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초유의 정치 환경이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그로 인한 자원 공급망 문제가 불거져 전 세계 경제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한 때는 술잔을 나눴던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이 지금은 원수처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 달에 필자는 2017년 당시 양국 정상이 친선의 징표로 부딪친 와인 잔 사진을 회상하며 국제 정치의 무상함을 증언하려 한다.
설립자 Steve Girard의 유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강대국 정상들의 만찬석상에 오른 지라드 와인은 1975년 설립됐다. 설립자 스티브 지라드(Steve Girard)는 미국 유명 자동자 브랜드인 ‘Jeep’의 전신 ‘Civilian Jeep’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카이저 코퍼레이션(Kaiser Corporation)의 대표이자 핵심 임원을 역임했다. 카이저에서 은퇴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스티브는 나파 밸리 오크빌(Oakville)에 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고, 가족은 1974년에 실버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과 오크빌 크로스 로드(Oakville Cross Road)에 인접한 땅을 샀다. 당시 그들은 욘트빌(Yountville) 지구에도 도멘느 샹동(Domain Chandon) 근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들 스티브 주니어(Steve Jr.)는 1980년 양조장을 건립함으로써 와이너리 설립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라드 와이너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부지의 위치와 소유권 모두에서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그의 뒤를 이은 아들 스티브 주니어(Steve Girard JR)는 1996년에 루드(Rudd Winery)에 지라드 와이너리를 매각했다. 그 후 스티브 주니어와 부인 캐롤 지라드는 피노 누아에 집중하기 위해 오리건주로 이주, 유진(Eugene) 북서쪽에서 벤튼-레인 와이너리(Benton-Lane Winery)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8년 초에는 나파 밸리에 본사를 둔 Huneeus Vintners(나파 명가 Quintessa 소유주)에 매각됐다. 후니우스 빈트너스의 소유주 어거스틴 후니우스(Agustin Huneeus)는 칠레 태생의 와인 거장으로 설립자 스티브 지라드와는 오래 친구 사이였다. 한편, 지라드를 인수한 루드 와이너리는 재정 문제로 지라드 와이너리를 운영하지 못했고, 2000년 ‘빈티지 와인 이스테이트(Vintage Wine Estates)’의 회장, 팻 로니(Pat Roney)에게 매각되며 다시 날개를 펴게 된다.
스티브가 양조장을 세웠던 1975년은 역사적 일대 사건으로 유명한 ‘파리의 심판’이 진행되기 한 해 전이었다. 당시 시음회에 참여할 와인을 선정하고 수거하러 왔던 파리의 영국인 와인상, 스티븐 스퍼리어는 파리 시음회에 참여시킬 대상으로 ‘금주령 이후에 세워진 중견 양조장 중에서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맛을 대표할 와인’을 원했는데, 지라드 와이너리는 설립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깝게 스퍼리어의 리스트에는 들어가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파리의 심판’ 사건 이후 캘리포니아 와인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면, 지라드 와인의 르네상스는 21세기 새 천년의 시작을 기다려야했다.
Pat Roney & 지라드 르네상스
캘리포니아의 오랜 와인 양조업자 팻 로니는 마이클 스튜어트(Michael Stewart), 척 스윈니(Chuck Sweeney)와 함께 2000년에 지라드 와이너리를 구입했다. 로니의 와인 경력은 그가 대학 시절과 대학 졸업 후에 일했던 시카고의 유명한 ‘펌프 룸(Pump Room)’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르바이트 시절부터 와인에 푹 빠져서 와인 분야에서 폭넓은 경력을 쌓았다. 와인에 대한 열정과 나파 밸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그는 나중에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왔고, 소노마 밸리의 샤또 세인트 진(Chateau St. Jean)과 쿤데(Kunde), 두 와이너리의 지휘봉을 연이어 잡게 됐다.
그리고 결국 지라드 와이너리의 파트너이자 주인이 됨으로써 새 천년을 맞이했다. 로니의 ‘빈티지 와인 이스테이트’는 나파 밸리에서 지라드 외에도 Clos Pegase, Cosentino, Delectus, Swanson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설립자 스티브 지라드는 2004년 사망했지만, 지라드 와이너리에서 로니는 샤르도네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기반으로 한 와인을 만드는 전통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나파 밸리의 변방에서 100여 년 이상 자란 진판델 품종과 쁘띳 시라 품종으로도 포커스를 넓히고 있다.
과거부터 그랬던 것처럼, 지라드의 목표는 나파 밸리의 진하게 잘 익은 포도맛을 강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라드의 와인 중 일부는 샤르도네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는 소노마 지역의 고급 산지인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에서 재배되는 포도로도 생산된다. 최적의 입지 조건에서 재배된 최적의 포도로부터, 지라드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핵심 단어인 농축미와 우아함 모두를 특징으로 하는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라드에서 우리는 와인에 대해 열정적이고, 땅을 위해 헌신하며, 나파 밸리를 고향으로 부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50년 이상 동안 지라드는 각별히 와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전념해 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포도 재배자들과의 오랜 관계, 소규모 발효 기술과 세심한 블렌딩을 통해 풍성하고 복합적이며 균형 잡힌 와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합니다. 우리는 모든 와인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 그 진솔한 개성을 표현하도록 기술을 사용하고 설비를 운영하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수석 와인 메이커인 글랜 휴고(Glenn Hugo)는 설명했다.
글렌은 2006년 지라드에서 포도 수확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빠르게 셀러 마스터와 보조 와인메이커 그리고 수석 와인메이커로 승진했다. 그의 손을 거친 지라드 와인은 매우 특별하다. 글랜은 레스토랑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식문화(Culinary Experience)의 한 부분으로서의 와인’에 초점을 맞춰 수공예적으로 와인을 제조하기 때문이다. 글렌의 철학은 간단하다. “와인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와인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기억을 심어주는 살아 숨쉬는 표현이죠.”
지라드의 모토는 ‘High quality wines at affordable prices’로서 나파의 자연을 담은 고품질의 와인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대체로 지라드 와인은 초반부터 마시기 편하며, 향이 좋고, 가격대가 아주 합리적이다.
새 술은 새 포대에, 정상의 만찬주~!
지라드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에 두 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역사적 본부 건물인 욘트빌 중심부에 시음실이 있고, 새로 건축한 칼리스토가 양조장이 있다. 수년 동안 지라드는 북부 욘트빌의 시내 중앙에 위치한 아름다운 테이스팅룸을 운영했다. 접근성도 좋았고, 실내 시설이 아름다웠다. 다른 와이너리와 달리 저녁 늦게까지도 운영돼 매우 편리했는데, 2021년 5월 안타깝게도 욘트빌 시설이 완전 폐쇄됐다. 이제 칼리스토가의 최신 친환경 와이너리로 통합됐다. 2018년 가을에 완공된 새로운 칼리스토가 와이너리는 900평 규모며, 태양광 발전으로 가동되는 초 현대식 시설로서, 지속가능 경영과 친환경 양조 환경을 구축했다.
새 양조장은 칼리스토가시 바로 남쪽에 위치, 모 회사가 이 지역의 오랜 명가 끌로 페가스(Close Pegase)를 소유하고 있어 확실히 상호 시너지가 기대된다. 건물 주변의 영지에 심은 유럽종 포도들은 양이 많지 않아 소량 생산되는데, 갸메(Gamay)나 무르베드르(Mourvedre) 같은 나파 밸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품종들도 있다. 방문객 환대 시설과 시음장은 예약하면 방문 가능하다. 필자는 운 좋게도 매우 경치 좋은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안뜰에서 지라드 와인을 시음했다.
언젠가부터 지라드의 와인은 백악관(White House)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레이건 대통령의 중국 순방길에도 동행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초빙한 만찬주로 2014 지라드 까베르네 소비뇽이 제공되면서 화제가 됐다. 지라드 와인 레이블은 화려한 그림이나 이미지 없이 알파벳 글자만 차분하고 단정하게 미니멀리즘으로 처리돼 있어 은근히 눈길이 가는 중독성도 있는 듯하다.
지라드사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 Sauvignon Blanc, Chardonnay, Cabernet Sauvignon, Zinfandel, Petite Sirah, Artistry Red Blend 6종이, 다행스럽게 국내에 수입되기에 독자들은 필자의 시음기와 함께 지라드 와인 시음 여행을 떠나 볼 수 있겠다. 세계 최강대국 정상의 만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샤르도네, 카네로스 Chardonnay, Carneros
나파 밸리 남부의 카네로스 구역은 산 파블로 베이(San Pablo Bay)의 냉기를 받을 수 있기에 나파에서는 가장 서늘한 기후 지역이다. 따라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등 서늘한 기후의 특징을 발휘할 수 있는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지라드 카네로스 샤르도네 와인은 이 구역 포도를 손수확해, 오크 배럴에서 발효시켰으며, 효모 잔해와 함께(Sur Lies) 100% 프랑스 오크 배럴에서 10개월 숙성시켰다. 잔에 따르면 눈부신 황금빛 칼라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열리는 향의 프로필을 즐길 수 있다.
레몬, 청귤, 사과의 신선함, 복숭아, 살구의 농밀함, 서양배, 망고와 멜론, 레몬 크림이 주는 이국적 열대 특성을 거쳐, 오크 숙성에서 오는 토스트 오크향, 세련된 미네랄, 구수한 브리오슈 베이커리 풍미, 버터, 크렘 브뤨레 디저트에서 연출되는 흑설탕의 달콤한 고소한 풍미, 베이킹 향신료로 마무리된다. 알코올 13.9%vol의 미디엄-풀 보디감으로 풍부하고 진한 미감의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다~! 생동감 풍부한 과일맛이 구운 아몬드와 견과류 뉘앙스와 함께 길게 이어지는 여운도 근사하다.
2019년 카르네로스 샤르도네는 생각보다 더욱 상큼하며, 미네랄 포인트가 강하다. 일반적으로 양조학계에서 알려진 대로, 유산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을 거친 샤르도네 와인은 그 부산물인 디아세틸(Diacetyl) 성분 때문에 ‘버터향’이 강하게 등장하는데, 지라드에서는 디아세틸 성분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선감을 더 느낄 수 있다. 와인평론가 James Suckling로부터 91점을 받았다.
Price 14만 원대
소비뇽 블랑, 나파 밸리 Sauvignon Blanc, Napa Valley
사실 더운 나파 밸리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자칫 무거운 느낌을 갖기 마련이기에 생산에 매우 조심스러운 품종이다. 지라드 와이너리는 칼리스토가 양조장을 오픈하면서 영지 주변에 유럽종 포도를 식재했는데, 이 와인은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북쪽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소량 재배되는 소비뇽 블랑을 수확해 생산되고 있다.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오크 배럴을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했으며, 유산 발효를 진행하지 않았다.
필자가 시음한 2019년 빈티지 소비뇽 블랑 와인은 13.9%vol 알코올을 가지고 있고, 초반에는 품종 고유의 구아바, 키위, 자몽, 레몬 껍질의 매우 쌉싸래하고 싱그러운 풍미가 글라스 수면으로 통통 튀어 오른다. 이어서 레몬꽃향, 멜론, 귤, 파인애플 등 나파 밸리의 테루아를 담은 열대 과일향이 바톤을 이어 받는다.
입안에서는 싱그러운 산미와 우아한 백도, 향긋한 파인애플 풍미가 감칠맛을 자아내며, 마지막 여운은 신선한 과일과 미네랄 미감으로 단정하게 마무리된다. 맛이 근사한 생선 농어찜 요리, 대게나 랍스터 요리를 추천한다. 정평있는 <Wine Enthusiast> 매거진으로부터 90점을 받았다.
Price 8만 원대
쁘띳 시라, 나파 밸리 Petite Sirah, Napa Valley
쁘띳 시라 품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했다. 오랫동안, 그 이름과는 달리, Syrah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오다가, 최근의 DNA 조사에 의해 Syrah와 연관성이 결국 밝혀졌으며, 또한 19세기 말에 남부 프랑스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던 뒤리프(Durif)라는 소수 품종으로 확인됐다. UC-Davis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Petite Sirah의 90%는 Durif라는 사실과 이 Durif 품종은 플루쟁(Peloursin) 품종과 Syrah 품종과의 교배종임이 밝혀졌다.
프랑스 본토에서는 알이 작아 소출이 적고, 껍질은 두꺼워 타닌은 억세어서 인기가 없었는데,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잘 익은 쁘띳 시라는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쁘띳 시라 품종 팬들은 특징적인 강한 퍼퓸향, 잉크빛 짙은 색, 강렬한 타닌, 균형 잡힌 오크 뉘앙스를 좋아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나파 밸리 쁘띳 시라는 ‘Old Vine’ 뀌베로, 14.5%vol의 풀보디 알코올을 갖고 있다. 잔에 따르면, 잉크처럼 진하고 선명한 블루 루비 색상에, 특징적인 블루베리, 블랙체리, 말린 자두, 커런트잼의 이국적 풍미가 깊고 진하다.
게다가, 라일락과 자스민 꽃향기의 화려함에 먼지, 흙내음 등 미네랄 포인트도 깃들여 있으며, 오크 배럴 숙성에서 기인한 바닐라, 토스트, 커피향이 매혹적인 복합미를 연출하는 놀라운 와인이다. 육즙이 풍부한 립아이 스테이크와 함께 고급스러운 식감을 즐겨 보자. 와인 웹사이트 Wine.com의 평론가 Wilfred Wong으로부터 92점의 점수를 받았다.
Price 14만 원대
올드 바인 진판델, 나파 밸리 Old Vine Zinfandel, Napa Valley
지라드의 진판델 와인은 95% 진판델 품종이면서도, 내부적으로 매우 다양한 포도밭 블렌딩을 통해 와인의 세련미를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파 밸리에서도 상대적으로 서늘한 남동부 구역의 모건밭(Morgan Vineyard)에서는 산도가 확실한 포도를 얻을 수 있으며, 나파 밸리 내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822m에 위치한 바카 산맥(Mt. Vaca) 산자락의 하리스 블루 리지밭(Harris Blue Ridge Vineyard)에서는 소량이지만 야생성이 뚜렷한 포도가 나오며, 나파 북부 칼리스토가 인근의 고드워드밭(Godward Vineyard)에서는 매우 오래된 고목으로부터 진한 향과 매끄러운 타닌 특성을 가진 포도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블렌딩에 사용된 지라드 진판델 나무의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다. 이처럼 세심하게 블렌딩된 2018년 ‘Old Vine’ 진판델 와인은 알코올 15%vol의 풍만한 볼륨감과 힘을 가진 육감적 와인으로 탄생했다. 첫 잔에서는 바이올렛 뉘앙스가 선명한 짙은 색상에, 블루베리, 블랙베리잼, 완숙 체리, 말린 자두의 향이 특징적으로 드러나며, 정향과 흰 후추 같은 향신료가 멋지게 조화됐다. 이는 지라드 양조팀이 개발한 ‘퓨전 배럴(Fusion Barrel)’ 오크 작업이 주효하며 복합적인 풍미를 이끌어 낸 것이다. 향긋한 뉘앙스를 주는 미국산 오크통과 진판델 특유의 향긋한 향신료 풍미를 고양시키는 헝가리산 오크통과 어울려, 프랑스산 오크 배럴은 부드럽고 고급스런 마무리를 제공했다. 생동감과 복합미를 강조한 지라드 진판델의 새로운 세계를 맛보시라.
Price 14만 원대
까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2017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초빙한 만찬주로 ‘2014 지라드 까베르네 소비뇽’이 제공됐다니, 시음 내내 은근 떨리기까지 했다. 필자가 시음한 나파 밸리 2018 빈티지는 한층 더 좋은 품질로서, 매우 아름답고 클래식한 특성을 보이는 레드 와인을 생산한 해다. 2018년 빈티지는 James Suckling 점수 91점을 받았다. 까베르네 소비뇽 95% 정도에 약간의 메를로가 블렌딩됐다.
나파 밸리 남동부의 아틀라스 피크(Atlas Peak) 지역의 카베르네는 매우 정갈하고 청초한 특성을 지닌 포도를 생산하기에, 다분히 보르도 스타일의 개성이 담뿍 녹여진 나파 까베르네다. 22개월 100% 프렌치 오크 숙성을 하며 70%만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검붉은 색상에,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산딸기, 후추, 바닐라, 오크, 초콜릿 토피(Toffee), 코코아향에 고급스런 버섯과 가죽과 먼지 풍미도 살짝 깃들여 있는 근사함이 있다. 입안에서는 안정적 산미와 수려한 타닌감, 알코올 14.5%vol의 미디엄 보디가 믿음직한 음식 친화적 까베르네 와인으로서, 필자는 포치니 버섯 소스의 꽃등심 구이와 함께 즐겨 봤다.
Price 14만 원대
아티스트리, 나파 밸리 Artistry, Napa Valley
지난 40년 이상, 지라드는 그 해의 가장 좋은 레드 와인 배럴에서 뽑아낸 베스트 ‘레드 와인’의 블렌딩 와인을 생산해 왔다. 2003년에 이르러, 이 와인 제조의 예술적 측면을 나타내 줄 적합한 이름을 찾아냈으니, 바로 최고의 블렌딩 와인을 만드는데 필수 불가결하다고 모두가 공감한 단어, ‘예술가적 기교(Artistry)’다. 그럼, 과연 어떤 예술적 기교를 부렸을까? 빈티지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2019년 빈티지 아티스트리는 까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10%, 까베르네 프랑 8%, 말벡 7% 그리고 쁘띠 베르도 5%의 비율로 블렌딩됐다.
St. Helena, Oakville, Diamond Mountain, Pope Valley 구역 밭에서 키운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는 잘 익은 타닌과 시원한 풍미를, Yountville 과 Rutherford 구역밭에서 온 메를로는 매끈한 질감과 검은 베리 풍미를 가져 온다. Pope Valley의 까베르네 프랑과 말벡은 꽃향기와 다층적인 과일 풍미를 주며, 가장 늦게 익는 쁘띠 베르도는 무게감과 타닌 구조, 꽃향기를 선사한다. 지형적으로도 나파 밸리의 경사지쪽 밭과 평지밭의 포도를 모두 취해, 독특하고도 집중된 표현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개월 간 숙성시켰으며, 새 오크통 비율은 50% 정도다. 산딸기, 커런트, 체리 등 과즙의 싱그러움과 이국적 향신료 풍미에 모카커피와 다크초콜릿, 계피 뉘앙스가 동반된 오크 터치가 육감적으로 녹아 있다. 대담한 타닌과 매우 팽팽하고 집중도 뛰어난 미네랄, 활기찬 산도, 수려한 질감, 확고한 구조, 매력적 기교를 갖춘 와인으로 구입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아이콘 와인이다.
Price 18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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