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흔히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게 여겨지고 있는 조미료. 과연 조미료는 부끄러운 재료일까? 대량의 음식 조리를 가장 효율적인 비용으로 감칠맛을 내기 위한 최고의 선택은 가공 조미료다. 조미료를 대표하는 L-글루탐산나트륨(MSG)은 사탕수수나 곡물의 자연소재를 설탕과 동일한 수준의 공정으로 만든 안전한 식품이다. MSG는 화학조미료이지만, 사카린, 아스파탐 등과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 변형하지 않으며 단지 미생물 등에서 가공할 뿐이다.
공장에서 정제, 농축 생산한다는 점에서 정제염이나 설탕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MSG는 2014년부터 화학적 식품첨가물(화학조미료)에서 혼합제제 식품첨가물로 식품유형이 변경됐다. 더구나. MSG는 천연소금(천일염 등)보다 40배 안전한 수준으로 섭취할 수 있는 소재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떳떳하게 조미료를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제염(가공소금)을 쓰면서 죄책감을 갖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 메뉴에 맞게 조미료의 종류와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칠맛에 대해
감칠맛은 지미(遲味)다. 그 자체로는 특정한 맛이 나지 않지만 대상의 맛을 증폭시켜 주며, 혀에 오래 머물게 한다. 흔히 5미(맛)라고 알려진 단맛/짠만/신맛/쓴맛/감칠맛 중 감칠맛 성분은 가장 나중에 발견됐다. 일본의 식품회사인 아지노모도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1908년 발견해 영어명칭도 ‘UMAMI’로 불린다.
이 감칠맛은 단백질이 분해돼 나오는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에서 가장 많이 느껴진다. 또한 동식물 단백질에 10~40% 정도가 존재한다.
아미노산과 더불어 핵산에서도 감칠맛 성분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노신산(IMP)과 구아닐산(GMP)이다. 따라서 감칠맛을 이해하려면 아미노산(글루탐산)과 핵산(이노신산/구아닐산)의 차이를 이해하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감칠맛은 어떻게 구분되고 가공조미료로는 어떻게 글루탐산과 핵산이 구분되거나 섞여있는지 이해하면 실무에 적용하기 쉽다.
뭉치면 더 폭발하는 감칠맛
맛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적절한 감칠맛은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음식에 MSG를 소량만 첨가해도 소금의 양을 20~40% 줄이고도 같은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장은 글루탐산과 소금이 모두 들어있는 종합 솔루션이기도 하다. 또한 궁합이 맞는 감칠맛 소재가 함께 만나면 감칠맛이 크게 상승한다.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핵산인 이노신산이나 구아닐산이 만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샤브샤브 요리를 먹을 때 다시마와 멸치 등을 우린 육수에 쇠고기/채소/해물/표고버섯 등을 넣고 끓여 먹다보면 나중에 떠먹는 국물 한입에 아주 풍부한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글루탐산과 핵산IG가 만나 감칠맛이 폭발하는 경우다.
감칠맛 조합의 상승효과는 글루탐산과 이노신산(IMP)이 5:5로 만나면 원래보다 7배까지, 이노신산을 10%만 넣어도 5배까지 높아진다. 이런 조합 효과는 글루탐산과 구아닐산(GMP)이 더 강력한데, 5:5로 만나면 무려 30배나 감칠맛이 증가한다. 구아닐산은 말린 표고버섯에 많이 들어있으며, 국물요리의 다시를 내는데 건표고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기도 하다.
조미료의 종류와 특징
Q. 감칠맛도 복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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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색 조미료
글루탐산 조미료는 흔히 ‘미원’으로 부르는 조미료들이다. 된장이 사용된 음식에 꼭 넣는 것이 좋다. 된장의 뾰족한 맛과 향을 백색조미료가 매우 잘 잡아주며 맛을 동그랗게 다듬어 준다. 가장 유명한 식자재 된장인 미화합동찌개된장에 L-글루탐산나트륨이 사용된 이유기도 하다. 채소위주의 국물요리에도 백색조미료가 잘 어울린다. 이노신산이 함유된 재료(쇠고기,생선,멸치 등)에 넣으면 감칠맛 효과가 대폭 상승된다.
글루탐산+핵산 조미료의 경우 글루탐산 조미료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을 넣어도 되므로 조미료 특유의 느낌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간이 세지 않은 요리,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에도 감칠맛을 살리기 좋다. 조미료 제품에 핵산이 많이 함유될수록 가격은 높으나 상대적으로 투입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업소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원가수준이다.
조개맛이 나는 글루탐산+핵산+호박산 조미료는 호박산이나트륨이 들어있는 제품으로 중화용미원, 중찬미, 맛짱 등이 있다. 글루탐산+핵산 조미료와 함께 중식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해물 식재료가 들어간 요리에 잘 어울린다.
2. 쇠고기다시 조미료
연간 3000억 원이 팔리는 쇠고기다시의 시장은 백* 다시다가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특징을 가진 가성비 좋은 브랜드들도 많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제품을 확인해 보면 내 음식에 딱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쇠고기다시를 고를 땐 쇠고기 함량이 몇 %인지 전면의 표시사항을 확인해 높은 함량을 고르면 좋다. 다만, 브랜드마다 복합적인 풍미가 다르기 때문에 쇠고기함량이 높다고 다 좋은 맛은 아니며, 반드시 사용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 다시다를 제외하고 쇠고기 풍미와 가성비가 괜찮은 상품으로는 화* 골드다시, 새*BIF 본다시골드, 대* 진국다시 정도를 추천한다. 저가 쇠고기다시는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돼 있는데, 테스트해 보고 MSG 양과 정제염(소금)의 짠맛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쇠고기다시는 쇠고기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지만 돼지고기 요리에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채소요리나 닭고기요리, 수산물 요리 등에는 다른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닭고기(치킨) 조미료
중식과 양식에서 널리 사용되는 닭고기 조미료는 한식과 일식에도 잘 어울린다. 닭고기 함량이 높고 품질이 좋은 브랜드로는 메*/크노*/이금* 등이 있다. 양식에는 통상 메*/크노*, 중식에는 이금*가 많이 사용된다. 한식에는 통상적으로 메* 브랜드가 이금*보다 잘 어울리는 편이다. 대*(미원) 치킨스톡은 범용적인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린다. 코리아제니* 치킨파우더(속칭 닭가루)는 인공 닭고기향이 함유돼있고 조미료 함량이 높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기도 하다(저가격 중에서 점유율 1위).
액상(스톡)의 브랜드별 특징은 메* 치킨스톡의 경우 범용성이 좋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브랜드다. 크노* 치킨부용은 가장 높은 닭고기 함량으로 육수를 대체하기 유리하다. 이금* 치킨스톡은 염도가 낮아 활용도가 높다. 미* 치킨스톡은 유일하게 닭뼈가 함유돼 한식분야는 물론 다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한식의 닭도리탕, 닭백숙, 삼계탕, 닭개장 등에도 쇠고기조미료보다는 닭고기조미료를 사용하면 훨씬 자연스런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액상타입의 스톡/부용은 주로 국물이 없거나 적은 요리에, 분말타입의 파우더는 국물요리에 사용하거나 복합조미료를 만들 때 사용한다.
4. 다시노모토 조미료
혼다*로 대표되는 다시노모토 조미료는 일식에서 각종 쯔유 및 가쓰오부시와 함께 널리 사용된다. 일본 제품은 혼다*(아지노모*)가 대표적이지만 대덕 아지노모*(야마*), 시마*다시 등의 제품들도 사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제조품으로는 명* 다시노모도, 미담* 혼가쓰야 등이 있다. 국내 제조품도 충분히 사용할 만한 품질이지만 혼다*에 비해 가쓰오부시의 향이 날카롭게 튀는 경향이 있어 사용시 유의해야 한다.
다시노모토 조미료는 한식 국물요리중 동태탕, 해물탕, 아구찜, 해물우동 등과 오징어, 쭈꾸미, 낙지볶음 등의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멸치, 진미채 등 건어물 볶음요리에 넣어도 좋다. 실제로 맛집들의 비법으로 두루 사용되고 있는데, 적정량을 사용하고 다른 조미료들과 잘 배합하면 복합미가 좋은 양념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