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프랑수아 빌라르(Francois Villard)

2018.08.30 09:20:35


태어나서 처음 맞은 초유의 폭염~! 110여 년 만의 최고 기온을 갱신한 지난 여름 더위의 광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9월이지만 이대로 가을을 맞기엔 그래도 아쉬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읊조린다. “주여.. 마지막 남은 과일들이 익을 수 있도록.. 이틀만 더 남국의 태양을 허락하시어.. 짙은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바로 그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이 프랑스 북부 론 산지다. 로마 제국의 숨결이 느껴지는 프랑스 남동부 론 지역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와인 명산지다. 중앙 산악 지대(Massif Central)와 알프스 산맥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론 강이 흐르고, 그 가파른 경사 언덕에 심어진 포도나무는 역사 이상의 감동스러운 맛을 전해 준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해 프랑스 남부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 론 강은 800km 이상의 긴 강으로, 그 유역에 멋진 포도 산지를 빚어 놓았다. 가파른 경사지에 좁고 길게 형성된 북부 산지와 넓은 구릉지에 여유롭게 퍼져있는 남부 산지로 나뉜다. 북부 산지에는 험준한 비탈만큼이나 꼬장꼬장한 뚝심의 생산자들로 유명한데, 이 달의 손님은 30년 만에 론 최고의 생산자 반열에 오른 행복한 디오니소스 프랑수아 빌라르다.


냄비 자루를 잡던 손으로 포도 수확 가위를 잡다


프랑수아 빌라르는 스무살 무렵 요리사(Cuisinier)로 직업 경력을 시작했다. 화려하고 럭셔리한 ‘셰프 (Chef)’말고, 일반 식당에서 일하는 평범한 ‘요리사(Cook)’말이다. 그는 요리를 배우면서 와인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됐다. 밤마다 와인을 만드는 꿈을 꾸었단다. “내 꿈은 2ha 정도의 포도밭을 갖는 것이었어요. 쉬는 날이면 지역 농부들을 만나러 다녔고, 와인의 마법에 흠뻑 빠졌죠.” 그는 와인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지역 중심 도시인 Tain-l’Hermitage시의 소믈리에 양성학교에서 자격증 ‘Brevet Professionnel en Sommellerie’을 받았다. 이어 1987~1988년에는 좀 더 큰 Macon시의 농업학교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 전문인 자격증 ‘Brevet Viti-Oeno’를 취득했다. 그리고 1988년, 마침내 그의 꿈을 실현시켜줄 첫 포도밭 부지를 구입했다. 그는 꽁드리으(Condrieu) AOP 구역에 속해 있는 생미셸–뽕상(Saint-Michelle, lieu dit Poncins)에 위치한 황무지를 매입해 포도밭으로 개간하기 시작, 이듬해 1989년 생애 처음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동시에 지역의 명망있는 생산자였던 이브 뀌으롱(Yves Cuilleron) 농장에서 실습을 했다. 1991년에는 꽁드리으에 식재한 어린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포도와 주위의 오래된 포도나무로부터 생산된 포도를 수확해 이듬해 400병의 그의 첫 번째 빈티지를 생산하게 됐다. 이 와인 ‘꽁드리으 뽕상(Condrioeu, Coteaux de Poncins 1991)’은 프랑스 대표 와인 매거진 ‘La Revue du Vin de France’로부터 고무적인 평판을 받았다. 첫 작품치고는 과분한 좋은 평가였고, 그는 그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밭을 늘려 1990년에는 7ha, 2005년에는 12ha로 늘어났다. 2006년에는 북부 론 지역 남쪽의 생-뻬레(Saint-Péray)마을에도 포도밭을 구입했다. 이 때쯤 포도밭을 계약 소작하기 시작, 포도와 포도주를 구입해 양조하는 네고시앙 업무도 착수했다. 그리고 지역의 저명한 생산자 피에르 가이야르(Pierre Gaillard)와 이브 뀌으롱과 동업으로 뱅 드 비엔느(Vin de Vienne)라는 와인 회사도 차렸다. 1996년 생미셸(Saint-Michel-sur-Rhone) 마을에 자신의 첫 양조장 건물을 지었고, 2002년에 스테인레스 발효조 셀러로 증축했으며, 2013년에는 오크통 숙성실을 증축했다. 현재 프랑수아 빌라르 농장의 총 소유 포도밭 면적은 32ha(화이트 14ha, 레드 18ha)며,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급부터 AOC Cru 와인까지 약 30여 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에르미타쥬(Hermitage) AOP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북부 론 지역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프랑수아 빌라르, 농부인가? 예술가인가?
와인에 대한 꿈을 품은 지, 딱 30년 만에 그가 이룬 성공은 실로 놀랍다. 그가 만든 와인에 대한 세간의 평판과 높은 와인 가격이 그의 성공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기에, 그의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 양조 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화이트 와인은 공기 압착기를 사용해 주스를 얻고 8~10°C 의 저온에서 침강 정제시킨다. 가라앉은 미세한 앙금은 여과기로 정제해 맑은 주스에 더한다. 토착 효모로만 발효시키며, 오크통 발효의 경우 각 뀌베 별로 13~18°C 를 유지하도록 신경쓴다. 유산 발효를 진행하며, 숙성 기간 동안 첫 6개월간은 주당 1회의 앙금섞기(Batonnage)를 해 주며, 통갈이 없이 11~18개월 동안 와인을 숙성시킨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SO2를 첨가하고, 점착제 벤토나이트(Bentonite)를 사용해 정제, 수평 겹 여과기로 걸러, 무균 상태로 병입한다. 목적은 장기 숙성형 화이트 와인에 적합한 순수하고 안정된 와인을 만들고자 함이란다. 그렇구나…내 셀러에 있는 그의 화이트 와인도 오래 보관해야겠다. 레드 와인은 수확한 포도를 송이채 압착 파열시켜 자루와 함께 발효시킨다. 27~28°C 에서 발효를 이어간다. 과도한 추출을 막기 위해 피자쥬(Pigeage)는 실행하지 않으며, 마지막에 가벼운 주스 순환만 실시한다. 2주 이내의 추출 기간이 끝나면, 포도주를 내린다. 하층부의 껍질 부분은 잘 압착해 맑은 와인에 섞는다. 곧바로 큰 오크조나 작은 오크통에 담아 숙성을 시작한다. 새 오크통은 뀌베에 따라서 최대 50% 비율까지 사용한다. 와인은 15~18개월 정도 오크통 숙성시킨다. 의외로 여름에 마시기 좋은 레드 와인이겠다.



빌라르는 자기 포도알에 보트리티스(Botrytis) 귀부 현상이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수확을 늦춘다. 결국, 그의 와인 스타일의 비결은 최대한 완숙한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향신료 풍미가 고아한 진하고 농축된 와인들이 생산됐다. 그렇다고 늦 수확을 주창하는 다른 이들처럼 알코올 높은 블록버스터 와인이 절대 아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비단 공단의 탄탄한 긴장감을 빌라르와인의 숨결에서 느낄 수 있다. 그것도 낮은 알코올을 유지하면서..! 그래서 더욱 놀랍다. 필자가 시음한 그의 와인들은 거의 13%vol 대였고, 14%vol을 넘지 않았다. 또한 남들처럼 수확량을 낮추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풍성한 수확량이 ‘지나치게 농축되지 않음에서 오는 섬세함과 우아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레드 와인 생산에 있어서도 이제부터는 ‘마시기 편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지나친 추출을 감소하기로 했단다. 대세를 거슬러 새로운 시대 표준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고시앙으로서 포도를 구입해 올 때도 빌라르는 수확일을 자기가 선정하고 자기 수확 팀을 보내 수확하게 요구한다. 화이트 와인 역시 정확히 완숙에 이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확함으로써 아름다운 미네랄풍미와 질감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그의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의 균형감과 숙성 잠재력, 그리고 세련미다.


프랑수아 빌라르, 디오니소스의 꿈을 꾸다
빌라르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부르고뉴 와인이다. 절제된 양조 기술과 제한된 오크 숙성을 통해 자신만의 와인 세계를 창조한다. 와인으로 높은 점수나 상을 받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 결과 보다 복합적인 고려를 하게 되고 다양한 뀌베 와인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혼자 일하는 소규모 생산자로서 30여 가지의 뀌베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기 와인을 특정 품종이나 특정 AOC로서가 아니라 ‘테루아를 해석하는 양조가의 특정 작품’으로 봐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1994년 빈티지처럼 힘들었던 해에도 섞지 않고 포도밭별로 오크통별로 분리해 양조했다. 해당 뀌베 와인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고객들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포도 재배는 유기농 자연 친화적 농경 Raisonnée을 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바이오 영농 Bio로 진행하고자 한다. 북부 론 처럼 경사가 급한 밭에서는 30ha가 넘는 포도밭의 풀을 뽑고 땅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바이오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1995년부터는 뜻이 맞는 Pierre Gaillard, Yves Cuilleron과 함께, 론 강 좌안의 꼬또 드 쎄쒸엘(Coteaux de Seyssuel) 포도밭을 되살리려는 ‘론 좌안 프로젝트 Rive Gauche Project’를 실현 중이다. 이 곳은 로마제국 이래 수 세기의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필록세라 이후에 사실상 방치돼있던 곳이었다. 이는 지역의 와인 역사에 참여하고 역사를 되살리려는 그의 공헌과 헌신이라 여겨진다. 그의 와인이 더욱 가치 있는 이유다. 빌라르 와인의 75%는 프랑스 내수로 팔린다. 최근 많은 생산자들이 수출을 선호하는 것과는 반대다. 그는 전보다 더 많이 식당 관계자 고객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음식과 함께 하는 와인 Vin Gourmand을 추구한다. 그가 요리사 출신이어서일까? 그 결과, 미쉐린 가이드 선정 스타레스토랑에는 그의 와인이 대부분 선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분명 행복한 디오니소스다. 국내에는 화이트 3종과 레드 5종이 수입되고 있다. 필자가 시음한 빌라르 와인은 화이트 2종과 레드 2종이다.


마르싼느-루싼느, 꽁투르 드 메흘랑 Marsanne-Roussanne, Mairlant



필자는 대중적인 이미지와 편안한 미감을 선사하는 마르싼느와 루싼느 두 품종의 블렌딩 화이트 와인을 좋아한다. 마르싼느는 왕성한 생장력을 자랑하며, 대중적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준다. 무난한 특성이기에 종종 루싼느와 블렌딩한다. 루싼느는 향긋한 꿀과 화사한 꽃 향, 그리고 살구, 복숭아 향 등 섬세하고 복합미 넘치는 와인을 생산하는 고급 품종이다. 생산성이 많지 않기에 대개 소량 블렌딩된다. 이 와인은 마르싼느 60%에 루싼느 40%가 블렌딩됐다. 메흘랑 포도밭의 포도나무 중 수령이 평균 약 10년 정도 된 어린 나무들로부터 생산된 포도로 만든 뀌베다. 여러 테루아를 블렌딩해 등급은 조촐한 최하위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지만, 품질과 가격은 절대 조촐하지 않다. 낮은 온도에서 토착 효모만으로 오크조에서 발효했다. 6개월간의 앙금 배양 공정을 포함해 11개월간 오크배럴에서 숙성했다. 물론 새 오크통이 아니라 3~5년 사용한 통이었다. 북부 론 화이트 특유의 안정감과 비중감이 물씬 느껴지는 입안에는 매끈한 질감과 산뜻한 산미가 공존한다. 13.5%vol의 알코올과 과일 풍미 그리고 산미의 멋진 밸런스를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한 병이 비어져갈 것이다. 13~14%vol의 시음 온도를 맞춰주고, 음식은 꽤 멋진 광어나 농어 스테이크와 곁들이면 좋다. 흔한 샤블리 화이트 와인과는 품격이 다르다.
Price : 8만 원대


꽁드리으, 레 떼라스 뒤 빨라 Condrieu, Palat



비오니에는 참으로 특별한 청포도 품종이다. 10월까지 잘 익은 비오니에는 그 작은 포도알이 진노랑 볏짚 색상으로 물들고 가득 차오른 당도가 금세라도 꿀처럼 껍질을 뚫고 베어 나올 듯하다. 아마 프랑수아 빌라르도 이런 상태로 익었을 때 비오니에를 수확하리라. 가파른 경사지의 계단형 포도밭에서 평균 수령 25년 이상의 고급 나무로부터 얻은 포도로 생산한 ‘빨라’ 뀌베 와인이다. 그 이름도 거룩한 꽁드리으(Condrieu) AOC며, 낮은 온도에서 자연 효모만으로 오크조에서 발효했다. 6개월간의 앙금 침용 공정을 포함해 11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오크통은 새것은 20%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3~5년 사용한 배럴로 균형을 맞췄다. 연간 1만 2000~1만 3000병이니 정말 생산량이 적다. 내가 시음할 수 있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다. 빨라 뀌베는 프랑수아 빌라르의 대표와인으로, 와인 평론가들이 꽁드리으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다.


아카시아, 살구, 복숭아의 농익은 농밀한 향이 풍부하고 매혹적이며, 국화꽃과 카모마일의 개성있는 터치가 남불의 정감을 고취시킨다. 묵직한 풀바디의 비중감은 14%vol 알코올과 비오니에에 고유한 농축미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깔끔함 화강암에서 전해오는 미네랄 느낌이 차갑게 전달돼 굳이 높은 산도가 없더라도 미감에서의 균형이 완성돼 있다. 구운 아몬드와 헤이즐넛을 거쳐 장미와 라일락향도 다시 찾아오고, 마지막은 광야의 엉컹퀴나 히드풀 향으로 마감된다. 양조 선배인 이브 뀌으롱의 꽁드리으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거의 분간하기 힘들 듯 하다. 청출어람이다. 이런 강력한 화이트는 음식 궁합이 매우 어렵고 예민하다. 나는 이국적 장식의 인도 식당에서 몇 가지 커리를 주문해 맛 봤다. 강황과 산초, 육두구 등 향신료가 비오니에의 화려한 풍미를 만나 최고의 즐거움을 연출했다.
Price : 20만 원대


크로즈-에르미타쥬, 에비당스 Croze-Hermitage, Evidence



지역은 에르미타쥬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의 Crozes-Hermitage AOC 생산 지역이고, 부르고뉴 방식으로 생산된 시라 품종 와인이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 생산에서는 포도알 만을 터트려 즙을 내고 그 껍질과 함께 발효시킨다. 그리고 포도 자루는 버린다. 떫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연약한 피노의 바디와 구조를 강화시키기 위해 포도 자루를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아주 잘 익은 포도송이의 자루는 그렇게 거칠게 떫지는 않아서다. 이 방식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활용한 프랑수아 빌라르는 자기 시라 포도도 그 방식 Whole bunch Fermentation으로 양조하기로 생각한 모양이다. 100% 포도송이째 압착해 양조했다. 18개월간 5~6년간 사용한 부르고뉴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연간 2만 2000병 생산됐다.
짙은 보랏빛 색조가 선명한 시라 와인은 전형적인 제라늄 이파리 향과 장미향을 우아하게 뿜어내고 있다. 산딸기와 딸기의 감미롭고도 생동감 있는 특성이 잘 살아있다. 입에서는 높은 산미와 향신료가 매큼하게 자극을 주는 동시에 찰진 텍스처가 13%vol 알코올과 함께 균형감을 이뤘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는 이런 세련된 분위기는 아무 와인이나 흉내 낼 수 없다.


이 와인은 에르미타쥬 와인이 없는 빌라르 양조장에서 살짝 ‘에르미타쥬’ 스러운 시라를 엿볼 수 있는 고마운 와인이다. 그래서 와인의 보조 명칭도 ‘Comme une évidence 거봐 맞잖아~!’ 라고 짓지 않았을까? 2015 빈티지부터는 ‘Certitude 확실하네~!’로 바뀐단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빌라르의 시라 와인 가격이 매우 높은데 이런 와인이라도 한국 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후추와 로즈마리 가루를 살짝 뿌린 광양식 불고기의 고슬고슬한 감촉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이 와인을 오픈해야 할 것이다.
Price : 12만 원대


생 조셉, 흐플레 Saint-Joseph, Reflet



필자는 와인 교육할 때 마다 시라 품종의 가장 순수한 테루아가 바로 생 조셉이라고 강조해 왔다. 꼬뜨로띠는 보다 많이 화려하고, 에르미타쥬는 보다 많이 진중하다. 물론, 이 두 와인이 생 조셉보다 우월하고 비싼 AOC 와인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라 품종의 최고의 자기표현은 역시 화강암반 위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어야 나온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 화강암이 북부 론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 생 조셉이다. 게다가 이 와인의 뀌베 명이 ‘반영(Reflet)’이지 않은가~! 시라 품종이 테루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뜻이리라. 생 조셉 AOC 지역이 워낙 남북으로 기다랗기 때문에 Limony, St-Pierre de Boeuf, Chavanay & Felines등 4개 지역 포도를 블렌딩해 복합미를 추구했다.


수확한 포도의 75% 정도는 포도 자루와 함께 넣어 양조했다. 전체를 다 넣지 않은 이유는 포도 껍질만으로 충분한 구조감을 이룰 수 있을 만큼 포도가 좋았다는 뜻이다. 17개월간 부르고뉴산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⅓ 비율로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프랑수아 빌라르의 시그니처 와인 중 하나로서 장기 숙성형이다. 연간 1만 1000병 생산하는데, 시음 빈티지는 2014년으로 4년 정도 숙성한 와인이다. 진한 갸닛 색상에 보랏빛 뉘앙스가 선명하다.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제라늄, 장미향이 마중을 나오며, 이어서 후추와 정향, 아니스, 가죽, 토스트, 흑연 향이 점점 강해지며 이국적인 터치를 더한다. 입안에서는 풀 바디 무게감에 탄탄한 구조가 짜임새를 만들고, 진한 듯 매끈한 벨벳 볼륨이 느껴진다. 산뜻한 산도, 13.5%vol 적절한 알코올, 견고한 타닌이 촘촘한 피륙을 긴장감있게 받쳐주고 있다. 논현동 <투뿔등심>의 스테이크와 환상적인 조화를 느끼며, 한 병을 다 비웠다.
Price : 23만 원대


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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