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믈리에 최초의 국제 ‘스타 호텔리어’ 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유승민 수석 소믈리에 지난 5월 28일, 아시아 호텔 지역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호텔리어를 선정하는 ‘스텔리어 어워드(Stelliers-Asia and South Asia 2019)’가 열렸다. 19개 아시아 국가에서 총 100개 이상의 호텔이 참여,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개최된 시상식에는 무려 300여 명이 넘는 호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떨리는 시상이 이뤄진 가운데, 소믈리에 부문에 스텔리어 어워드 사상 첫 한국인 수상자가 이름을 올렸다.
바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유승민 수석 소믈리에다.

와인이 필연적이었던 소믈리에
유승민 소믈리에(이하 유 소믈리에)는 현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수석 소믈리에로, 1999년 입사 이래 IHG에서만 20여 년의 경력을 지닌 이다. 유 소믈리에가 와인의 길에 접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와인을 양조하던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한 두 모금씩 접했던 것이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와인은 유년시절부터 달콤하고 맛있는 술이었다. 와인이 어렵다기보다 친숙한 음료였고, 호텔경영학 전공자로서 졸업 후 호텔에 근무하면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다양해졌다.”고 회상했다.

처음부터 소믈리에로 활동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로 바텐더 업무를 도맡아 하던 중 2004년부터 와인의 붐이 일기 시작, 와인 추천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자 마음먹게 됐다. “와인은 종류가 무수히 많고 모두 각자의 개성을 담고 있다. 나라, 산지, 빈티지, 품종마다의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와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짜릿함을 느낀다.” 유 소믈리에는 와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만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가능한 점도 와인을 공부하는 매력이라고 한다.

아시아 스타 호텔리어의 장
올해 유승민 소믈리에가 수상한 스텔리어 어워드는 2014년 ‘호텔리어 어워드(The Hotelier Awards)’라는 이름으로 시작,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의 헌신적인 호텔 전문가를 표창하는 어워드다. 수상은 아시아 호텔 지역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호텔리어를 선정해 프런트오피스, 웰니스 & 스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하우스키핑, 셰프를 포함해 스텔리어 어워드의 꽃 등, 총 19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올해 스텔리어 어워드의 심사위원은 세계적인 호텔과 랜드마크를 디자인해 온 HOK, 스위스 호텔학교 로잔호텔스쿨(EHL), 존스 랑 라살 컨설팅, LRA 바이 딜로이트 등의 대표자들이 참여했으며, 심사는 2018년 11월부터 총 2차에 걸쳐 진행됐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이 국제 대회를 유승민 소믈리에에게 추천한 것은 다름 아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브라이언 해리스(Brian Harris) 총지배인. 브라이언 총지배인은 “스텔리어 어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아시아권 호텔리어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어워드다. 이름이 바뀌기 전인 호텔리어 어워드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대회”라며 “유승민 소믈리에는 와인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지만 무엇보다 일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전문 소믈리에로서 상을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직접 시상식에서 축하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는 내가 받은 것처럼 기뻤다.”고 유 소믈리에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수상과 경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회를 준비하며 성장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의 대회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스텔리어 측은 고객 참여형 상품 개발을 통해 와인업계를 선도적으로 리딩한 유승민 소믈리에의 노력과 약 20년 이상 고객 서비스의 가치를 드높인 열정을 치하하며 이번 시상의 이유를 밝혔다.

현장과는 또 다른 배움터
이번 스텔리어 어워드뿐만 아니라 유 소믈리에는 2006년 제1회 한국 국제소믈리에 대회 2등, 2011년 10회 소펙사 대회 치즈페어링 부문 1등, 2014년 13회 소펙사 알자스 스페셜 프라이즈 1등, 2011년~2014년 소펙사 결선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대회출전보다 출전을 앞둔 후배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자 하는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회를 통해 소믈리에로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대회에 몰두하게 된 것은 사내에서 이뤄지던 봉사활동 덕분이다. 주기적으로 서울정애학교에 방문했는데 문득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다잡고 도전했던 것이 나의 첫 대회인 한국 국제 소믈리에 대회였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제1회 대회였고 대회출전의 조언을 구할 선배가 없었기 때문에 대회준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호텔의 명예도, 소믈리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여러 소믈리에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현재 국내 소믈리에 대회의 관문이 좁아지고 있어 후배 소믈리에들의 국제대회 진출도 열심히 격려하고 있는 유승민 소믈리에.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소믈리에로서의 행보뿐만 아니라 그의 첫 발로 국내 호텔리어의 스텔리어 수상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가는 보람, 소믈리에로서 계속해서 부단한 노력 이룰 것”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식음운영팀 유승민 수석 소믈리에

먼저 아시아를 대표하는 소믈리에로 ‘스텔리어 어워드’ 소믈리에 부문 수상을 축하한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소감을 이야기 한다면?
국내가 아닌 해외 소믈리에들과의 경쟁을 통해 수상하고, 한국 소믈리에로는 처음 받은 상이라 더욱 기쁘다. 그동안 국내의 대회에는 여러 번 참여했었는데 국제대회는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됐다.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호명이 되고나니 수상소감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막막하더라(웃음).

시상식이 분위기가 대단했다고 하던데 실제 가보니 어땠나?
시상식장에 도착하고 나니 새로운 세계였다. 우리나라에서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호텔 브랜드별 경쟁이었고, 총지배인들의 열의도 대단했다. 어떤 이는 스텔리어 수상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며 미리 작성해 온 긴 소감문을 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4명의 호텔리어들이 최종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시상식은 오후 6시 정도부터 진행됐는데 사진촬영 후 식사를 하는 중간 중간 19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이들을 소개, 시상 및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끝나고 나니 11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스텔리어 어워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진행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브라이언 총지배인님이 먼저 이야기해주시지 않았다면 대회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총지배인님은 늘 업계의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 하시며, 타 소믈리에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커리어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하신다. 때문에 국제대회를 준비함에 있어 필요한 추천서나 조언을 아낌없이 지원 해주셨다.

대회는 총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먼저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경력, 수상이력, 지난 1년간의 업무수행 평가 및 3명의 추천서를 받아 지원, 약 한 두 달에 걸친 심사기간이 주어진다. 기간 동안 심사위원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로서의 자질이 충분한지 검증 후, 나라별 1명씩 선발해 파이널 리스트를 선정한 후 2차 화상인터뷰를 진행한다.

화상인터뷰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인터뷰에 있어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 있다면?
2차는 질문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 철학 뿐 아니라 구체적인 고객 실천 사례, 향후 계획 등 고객의 기대와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답변의 배경에는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인터뷰는 거의 1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사전 질문지와 같은 것들은 없으므로 미리 다양한 주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덧붙여 모든 인터뷰와 시상식에서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은 필수다.

약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믈리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대회 입상에 따른 부상으로 와이너리 투어를 여러 번 가게 됐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와인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반대로 해외 와이너리 관계자가 오면 당시의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 와인, 영동의 와인 축제 등을 안내하면서 내가 받았던 감동을 외국 와인업계 관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보람찬 순간들도 많았다. 호텔 내외부에서 와인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소믈리에로서 유대관계가 깊어질 때다. 와인을 매개체로 유대감이 쌓이다보니 내가 진급한 것을 어떻게 알고 꽃다발을 보내주셨던 단골고객도 있었다. 남자한테 꽃을 받아본 경험은 처음이라(웃음) 얼떨떨하면서도 내심 기쁘더라.

소믈리에로서 가지고 있는 서비스 철학이 궁금하다.
늘 한결같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고객의 취향과 섬세한 미각을 존중하자는 것’ 쉽게 말해 고객이 짜다고 하면 짠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와인을 추천해줘도 사람마다 취향과 입맛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유능한 소믈리에라도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추천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보통 레스토랑에 오는 고객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와인만 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고객이 모르는 와인을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새로운 와인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소믈리에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믈리에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고자 노력한다.

소믈리에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이번 수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여 년 동안 몸담아온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객과 함께하는 체험형 상품 기획을 통해 잊지 못할 호텔에서의 추억을 선사하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음료 문화가 과도기이기 때문에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힘든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스텔리어 어워드와 같은 국제무대로의 진출에도 많은 소믈리에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잘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어느 대회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스텔리어 어워드는 호텔리어로서 가져야할 제1의 역량인 환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언제나 대회에 임한다는 마음으로 자기만의 스토리를 갖추고 마음을 다잡아, 소믈리에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많은 국내 호텔리어 수상자가 배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