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수제맥주의 향과 다양성에 문화를 더하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김태경 대표

2020.11.10 08:50:00


2016년 4월, 성수동 60평 규모의 작은 지역 브루펍에서 시작해 신생업체로는 유일하게 창업 4년 만에 맥주 생산 및 판매량 5위, 대한민국 주류대상 4년 연속 수상,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유통 가능 맥주 최다개수를 기록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수제맥주의 성지’라고 불리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현재 성수동, 잠실, 건대 3개 직영 브루펍을 중심으로 양조장, 편의점, 도매채널, 온라인까지 진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총 50여 종에 달하는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이토록 빠른 성장을 하게 된데는 김태경 대표의 남다른 사업전략과 종량세 도입에 앞장서는 등 수제맥주 저변 확대에 대한 노력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해있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제맥주’의 대표 맥주로 도약하고 싶다는 김태경 대표. 그를 만나 그동안 어메이징 브랜드와 수제맥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제맥주의 다양성에 눈 뜨다

국내 브루어리 중 51종의 단연 가장 많은 수제맥주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맥주는 모두 ‘수제맥주는 다양한 컬러가 생명’이라는 김태경 대표(이하 김 대표)의 수제맥주 철학에 의해 탄생한 맥주들이다. 김 대표가 다품종 소량생산을 브루잉 콘셉트로 두는 데는 1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대형매장 한 편에 즐비한 형형색색의 수제맥주 브랜드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이 1%도 미치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의 비슷비슷한 맥주가 그저 ‘소맥용’으로만 소비되던 때, 도수부터 맛과 향이 모두 다른 100여 가지 스타일의 수제맥주 신세계를 접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6개월 동안 교환 근무를 하게 된 네덜란드에서 크고 작은 지역 양조장을 직접 방문, 지역의 색깔을 담은 로컬비어에 대한 문화적 가능성을 찾은 것도 한몫해 그는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김 대표는 2016년 성수동 브루펍을 시작으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수제맥주업계에 발을 들였다.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2017년 2월에는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 건대입구와 잠실까지 직영점을 확장했으며, 이어 2019년 5월에는 연간 최대 1200톤 규모의 양산형 브루어리를 경기도 이천에 준공하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의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2017년부터 올해까지 ‘대한민국주류대상’에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채로운 시도들로 맥주 소비문화 이끌어

국내 넘어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

수제맥주, 로컬맥주 콘텐츠의 문화적 힘을 믿는 김 대표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를 통해 주류 소비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매년 제품 기획, 레시피 개발뿐만 아니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마케팅에 있어 독보적인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면서 마니아층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브루어리 오픈 시점부터 뿌리를 내리게 된 성수동의 주민들과 함께 ‘성수동 페일에일’을 양조 및 브랜딩했으며, 래퍼이자 아티스트인 팔로알토와 함께 2018년에는 ‘Break Bread’ 앨범 기념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싹쓰리의 뮤직비디오 장소인 하조대의 스케이트보드 볼, ‘리버티’와 컬래버한 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재미난 아이디어들을 실행시키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특징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타깃으로 하는 30~40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대중문화가 있으면 협업의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 직원도, 버짓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맞는 적절한 컬래버레이션은 두 기업 간 PR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 수제맥주 시장에서 한국 대표 맥주로 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올해 8월부터 싱가포르에 대표 맥주 ‘첫사랑IPA’, ‘성수동 페일에일’, ‘어메이징 라거’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의 특색을 담은 수제맥주를 만들어 보고자 한국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수제맥주 레시피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김 대표는 “관심있는 시장은 동남아 지역이다. 우선 더운 지역일수록 맥주 소비량이 우리나라보다 높은데다가, 최근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맥주 시장의 프리미엄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어 눈여겨 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한국의 특징을 강화한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싶어 계속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김포금쌀 에일’을 통해 쌀 맥주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했고, ‘유자 에일’은 론칭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메뉴 중 하나기도 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해있긴 하지만 상황이 풀리는 대로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문 두드려볼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드디어 바로잡힌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수제맥주만의 색깔 뚜렷이 갖춰나갈 것”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김태경 대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브루펍과 양조장, 도·소매업장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루펍은 전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 유통은 편의점은 물론 호텔과 와인숍 등에 이뤄지고 있다. 수제맥주 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올해 7월부터 온라인통신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배달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첫선을 보였던 2016년에 비해 국내 수제맥주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5년간 체감한 국내 맥주시장의 변화는 어땠나?

주류문화는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변화해오고 있었다. 우선 그동안 빈번했던 회식문화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주52시간 근무제도의 도입에 따라 퇴근 이후 외부 활동보다 귀가 후 집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점점 외식업계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편의점 수입 맥주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더불어 수제맥주의 저변이 많이 넓어졌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슈로 많이 묻히긴 했지만 올해 1월부터 드디어 맥주와 탁주에 한해 주류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다. 이는 국내 100년 맥주 역사상 앞으로 맥주 시장을 뒤흔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다. 종가세는 가격에 매기는 세금으로, 그동안 주류에 종가세를 매겨온 것은 주류를 소비재가 아니라 사치품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맥주 세금에는 재료비는 물론, 시설, 임대료 등 감가상각비와 인건비에 대한 부분까지 반영, 좋은 재료와 시설, 인재를 활용하면 할수록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세금이 무려 119%에 육박했다. 반면 종량세는 쓰는 만큼 세금을 내라는 뜻이다. 종량세로의 전환은 맥주가 곧 사치품이 아닌 소비재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소비재로서 제품 개발에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연결돼 올해부터 수제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유의미한 변화였다.


종량세 전환에 있어 한국수제맥주협회 종량세 도입TF팀 팀장을 역임하며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종량세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 제도 개선의 소감을 이야기한다면?

맥주에 있어 종량세 도입에 제동이 걸렸던 것이 종량세가 적용된다면 ‘4캔 만 원’ 맥주가 없어진다는 오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창했던 것은 수입맥주뿐만 아니라 수제맥주도 4캔에 만 원에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종량세로 도입된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편의점에서는 여전히 ‘4캔 만 원’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 않나.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주류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종량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전체 주류업계의 종량세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최고 가성비의 소주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전체 주류업계의 종량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주류소비량이 높은 국가, 위암 발생률이 1위인 국가로 꼽히는 이유가 고도주 섭취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술 소비량이 많으면 질병은 물론 우발적 범죄, 각종 사건 사고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응당 종량세 적용으로 술을 많이 소비한 이들에게 짊어져야 하는데, 종가세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번 종량세 전환도 국세청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바뀌게 된 것을 보면 아직 주류업계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는 듯 보인다. 


종량세 도입으로 체감하는 시장 변화는 어떤가?

수제맥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우리 브루어리도 특히 품종이 다양해 품목별로 세금계산서도 따로 책정해야 하고, 고가의 설비가 많아 세금 비율이 높았던 이전에 비해 종량세 전환으로 많은 수혜를 입고 있다. 실제로 세금이 30% 정도 줄어 한 잔에 7900원에 판매하던 첫사랑IPA는 5900원으로, 성수동 페일에일은 6900원에서 5900원으로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의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수제맥주 특징은 무엇인가?

맥주 제조 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소비자들이 어떤 맥주를 좋아할 것인가다. 매장에서의 피드백을 토대로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맥주를 위주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 라거맥주와 다르게 수제맥주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확실히 ‘향’에 있는 것 같다. 푸어링 하자마자 풍기는 맥주 특유의 향긋한 향은 마시기 전부터 기분을 전환시킨다. 열대과일인 망고와 패션프루츠와 같은 향이 호불호가 없이 대중적이며, 특히 한국 사람들은 소나무나 풀, 꽃 향 등 ‘Finy’한 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어메이징 맥주는 향이 좋은 맥주들을 주로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홉’이다. 홉의 배합이나 종류, 양에 따라 맥주의 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라거맥주에 비해 어메이징 맥주의 홉은 단위 볼륨 당 40~50배 정도 함유량의 차이가 난다. 홉은 미국 워싱턴 주의 제일 좋은 홉 농장인 야끼마(Yakima)에서 수입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품종, 많은 양의 홉을 거래하고 있어 야끼마에서도 새로운 품종이 나오면 한국에는 유일하게 우리 브루어리에 샘플을 보내주기도 한다. 야끼마의 한국 테스트베드로서 새로운 홉으로 다채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레시피 개발에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제맥주와 트렌드는 어떤지 궁금하다.

헤이지 IPA에 대한 수요가 요즘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헤이지 IPA는 서부식 IPA와 달리 탁하고 묵직한 바디감에 1.5배에서 2배 정도 많은 양의 홉이 첨가되기 때문에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어메이징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첫사랑IPA가 대표적인 헤이지 IPA 스타일이며, 최근 출시한 잭퀸과 잭킹이라는 수제맥주도 홉을 다량 첨가해 기대가 큰 메뉴 중 하나다.


한편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소프라 하드셀처’다. 기존에 무알코올 맥주로 알려진 미국에서 유행하는 하드셀처 스타일 맥주에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색깔을 입혔다. 소프라 하드셀처는 기존에 맥주를 마실 때 가장 아쉬웠던 배가 쉽게 부르다는 점을 칼로리를 1/3로 낮추면서 보완했고, 도수도 첨가해 새로운 스타일의 하드셀처를 선보였다. 다른 수제맥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다양한 시도를 선호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판매량 1위인 첫사랑IPA와 견줄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맥주 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시장을 확장하는데 있어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에 대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계획을 이야기한다면?

주류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언론을 통해 수제맥주업계에 대해 많은 회자가 됐지만 언론에서 주목하는 것만큼 시장의 크기가 아직 크지 않다. 아직 성숙해야 할 부분이 많고, 몇 개의 플레이어들만 열심히 해서는 전체적인 시장 파이를 키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 5년 동안 외식업은 서서히 주저앉고 있고, 점점 편의점을 통해 유통되는 맥주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도 내년부터는 편의점 브랜드 수를 늘릴 계획이다.


결국 브랜드 싸움이 될 것이다. 어떤 브랜드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이제는 수제맥주를 접했을 때 ‘맛있고 향이 좋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곰표나 말표맥주에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그 맥주 스토리에 대한 니즈도 점점 생기는 듯 보인다. 이에 어메이징의 수제맥주도 맛과 다양성을 넘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만의 문화와 콘텐츠를 함께 접목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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