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몽그라스(Montgras)

2020.09.10 08:50:58


사상 초유의 가장 긴 장마를 보내고 수마가 할퀸 상처 속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이런 극과 극의 기후 현상은 계속되리라. 이런 날씨라면 좋은 포도를 가꾸기가 힘들겠지만, 9월의 기적 같은 온화한 날씨를 기대한다. 수확의 여신 세레스의 손길로 잘 익은 잘 익은 포도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안겨지기를 바라며...


이번 달 와인 명가는 파아란 하늘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는 남미 칠레로 발길을 잡아 본다.



남미 대륙에 울려 퍼진 브로맨스, 그라스 형제



불과 3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와인을 수출하는 칠레 최대 가족 기업 중 하나인 몽그라스를 만들어낸 형제가 있다. 에르난 그라스와 에두아르도 그라스(Hernán & Eduardo Gras) 형제는 1993년, 칠레의 최고 테루아에서 세계적 품질의 와인을 일관되게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재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형제는 최신 기술과 합리적 관리 조직을 갖추고 매우 특별한 와인 그룹을 만들어왔다. 칠레 최고의 섬세한 와인 생산지인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출발, 서늘한 기후 지역대인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거쳐, 칠레 와인의 태동지며 성지인 마이포 밸리(Maipo Valley)까지 가장 유명한 테루아 세 곳에 모두 와이너리 생산 기지를 만들었다.


그라스 집안은 스페인 까탈루냐(Cataluña) 출신이다. 1900년대 초에 칠레로 이민을 와서 콘셉씨온(Concepción)에 정착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와인상을 했던 그라스 집안의 전통에 영향을 받은 작은 아들 에르난은 칠레 가톨릭 대학에 입학해 농업, 포도 재배와 양조를 공부했다. 그는 이어서 프랑스로 건너가 보르도 대학에서 유산 발효를 연구해 양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서, 북미 대륙 캐나다로 가서 캐나다 최대 와인 회사인 브라이트 와인즈(Bright Wines)에서 20여 년을 근무했다. 1993년 마침내 칠레로 돌아온 에르난은 형 에두아르도와 함께 본인의 와이너리를 건립했다. 에르난은 2012년까지 몽그라스 회사의 회장직을 맡았고, 현재는 회사의 기술 책임자로서 와인 생산을 총 책임지고 있다.


반면, 형 에두아르도는 칠레 국립 이공대를 졸업하고 공학기사 학위를 받았으며, 부동산 회사를 설립했다. 기업가 정신에 투철한 에두아르도는 이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에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5000여 명 이상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교육 혜택을 주는 국책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1993년 그는 10년 터울의 동생 에르난과 사업 파트너 크리스티앙 하트윅(Cristián Hartwig)과 함께 몽그라스를 창립했다.


칠레 3대 명산지를 아우르는, 몽그라스 와인
몽그라스 와이너리가 태동한 콜차과 밸리는 현재 칠레에서 가장 발전하고 있는 최고의 명산지 중 하나다. 수도 산티아고 남서쪽 약 130km에 위치한 이곳은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생산 지역으로서, 또 다른 하위 생산지는 카차포알 밸리보다 다소 서늘한 특성을 지녀 더욱 섬세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지형적으로는 동편의 안데스 산맥과 서편의 해안 산맥이 천연 장벽이 돼 주고 있으며, 카차포알 강과 콜차과 강이 흐르며 지역을 적셔 준다. 지중해성 기후 특성을 보이는 이곳은 사계절이 명확하며 항상 청명한 하늘과 최적의 일조량을 자랑한다. 남반구 포도가 성장하는 여름 시즌, 즉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는 습도가 적고, 안데스와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이 한낮의 태양의 열기를 식혀 주는 효과를 갖기에 이상적인 자연 환경이다. 낮과 밤의 평균 일교차는 13℃에서 35℃에 이른다. 따라서 포도는 천천히 익으며 탄탄한 페놀 분자 구조를 형성하기에 과일향과 풍미가 뛰어나다. 이곳의 포도밭에는 까르므네르, 시라, 말벡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란다.



2005년에 몽그라스 회사는 드디어 역사적 산지인 마이포 밸리로 진입한다. 산티아고 분지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그야말로 최고의 칠레 레드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동편의 안데스 산맥이 위용을 자랑하며 산의 찬 정기를 보내주고, 마이포 강이 가져다 준 충적토와 자갈이 잘 분포돼 있어 큰 구조를 가진 위대한 와인들이 탄생한다. 이곳의 황제는 약 70%가 식재된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그 외에 보르도 품종들이 심어져 보르도 블렌딩 와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몽그라스는 알토 마이포 지구에 인트리가(Intriga) 양조장을 건립해, 아이콘 와인인 막시마(Maxima) 등을 생산한다. 2006년에는 몽그라스가 레이다 밸리로 진입했다. 레이다 밸리는 칠레 와인 산지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곳으로, 차가운 태평양의 기운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매우 서늘하고 험한 지역 중 하나다. 그 때문에 포도나무와 와인 생산자 모두를 시험에 빠뜨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위치한 몽그라스의 아마랄(Amaral) 양조장에서는 화이트 품종과 피노 누아 등을 재배해, 높은 산미와 미네랄 특성이 강한 와인을 생산한다. 몽그라스의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 그리고 높은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와인들이다.


친환경 정책으로 21세기를 맞이하는, 몽그라스 와인
지속 가능한 영농은 설비 초기부터 몽그라스의 가장 중심된 철학이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포도, 위생적인 생산 시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늘 담아내는 직원 인력 등 회사의 모든 부분에서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출해 왔다. 이러한 고민을 담아 2011년 회사는 칠레 와인 협회(Wines of Chile)로부터 친환경 국가 규정(National Code of Sustainability)을 수행해 친환경 인증(Certified Sustainable)을 받았다. 물과 에너지, 연료 등을 신중히 사용하고, 환경 내의 유기적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실행한다. ‘좋은 와인’이라 함은 맛과 향으로 매력을 뽐내는 것 외에도 환경을 보호한 결과물이어야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칠레 와인 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친환경 인증을 세분화해 포도 재배에 관한 그린 인증, 와인 생산 파트에 대한 레드 인증, 그리고 직원 인력과 공동체에 친환경 성향을 평가하는 오렌지 인증으로 3분화했는데, 몽그라스 회사는 2013년에 이 모든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회사의 아이콘 와인인 ‘인트리가 막시마 2012’ 빈티지가 WS 93점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 회사의 총 포도밭 면적은 540ha며, 향후 500여 ha를 추가로 식재할 예정이다. 회사 본부는 올드 스페인 풍의 시음실을 비롯해 레스토랑, 포도밭 하이킹, 승마 관광 등 즐거운 와인 관광을 할 수 있는 ‘칠레 최고의 30곳(30 Chile Attractions)’에 선정됐다. 와이너리 건물 앞의 돌 판에 새겨진 태양 문양을 보며 칠레 고대 마푸체 문명의 정신을 계승한 몽그라스의 빛나는 미래를 그려 본다.





안투, 샤르도네
Antu, Chardonnay



몽그라스가 새로 론칭한 브랜드 명칭 ‘Antu’는 ‘태양’을 뜻하는 고대 마푸체 문명에서 기원한 단어다. 태양의 나라 칠레의 테루아를 한 단어로 잘 정리한 브랜드다. 몽그라스의 중상급 라인업으로서 다양한 칠레 테루아의 싱글 빈야드 특성을 잘 표현한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 샤르도네 와인은 이타타(Itata) 밸리 포도로 생산했다. 이타타 밸리는 센트럴 밸리를 넘어 남쪽에 생성된 새로운 산지다. 남북으로 길쭉한 칠레가 포도밭을 확장하는 길은 북쪽과 남쪽 밖에 없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의 결과, 추운 남쪽 지방이 이제는 화이트 와인과 피노 등 서늘한 기후에 적응이 강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대안 산지로서 집중 부각되고 있다. 서늘한 지역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산도는 유산 발효를 진행함으로써 가라앉혔으며, 프랑스 오크통에 16개월 숙성시킴으로써 풍미의 안정감을 더했다. 황금빛 칼라에 복숭아, 살구의 단내가 첫 코를 즐겁게 하며, 잘 녹은 버터 향과 구수한 헤이즐넛, 팝콘 향이 정겹게 다가온다. 부드럽고도 섬세한 산미와 14%vol의 알코올이 갖는 힘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샤르도네다.

Price 6만 원대


레이트 하베스트
Late Harvest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칠레에서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칭적 균형을 이룰 천연 산도다. 이를 위해, 몽그라스 사는 차가운 레이다 밸리의 포도에서 높은 산도를 찾았다. 해안 안개 현상에 의해 귀부 상태에 도달한 포도와 다소 건조돼 새들해진 포도만을 수확해 만들었다. 압착기를 통과한 진한 엑기스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17℃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매우 천천히 발효됐고, 오크의 복합미를 자연스럽게 간직했다. 최종 잔당은 108g/L다. 소비뇽 블랑 75%, 게뷔르츠트라미너 25%가 블렌딩됐다. 소비뇽의 싱그러움과 활기찬 기운이 자칫 묵직해질 스위트 와인의 균형을 잡아 주고, 게뷔르츠트라미너의 화려한 꽃향기와 향신료 풍미가 이국적 정취를 더해 줬다. 파파야, 망고, 파인애플, 패션 푸르츠, 아카시아 꿀 등 달콤하고 화려한 열대과일 풍미가 가득하며, 입안에서는 매우 묵직한 비중감과 가뿐한 산미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사 후, 견과류 안주나 블루치즈, 베리 케이크, 레몬 케이크 등과 함께 즐기면 최고다. 알코올 14%vol에 375ml 반 병 크기로 출시됐다.

Price 5만 원대


아우라,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Aura, Reserva, Cabernet Sauvignon



몽그라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Reserva’급 와인에서 포도의 원산지를 여러 개 블렌딩해 새롭게 만든 최신 브랜드, 아우라(Aura)~! 몽그라스 와인의 본산인 콜차과 밸리의 포도에 보다 고품격 테루아인 마이포 밸리 포도를 15% 정도 블렌딩했다. 따라서, 원산지 명칭도 지방 단위인 셀트럴 밸리(Valle Central) DO를 받게 됐다. 이로써, 최종 와인에 진한 풍미와 구조감,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그 이름처럼 빛살이 눈부시게 식탁을 장식하기를~! 발효를 마친 와인은 10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오크통 비율은 프랑스산 80%, 미국산 20%로 미감의 조화를 꾀했다. 몽그라스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산티아고 마르고찌니의 기술이 돋보이는 아우라 레세르바 브랜드다.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으로서, 블랙베리와 체리의 향이 주도적이며, 후추와 정향 그리고 바닐라, 오크향이 잘 가미됐다. 13.5%vol의 부담 없는 바디에 미려한 타닌, 질감을 탑재한 수준급 대중 와인이다. 필자는 이 와인을 집에서 소고기 불고기와 함께 시음했으며, 다양한 소시지 바비큐나 삼겹살 구이 등과도 잘 어울릴 것이다.

Price 3만 원대


안투, 리미티드, 피노 누아
Antu, Limited, Pinot Noir



몽그라스 회사가 2006년에 레이다 밸리에 조성한 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다. 토질은 충적토, 자갈, 점토밭이 조화롭게 분포됐다. 불과 12km 떨어진 차가운 태평양 바다를 온 몸으로 느낀 포도의 특성이 잘 표현돼 있다. 와인 병의 진노랑색 레이블에는 해안선으로부터의 거리와 고도가 지도처럼 그려져 있어 테루아 체험감도 그럴듯하다. 2016년은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나타났던 해였으나, 피노는 조숙형 품종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마쳤다. 여름은 맑고 청명했으며 안개 낀 3월이 피노를 천천히 익게 해 줬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6개월 정도 숙성됐으며, 4200여 병 소량 생산됐다. 맑고 투명한 루비 색상의 피노는 글라스에서 잘 익은 딸기와 체리 향을 풍성하게 내뿜으며, 삼나무 향과 견과 향이 복합미를 높여 준다. 향긋한 산미와 넉넉한 알코올, 익은 붉은 열매의 당미가 행복한 피니시를 보인다. 버섯 채소 샐러드, 오리 찜, 소시지 구이 등과 늦가을을 보낼 멋진 와인이다.

Price 12만 원대


막시마, 까베르네 소비뇽
Intriga, Maxima, Cabernet Sauvignon



마이포 밸리에서도 가장 알짜배기인 알토 마이포 구역에서 생산됐다. 안데스 산맥에서 유래한 자갈 충적토가 깊게 쌓여 있어 배수력과 미네랄 특성이 좋은 린데로스(Linderos) 마을의 ‘라 인게라(La Hinguera)’ 블록이다. 칠레 까베르네 소비뇽의 천국인 마이포 구역인 만큼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다. 1960년에 첫 식재를 했으니, 오래된 것은 80년이나 된 포도나무다. 진짜 고목이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26개월 숙성시켰으며, 최종 필터링 없이 병입됐다. 알코올 도수는 15%vol로 재료 포도의 당도가 얼마나 높았을지 짐작이 된다. 레이블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안데스 산맥의 능선과 뀌베 이름 ‘막시마(Maxima)’ 여섯 문자를 교묘하게 결합한 아이디어가 놀랍다. 육중한 보틀은 와인의 위용을 더해준다. 4000여 병 한정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병은 2014년 빈티지로서, 힘과 원숙미가 조화된 최적의 상태에서 시음했다. 블랙 커런트의 생동감, 흙내음 물씬 풍기는 칠레의 토착미, 다크 초콜릿과 견과 풍미가 저변을 감싸며 이국적인 풍취를 거들어 준다. 진한 농축미에 놀랍게도 유연한 타닌 조직 그러나 힘찬 알코올 파워가 경외심을 갖게 만드는 와인이다. 시간이 흐르며 민트와 산딸기 향이 솟아나며 근육질 남성의 섬세한 살결을 열어준다. 아쉽게도 필자는 와인만 시음했으나, 충만한 타닌, 향신료 풍미는 티본스테이크와 최적의 하모니를 이룰 듯하다. 사족이지만, 6병 한 박스를 사면.. 고급스러운 우드 박스가 딸려 온다. 클래식한 수납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Price 25만 원대


인트리가, 까베르네 소비뇽 
Intriga, Cabernet Sauvignon



몽그라스 회사가 2005년에 마이포 밸리에서 조성한 인트리가 양조장 농원의 포도밭에서 생산됐다. 까베르네 소비뇽 87%에, 까베르네 프랑 11%, 쁘띠 베르도 2%를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 레드 와인이다. 225L들이 프랑스 오크통과 2000L들이 오크조에서 24개월 충분히 숙성했으며, 14%vol의 견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레이블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이 아닐까 한다. 여러 필 말이 이끄는 마차를 몰며 파도를 뚫고 진군하는 위용이 돋보인다. 인트리가 까베르네 소비뇽 블렌딩 와인의 힘과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4월에 수확한 포도는 펌프 사용 없이 중력 낙하로 양조조로 옮겨져 25℃ 온도에서 28일 동안 침용 발효 과정을 거쳤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블랙커런트 톤을 지나면, 후추와 피망의 까베르네 프랑 톤이 등장하며, 마지막에 강한 산미와 함께 엄격한 마무리를 브띠 베르도가 담당한다. 10만 원대 이하에서 고급스러운 칠레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최대 가성비 와인으로 평가된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등심 구이나 구운 양갈비 등을 추천한다.

Price 9만 원대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과정 교수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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