙됐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진한 색상과 강한 타닌, 진한 향신료 풍미를 레드 와인에 전해 준다. 비오니에는 프랑스 꼬뜨 로티에서 전통적으로 레드 와인 생산에 들어가는 청포도 품종으로 알려졌다. 자칫 과도하기 쉬운 레드 와인의 강하고 짙은 농축미를 향긋하고 나긋나긋하게 순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세 품종 모두 모파 지구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10개의 밭에서 고루 선택됐으며, 일부 쉬라즈 나무는 1961년에 식재된 것까지 포함됐다. 오크통은 프랑스산, 미국산 그리고 헝가리산이 골고루 사용됐으며, 25% 정도만 새 통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중고를 사용함으로써 오크의 영향을 최소, 최적으로 추구했으니, 진정한 수제 와인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9년 빈티지 모파 와인은 심원한 루비 레드 색상에 자주색과 석류껍질색이 묘하게 교차되는 숙성 초기 단계의 색감을 보였다. 쉬라즈 특유의 자두와 블랙베리향 외에도 아니스 향료와 바닐라 오크 뉘앙스가 조심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입에서는 향긋하면서도 기분 좋은 드라이감이 특별하며, 살집이 잡히는 타닌의 풍부한 볼륨감에 미디엄-풀보디 구조를 가진 중기 보관형 레드다. 쉬라즈의 매혹적인 과일, 쁘띠 베르도의 깐깐한 개성, 비오니에의 향긋함이 어우러진 매력을 가지고 있어, 충북 영동에서 국산 와인을 양조 컨설팅하는 필자에게 큰 영감을 준 와인이다. Price 10만 원대
그리녹, 쉬라즈 ‘GREENOCK’ Shiraz, Single Vinyard
‘그리녹 쉬라즈’'는 바로사 밸리 북서쪽에 있는 ‘Greenock Creek’ 구역에 있는 칼레스케사 소유 포도밭 중 가장 낮은 소출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싱글빈야드에서 생산된 고품질 쉬라즈 와인이다. 이 포도밭은 1800년대 후반에 식재한 회사 영지의 오래된 밭에서 삽수(Cuttings) 가지를 꺽어서 조성한 밭이다. 토질은 풍부한 양토와 석회암으로 구성돼 섬세한 쉬라즈 생산에 최적이다. 3월 10일경 수확된 포도는 개방형 발효조에서 껍질 침용 과정을 진행하고, 오크통에서 14개월 숙성한다.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며, 30% 정도의 새 오크통 비율을 유지해 오크 영향력을 조절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9년 빈티지 그리녹 쉬라즈는 짙은 흑적색에 자줏빛 뉘앙스가 선명하며, 검은 자두와 제비꽃 향내음, 육두구 향신료 케이크, 동방의 이국적 향신료가 풍부히 느껴지고, 다크 초콜릿과 토스트 풍미를 곁들인 오크 뉘앙스가 신비롭게 등장한다. 동일한 맛의 풍미가 입안에서도 지속되면서, 탄탄한 구조감과 농축미, 격조 높은 미려한 타닌감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시음 후반부에 이르면, 진하고 감미로운 과일 풍미와 함께 미네랄과 높은 산미가 재등장하며, 유러피언 쉬라즈의 ‘아바타’처럼 등장하는 신개념 호주 쉬라즈 레드로 평가된다. 2020 빈티지는 <와인 애드보케이트> 매거진의 93점을 획득했으며, Asia Wine Trophy GRAND GOLD 상을 수상했다. Price 13만 원대
에두아르트, 쉬라즈 'Eduard' Shiraz
'에두아르트 쉬라즈'는 1853년에 칼레스케 농장을 설립한 2대 카를 하인리히(Karl Heinrich 'Eduard' Kalleske)에게 헌정된 와인이다. 오늘날 칼레스케 와이너리가 현재의 명성과 품격을 누리고 있다면, 이는 세대를 이어 내려온 가족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근면함과 열정 덕분인데, 이는 농장 창립자 에두아르트 부부의 모범을 따랐던 덕분이다. 1905년에서 1973년 사이에 걸쳐 식재된 100년 이상된 나무도 있는 포도밭 포도로 생산됐다. 나무가 100년을 넘으면 그루당 3~5송이만 생산돼 매우 농축되고 근사한 품질의 복합미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한 포도밭이 다양한 수령의 나무로 구성돼 있으면, 한번에 수확해, 최고 노령 나무의 깊이와 최소 수령 나무 포도의 신선함을 동시에 갖는 자체 균형미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포도밭 토질은 모래가 많은 양토에 아래는 두터운 점토암이라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물을 주지 않는 건지 농법을 실행할 수 있다. 2주간 껍질 침용된 와인은 새 것과 중고가 조합된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2년간 장기 숙성에 들어가며, 복합미를 완성하고 최적 시기에 병입된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빈티지 ‘에두아르트’는 그야말로 놀라운 와인이었다. 짙고 선명한 자줏빛 색상은 기본이지만, 4년 숙성된 과일과 향신료, 오크향과 미네랄 노트의 복합미 있는 부께가 벌써부터 형성돼 있었다. 향긋한 블랙 체리와 자두, 싱그러운 산딸기와 이국적인 블루베리, 아니스와 정향, 파이프 담배가루, 바닐라, 카카오, 다크 초콜릿, 토스트향이 섬세하고 융합돼 있다. 특히 매끈한 질감과 산뜻한 산미, 안정된 타닌 구조감, 힘있는 알코올이 칼레스케의 아이콘 와인으로서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Price 28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