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루이 뢰데레 샴페인 Maison Louis Roederer

2017.07.24 12:47:28


스파클링 와인의 계절이 돌아왔다. 30℃를 웃도는 폭염이 전국을 휩쓸고, 아이들이 시내 광장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 속을 뛰어 다닐 때 와인 애호가들은 차갑게 칠링(Chilling)된 스파클링 와인을 오픈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꽃은 단연 프랑스의 ‘샴페인’이다. 북위 49도 서늘한 프랑스 북부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들어진 샴페인은 그 품질과 명성, 유명인들의 편집적 애착으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최고의 맛과 멋을 동시에 가진 명품 브랜드 샴페인! 샴페인을 즐기기 위해 꼭 부자일 필요는 없지만, 사실 평균가 10만 원대 이상의 샴페인 구입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샴페인 살 돈을 벌기 위해…. 나는 속물인가?


루이 뢰데레, 러시아 황제의 샴페인을 만들다
내가 속물이 아님은 19세기의 한 러시아 황제가 입증했다.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황제로 불렸던 러시아의 짜르 알렉산더 2세는 당시 러시아 샴페인 시장에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뢰데레 회사에게 매년 황제를 위해 가장 좋은 뀌베(Cuvée)를 예약해 둘 것을 요청할 만큼 와인 마니아였다. 1876년, 황제는 그가 마시는 샴페인이 외관 상 다른 귀족들이 마시는 샴페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들어 황제를 위한 특별한 샴페인 용기를 제작하게 한다. 뢰데레 사는 플랑드르의 유리 세공 장인에게 주문해 완전히 새롭고 고유한 크리스탈 병을 생산하게 했는데,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었는지 바닥을 편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아주 특별한 크리스탈 병이 탄생했다. 이후, 짜르를 위한 샴페인은 러시아 황실의 문양이 그려진 이 값비싸고 소중한 병에 담겨 서빙됐다. 샴페인 세계에서 첫 고급 빈티지 샴페인이었다. 이것이 크리스탈 샴페인이 탄생하게 된 스토리다.

1876년부터 1918년까지 크리스탈은 오로지 러시아 황제들에게만 공급됐다. 러시아 황실이 몰락한 후에도 뢰데레사는 계속 크리스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고 전 세계적으로 왕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샴페인이 됐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황실이 몰락한 후 크리스탈은 한동안 생산되지 않았다. 1925년 다시 등장한 크리스탈은 고품질의 무겁고 투명한 유리로 대체됐으나 고유한 디자인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각 와인은 금빛 셀로판지로 싸여 있는데 이는 무색 병인 크리스탈이 빛으로부터 와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 고가의 전설적인 샴페인 크리스탈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루이 뢰데레 사다.



예술적 차원의 포도 재배, 뢰데레 샴페인의 미학
샴페인 생산은 자기 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직접 스파클링을 생산하는 작은 규모의 개인 생산자와 주변 농가의 포도를 구입해 대규모로 샴페인을 생산하는 기업형 생산자로 나뉜다. 기업형 생산자를 NM(Négociant-Manipulant=Maison de Champagne)이라고 하는데, 약 200여개 이상의 메종이 샴페인을 생산한다. 루이 뢰데레는 가장 명성이 있는 샴페인 생산 기업 중 하나며, 모든 제품 등급을 통해 이렇게 일관되고 견실하게 탁월한 품질 수준을 유지하는 메종은 많지 않다.
뢰데레 사는 약 220Ha의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고 있어 2/3 정도의 생산을 담당한다. 회사의 빈티지 샴페인은 모두 직접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며 NV급 일반 샴페인은 약 45% 정도의 포도를 외부 구입해 생산한다. 뢰데레 샴페인은 숙성 가능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적절한 조건에서 잘 보관한다면, 숙성과 함께 깊이와 복합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크리스탈Cristal 샴페인은 15~20년 이상의 숙성 기간이 지나야 절정에 오름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샴페인 메종들이 ‘뀌베 블렌딩(Cuvée blending)의 예술’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만, 이곳의 양조 책임자 장 밥티스트 레꺄이용(Jean-Baptiste Lecaillon)은 ‘포도 농사의 예술’을 논한다. 루이 뢰데레 사의 5개 빈티지 샴페인 브랜드들은 회사가 직접 소유하고 경작하는 약 220Ha의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데, 레꺄이용 씨가 바라는 와인 스타일에 맞춰 정확하게 재배한다. 로제의 경우에는, 핵심 포도는 에페르네(Epernay)에서 마른느 강을 건너 약 5km 정도 되는 곳의 오빌레(Hautvillers) 마을을 바로 지나 햇볕을 정남향으로 받는 뀌미에르(Cumieres) 마을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이다. 이곳에서 잘 익은 과일 향과 힘이 충만한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그러나, 베이스 와인의 생동감은 꼬뜨 데 블랑(Cotes des Blancs) 지역의 그랑크뤼 생산 마을인 슈이이(Chouilly)의 북사면 포도밭 샤르도네에서 찾는다. 레꺄이용 씨에 의하면 뀌미에르 마을의 아주 잘 익은 피노 누아에 ‘신선한 산미’를 주기 위해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샤르도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 품질 우선주의, 루이 뢰데레 레가시
루이 뢰데레 사는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는 드물게 창립이래 한 가문에 의해 계속 유지돼온 개인 샴페인 회사 중 하나이다. 루이 뢰데레 사의 역사는 17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초에 니콜라 슈레이더(Nicolas Schreider)가 인수했는데, 그의 후계자가 없자 포도 재배 농부이자 와인 상인이었던 조카 루이 뢰데레에게 대를 이어 받도록 했다. 그리고 1833년부터 그의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그 후, 러시아 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최고의 명성을 이룩했다. 그러나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몰락하고, 1919년 미국에서 금주령이 발효되고, 1930년대에 경제 대공황이 이어지자 회사는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이때 잔다르크와 같은 한 여성이 등장했다. 1932년 남편 레옹(Léon Olry-Roederer)이 서거하자, 부인 까미유(Camille Olry-Roederer) 여사는 회사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지휘봉을 잡았다. 그녀의 리더십 하에 뢰데레 사는 1929년의 경제 공황 불경기의 여파를 잘 극복했고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그녀의 손자 장 클로드 루조(Jean-Claude Rouzaud)가 앞선 4대의 임무를 이어 받았다. 와인에 대한 열정이 뛰어 났던 그는 양조학을 공부하고 직접 와인 생산 일선에 뛰어 들었다. 이러한 실력을 갖춘 샴페인 기업 오너는 흔치 않다. 1996년부터는 그의 아들 프레데릭(Frédéric)이 합류했으며, 6대 째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최상의 포도를 얻기 위한 노력, 장기 지향적 기획, 품질 우선주의 경영을 이어가는 루이 뢰데레 사는 샴페인 명가 중의 명가이다.





루이 뢰데레, 브륏 프르미에 (Brut, Premier NV)
한 샴페인 하우스의 고유한 스타일은 기본 NV급으로 평가한다. 가장 많이 생산되고 가장 대중적으로 판매가 되니 회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샴페인 하우스는 이 NV급 샴페인의 스타일을 확정하고 최적의 가성비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루이 뢰데레 사의 NV는 ‘브륏 프르미에’로 명명됐다. 프리미에(Premier)가 불어로 ‘첫째, 일등’이라는 뜻이니, 이 회사의 ‘일등 와인’이자 가장 먼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대개의 NV급 샴페인은 세 가지 품종을 고루 섞어 생산하게 된다. 이런 블렌딩 정신이 샴페인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의 블렌딩 비율은 모든 회사가 각기 나름대로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각 NV급 샴페인의 차별화가 이뤄진다. 루이 뢰데레의 브륏 NV는 피노 누아 40%, 샤르도네 40%, 피노 므니에 20%로 블렌딩 됐다. 일반적으로 샴페인 생산에 허용된 세 가지 품종 중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가장 고급 품종으로서 포도 가격도 높다. 따라서 경제성을 위해 이 두 품종은 35% 미만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루이 뢰데레는 각각 40%나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고 가격이 저렴한 피노 므니에 품종이 비율이 가장 적다. 이는 루이 뢰데레 사 기본 NV급 샴페인의 품질 중시 철학을 말해 주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15개월 숙성이 법적 요건이지만, 브륏 프르미에는 3년 정도 숙성시킨 철학이 담겨 있다. 알코올 도수 12%의 타이트한 바디(Body)에 높은 산미가 주는 경쾌함과 미네랄의 긴장도를 겸비한 미감을 가졌다. 연한 황금빛 거품 속에 라임과 청사과 등 신선한 과일 향, 산사나무 꽃 향이 매우 아름답게 구성돼 풍겨온다. 가리비 관자 요리나 각종 프렌치 카나페 아페리티프(Aperitif)로서 최적의 선택이다. (Price : 14만 원대)


루이 뢰데레, 블랑 드 블랑, 빈티지 (Blanc de Blancs, Vintage)
세 품종을 골고루 블렌딩하는 일반 NV급 샴페인과는 달리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생산된 샴페인에 붙는 표현이 바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다. 영어로 해석하자면, ‘White from white’다. 즉, ‘청포도로 만든 샴페인’이라는 의미인데, 샴페인 규정 상 청포도는 샤르도네 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샤르도네 100%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샤르도네 품종은 주로 샴페인 생산 지역의 남부에 있는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 지구에서 재배된다. 이 지역의 석회질 토양과 남동향의 포도밭 입지 조건이 고품질 샤르도네 포도 생산의 호조건이다.

잘 익은 시트러스 계열의 레몬과 자몽향이 새큼 씁쓸한 전주곡을 들려준다면, 연이어 드러나는 탱자와 유자향이 쌉싸래한 이국적 스타카토를 넣어 준다. 이어 아카시아 등 달콤한 하얀 꽃들의 화려한 행진과 크로커스와 프리지아 등 그린 칼라의 산뜻한 향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살짝 묵직한 개암과 헤이즐넛, 아몬드의 고소하고도 기름진 향내가 베이스를 받쳐 준다. 엄청 복합적이다.

한 모금, 두 모금 입에 물면 풍부한 거품과 기포가 입안 점막을 간질이는데, 몽글몽글한 촉감이 일품이다. 유산 발효를 거치지 않은 샤르도네의 고결한 높은 산도가 한없이 치고 올라가며 상승감을 준다. 꽉 찬 구성을 보이는 바디 속에 감칠맛 나는 복합미와 힘있는 집중도가 씨줄 날줄로 구성되며 피니시로 접어든다. 1분 가까이 이어지는 순수한 여운이 황홀하다. 바질 페스토를 살짝 곁들인 농어 구이나 일식 조리를 한 은대구 구이라면 최고의 궁합이다. 물론, 와인만으로도 완벽하지만…! (Price : 24만 원)


루이 뢰데레, 로제, 빈티지 (Rosé, Vintage)
루이 뢰데레의 모든 빈티지 샴페인이 그러하듯 로제도 직접 소유한 포도밭 포도로만 생산한다. 2010년은 매우 뜨거웠던 해로 풀 보디 진한 로제를 생산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충분히 잘 익어 매끈한 타닌이 세련된 로제를 만들기에 딱 좋았다. 포도밭 책임자는 1Ha당 1만 주 이상을 심어 마치 레드 와인용 피노 누아를 만들듯이 했다. 잘 익은 피노는 5~10% 정도의 스템(포도자루)을 같이 넣어 저온에서 10일 간의 짧은 침용 후, 레드 주스를 샤르도네 주스와 블렌딩했다. 잘 익은 과일향에 부드러운 매끈한 타닌을 가졌으나 산도가 부족한 피노 누아 주스를 샤르도네의 산도로 균형을 맞춘 작업이었다. 65%의 피노와 35%의 샤르도네 블렌딩이다. 그 결과, 윤곽이 뚜렷한 잘 다듬어진 원액을 얻을 수 있었다. 환상적인 2010년 빈티지 로제 샴페인의 탄생은 이렇게 예고됐다. 일부분은 오크통에서 발효를 시켰고 약 20% 정도는 유산 발효가 진행됐다.

인디언 핑크와 적벽돌 색깔을 섞어 놓은 듯, 연한 양파 껍질 색상은 샴페인 튤립 글라스 속에서 요르단의 페트라 사원의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잘 익은 산딸기와 크랜베리향, 딸기 무스의 향긋함과 흑장미의 상큼한 산미 깃들인 꽃 향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풍부한 거품과 드라이한 미감, 넉넉한 힘과 유연한 질감이 곧바로 삼키기 힘든 유혹을 제공했다면 로제로서 깔끔한 그립감이 깃든 피니시는 그 보상이다.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2010 빈티지 로제! (Price : 19만 원대)

구입정보 에노테카 코리아 & 에노테카 와인숍 (02-3442-3305)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nwi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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