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Academy] 와인, 역사와 인문학을 만나다

2016.12.06 17:34:18

손진호 교수의 중앙대학교 교양 와인 강의 ‘술의 세계와 주도’


와인은 꽤 오랫동안 값비싼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서민들이 접하기 쉬운 싼 와인은 소주깨나 드시는 어르신들이 별미처럼 찾던 시큼털털한 ‘진X 포도주’뿐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주변 마트에서도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 병에 1~2만 원 선에 판매되는 와인의 맛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와인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며 와인에 흥미를 가진 20대 초·중반 대학생들도 늘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대학 학부 교양강좌로는 최초로 와인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과목이 생겨 화제다. 20년 가까이 와인 관련 교육을 해 온 손진호 교수의 ‘술의 세계와 주도’가 그것이다. 강의가 진행되는 중앙대학교를 찾아 손 교수를 직접 만났다.




손진호 교수는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1999년에 귀국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대학교 산업교육원에서 소믈리에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와인 관련 강의를 진행하다 4년 만에 중앙대로 돌아와 학부생들을 위한 와인 교양 과목인 ‘술의 세계와 주도’를 개설하게 됐다.
돌연 와인 전문 인력을 양성하다 방향을 선회해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개설한 연유가 궁금해졌다. “와인은 서구 문화와 문명의 총아이며, 글로벌 매너의 기본 트렌드입니다.” 손 교수가 말했다. “이전에는 일반인들과 소믈리에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와인을 교육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인재의 새싹을 키우기 위해 대학의 학부생들에게 사회 교양으로써의 와인과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지요.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이 현대인으로서 갖춰야할 글로벌 교양과 상식, 문화와 문명에 대한 기본 지식 그리고 철학적 안목을 와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교육하려 합니다.”



강의의 흐름은 우선 서구 문명에서 나타나는 와인의 위상과 문화로서의 와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타 와인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모두 섭렵한 이후 포도 품종, 와인 스타일, 와인 타입, 레이블 읽는 법, 와인의 구매와 서비스, 마지막으로 테이블 매너와 와인 에티켓까지 배우게 된다. 매주 새로운 와인을 시음하는 실습 교육도 진행된다.
손 교수는 와인 전문가 이전에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술의 세계와 주도’는 단순한 와인 개론 수업이 아니라 역사와 인문학을 접목한 강의다. 서양사를 중심으로 문화사에 가까운 와인 강의를 진행한다. 와인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이 강의 원칙이다.
“와인에 관한 단순한 지식이나 상식은 인터넷과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역사와 인문학을 녹인 와인 강의는 저만의 노하우로 이 수업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손 교수의 강의실은 빽빽했다. 전공과목을 뒤로 미루고 교양과목인 ‘술의 세계와 주도’를 1순위로 수강신청한 학생들이 있을 정도. 오랫동안 와인 교육을 이어온 손 교수의 첫 교양 강의를 듣게 된 이번 학기 학생들은 꽤나 운이 좋은 것이다. 수강 신청 경쟁률이 전 수업을 통틀어 가장 치열했다고 하니 말이다. 머지않아 ‘술의 세계와 주도’가 중앙대학교를 대표하는 교양 수업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INTERVIEW] 수강생이 말하는 ‘술의 세계와 주도’
성적을 못 받아도 좋은 최고의 와인 강의


-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12학번 김민지  / 물리학과 11학번 윤요섭 -


Q. 강의를 듣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윤요섭 : 방학 때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한국의 소주만큼 보편적이고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질 만한 술이잖아요. 프랑스 방문 때 자연스레 와인을 접하게 됐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와인에 관심이 생겨 이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김민지 : 와인은 고급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비싸고 나랑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이 강의가 개설된 걸 보고 문득 호기심이 일어 수강을 신청하게 됐어요.


Q. 강의를 들은 뒤 와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윤요섭 : 강의를 듣기 전에는 어떤 와인이 좋은지 알지도 못했고 구별하기도 어려웠어요.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론은 물론이고 매주 다른 와인을 시음해 보는 등 직접 접할 기회도 생겨 어느 정도 와인에 대한 입맛이 트인 것 같아요.
김민지 : 와인은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해왔어요. 가끔 와인을 마셔 볼 기회가 있어도 맛을 뭐라 표현할 줄도 몰랐죠. 지금은 와인이 무척 친근해졌어요. 어디 가서도 와인이 보이면 적당히 아는 체할 수도 있게 됐지요. 집에서 와인을 이용해 칵테일을 만들기도 해요. 물론 어렵지 않은 수준이지만요.


Q. ‘술의 세계와 주도’는 다른 교양과목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윤요섭 :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라면 실습 위주의 수업이라는 겁니다. 매 주 수업마다 직접 시음을 하고 강의를 들으니 와인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요. 시음해 본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건 따로 사서 마시기도 했어요. 또, 교수님이 SNS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하셔서 좋습니다. 수업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일반적인 질문에 대해 빠른 피드백이 오고가거든요.
김민지 : 저도 실습 위주의 수업이라는 게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와인을 단순히 글로 ‘무슨 향, 무슨 맛이 나며 어떠하다’고 배워봤자 직접 한 번 마셔보는 것만 못하니까요. 혹시라도 강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게 나오더라도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성적을 떠나 얻을 게 많고, 그만큼 만족스러운 강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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