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쏜 클락(Thorn-Clarke)

2020.03.27 09:30:51


필자가 어렸을 적에 재미나게 보았던 외국 만화 중에서, ‘뽀빠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 올리브는 자신이 곤궁에 빠질 때는 어김없이 ~빠이~~!!”를 불렀고, 그럼 시금치 캔을 먹고 힘을 낸 뽀빠이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줬다.


와인 업계에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한 집안이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생각보다 버거운 사업에 부인 집안에 SOS를 친 것이다. 부인네 집안이 달려와 포도밭을 담당해 문제를 해결하고 내친김에 함께 회사를 세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이 회사는 호주 바로싸 밸리에 있는 쏜 클락이다.






호주 최고의 명산지, 바로싸 밸리~!

호주는 서부 퍼스에서 동부 시드니까지 4100, 애들레이드에서 시드니까지 1500,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까지 730일 정도로 매우 광활한 곳이다. 국가 전체에 135000ha의 포도밭이 총 65개 와인 생산 구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이 남호주의 바로싸(Barossa).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라이드(Adelaid) 시 북쪽 80km 지점이며, 내부적으로는 바로싸 밸리와 에덴 밸리(Eden Valley)로 세분돼 있다. 왼편의 바로싸 밸리 구역은 초입 부분은 토렌스(Torrens) 강을 끼고 구릉에 포도밭이 있으며, 메인 바로싸 밸리는 넓은 평야에 포도밭이 꽉 차 있다. 평균 고도 200~300m 정도며 매우 덥고 건조하다. 전통적으로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등 견고한 레드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그 오른편에 위치한 에덴 밸리는 바로싸 밸리보다 돌도 많고 흙의 산도가 높으며 습도도 약간 높다. 해발 고도가 400~500m 정도로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에덴 밸리 구역에는 피노 누아, 리슬링, 피노 그리 등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품종을 재배해 이웃 바로싸 밸리와 차별화하고 있다.


두 집안의 아름다운 결합, -클락 와이너리

1987년 설립자 데이빗(David Clarke)과 셰릴(Cheryl) 부부는 바로싸 밸리의 타눈다(Tanunda) 시 인근의 캐비닝에(Kabininge)에 땅을 구입하고, 그 밭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샘(Sam)과 니콜(Nicole) 아이들도 함께 자라났다. 가족은 힘을 합쳐 물을 나르고, 가지치기를 하고, 포도를 수확했다.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땅이 너무 거칠었다. 결국 셰릴은 본가(The Thorns)에 도움을 요청했고 친정 아버지 론(Ron)과 형제들이 합류했다. 포도밭은 곧 멋진 열매를 맺게 됐고, 데이빗 클락의 집안과 쏜 집안의 포도밭 관리 기술이 멋진 협업을 이룩하는 전통이 시작됐다.


그 후 10여 년 이상 주변 양조장에 포도를 공급했는데, 그 포도로 만든 와인들이 각종 수상을 하는 등 결과가 좋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성취감은 없었다. 그래서 1998년부터는 와인을 자체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2001년에 첫 출시가 됐다. 이렇게 해서 쏜 클락(Thorns-Clarke) 양조장이 탄생하게 됐다. 사실 데이빗 클락으로부터 시작된 이 양조장의 역사는 매우 짧다고 볼 수 있는데, 데이빗의 부인인 셰릴 쏜의 집안은 오래된 와인 집안이다. 1870년대부터 바로싸 밸리에 정착해 6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온 유서 깊은 집안이다. 두 집안이 합쳐서 쏜-클락을 만들었으니, 이 양조장의 포도밭 관리와 양조 전통과 철학은 오랜 명문 집안의 기운을 받은 셈이다. 오랜 세월 동안의 포도를 재배해온 쏜 가문의 전통은 오늘날 쏜 클락의 와인 생산 철학의 토대가 됐다. 




삼총사 포도밭에서 뽑아낸 정수, -클락 와인

쏜 클락은 광역 바로사 지역에 전체 270ha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빛나는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바로사 밸리의 레드와인과 에덴 밸리의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의 세 곳에 분포된 포도밭은 각각 고도, 토양, 기후가 달라서 해당 테루아에 맞춰 품종과 양조 방식을 결정한다. 첫번째 포도밭은 북부 바로싸 구릉 지대에 있는 세인트 킷츠(St.Kitts Vineyard) 밭이다. 고도 400m 전후로, 100ha의 면적이다. 강수량은 약 480mm로 건조한 편이다. 흙은 깊고 갈색을 띠고 있는데, 규소토, 이판암, 화산토 등의 성분을 보인다.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그라시아노, 말벡, 비오니에를 심어 매우 섬세한 와인을 생산한다. 두번째 밭은 쏜-클락 회사의 양조장이 있는 밀턴 파크(Milton Park Vineyard) 밭이다. 앵거스톤(Angaston)과 키네톤(Keyneton) 사이의 클래식에덴 밸리 구역에 위치해있다. 해발 고도는 330~400m 정도이며, 평균 강수량은 550mm정도다. 석회석과 충적토로 구성된 토양은 매우 섬세한 와인을 생산해 준다.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피노 누아, 피노 그리 등을 재배한다. 마지막, 세번째 마운트 크로포드(Mount Crawford Vineyard) 밭은 남호주에서도 가장 서늘한 기후를 보이는 곳 중의 하나다. 37ha의 밭은 고도 470m, 강수량 775mm, 흙은 가벼운 침적 토질이다. 이런 특별한 테루아에는 리슬링,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그리 등을 심어서 프리미엄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 메이커 피터 캘리(Peter Kelly)는 아델라이트 대학을 졸업하고 양조 학위를 받았다. 피터는 다렌버그, 피터 리먼 등 호주의 여러 규모 있는 양조장에서 경력을 다졌다. 현재 쏜-클락의 전반적 양조와 양조장 관리를 담당한다. 남호주 와인 산업의 신예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쏜-칼락 양조장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 명성을 획득했다. 호주의 대표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는 그의 저서 와인 컴패니언(Wine Companiom)’에서 14년 연속(2007~2020) 최고 등급인 ‘5 Star Winery’로 분류했다. 세계적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성비 최고인 레드 생산자로 치켜세웠으며, 와인 스펙테이터 잡지에서는 3년 연속 ‘Top 100 Wines in the World-Three Years’로 선정했다. 경연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으니, 2015IWC에서 베스트 시라 트로피(Winner of Trophy for best Shiraz/Syrah of Show)’를 수상했다. 1870년대 바로싸에 정착해 6대째 와인을 생산하는 쏜-클락 와인은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로싸 지역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테루아에 충실하고 솔직한 품종 와인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는 철학으로 오늘날 세계 와인 시장과 한국 와인 시장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윌리엄 랜들, 까베르네 소비뇽

William Randell, Cabernet Sauvignon, Eden Valley




쏜 클락 양조장의 플래그쉽 최고급 와인이다. 가문의 선조며 호주 와인 산업의 개척자인 윌리엄 랜들(William Randell 1824~1911)에 헌정된 와인이다. 그는 호주의 가장 큰 내륙 물길인 머레이 리버(Murray River)를 통한 상업 교류를 가능케 한 패들러 스티머(Paddle Steamer)를 고안하고 생산해서 강을 항해한 큰 업적이 있다. 5대 데이빗과 셰릴 그리고 6대 샘과 니콜이 와이너리의 역량을 총 결집해 만든 아이콘 와인이다. 수확된 포도는 밭 구획별로 독립적으로 발효되며, 2차 유산 발효와 숙성을 프랑스 오크통에서 18개월 진행했다. 오크통 전체의 40%만 새 오크통을 사용하고 나머지 60%는 중고 오크통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오크향을 추구했다. 깊고 진한 잉크색,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가 유칼립투스 향과 함께 첫 향을 장식한다. 이어져 풍기는 바이올렛, 민트, 초콜릿, 토스트, 바닐라, 감초, 후추 등 향신료가 이국적이다. 강하고 넉넉한 힘을 가진 까베르네 소비뇽의 맷집을 느끼는 동시에, 유연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타닌 구조가 풀바디감에 기여한다. 필자가 시음한 윌리엄 렌들 까베르네는 2015년 빈티지였다. 알코올이 15% 이지만, 감미로운 향과 높은 산미로 인해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3시간 정도 지나면, 먼지와 허브 향이 아련히 올라올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이 와인 시음의 가장 황홀한 순간일 것이다. 아마도 바로싸 밸리가 아니라 보다 서늘한 에덴 밸리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섬세함과 우아함을 가질 수 있으리라. 향후 5년 정도면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되며, 양고기 구이나 티본 스테이크와 잘 어울릴 것이다. 침전물도 있으니 디캔팅을 해 주면 좋으며, 1시간 정도의 브리딩을 거치면 맛갈나는 향미가 더욱 배가된다. 2017 International Wine & Spirits Competition 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8 International Wine Challenge 에서는 은상, 2018 Decanter World Wine Awards 에서는 동상을 받았다.


Price 15만 원대


윌리엄 랜들, 쉬라즈

William Randell, Shiraz, Barossa Valley




호주의 국가 대표 품종 쉬라즈로 만든 아이콘 와인이다. 앞선 윌리엄 랜들 까베르네와 비교하면서 시음하면 매우 좋은 공부가 된다. 쉬라즈 포도는 세인트 킷츠 밭과 밀튼 파크 밭 포도를 사용했다. 까베르네를 만들었던 마운트 크로포드 밭보다 고도가 낮고 바로싸 메인 밸리와 가까워서 기온이 더 높다. 고온 건조한 기후가 쉬라즈를 농축시키고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양조 과정상의 특이한 점은 미국산 오크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까베르네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세련되고 섬세한 향을 얻었다면, 품종 자체가 농염한 쉬라즈는 미국산 오크통에 담아 18개월 숙성시킴으로써 화려한 터치를 극대화시켰다. 와인 메이커의 디테일한 선택이 돋보인다. 와인 잔에 따르니, 똑같이 진한 잉크색이지만, 가장자리의 보라색 뉘앙스가 완전히 선명해 먹기에 주저할 정도였다. 게다가 시음 빈티지도 2017년이었으니~!! 잘 익은 블랙체리향과 블루베리잼에서 느껴지는 진하고 감미로운 풍미가 전반부를 이끌며, 연유와 카라멜 등 미국 오크가 주는 고혹적인 풍미가 제대로 스며들었다. 알코올은 14.5%vol로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적은 듯 하지만, 미감의 파워는 거의 똑같이 느껴졌다. 2017년 빈티지 조건은 기후가 봄에 약간 서늘해서 전반적으로 수확이 늦었으며 그 결과로 타닌이 매끄럽고 여운이 진한 레드 와인이 생산됐다. 로즈마리 허브를 곁들인 양갈비 구이 또는 흑돼지 삼겹살이나 토끼 구이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다. 이 와인의 2010년 빈티지는 2013 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Top Australian Shiraz’ 상을 받았다. 또한 2017년 빈티지는 2019 New Zealand Wine Show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


Price 15만 원대


쿼티지 샷파이어

Quartage, Shotfire, Barossa Valley




와인 이름 쿼티지(Quartage)’는 이탈리아어로는 꽈르텟(Quartette)’이라고 하는 것인데, 라틴어의 ‘4’를 뜻하는 말이니, 무엇인가 4개로 이루어진 한 짝 앙상블을 의미한다. 음악에서는 사중창 또는 사중주를 이르는 말이다. 현악 사중주라고 하면 제1, 2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4주자가 연주하는 형태다. 이 와인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 이유는 바로 포도 품종 블렌딩이 4가지 품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35%, 까베르네 프랑 25%, 쁘띠 베르도 23%, 메를로 17%, 이렇게 4가지로 이루어진 꽈르텟이다. 네 가지 품종이 연출하는 하모니는 어떤 맛일까? 까베르네 소비뇽의 엄격함, 까베르네 프랑의 향긋한 터치, 쁘띠 베르도의 색상과 타닌, 메를로의 유연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할까?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 안정적으로 숙성시켰다. 부드러운 흑적색 와인은 잔에서 허브향이 제일 먼저 떠오르며, 잘 익은 베리류의 향이 그다음 그리고 야간 매콤한 터치가 고추나 후추의 알싸함처럼 다가온다. 편안한 바디감과 벨벳 촉감의 타닌감 모두 균형을 이뤘다. 필자가 다양한 모임에서 저녁 음식들과 함께 마시는 일상 와인이다. 이제 3~4월이면 겨울내 집안내에서만 음식을 먹었던 답답함을 벗어나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텐 데 이 쿼티지 만한게 없다 할 정도로 무난한 레드 와인이다.


Price 7만 원대


마운트 크로포드, 샤르도네

Mount Crawford, Chardonnay, Eden Valley





호주의 쉬라즈 만큼이나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 호주 샤르도네다. 사실 필자 개인적인 의견만 말하라면, 나는 단연 호주 샤르도네를 쉬라즈 앞에 둘 것이다. 그만큼 맛있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호주 샤르도네는 프랑스 샤르도네보다 화사하고 미국 샤르도네보다 가뿐하다. 칠레 샤르도네보다 우아하고, 남아공 샤르도네보다 싱그럽다. 에델 밸리에 있는 마운트 크로포드 밭은 전체 쏜 클락 밭 중에서 가장 서늘한 곳에 위치하기에 프리미엄 샤르도네를 생산하기에 최적이다. 포도도 밤에 수확한다.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스테인레스조에서 깨끗하게 발효 후에는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6주간은 효모 잔해(lee) 위에서 숙성을 한다. 이 샤르도네는 100% 샤르도네 품종이 아니다. 이유는 필자도 모르겠지만, 1% 리슬링이 들어가 있다. 추측한다면, 고산지대 리슬링은 미네랄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샤르도네의 무게감과 화려함에 약간의 긴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지 생각된다. 스크류캡 마감이라 매우 편리하게 오픈할 수 있다. 황록색 싱그런 색상으로 담긴 잔의 향을 맡아 보자.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 메론 등의 과일 향이 지나면, 캐슈넛이나 개암 같은 섬세한 너트류의 향도 이어진다. 아마 프랑스 오크통 숙성에서 유래한 향인 듯한데, 무척 고급지게 다가온다. 입에서는 신선한 산미가 꾸준히 살아 있고, 효모 잔해 위에서 숙성시키는 기법의 특성인 볼륨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모금에서는 감미롭고 부드러운 복숭아, 칡꽃 등의 화려함과 레몬, 라임의 신선미가 동시에 교차하며 매력적인 여운을 선사하며 사라진다. 도미 구이, 조개 구이, 킹크랩 등과 함께 할 수 있는 팔방미인격 샤르도네다. 알코올 도수도 12%vol 이니, 웬만한 음식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범용 도수를 갖췄다.


Price 5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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