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머드하우스(Mud House)

2019.07.04 09:20:58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수상 아베와 함께 일본 전통 씨름인 스모를 관람하는 영상이 TV에 나왔다. 스모 의식 특유의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민속 춤 하카(HAKA)가 떠올랐다. 하카는 예전에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장에 나가기 전에 추는 춤이었다. 다리를 한껏 벌리고 서서 고함을 내지르고,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치며 가슴을 두드리는 춤을 추는데, 이때 선수들은 눈을 부릅뜨고 혀를 최대한 내밀어 상대방의 사기를 꺾고 위협한다. 박력이 넘치며 격렬하지만 강약을 조절하고, 나무로 만든 창으로 적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하카 춤과 뉴질랜드 생각이 나자, 필자는 그 날 밤 바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여름을 향해갈 우리 셀러에 꼭 있어야 할 와인이 뉴질랜드 와인이다. 그래서 이번 달은 그 때 마신 와인을 소개한다.


오세아니아 대양주의 싱그런 선물
커다란 대륙 호주 옆에 위치해 있어 작아 보이지만, 뉴질랜드의 면적은 26만 6000㎢로서 크기는 남한의 2.7배다. 뉴질랜드는 17세기 중반 아벨 테스만(Abel Tasman)이 유럽인으로서 처음 발견한 이래 영국 식민지를 거쳐 1947년 독립, 한국전쟁 때 영 연방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그 때도 이 분들이 하카 춤을 추며 전투를 벌였을까? 와인 산업을 본다면, 호주 와인의 아버지인 스코틀랜드인 제임스 버스비(James Busby)가 1836년 오클랜드 북쪽의 노스랜드(Northland), 아일랜드 베이(Irland Bay)에 있는 와이탕이(Waitangi)에서 첫 와인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뉴질랜드는 알코올음료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규율이 있기 때문에, 2차 대전 후에야 와인 숍에서 병 와인 판매가 허용됐고, 1960년대가 돼서야 일반 식당에서 와인 판매가 합법화됐다.


소비가 어려우니 와인 산업의 발전은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 대 말, 유럽종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로 전수 교체되고 나서야 현대 와인 산업 체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다. 오늘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비뇽 블랑의 명산지 말보로우(Marlborough)가 있는 남섬에 포도밭이 조성된 것도 1973년의 일이니, 뉴질랜드는 그야말로 2000년 와인산업 역사 속에서는 햇병아리인 셈이다.  


1950~60년대만 해도 뉴질랜드 와인은 품질이 좋지 않아서, 원산지를 드러내지 않고 팔았다. 이름은 앞에 쓰고, 원산지는 뒤에 적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쿡스(Cooks) 와 몬타나(Montana) 양조장이 1970년대 말에 수출의 문을 열었고, 1982년까지 다수의 포도원들이 샤르도네, 슈냉 블랑, 피노그리 등을 조금씩 내다 팔았다. 1980년대를 통해서는 품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뉴질랜드적’인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등장한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는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 현재에는 뉴질랜드의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됐다. 1985년 뉴질랜드 와인 수출의 기폭제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의 대성공에 힘입어 영국,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게 됐다.


청정 생산 지역의 싱싱한 과일 향과 순수한 느낌의 뉴질랜드 와인은 최근 30여 년 사이에 수출이 8배나 신장됐고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는 계속 명성을 쌓아가면서 피노 누아와 카베르네-메를로 블렌딩도 잘 팔리고 있다. 호주와는 반대로, 세미용(Semillon)은 기본 품종은 아니지만, 소비뇽 블랑과의 전통적인 블렌딩을 위해 재배되고 있다. 어떤 생산자들은 이것을 조기 수확해 소비뇽 블랑보다 더 싱싱한 맛을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와인메이커들은 호주에서 양조학을 공부하나, 최소한 한번은 유럽에서 실습을 하므로, 유럽의 ‘전통’과 신세계의 ‘기술’을 접목한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의 와인 산업은 3개의 거대 회사와 약 10% 정도를 생산하는 나머지 600여 개의 군소 회사의 밸런스로 이뤄져 있다. 몬타나를 계승한 브란코트(Brancott Estate), 코르반스(Corbans), 빌라마리아(Villa Maria) 등이 거대 기업들이며, 중소규모 회사들은 6000여 개의 와인 브랜드를 통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 그리고 매년 20여 개의 양조장이 새로 생기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머드 하우스도 신생 양조장이다.


진흙 속에 핀 백합, 머드 하우스
머드 하우스는 뉴질랜드 말버러에 본사를 둔 와인 생산업체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일 첫 대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양조장 설립자는 원래 전 세계를 항해하던 사람이었는데 클라우디 베이의 풍광에 반해 정착하게 됐다. 1996년 포도를 심어 밭을 개척한 후, 집을 짓기 위해 지역의 흙을 사용했다.” 그 흙이 대부분 진흙이라 진흙집을 짓게 됐는데, 이 곳에는 이런 집이 많이 있단다. 이런 역사가 있어서, 이 회사 이름을 ‘머드 하우스’라고 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흙으로 된 초가집이 있듯이, 고운 진흙을 개어 볏짚단과 섞어 흙벽돌을 큼직하게 만들고 벽을 두툼하게 집을 지으면 여름에 무척 시원하고 겨울의 한기도 잘 막아 준다. 물론 지금은 양조장 건물의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돌로 세워져 있다. 머드 하우스사가 만든 대중적 박스 와인을 보면, 그 박스 디자인이 당시에 지어진 흙집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머드 하우스가 소유한 포도밭은 모두 뉴질랜드 남섬에 있으며 세 지역에 분포돼 있다. 모두 친환경적인 ‘지속가능(Sustainable) 농법’을 적용해 포도를 재배한다. 다른 인터넷 자료에 의하면, 북섬의 혹크스 베이와 기스번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고 적혀 있는데, 구입하는 포도인지는 불분명하다.


먼저, 머드 하우스의 본부 격인 말버러 지역 양조장은 2001년에 조성됐다. 이 곳의 핵심 포도밭 울쉐드 빈야드(Woolshed Vineyard)는 말버러 와안 산지의 중심 도시인 블렌하임(Blenheim) 남쪽에 있다. 진흙과 충적토, 자갈이 잘 조화된 토양 위에 조성된 약 105ha 포도밭은 가파른 델타 언덕(Delta Hill)이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멋진 테루아를 갖춘 곳이다. 주력 소비뇽 블랑의 식재율이 95% 정도이며, 피노 누아와 피노 그리가 소량 재배된다. 이 포도밭에서 머드하우스 싱글 빈야드 소비뇽 블랑, 머드하우스 말버러 소비뇽 블랑, 머드하우스 싱글 빈야드 담버스터(Dambuster)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2018년부터는 싱글 빈야드 피노 그리도 출시할 예정이다. 포도밭 이름 울쉐드는 양모를 깎아서 시장에 출하할 준비를 하는 헛간을 뜻한다. 아마도 전에는 양 목장이었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아울러, 국내에 수입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는 서늘한 기후 지역 특성을 가진 멋진 샤로도네 와인이 있어 소개한다. 말버러 지역 최남단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와이마(Waima River) 강가의 우레 밸리(Ure Valley)에 있는 ‘헝그리 힐 싱글 빈야드 샤르도네(Single Vineyard Hungry Hill Chardonnay)’다.


복숭아, 오렌지 등 산뜻한 과일향이 폭발하며 오크-스파이스 향이 이국적인 이 샤르도네가 국내에도 수입되기를 고대한다. 두 번째로 와이파라 밸리(Waipara Valley)에는 1994년부터 조성된 130여 ha의 포도밭에 리슬링,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게뷔르츠트라미너가 다양하게 재배된다. ‘마운트 빈야드(The Mount Vinyard, 80ha)’와 ‘홈 블록 빈야드(Home Block Vineyards, 48ha)’ 두 곳 에서 각각의 이름을 딴 시리즈 와인을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지역에서는 ‘클레임 431 빈야드(Claim 431 Vineyard)’에서 피노 누아만 유일하게 재배한다. 2003년부터 조성된 92ha의 포도밭은 자갈과 편암질의 모래 충적토질(Molyneux Soils)이며, 250m의 고도에 강수량 또한 450m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큰 배를 타고 세계로 향하는 머드 하우스
머드 하우스는 2014년에 세계적 주류 기업 아콜레이드 와인즈(Accolade Wines)에 인수됐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아콜레이드는 호주의 BRL Hardy, Grant Burge 뿐만 아니라 미국, 칠레 등에서 유력한 와인 회사를 거느린 세계 5위 규모의 거대 와인 그룹이다. 약 23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머드 하우스 사가 더욱 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큰 배를 탄 것이다. 2014년 매출액 약 9000만 원에서 2년 만에 약 345억으로 390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 시장에서는 뉴질랜드 와인 카테고리 중 4위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호주 시장에서도 머드 하우스는 35% 매출액 성장에 41%의 판매량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와인 생산은 2011년 ‘Runner Up’ Wine Society로부터 ‘올해의 신진 양조가(Winemaker Of The Year)’ 상을 받은 나딘 월레이(Nadine  Worley)와 2013년에 합류한 신진 클라이튼 코넬리우스(Cleighten Cornelius)가 담당하고 있다.


머드 하우스 회사의 사회 활동 중 흥미로운 것은, 말버러 플라이어 증기 기차(Marlborough Flyer Steam Train) 운행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인 제1차 세계대전 기념 기관차인 ‘패스첸대레(the Passchendaele, 1915년)’는 2017년에 관광 열차로 말버러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픽톤(Picton)을 출발하는 관광 열차는 승객을 태우고 계곡과 강을 지나 이 지역의 와인 산업의 심장부인 블렌하임에 도착한다. 이 노선은 2018년 텔레그라프(Telegraph UK)에서 선정한 ‘대양주 10대 철도 노선(Top 10–Best Training in Australia)’에 선정됐다. 플라이어 증기 기차 노선은 말버러에 방문했을 때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방법이며, 말버러에서 하루를 보내는 유람선 승객들에게도 하이라이트다. 필자가 2008년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안타깝게도 말버러 지역을 방문하지 못했다. 다음번는 꼭 말버러를 방문해 플라이어 관광 열차를 타봐야겠다. 이번 호에서는 말버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 2종과 피노 그리 그리고 센트럴 오타고의 피노 누아를 시음했다. 7월의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와인들이 확실했다.



머드 하우스, 말버러, 소비뇽 블랑 Mud House, Marlborough, Sauvignon Blanc



뉴질랜드 최대 와인 산지 말버러에서의 첫 와인 생산은 1970년대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지역의 초창기 선구자들은 소비뇽 블랑 단품종 와인으로 인한 성장과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는 성공 스토리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첫 말버러 소비뇽 블랑 와인의 특유의 얼얼함과 강한 자극성의 ‘구즈베리’ 열매 향에 전 세계인들은 열광했다. 이제 2019년 7월에 맞이하는 소비뇽 블랑은 어떤 느낌일까? 올리브색 와인 병에 하얀 스크류캡을 장착하고 둥글둥글한 레이블을 붙인 머드 하우스 와인은 그야말로 싱그러움과 화려함 그 자체다. 머드 하우스의 클래식이자 상징 와인이다. 잔에 따르니, 한 달음에 “나는 뉴질랜드 소비뇽이야~!”라고 외치며 코 안으로 달려온다. 레몬과 라임, 자몽 향이 강렬하게 풍겨 나온다. 산뜻한 산미에 살짝 감미로운 감귤류 풍미가 매력적이고 미네랄의 조여 주는 긴장감이 좋다. 특징적인 것은 여타 뉴질랜드 소비뇽에 비해 산도가 많이 강렬하지는 않다. 7월의 오후 늦게 동네 한바퀴 달리기를 하고 난 후,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한 잔 다시 마주하고픈 싱그러움이다. 가격도 부담없으니, 야외 캠핑장에서 마시는 첫 와인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함께 할 음식으로는 각종 채소 샐러드,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 소시지 등이 생각난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박카스를 따 듯 힘차게 스크류를 돌려 보자~!
Price 4만 원대


머드 하우스, 싱글빈야드, 소비뇽 블랑 Mud House Single Vineyard Woolshed Sauvignon Blanc


뉴질랜드 남섬의 말버러 산지는 서쪽에 위치한 산맥에 보호된 동부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어, 가장 일조량이 풍부하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다. 해가 좋으면서 비교적 서늘한 기후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이 곳에서 소비뇽 블랑은 풍미를 농축시키며 천천히 익어가게 된다. 성숙기 평균 기온은 거의 24°C나 되지만, 밤에는 급강해 포도의 산도를 유지시킨다. 바로 이 큰 일교차 덕분에 생생한 과일 향과 파삭한 산도를 동반한 식물적 특성을 띄게 된다. 두 번째 시음 와인은 바로 이곳에 위치한 울쉐드 단일 포도밭 와인이다.


전체 포도밭 중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필지 포도만으로 양조했다. 리저브급 소비뇽 블랑이다. 레이블도 검은 색 바탕으로 바꿨고 병 모양도 약간 더 통통하다. 외관상의 무게감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더 깊이가 있는 화이트다. 기본급 소비뇽의 풍부한 열대 과일 향에 싱그런 풀내음과 돌에서 느껴지는 광물성의 스모키한 터치가 가미된 복합미가 일품이다. 필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패션푸르츠, 자몽 껍질향 같은 폭발적인 싱싱함이 높은 산도와 함께 침샘을 자극한다. 와인 메이커 나딘 월레이는 마치 샤르도네 와인을 양조하듯이 ‘효모 침전물(Lees)’을 제거하지 않고 함께 숙성시켰다. 쌉싸래한 복합미와 탄산가스의 잔존감 그리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볼륨감 등이 모두 이런 특별한 관리를 통해 창출됐다. 함께 할 음식으로는 좀 더 깊이감이 있는 디시가 좋겠다. 얼얼한 입안을 어루만져줄 크리미한 질감과 미감을 가진 식재료가 생각난다. 리코타 후레시 치즈, 아보카도, 올리브 등이 들어간 샐러드라면 최적이지 않을까?  Price 5만 원대


머드 하우스 말버러 피노 그리  Mud House, Marlborough, Pinot Gris


피노 그리는 어떤 품종일까? 피노 3총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품종이다. 프랑스 알자스와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이 가장 유명하다. 알자스 피노 그리는 다소 묵직하며 향이 풍부한 편이고, 이탈리아 것은 매우 가볍고 중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이 뉴질랜드적인 피노 그리가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했다.


뉴질랜드의 청정 자연과 서늘한 기후 조건에서 자란 피노 그리 품종으로 만든 머드 하우스 표 피노 그리 화이트 와인~! 머드 하우스의 양조 팀은 더욱 과감하게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일부 발효를 진행한 뒤 효모 침전물과 함께 숙성시켰다. 소비뇽 블랑보다는 다소 짙은 색상인데, 연한 밀짚 색을 띄고 있다. 오렌지와 흰 꽃 향이 느껴지는데, 그 사이사이로 신기하게도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이 살아 튀어 나온다. 하얀 후추일까? 삼나무 목재향일까? 입에서는 가벼운 듯 쫄깃하게 길게 길게 이어지는 멋의 여운이 매혹적이었다. 크리미한 질감과 무게감, 구조가 살아 있는 와인이다. 조만간 만날 ‘싱글 빈야드’ 리저브급이 기대되는 이유다. 와인만으로도 참 맛있는데, 굳이 음식을 함께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함께 즐길 음식으로는 굴 그라탕이나 닭 가슴살 샐러드, 숭어 찜 등을 떠올려 봤다. 소비뇽 블랑보다는 산미가 얌전해서 다소 산미가 있는 레몬 소스를 사용한 요리도 아주 좋겠다. Price 4만 원대


머드 하우스, 센트럴 오타고, 피노 누아  Mud House, Central Otago, Pinot Noir



이제 말버러를 떠나 섬의 가장 남쪽 산지인 센트럴 오타고로 가보자. 이 곳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고지대 산지며, 남위 45˚에 위치해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와인 산지다. 매우 특별한 테루아를 갖춘 이 곳에서는 피노 누아가 최적이다. 낮과 밤의 적은 일교차, 서늘하고 건조한 긴 가을 날씨로 인해 오래 성숙시키며 깊고 풍부한 풍미를 갖게 해 준다. 피노는 껍질이 얇아서 병충해에 취약한데, 여기는 습도가 적어 곰팡이가 덜 핀다. 비가 많이 온다지만, 배수가 잘 된다. 부르고뉴에서는 석회암과 점토의 조합이 배수 효과를 높이는데, 센트럴 오타고에서는 무거운 충적토와 자갈층이 교대로 분포해 이 일을 해 낸다. 땅에 유기질은 적고 미네랄은 풍부하다. 아마도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피노 누아의 명산지가 아닐까?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 머드 하우스 피노는 상대적으로 짙어 보이는 루비 칼라를 보이고 있었다. 향에서는 야생 체리와 커런트 향이 와일드하게 등장해 깜짝 놀란 1~2초 후에는 산딸기와 허브 향이 훨씬 부드럽게 다가와 긴장감을 풀어 줬다.


확실히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와는 그 시작부터 달랐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6개월 정도 숙성시켜서 향긋한 허브-스파이스가 조화를 이룬다. 미감에서도 차갑게 입술을 적시더니, 강렬한 산도와 새초롬한 타닌감이 긴장감을 다시 올려줬다. 그리고 2~3초 후에는 13.5%vol 이 알코올이 뒤따라와 입안을 안정감 있게 진정시켜준다. 그야말로 마시는 사람을 들어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매우 특별한 피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좀 더 숙성을 시켜서 2~3년 후에 마시면 어떨까 하는 묘한 기대감과 승부수를 띄우게 하는 와인 스타일이었다. 이 피노의 2014년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 잡지 선정 ‘2016 Top 100’ 중 83위에 올라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잘 맞는 음식으로는 주물럭 불고기 요리와 독일식 흰 소시지 구이를 캠핑장용으로 추천한다. 또한 여름철 보양식인 장어 구이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힘이 나는 듯하다. Price 6만 원대


Central Otago
Central Otago의 첫 포도밭은 1864년 Clyde의 첫 시장인 Jean Desire Feraud에 의해 개척됐다. 19세기 후반에 그의 와인은 Sydney 와 Melbourne 와인박람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이 지역의 잠재성에 대해서는 이미 1860년대에 프랑스와 호주 전문가들에 의해 인정받았지만, 실제 상업 생산이 있기까지는 거의 100년을 기다려야 했다. “지구상에서 부르고뉴 품종을 재배하기에 Central Otago 만큼 좋은 곳은 없다.”라고 예언한 와인 컨설턴트 Romeo Bragato의 말은 매 빈티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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