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Jacopo Biondi-Santi

2021.05.30 08:50:21

 

필자는 오래 전부터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주변 지인들은 삼성폰보다 아이폰을 선호한다. 둘 다 최고의 스마트폰이지만, 삼성폰은 대중적인 이미지, 아이폰은 다소 ‘컬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와인에도 이런 세계가 있다. 컬트 와인은 범접하기 힘들고 고가다. 그래서 필자는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맛을 가진 맛있는 와인을 좋아한다. 바로, 삼성 명품폰 같은 와인, 이 달의 주인공이다.

 

티레노해의 테루아를 품다 이탈리아 마렘마 Maremma
한반도 주변의 바다가 서해, 남해, 동해로 나뉘어 불리듯이, 수천 년 지중해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이탈리아 주변의 바다도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반도의 서북쪽은 Mar Ligure, 중서부는 Mar Tirreno, 동부는 Mar Adriatico, 본토 남부는 Mar Ionio로 불린다. 이 중에서 이 달의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이 티레노 바닷가의 마렘마 지구다. ‘Maremma’라는 말은 ‘습지’를 뜻하는 ‘Mare’에서 유래했는데, 중세 메디치가가 토스카나를 통치할 때부터 간척이 시작돼 농토로 활용된 역사적 지역이다 북으로는 볼게리(Bolgheri)부터 남으로는 라찌오(Lazio) 지방에까지 이른다. 면적은 약 5000㎢이니, 경기도의 절반 정도되는 넓은 지구다. 지형학적으로는 티레노 바닷가로부터 해발고도 0~400m에 이르는 구릉지대다. 행정 구역으로는 그로쎄또(Grosseto) 도에 속하는 곳이며,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혜택으로 프랑스 원산의 국제적인 품종들로부터 이른바 ‘수퍼 터스칸’이라 불리는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 중,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DOCG처럼 산죠베제품종을 사용하는 일부 원산지 명칭이 있으며, 해발 고도가 높은 끼안티 지역 와인과는 차별화된 샨죠베제 와인이 생산된다.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온디 산티 가문의 유산과 야코포 Jacopo Biondi-Santi
와인애호가라면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산지 중 하나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산지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와인 산지를 수퍼스타로 만든 생산자 가문이 바로 비온디 산티 가문이다. 타고난 창의력으로 비온디 산티 가문은 이탈리아 와인 산업사에서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찍이 1800년대 끌레멘테 산티(Clemente Santi)가 발견했고, 그의 손자, 페루초 비온디 산티(Ferruccio Biondi Santi)가 식재한 특별한 품성의 산죠베제 폼종을 산죠베제 그로쏘(Sangiovese Grosso = 브루넬로 Brunello)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 양조장과 와인들은 너무도 유명해 ‘컬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고가에 판매된다. 이 회사의 현 경영주인 야코포 비온디 산티는 비온디 산티 가문의 6대손으로서 피렌체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후, 가족 사업에 참여했다. 2013년 전설적인 5대 경영주 프랑코 비온디 산티(Franco)의 서거 후, 회사의 경영을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 가문은 몬탈치노 외에도 바닷가 마렘마 지구에 매우 특별한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멋진 와인을 만들고 있으니, 앞서 필자가 ‘삼성폰’에 비유한 와인이다.

 

 

까스텔로 디 몬테포 Castello di Montepò

까스텔로 디 몬테포 성은 아코포와 그의 가족의 오랜 상징 브랜드 로, 토스카나 지방의 남부 해안가 연안을 따라 형성된 역사적인 마렘마 지구 내의 스칸사노(Scansano) 마을 외곽에 위치해 있다. 마 렘마의 숲과 올리브 농장으로 둘러싸인 몬테포 성은 육중한 중세 요새의 형상으로 내부 저택을 감싸고 있다. 이곳에 회사의 포도밭 과 올리브 농장, 와인 숙성 셀러가 있다. 총 600ha의 영지 중에서 50ha가 포도밭으로 조성돼 있다. ‘브루넬로 클론의 발견자’라는 엄 청난 양조학적 유산을 이어받은 야코포는 이곳 몬테포 농장에서 ‘새로운 전통(New Traditions)’으로 명명한 새로운 방법을 창조, 현대적 스타일을 가미한 고유한 토스카나 와인을 생산한다. 이곳 에서 야코포는 포도나무와 자연조건이 완벽하게 상호 작용하는 와인 생산 계획을 세웠다. 이 영지에서 고도, 토질, 채광, 미세기후 등을 조사해 그들의 ‘Sangiovese Grosso BBS11’ 클론을 위한 최 적의 특별한 테루아를 선정해서 식재했다. 몬테포의 농장은 마렘 마 지구 특유의 부드러운 구릉지대로서 해발 고도 300~460m 지 역에 남향~남서향 채광을 가진 밭이다. 인근 그로쎄또(Grosseto) 시 남쪽에 있는 대규모 숲은 매우 중요한 미세 기후를 형성한다. 습도 조절과 한낮의 온도 조절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뚫어 주는 역할을 한다. 농장과 숲 곳곳에는 기상관측기가 설치돼 있어 다양 한 통계를 기록하고 보관한다. 이로써 농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 기후의 경향성을 중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 게 됐다. 여기에 토양의 특성과 품질에 관한 깊은 조사가 병행되고 있어 자료의 깊이를 더한다. 피사 대학과 피렌체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바에 의하면, 몬테포 농장의 규소질 점토는 ‘Sangiovese Grosso BBS11’ 클론에 최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몬테포 50ha의 포도밭에는 세 종류의 적포도가 경작되고 있는데, 70%는 비온디 산티 가문의 유일무이한 자산인 ‘Sangiovese Grosso BBS11’ 클 론이고, 나머지 30%가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품종이다. 현재 회사는 지속적으로 영지의 나머지 땅에 포도밭을 확장하고 있다.

 

몬테포 농장의 와인 생산 철학

몬테포 농장에서는 1월 초의 겨울, 전지작업을 통해 각 그루당 열 매 순의 수를 조절한 후 결과적으로 전체 소출률을 결정한다. 5월 이 되면 자라나는 가지들을 정리하고, 7월이 되면 열매솎기를 하여 과일을 농축시킨다. 농장에서는 포도밭을 둘러싼 식물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비관개 농법(Dry-Land Farming)을 실천하고 있다. 이로써 농축된 작은 알의 적포도를 얻을 수 있으며, 껍질의 페놀 성분과 산미가 높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몬테포 농장에서는 자연계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고도로 과학적인 장치인 기상 계측 기를 포도밭 주변 7군데에 배치해서 기온, 대기압, 수분 등을 측정 한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통하여 매우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대 응을 가능하게 한다. 트랙터를 비롯한 농업 기계의 사용을 최소한 도로 절제하면서, 친환경적 영농을 이어간다. 봄, 가을의 시원한 시기에 걸어서, 아니면 자전거나 말을 타고 포도밭과 올리브나무, 밤나무가 심어져 있는 농장을 돌아보는 트래킹도 매우 매력적이다. 양 조장 셀러는 자사 장기 보관형 와인들의 진화와 숙성에 각별한 신 경을 쓰도록 고안돼 있다. 알코올 발효와 유산 발효는 스테인레스 탱크를 사용하며, 복합미와 장기 숙성에 필요한 폴리페놀 성분들 을 충분히 뽑아내기 위해 발효조에서의 껍질 침용 기간이 매우 길다. 지하 숙성실은 16°C의 온도로 일정하며 석회석 공간이기에 적절한 습도가 보장돼 있다. 비온디 산티 가문이 가장 신경으로 쓰는 부분은 바로 오크통이다. 야코포는 몬테포 와인의 복합미와 숙성력을 최고도로 끌어내기 위해, 프랑스 알리에(Allier) 도의 트 롱쎄(Tronçais) 숲 오크나무만을 고집한다. 특히 150년 이상된 나 무들로부터 생산된 오크 배럴이 몬테포 고급 레드 와인의 세련되 고 완벽하게 숙성된 타닌을 완성시킨다고 믿는다.

 

 

토스카나 두 귀족 가문의 결합과 미래
현 단계 비온디 산티 가문의 주안점은 몬테포 와인과 가문의 귀한 자산인 브루넬로 클론 산죠베제 품종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정교한 와인 양조술, 특별한 자연 조건, 비온디 산티 가문의 고귀한 명성,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정받는 토스카나 와인 까스 텔로 디 몬테포의 핵심 요소다. 야코포는 생산 과정에서 받은 영감으로 각 와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레이블 디자인까지 관여하며, 디 테일을 완성시킨다. 비온디 산티처럼 가문의 명망이 특별한 회사에서는 레이블 디자인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간결하면서도 우아하 고, 함축적인 기품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로고는 현재 비온디 산티 가족의 거주지며, 와인을 생산하는 중세 성의 모습 이다. 와인 레이블에 보이는 방패 문장은 토스카나의 두 귀족 가문의 결합을 기념하는 디자인이다. 왼쪽에 비온디의 가문의 문장이, 오른쪽에는 산티 가문의 문장이다. 몬테포 농장에서 만든 첫 와인 빈티지가 1994년인데, 우연하게도 이 해에 야코포의 첫 아들 탄크 레디가 태어났으니, 야코포는 와인 농사뿐만 아니라 자식 농사도 성공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탄크레디는 비온디 산티 가 문의 7대손으로, 부친 야코포를 보좌하며 몬탈치노와 마렘마의 두 농장을 보살피고 있다. 2017년부터는 ‘Tenuta Biondi-Santi’ 사 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두 동생들과 함께 이끌 21세기 몬테포 와인의 미래가 창창하다,

 

 

 

브라깔레 Braccale, Toscana IGP

토스카나의 마렘마 지구는 지중해 중위도권에 있으면서 바다에 직접 닿아 있어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띠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니, 포도의 농축도가 높아 알코올 도수가 높고 잘익은 과일 풍미가 짙은 와인이 생산된다. 이곳에서 일반적으로 수퍼 터스칸이라고 불리는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메를로 품종을 이용한 수퍼 터스 칸은 드문 편이데, 이 와인의 블렌딩에 메를로가 사용됐다. 마렘마의 점토질에 잘 적응한 ‘터스칸 메를로’의 면모를 느 낄 수 있다. 스칸사노 인근의 몬테포 포도밭에 심어진 두 품종의 블렌딩은 ‘Sangiovese Grosso BBS11’ 80%에 메를로 20%를 섞었다. 각각 분리해, 10일 간의 침용 발효 기간과 유산 발효까지 마치고, 프랑스 트롱쎄산 오크통에서 10개월 간, 그리고 이후 블렌딩을 위해 6개월간 스테인레스 조에서 추가 숙성했다. 필자가 시음한 2015년 빈티지 브라깔레 와 인은 알코올 도수 13.5%vol이었다. 산죠베제의 진한 루비색에 메를로의 보랏빛 뉘앙스가 느껴지며, 숙성에 따른 적벽돌 색도 은은하게 가미돼 있다. 코에서는 블랙베리와 자두향, 장미향과 붉은 꽃향기가 부께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볏 짚단 향과 바닐라, 삼나무, 후추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입에서는 메를로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산죠베제의 산미를 보듬 어 주고, 섬세한 타닌과 농축된 질감이 순한 알코올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송아지 고기, 깔끔한 닭볶음 요리, 적당히 숙성된 치즈가 잘 어울리겠다. 브랜드명 ‘브라깔레’는 손목에 차는 치장 장식 고리를 뜻하는 단어니, 연인들끼리 특별한 기념일에 의미를 두고 마시면 좋겠다.

Price 6만 원대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Morellino di Scansano DOCG

이탈리아 대표 품종인 산죠베제는 북부와 남부를 제외한 중부권 전역에서 재배되기에, 다양한 내부 클론 명칭이 수십 종에 달한다. 그중에서 스칸사노 지역에서 부르는 호칭이 ‘모렐리노’다. 그러니까 모렐리노도 산죠베제 품종인 셈이다. 스칸사노는 내륙 몬탈치노 생산 지역에서 바닷가쪽으로 방향을 틀면 나오는 와인산지다. 고지대 와인의 엄격함과 바닷 가의 너그러움을 동시에 가진 토스카나 와인이다. 이름이 길고 생소해 아직 모르는 애호가들도 많겠다. 등급은 가장 높 은 DOCG급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 모렐리노 와인은 국내에 없어서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급배송된 와인으 로 시음했다. 와인의 품종 블렌딩은 ‘Sangiovese grosso BBS11’ 95%에 소량의 카베르네 쇼비뇽을 5% 넣었다. 와인의 숙성 방법이 특별하다. 내부를 태우지 않은 프랑스 트롱쎄 오크통에서 8개월 숙성시켰다. 왜 토스팅되지 않은 오크통 을 사용했을까? 알코올 도수는 14%vol이다. 해발 350m 구릉지대의 산죠베제는 산도를 갖출 최저 고도에서 재배된 만 큼 신선함과 견실한 몸매를 자랑한다. 여기에 메를로를 섞은 브라깔레 와인과 달리 카베르네를 블렌딩해 세련미와 힘 을 동시에 추구했다. 짙은 적자색에 보랏빛 뉘앙스, 산딸기와 블랙커런트, 덤불숲 내음과 깨끗한 과일, 미네랄 향이 좋 다. 탄탄한 미디엄 보디 몸집에 골격과 구조를 지닌 와인으로 오크향보다는 오크의 타닌만 추가시킨 양조법의 승리다. 피렌체식 스테이크 구이, 버섯 리조또, 중간 정도 숙성된 치즈를 곁들여 즐기자.

Price 11만 원대

 

 

싸쏘알로로 Sassoalloro, Toscana IGP

싸쏘알로로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형성된 거대한 불규칙한 화산암의 이름인데, 지난 수세기 동안 많은 전설을 탄생시키더니, 급기야 이 와인에까지 이름을 남겼다. 화산토에 석회질 자갈이 풍성하게 깔린 몬테포 농장의 전형적인 토양에서 엄청난 미네랄을 뽑아 올렸다. 가문의 자랑인 ‘Sangiovese Grosso BBS11’ 클론 100% 순혈종 와인이다. 역시나 이 와인에도 내부 토스팅되지 않은 프랑스 트롱쎄 고급 오크통을 사용해 14개월간 숙성시켰다. 프랑스 오크는 미국 오크보다 향은 절제되지만 타닌은 보다 많이 뿜어낸다. 순혈종 클론이 화산암과 석회 점토질 토양에서 뽑아낸 미네랄을 살리기 위한 세련된 양조술이다. 몬테포 농장의 450m 구릉지대 포도밭 포도를 사용해 높은 산도와 타닌, 강건함을 DNA로 한다. 그러면서 알코올은 13.5%vol로 미들급 몸집에 멈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을 구현했다. 유리 잔속의 레드 와인은 중심에 진홍색이 선명하며 주변의 적자색 톤이 내부 유리에 투영되는 컬러가 아름답다. 코에서는 풍성한 레드 베리 계열의 새큼한 향이 넘쳐나며, 은은한 해즐럿, 아몬드, 삼나무향이 뒤따르고, 제비꽃향, 제라늄향이 향의 관능미를 더한다. 산미와 칼칼한 타닌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벨벳 질감의 감촉이 근사하게 느껴진다. 10~15년 정도 숙성하며 최고조에 도달하리라. 부드럽게 구운 안창살과 함께한 멋진 디너~! 그리고 최고의 가성비~!

Price 13만 원대

 

 

 

 

스키디오네 Schidione, Toscana IGP

야코포 비온디 산티의 자존심을 건 아이콘 와인, 스키디오네~! 몬테포 농장에서 가장 높은 450m 해발 고도에서 생산된 ‘Sangiovese Grosso BBS11’ 품종 40%에 보르도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40%, 메를로 20%를 블렌딩했다. 최고의 아이콘 와인을 만들기 위해 가장 널리 알려진 국제적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을 상당히 많이 사용했으며, 마렘마의 점토질에 특화된 메를로 품종을 추가했다. 와인 브랜드 ‘Schidione’는 중세시대 용어로 이 지역에서 사냥감 짐승을 구워먹을 때 사용했던 쇠꼬치 명칭이다. 직접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꼬치에 고기 외에 다채로운 채소를 함께 끼워 구웠던 관행에서 착안한 명명법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 와인도 산죠베제 외에 두 가지 품종을 더 섞었으니 말이다. 남서향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여름의 긴 태양 볕을 받고 10월에 충분히 완숙했을 때 수확한 포도는 품종 별로 분리해 18일 간의 긴 침용 발효 기간과 유산 발효를 거친 후, 프랑스 트롱쎄산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장기 숙성했다. 이후 블렌딩을 위해 6개월 스테인레스조에서 추가로 숙성했다. 필자가 시음한 2015년 빈티지 스키디오네는 알코올 14%vol의 우아하고 세련된 고급진 와인의 품성을 가졌다. 진한 흑적색에 심원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글라스에서는 고급스런 블랙 커런트향과 블루베리, 자두향의 과일이 풍부하고, 민트, 흑후추와 바닐라향, 이국적인 파이프 담배향이 깃들인 동방의 향신료 향에 은은한 삼나무향, 토스트, 다크 초콜릿이 어우러지며 복합미를 돋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엽 섞인 흙 내음과 피톤치드 등 숲의 정기를 뿜어내며 복합미의 절정을 이룬다. 입에서는 산죠베제 순혈종의 과일, 산미를 바탕으로 혀에 꽉붙어 휘감기는 강인한 타닌과 역동적인 질감이 튼실한 구조를 형성한 풀보디 와인이다. 40~50년 장기 보관할 와인이며, 포치니 버섯을 곁들인 채끝 등심 구이가 생각나나, 사실 잘 숙성된 치즈 한 조각이면 좋을 완벽한 ‘명상용’ 와인이다.

Price 50만 원대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1588-9752)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미식인문학 교수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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