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옥의 Erotic Food] 가장 맛있는 나물, 초례를 치루던 날 먹은 그 나물
신붓집에서 한 몸이 되는 큰상을 차리고 평생을 함께 살 사람과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혼례식을 치른다. 첫날밤 흔들리는 호롱불 그림자가 긴 여운을 가진 어둠 속에서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도 벗지 않은 모습으로 겨우 낯선 신랑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신랑신부 초례 상 위에 올려 있는 붉은 천에 싸인 기러기는 신랑이 신부에게 살아있는 기러기로 전안례를 하기 위해 갖고 온 것이다.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을 한 번하면 영원히 확실히 지킨다. 사는 동안 짝을 잃어도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으며 홀로 지낸다.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춰 상하의 질서를 지키며 앞서가는 무리가 소리 내면 뒤따라오는 무리도 화답을 하며 예를 지킨다.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남기는 속성도 있다 해, 이러한 기러기의 참뜻을 본받아 훌륭한 삶의 업적을 남기고 변함없이 다복하게 잘 살겠노라는 뜻으로 기러기를 가지고와 예를 올리는 것이다. 초례상 위의 촛불 한 쌍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신랑이 신부를 찾아 왔기 때문에 초례 치르는 시각은 어두워진 이후이므로 촛불을 켜는 이유와 또 다른 의미로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라 양과 음이 교차하는 시간이 낮과 밤의 교차점인 저녁 시간대 혼례식을 하다 보니
- 김성옥 칼럼니스트
- 2019-11-12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