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주류문화운동가로 불리고 싶다는 Jackey Yoo 대표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싱글 몰트 위스키와 칵테일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전문가가 됐다. 위스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위스키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중소 브랜드들에게는 많은 소비자를 만나게 해 주는 장을 마련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이 통한걸까? 얼마 전부터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취재 서현진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Q. 현재 직접 개최하고 있는 Whisky Live와 Cocktail Week에 대한 소개한다면?
위스키 라이브는 영국의 위스키 전문잡지 ‘Whisky Magazine’의 라이센스 행사로 일반 소비자가 다양한 위스키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자리다. 현재 16개국 25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으며 대만, 일본에서는 이틀에 걸쳐 2만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이벤트로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처음 개최, 2000여 명이 참석한 바 있다. 당시만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싱글 몰트 위스키가 10여 종도 채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기에 내가 몇 가지는 직접 수입해서 위스키 라이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칵테일 위크는 일주일동안 하나의 티켓으로 클래식, 캐주얼, 호텔, 라운지. 플레어 등 다양한 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때 그때 주제에 맞춰 다양한 바의 메뉴 및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유럽, 미국 등에서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됐고 현재 20여 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처음 개최했다.
사실 두 이벤트 모두 한번씩 개최했는데 우리나라의 싱글 몰트 위스키나 칵테일 분야가 이런 이벤트를 선보이기에 좀 이른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브랜드만 50여 종, 그 종류만 400여 가지가 넘고 소비채널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주류를 경험하고 싶어 하고 중소형 브랜드는 넓은 자리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즉 소비자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브랜드들은 다양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 위스키 메이커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어 올해 2회를 기획하고 있다.
Q. 싱글 몰트 위스키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홍콩과 중국에서 7, 8년간 거주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200여 병의 위스키를 가지고 왔는데 당시 이 술을 가치있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바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유흥주점만 있었다. 이러한 바를 찾기 힘드니 정보를 얻기 위해 동호회를 찾았고 동호회를 통해 몰랐던 위스키의 세계에 눈뜨게 됐다. 그리고 동호회 대상으로 위스키 라이브를 개최했다.
Q.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다. 변화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가?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유흥문화가 발달했고 위스키 문화는 마시고 취하기 위한 접대의 의미가 강했다. 소비계층이 일부분이다 보니 국내용 브랜드의 소비 채널이 룸싸롱, 단란주점으로만 국한됐는데 이것이 서울에 70% 이상 집중됐고 또 그 중에서도 강남에 70% 이상 몰려있으니 내 술을 넣기 위해 남의 술을 빼야하는, 정해진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이 심했다. 그렇게 위스키 브랜드 간 코웍이 안되다 보니 시장이 확대될 수 없었다.
칵테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칵테일을 제공하니 젊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어 대중화됐다. 특히 젊은 여성의 술이라는 인식, 이미 준비된 재료를 배합한 RTD 수준, 간단하게 혼합해 만드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시장에도 한계가 왔다. 그렇게 위스키와 칵테일 시장이 침체기를 걷다 2010년에 들어서 싱글 몰트 위스키와 신 칵테일 르네상스 붐이 미국에서부터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흐름에 주목하다 지금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칵테일 역시 바텐더의 기술적 숙련도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재료로 크래프트하거나 클래식한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즉 쉽게 설명해 맞춤양복만 있다가 서민들이 입지 못하니 기성복이 나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게 됐다가 다시 장인이 체형, 품격에 맞춘 명품이 탄생한 것처럼 싱글 몰트 위스키와 칵테일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싱글 몰트 위스키와 칵테일이 분리된 고객층으로 장소 또한 달랐는데 이제 바라는 공간에서 함께 가치있는 문화로 즐길 수 있어 매우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
Q.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개인 기호와 취향이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니 모여서만 마시는 술 문화에서 한 두명이 가도 어색하지 않은 바가 많이 생기고 있다. 즉 개인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술과 공간이 생기고 그에 걸맞는 브랜드와 바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시초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와인은 나라, 빈티지, 종류가 너무 많아 개인의 기호를 모두 반영할 수 있고 와인 레스토랑은 와인 리스트를 200개 이상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복잡한 술이다 보니 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소믈리에라는 직업도 생겼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은 힘들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를 구비해야하니 주류 사입비가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객단가는 높아지고 문화의 퀄리티도 좋아진다. 즉 싱글 몰트 위스키, 칵테일의 종류가 많아지고 깊어지며 주류 문화의 산업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수평적 확대만이 아닌 입체적 확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왼쪽 사진에서 보면 내 뒤에서 연기가 나는 칵테일을 바텐더가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는 ‘펀치’라는 칵테일로 칵테일의 시초같은 것이다. 펀치가 5라는 숫자를 의미하는데 5가지 베이직한 재료를 혼합한다는 뜻이다. 펀치는 혼합하는 최초의 술로 1600년도에 탄생,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역사 속의 칵테일인데 이를 바에서 직접 바텐더가 선보이고 또 고객이 맛볼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일반 과일 주스가 아닌, 직접 과일을 착즙하고 얼음도 제빙기 아닌 직접 깍는 등 신선한 재료와 바텐더의 장인 정신이 담긴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Q. 싱글 몰트 시장이 주목 받으면서 최근 특급 호텔들도 새롭게 바를 선보이는 곳도 많다.
호텔 바는 전통적 호텔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숙박과 함께 꼭 필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호텔이 서비스산업이 아닌 장치산업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바도 수익을 내야만 하는 곳이 됐다. 그리고 1990년대 말, 대중적인 형태의 칵테일 바가 시내에 퍼졌는데 호텔 바는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지 못하고 차별화를 꾀하지 못했다. 그나마 와인이 들어오면서 조금 나아졌을까? 그렇다보니 바텐더라는 직급도 폐지하고 전문성 없는 이들이 바에 로테이션으로 근무하면서 더욱 바의 위상이 낮아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일부 호텔들이 바텐더의 직급을 살리고 메뉴를 확장하고 있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호텔의 장점은 거대 자본이 투입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호텔 바에서 직접 싱글 몰트 위스키를 수입하며 고정고객을 끌어들이는 시도도 많았다. 호텔 바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매출에 신경쓰기보다 호텔 바만의 캐릭터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호텔 바가 유명한 호텔이 유럽에는 많다. ‘최고의 바가 있는 호텔이 최고의 호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런던 사보이 호텔의 아메리칸 바는 1889년 오픈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헤드 바텐더를 임명하면 은퇴할 때까지 일하도록 하며 장인으로서 인정하고 대를 잇도록 한다. 그래서 127년동안 역대 헤드 바텐더가 11명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호텔 역사로 봤을 때 30년 된 바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런 곳이 없어 매우 아쉽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오래 일한 바텐더는 꼭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생산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바텐더 영역은 그렇지 않다. 손님이 바에 앉아 인생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하려면 꾸준히 일해 온 경험 많은 나이든 바텐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워낙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하니 일반 바에는 채산성 때문에 나이든 바텐더가 오랫동안 일하기 힘들다. 바가 젊은 사람들 위주의 공간이니 나이를 점차 먹으며 단골이 되는 고객이 없고, 그렇다 보니 또 오래된 바텐더도 없고, 오래된 바텐더가 있는 편안한 공간이 없으니 또 나이든 사람이 바에 갈 수 가 없게 된다.
일본에는 70대 바텐더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앞서 말한 사보이 호텔의 역대 헤드 바텐더들도 60대까지 일했다. 그래서 6, 70대 고객도 많다. 우리나라 호텔에도 그런 바텐더가 많았으면 좋겠다.
Q. 국내 위스키 시장에 조언이 있다면?
무엇보다 국산 위스키가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수지가 맞지 않아 못하는 것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기본 3년 이상 숙성돼야하는데 우리나라에 익숙한 것은 12년산이다. 10년 이상 장기 숙성하려면 증발을 막아야하는데 겨울은 건조하고 여름이 다습한 우리나라 날씨는 위스키 숙성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또 10년 이상 기다릴 자본도 없다. 반면 대만은 우리만큼 날씨가 열악하지만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도 좋은 위스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스카치 위스키 전체 생산량 중 50% 이상이 3년 미만에서 소비된다고 하니 위스키가 꼭 10년 넘어야만 소비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최근 전통주로 증류식 소주에 관심이 늘고 있는데 위스키와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관이 용이한 증류주가 개발돼야 한다. 40도 이상 되는 술은 보관 한계가 없어 수출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증류수가 해외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이때, 우리의 유니크한 역사와 전통, 지방색을 가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술을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2016년 2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