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2018.06.07 09:20:54


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할까? 유럽 귀족의 위계질서 정도는 꿰차고 있어야 하겠지? 스페인어 마르께스(Marques)는 후작이다. 이탈리아어로는 마르께제(Marchese), 프랑스어로는 마르끼(Marquis)다. 후작은 유럽 작위 5등급 중 두 번째다. 주로 변방의 제후들이나 지방의 대 토후들에게 하사했던 작위다.


이 달에는 리스칼 후작의 와인을 마셔 보자. ‘후작’ 와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왜 후작의 와인인가? 50만㎡ 이상의 너른 국토를 가진 스페인은 유럽 대륙의 땅 끝 지역답게 품고 있는 민족들도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민족이 바스크족이다. 이들은 프랑스와의 국경인 피레네 산맥의 북쪽과 남쪽 자락에 나뉘어 살고 있는데, 남쪽 바스크 지역의 최하단에 위치한 곳이 리호하(Rioja)지역이다. 스페인 왕국은 바스크족을 관리하고 프랑스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이곳에 초소를 두고 성을 쌓고 국경을 방어해 왔다. 1708년 국왕 펠리페 5세는 스페인 장군이었던 발타사르 우르타도 아메사가 Baltasar Hurtado de Amézaga y Báñez de Villabaso의 공을 기리기 위해 ‘Marqués de Riscal’이라는 작위를 수여했다. 이 작위는 1853년에 마르께스 데 리스칼 양조장의 창립자인 길예르모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Guillermo Hurtado de Amézaga y Balmaseda)에게 계승됐다. 그래서 현재까지 양조장 이름에 ‘마르께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보데가스 마르께스 데 리스칼 양조장은 1858년 지역의 경제와 문화 발전에 대한 열정을 지녔던 길예르모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Guillermo Hurtado de Amézaga)에 의해 프랑스 샤또 스타일의 와인 양조장인 ‘핀카 데 토레아(Finca de Torrea)’가 설립됐다. 이는 리오하 지역에 설립된 최초의 근대적 양조장이었다. 처음 마르께스 데 리스칼 양조장은 ‘엘시에고 공사(La Administración de Elciego)’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왔지만, 1891년 에레데로스 델 마르께스 데 리스칼(Herederos del Marqués de Riscal)이라는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프란시스코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Francisco Hurtado de Amézaga)씨가 5대째로서 와인 생산과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스페인 와인을 혁신하다
리오하 와인 산지 최초의 양조장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에 처음으로 보르도 포도 품종을 소개하고, 보르도 와인 양조 기술을 접목시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 선구자다. 시작은 창립자의 아들인 돈 까밀로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Camilo Hurtado de Amézaga)부터다. 그는 외교관이자 저널리스트, 신문사의 발행인이었으며,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까밀로는 보르도의 유명한 양조가인 ‘장 피노(Jean Pineau)’와 함께 스페인 와인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장 피노가 제안했던 새로운 기술들은 큰 자금이 필요했던 터라 여타 생산자들에게는 거절당했으나 그 프로젝트를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 바로 까밀로였다. 이후 1862년 최초의 와인이 병입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스페인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된다.


그 동안 고수하던 고졸한 방식에서 벗어나 와인 산업의 전반적인 근대화를 추구했다. 프랑스 포도 품종을 도입했으며, 양조 과정에서도 포도 줄기를 제거하고 보르도 오크배럴을 사용하는 등 리오하 지역의 와인 품질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스페인 와인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리오하 지역의 와인 품질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이는 스페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와인 메이킹의 가이드 라인을 제공했다. 1895년에는 프랑스 와인이 아닌 타국의 와인으로서는 최초로 보르도 최고의 영예 타이틀인 ‘보르도 와인박람회 명예 대상(Le Diplome d'Honneur de l'Exposition de Bordeaux)’을 수상했다. 이로써 그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됐고, 그 때 수상한 증서는 지금도 와인 병 레이블 아래쪽에 등장한다. 이후 급기야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을 본 딴 모조품들이 시장에 나오게 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세기 초부터 와인 병을 금색 철사 그물로 감싸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와인의 상징이 되고 있다.


품질과 변화를 위한 전진, 마르께스 데 리스칼


마르께스 데 리스칼 양조장은 리오하 뿐만 아니라 중북부의 루에다(Rueda) 지역 와인 생산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1972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루에다 지역에 양조장을 설립했고, 토착 포도 품종인 배르데호(Verdejo)를 발굴해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어서 1974년에는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 품종을 들여와 최초로 루에다 소비뇽 블랑 와인을 탄생시켰다. 이후 1980년 ‘루에다 DO(Denominación de Origen Rueda)’가 새롭게 지정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1986년에는 리스칼 양조장의 모든 역량을 모아 아이콘 와인인 ‘바론 데 쉬렐(Baron de Chirel)’을 탄생시켰다. 바론 데 쉬렐은 프랑스 보르도 메독 스타일의 리제르바급 와인으로 최고의 보르도 블렌드 와인으로 인정받았다. 1995년에는 리오하 지역에 최초로 포도 선별 테이블을 도입했고, 1999년에는 템프라니요 품종의 클론인 ‘틴타 데 토로(Tinta de Toro)’품종을 사용해 루에다 지역에서 ‘리스칼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컨설턴트인 보르도 대학 와인 양조학 교수인 기 겡베르토(Guy Guimberteau)와 샤또 마르고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폴 퐁탈리에(Paul Pontallier)가 참여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21세기에도 멈추지 않는다. 2010년에는 마르께스 데 아리엔조(Marques de Arienzo) 농장의 300ha 포도밭과 상표를 구입해 마르께스 데 리스칼 아리엔조 크리안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1883년에 건립된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가장 오래된 와인셀러 중 하나를 최신 설비로 교체하고 혁신시켰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의 결과로 2011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 콜렉션은 중국 옥션 사상 스페인 와인 최고가인 16만 1000유로에 낙찰됐다. 사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1862년 빈티지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양조장 중 하나다. 2013년에는 미국의 저명한 와인잡지인 ‘Wine Enthusiast’가 선정한 와인 스타 어워즈를 수상하며, 최고의 유럽 와이너리에 선정됐다.


현재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 지역에 템프라니요와 그라시아노(Graciano), 마주엘로(Mazuelo), 까베르네 소비뇽 등을 재배하고 있는 1500ha의 포도밭과 베르데호와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는 루에다 지역의 480ha의 포도밭을 보유·관리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북중부 토로(Toro) 지역에 200여 ha의 포도원을 보유하고 템프라니요와 베르데호를 생산한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들은 1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레브리티들과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럭셔리한 양조 팰리스, ‘시티 오브 와인’
마지막으로 21세기 리스칼 양조장의 최대 프로젝트, ‘시티 오브 와인(City of Wine)’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오래된 전통 양조장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Gehry)가 설계한 최고급 와인 호텔이 어우러진 ‘21세기의 스페인 샤또’라는 콘셉트의 전통과 모던함을 겸비한 와인 복합 문화 공간이 완공됐다.



2000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통과 모던함이 결합된 가운데 와인을 생산하고, 체험하고, 즐기는 새로운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개조 작업이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건축을 예술로 탈바꿈 시킨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를 초청해 6300만 유로(한화 약 900억 원)를 들여 와인 생산시설을 현대화시키고,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호텔을 세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미국 출신의 프랭크 게리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12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43개의 객실을 갖춘 럭셔리 부띠끄 호텔인 ‘호텔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면적당 건설비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호텔 중 하나로 기록돼 있으며,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 부타크 호텔 체인 ‘럭셔리 콜렉션’에 소속돼 있다. 호텔의 개관식에는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가 직접 참석해 이슈가 됐으며,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도 선정된 바 있다. 농촌 도시에 건설된 호텔 외관은 워낙 특이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호텔 전면에 티타늄 강판으로 거대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는 플라멩코 무희의 드레스가 물결치듯 흐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조형물은 곧 마르께스 데 리스칼이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고, 이를 기념해 ‘게리’라는 최고급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외관은 미래적인 모습을 담고 있지만 와이너리 호텔로서의 여유와 풍미도 갖추고 있다. 실제 호텔이 위치한 지역은 와인으로 잘 알려진 리오하의 심장부이며, 호텔은 옛 와인 창고를 개조해 완성한 것이다. 포도 수확 철이 되면 호텔은 그야말로 최고의 뷰를 구현한다. 특히 스위트룸에 와이너리와 마을 농장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테라스는 완벽한 휴식을 꿈꾸는 이에게 최고의 안락함을 제공한다. 호텔 중앙 메인 건물에는 객실과 식당이 자리하며 양쪽 별관에는 객실 외에 꼬달리 스파, 수영장, 테라스 바 등이 운영되고 있다. 세월이 묻어나는 고색창연한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연회장도 인상적이다. 로비, 객실, 식당은 우아한 인테리어와 높은 천장이 특징이다.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 밖으로는 와이너리에 둘러싸인 중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다녀갔다고도 하는데, 여러분도 한번 볼 수 있기를!


리오하, 레세르바, 바론 데 쉬렐
Rioja, Reserva, Baron de Chirel



바론 데 쉬렐은 1986년 첫 출시된 리스칼 양조장의 아이콘격 와인으로서 리오하 와인 생산의 신기원을 이뤘다고 평가되는 와인이다. 스페인 토착 템프라니요 품종 70%에 외래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을 30% 블렌딩했다. 전반적인 스페인 와인의 본성 위에 살짝 세계적 스타일인 보르도의 덕성을 입혔다고나 할까? 매우 스마트한 블렌딩 비율이 느껴진다. 나무 수령 80~110년 가량의 매우 오래된 고목에서 수확한 고농축 포도로부터 생산됐다. 좋은 빈티지 해에만 소량 생산된다니 해당 포도밭의 테루아를 담뿍 담아낼 수밖에 없다. 양조 방식도 매우 고무적이다.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온도인 26℃에서 발효시켰고, 껍질 침용 기간도 12일을 넘기지 않았다니 이는 마치 까베르네를 피노누아처럼 양조한 격이다. 정말 양조보다는 원 재료인 포도의 출신 테루아와 과일 특성을 한껏 살리고자 한 양조자의 미덕이 엿보인다. 지하실에서도 이 노력은 이어진다. 약 200hℓ정도의 큰 오크조에서 자연스럽게 유산 발효를 마치게 하고, 프랑스산 보르도 타입 작은 오크통에서 20개월을 숙성시켰다. 마지막으로 출시를 기다리며 약 1년 간 병입 상태에서 휴식과 추가 숙성을 이어갔다. 아, 이리 잘 보살핌을 받았으니 이 와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진한 블랙 체리 색상에 살짝 얹은 벽돌색 뉘앙스가 정겹다. 자두와 커런트 등 순수한 과일향을 뚫고 먼저 프랑스 오크에서 오는 토스트 풍미가 진군하고, 곧바로 잔을 흔들면 흑적색 베리류의 강한 신선미가 다시금 솟아 나온다. 크리미한 질감에 매끄러운 타닌, 든든한 구조감이 뒷받침되고 따뜻한 알코올도 마지막에 힘을 북돋운다. 참으로 균형감이 뛰어난 와인이다. 미디엄 레어로 구은 뉴욕 스트립에 포르치니 버섯과 아스파라거스를 얹은 디시와 함께 마시고 싶다.  

      

Price : 35만 원대


리오하, 레세르바
Rioja, Reserva



리스칼의 대표 와인이다. 가장 표준적인 리오하 와인의 정수를 담았다. 템프라니요 90%에 우아한 그라시아노(Graciano) 약간 7%, 고집 있는 Mazuelo 조금 3% 블렌딩했다. 조금 있는 고집은 애교로 느껴지고 약간의 우아함이 가미된 템프라니요 와인은 가히 표준 리오하의 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로오하 알라베사 구역의 견고하면서도 싱그러운 자태를 가감 없이 표현한다. 싱그런 자두와 블랙베리, 은은한 발사믹과 감초, 정향과 흙 내음, 볏짚단과 가죽향까지, 작은 규모지만 리오하에 있을 향은 다 있다.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해 미감은 살짝 코코넛스러움이 느껴지며, 바닐라와 크리미한 풍미가 입안을 세련되게 정리한다. 가벼운 바비큐 파티에서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와 소시지를 구워먹으며 함께 한다면 최고겠다. 1895년 보르도 박람회에서 받은 명예 대상 상장이 첨부돼 있는 레이블을 관람하는 것도 잊지 말자. 다만 병 외곽에 두른 특유의 금줄 철사를 끊을 때 조심할 것, 손이 벨 수 있다.


Price : 8만 원대


리오하, 그란 레세르바
Rioja, Gran Reserva



이 와인을 알기 위해서는 스페인 와인의 고유한 숙성 등급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전통 생산국들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먼저 프랑스는 레제르브(Reserve)라는 공식 규정이 없다. 이탈리아는 DOC나 DOCG 별로 규정한다. 그런데 스페인은 국가적 차원에서 숙성 기준을 관리하는 점이 특별하다. 스페인의 레세르바 와인은 총 3년 숙성이며 그란 레세르바 와인은 5년 이상 숙성을 해야 한다. 그란 레세르바급인 이 리오하 와인은 미국 오크통에서 2년 반 숙성했고, 병입해 다시 3년간 숙성했다. 결국 6년째에 출시되기에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 이미 6살이 된 셈이다. 포도 품종의 블렌딩 비율은 기본 레세르바급과 비슷하다. 다만 포도나무의 수령이 80년 이상 된 고목의 포도만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며 좋은 빈티지 해에만 생산되는 고급품이다.


짙은 흑적색에 벽돌색 뉘앙스가 선명하고 약간 마호가니 색상을 띠고 있어 숙성의 절정기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과일 향보다는 향신료와 숲 향, 나무향이 고루 퍼져 있다. 달콤한 감초와 황기 등 한약재 향과 커리와 정향, 아니스 등 이국적 향신료 풍미도 강하다. 숲속의 발삼 계통의 삼나무, 오크향, 그리고 부엽토와 이끼 내음도 깊이 있게 드러난다. 양조장의 지하 셀러에서 5년 이상을 완벽한 조건에서 숙성했기에 미감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벨벳 질감의 타닌과 적절한 알코올의 힘이 결합한 노장스러운 와인이다. 음식은 스페인의 대표 소시지인 초리소나 하몬이 먼저 생각났으며, 숙성된 만체고 치즈와 올리브 절임과 함께 마시면 좋을 듯하다. 세월과 연륜을 되짚어 보게 하는 과거 반추형 와인이랄까? 


Price : 15만 원대


루에다
Rueda



리베라 델 두에로 레드 와인 산지 왼편에 위치한 루에다 와인 산지는 반대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평균 고도 600m 정도의 고지대에 위치하며 강수량도 적은 대륙성 기후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가장 유명한 품종이 베르데호(Verdejo)다. 스테인레스조에서 가볍고 중성적 느낌의 신선한 와인을 만들 수도 있고, 오크조에서 발효시켜 살짝 무게감 있는 화이트를 만들 수도 있다. 리스칼의 양조팀은 청량하고 순수한 베르데호 와인을 선택한 것 같다. 파열된 포도를 발효 전에 아주 낮은 기온에서 껍질과 함께 침용 시간을 가지게 했다. 청포도의 껍질에서 최대한 향을 뽑아내고 비중감을 증진시킬 목적이다. 13℃~15℃의 낮은 온도에서 20일간에 걸쳐 천천히 발효 시켰다. 베르데호 품종의 상큼한 과일 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스테일레스조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이듬해 봄이 오기 전에 병입한다. 


맑고 밝은 연한 밀짚색에 은빛 뉘앙스가 싱그럽게 보인다. 라임과 아스파라거스 향, 들판의 시원한 허브향, 풀향, 은은한 은방울꽃향이 조신하게 풍겨 나온다. 프리지아 꽃향기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삽싸름한 미네랄과 미묘한 쓴 맛이 전반적으로 신비스러움을 주며, 높은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의 조화로움이 뛰어나다. 6월 바닷가의 조개 구이나 매콤한 태국, 인도 요리와도 잘 어울리겠다.


Price : 4만 원대


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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