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대중화를 위해 티를 재해석 하는 티 디렉터 , 365 베버리지 라운지 김경술 대표

2019.02.15 09:20:37


차가운 아이스 큐브와 짙은 위스키 향이 배어 있을 것 같은 라운지에 김이 모락모락 서리고 아기자기한 찻잔과 티백, 찻잎들이 가득하다. 왠지 낮에는 영업을 안 하는 바인 듯 보이는 라운지에는 낮에도 차와 칵테일을 즐기러 단골 고객들이 찾는다. 티 디렉터 김경술 대표가 운영하는 365 베버리지 라운지는 티를 베이스로 한 티 목테일과 티 칵테일을 판매하는 티 바(Tea Bar)다. 찻집, 카페도 아니고 티 바라니?! 하지만 김 대표는 티와는 다소 매치가 되지 않는 것들을 연결시켜 365 베버리지 라운지만의 특별한 티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생소했던 티 베리에이션의 세계!
Beverage People 최초로 티 분야의 전문가로 등장한 김경술 대표를 만나 티의 이야기에 빠져보자.


느림의 미학에 매료되다
서초동에서 5년째 티 바(Tea Bar) ‘365 베버리지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술 대표는 호주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이다. 차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공자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일을 즐겼다. 호주에서 공부를 잠시 쉬던 중 그는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제빵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음료도 접하면서 ‘차’의 매력에 빠졌다. “보통 우리가 커피는 ‘Coffee Break’를 갖는다고 하고 티는 ‘Tea Time’을 즐긴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이처럼 바쁜 일상에서 잠깐잠깐 쉬어가는 시간의 커피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티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성격상 빠르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티가 가지고 있는 느긋함, 느림의 미학에 눈을 떴다.


그러던 중 한국으로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국제차문화대전’에서 근무, 차 업계에서 3년간 업계 동향을 파악했다. 그리고 당시까지만 해도 차 문화가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 잡혀 있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차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이후 2015년 7월, 당시로서는 다소 생소하기도 했던 티 바, 365 베버리지 라운지를 오픈, 라운지의 대표이자 티 디렉터로서 한 단계 더 성장된 티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다.




365 베버리지 라운지의 ‘팽주’
야심차게 티 바 오픈을 결정했지만 기존에는 없었던 형식의 서비스였기에 다소 막막했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차 문화는 귀족의 문화, 선비의 문화였고, 현대에서도 경제력이 있는 이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어느 연령대를 타깃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처음 바 오픈하기 전에는 중국의 ‘차예사’(차를 우리는 지혜로운 선비)와 차를 마셔보고 품질을 검증하는 ‘평차사’ 사이에서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고, 아예 다른 사업을 해야 하는지 갈등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을 상대로 사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오래 가고자하면 동년배이거나 보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그는 티 믹솔로지스트를 독학, 티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일을 기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티 디렉터로서 라운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하필 찻집도 아니고 바였을까? 그는 다회의 ‘팽주’ 문화를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해석했다. 차를 즐기는 다회에 가면 테이블에 있는 모든 손님들에게 차를 우리는 ‘팽주’라는 사람이 있다. 팽주는 손님에게 정성스레 티를 내려 제공,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생사도 이야기하고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팽주는 소통의 아이콘이었다. 이에 김 대표도 팽주처럼 차를 통해 고객과 인생을 나눌 수 있는 바를 차리게 됐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일제시대에 선비나 승려가 즐겼던 차 문화를 깡그리 없애 차에 대한 맥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자체 차나무의 순종이 없다는 점도 안타깝죠.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 차를 즐긴다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차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것보다, 조금 더 대중이 다가가기 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티 베리에이션을 선택한 거죠.”


사람과 공간을 매개해주는 티 베리에이션
365 베버리지 라운지에는 티 목테일과 티 칵테일이 있다. 단순히 우려마시는 형태의 티 팟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 티를 베이스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음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티 목테일은 대표적으로 ‘Honey Lemon Puerh Tea’, ‘Caramel Rooibos Royal Milk Tea’ 등이 인기며, 티 칵테일의 경우 ‘Tea Beer No.1’, ‘Moroccan Milk Tea’, ‘Cassis Oolong(카시스 우롱)’과 같은 알 듯 말 듯 흥미로운 티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라운지 음료 중에 손님들이 주는 영감과 손길이 더해져 만들어진 베리에이션이 있다는 점이다. 라운지를 자주 찾던 손님 중에 아마추어 시인이 있었다. 어느 날 김 대표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씁쓸한 마음이 담긴 짧은 시를 그 시인으로부터 선물 받았고, 이에 영감을 얻어 단술과 쓴술이 동시에 들어간 티 칵테일을 만들었다. 달지만 쓴맛이 끝에 씁쓸하게 남아있는 티 칵테일이었는데, 이를 마셔본 시인의 여자친구가 남겨두고 떠난다는 의미의 ‘Left Behind’라는 이름을 칵테일에 붙인 것이 지금의 메뉴에 올랐다.


또한 그의 음료는 다른 바들과는 다르게 화려하지 않다.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하며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게 된 그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심볼을 가지고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아직까지 한국은 강력한 오브제에 대한 니즈가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불필요한 가니시는 음료의 본질적인 맛을 흐리게 하죠. 가니시는 향과 아로마와 조화를 이루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그게 가니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까요.(웃음)”


일부 손님들은 다른 바에 비해 밋밋한 비주얼을 아쉬워하며 화려한 비주얼의 음료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김 대표가 차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일관적이다. 낡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차를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 제공하는 티 베리에이션은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티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할 것.



그는 아직까지 차 시장이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차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언젠가 그의 라운지에서 전통적인 다회도 참여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 다양한 고객들과 티 타임 즐길 수 있도록”
365 Beverage Lounge 김경술 대표



티 베리에이션을 만드는 철학이 있나?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티는 향을 즐기는 음료다. 따라서 티 베리에이션에서 티의 향이 살아나지 않으면 티 베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차는 여린 차부터 맛이 강한 차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녹차같이 맛이 여린 차들은 특정 시럽을 넣게 되면 녹차의 맛이 느껴지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라운지 메뉴 중에 ‘얼그레이 진피즈’라는 티 칵테일이 있는데 이 칵테일은 얼그레이 찻잎을 진(Gin)에 다이렉트 인퓨징한 칵테일이다.


티 베리에이션을 위해 찻잎을 고를 때에는 어떤 찻잎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파쇄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지, 냉침을 할지 온침을 할지, 우리는 시간은 얼마나 잡을지 등 고려해야 되는 요소들이 많다. 가장 좋은 방식은 내가 원하는 의도의 향이 어떻게 해야 최상으로 나타날지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어떤 차는 16시간 동안 콜드브루 방식으로 우리기도 한다. 차를 잘못 우렸을 때 생기는 떫고 쓴, 부정적인 맛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소믈리에와 마찬가지로 향에 대해 민감해야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다양한 차의 향을 구별해야하니 늘 향에 민감하다. 향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조향수업을 듣기도 했으며 티 소믈리에 수업 중에 아로마 공부도 했었다. 전문분야까지는 아니더라도 업무적으로 필요한 선에서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향과 관련된 감각적인 부분은 때문에 단시간에 습득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계속해서 익숙해져야 한다. 혀와 코를 계속해서 운동시켜줘야 한다. 감각을 유지시키고, 폭을 넓히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점차 티 바(Tea Bar)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티를 즐기는 이들의 트렌드가 있나?
최근 ‘감성’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갬성’이 20~30대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감성은 내가 경험한 과거를 회상하는 ‘레트로’라면, 갬성은 옛것을 도구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갬성’은 남들은 귀찮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좋아서 찾는 것으로, 갬성을 다루는 형태들이 뜨고 있다. 차 문화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옛 선비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차를 다회(茶會) 형식으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차 문화 플랫폼 ‘청년청담’은 주기적으로 다회를 열어 차를 매개로 다양한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다.


요즘에 주목하고 있는 티가 있다면?
최근 우롱차의 매력에 빠졌다. 아직 우롱차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롱차는 가향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을 30~40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차다. 녹차의 경우 지역별로 다르긴 하지만 녹차의 향을 30가지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롱차는 중국에서도 차나무에 따라 향이 다르고 제조법에 따라서 향이 달라진다고 표현한다. 티 베리에이션을 만들 때, 오롯이 차를 위해 만들어진 음료를 추구하기 때문에 가향 처리를 하지 않아도 본연의 향을 가지고 있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어필이 됐는지, 요즘에 웬만한 전문성을 띤 티 카페에 가보면 우롱차가 항상 구비돼 있고, 공차에도 우롱차 메뉴가 많다. 해피레몬이라는 밀크티 브랜드는 아예 대만 우롱차 베이스를 기본으로 한다. 현재 뉴질랜드 질롱이라는 브랜드에서도 우롱차를 만들고 있을 정도다.


티 디렉터로서 기획해왔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2011년~2012년에 기획한 ‘Mix&Harmony’ 프로젝트 중에 음악 콘서트를 했었다. ‘다락방(茶樂房)’이라는 이름으로 차와 음악이 만난 콘서트였는데, 이때 평소 공연의 기회가 자주 없는 인디 뮤지션들을 모아 연주를 들으면서 차를 마시고, 내가 마셨던 차를 간단하게 큐레이터처럼 설명해주는, 그리고 그 다음 음악과 어울리는 차를 마시는 식의 공연을 했었다. 광주에서 진행했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여전히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들고 있는 음료와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한 번은 그린티 제품으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에 피부에도 바르지만 녹차는 이너뷰티로도 좋다는 점을 살려 말차시연을 제안한 적도 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화장품이나 사진과 같은 것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복합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365 베버리지 라운지와 함께 티와 관련된 웹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들었다.
티매거진에 있으면서 쌓은 노하우들과 디자인 전공, 컴퓨터와 친밀함을 살려 웹진 ‘루틴(Routean)’을 발행하려고 한다. 본래 일상이라는 뜻의 Routine을 Tea와 접목시켜 ‘일상에 차를 담다’를 슬로건으로 전문가들을 위한 잡지보다 차를 가까이하는, 혹은 가까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웹진으로 만들예정이다. 물론 차에 대한 전문 지식도 얻어갈 수 있는 내용도 다룰 것이다. 개인적으로 킨포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데 웹진 루틴도 차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 티 디렉터로서 이루고 싶은 비전 혹은 목표가 궁금하다.
이제 대중들이 조금씩 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2012년 오픈 당시만 해도 티 칵테일 시장이 전무했다. 지금에야 티 목테일도 생기고 티 바(Tea Bar)가 알려지고 있는 것이지 당시에는 조금 많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어떤 사업 분야든 1세대나 1.5세대인 사람들이 빛을 보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유지만 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도 티 시장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업사원이 경기가 어려워 자기 물건을 못 판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안 좋은 대로 그 경기에 맞는 상품을 가져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 또한 힘든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티를 접할 수 있는 기회 마련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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