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일본의 가공식품 시장은 2019년 기준 22조 8509억 엔 규모를 기록했다. 일본 가공식품 시장은 2014~2018년까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9년에는 10월 소비세 인상, 미-중 무역마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소비 활동이 다소 침체됐다. 또한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을 계기로 해 소비자들이 저가격대의 상품을 중심으로 ‘가성비 소비’를 하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활성화되고 방일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나 2023년까지는 낮은 성장세(전년대비 0.07%)를 이어가 22조 9422억 엔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음료, 주류, 주식(主食/ 즉석밥, 냉동밥,냉동 국수 등), 조미료 및 조미식품이 전체 가공식품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주식, 디저트, 수프류의 비중은 2012년이후 점점 높아지는 반면 주류, 농산가공품, 수산가공품의 구성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등으로 인해 조리과정이 간편한 냉동식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있다. 냉동식품 시장은 2023년까지 1조 7298억 엔 규모(2017년대비 7.3% 성장)에 이르러 일본 전체 식품시장의 성장을 견인할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냉동식품을 제외하고는 성장이 정체돼 있고 인구 감소로 인해 수량 베이스의 성장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일본의 식품 제조사들은 1인 가구용 소용량 제품의 라인업을 확충하고 상품패키지 및 디자인 개선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단가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한 브랜드의 경우도 젊은 소비자층을 새로 끌어들여 장기적으로 마켓 셰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식품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마케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트렌드 1. 그릇도 수저도 필요 없다! 한 손으로 다하는 원핸드밀
소비자들이 점차 음식을 조리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귀찮게 느끼게 되면서 일본의 간편식품도 시장의 니즈와 맞물려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간편식품은 주로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별도의 그릇에 옮겨 담아서 먹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가열한 뒤 포장을 뜯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등장한 ‘원핸드밀(One-Hand Meal)’은 포장 채로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제품 자체의 패키지를 마치 일회용 그릇처럼 사용할 수 있는 극강의 편리함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원핸드밀은 피자, 주먹밥, 닭가슴살처럼 주로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많으며 덜어 먹는 그릇은 물론 숟가락이나 젓가락조차도 필요 없도록 만든 제품도 존재한다.
또한 사무실이나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봉지째로 퍼먹을 수 있는 냉동볶음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컵 형태의 냉동 볶음밥은 이미 2018년 세븐일레븐 등에서 출시한 바 있으나 더 나아가 2019년에 마루하니치로가 발매한 ‘WILDish’ 시리즈는 파우치 형태로 출시됐기 때문에 부피가 작아 다 먹고 난 뒤에 처리하기도 용이하다. 또한 남성이 타깃이 되면서 포만감을 줄 수 있도록 냉동 볶음밥 제품의 용량도 기존의 170g 가량에서 300g 내외로 늘리는 추세다.
트렌드2. 건강을 위해 먹더라도 보다 편리하게, 맛있게!
예전에는 건강에 좋은 음식은 재료를 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간편하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성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사히는 유산균이 면역력, 위장에 좋을 뿐만 아니라 두뇌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반해 ‘일하고 있는 머리에’라는 이름의 유산균음료 시리즈를 출시했다. ‘일하고 있는 머리에’는 캔커피, 페트병 주스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유산균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닛케이 트렌디에 의하면 2020년에는 고단백 식품인 대두(大豆)를 퍼프 형태의 과자로 가공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에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유망하다. 대두는 2018년에 일본의 한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부터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맛이 단조로워서 의식적으로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신제품은 인절미맛, 딸기맛 등을 첨가한 데에다가 바삭바삭한 식감까지 더했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품과 함께 떠먹었을 때 절묘한 맛을 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DNABIO에서는 퀴노아를 이용한 즉석 수프를 발매했는데 뜨거운 물을 붓고 5분만 기다리면 고단백 고영양 ‘슈퍼푸드’로 알려진 퀴노아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토추식품에서는 곧 식물성 건강식품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트렌드3. 애들은 가라! 인생의 쓴맛 단맛 담은 '어른의 맛'
마지막으로 닛케이 트렌디에 의하면 최근 일본에서는 복잡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어른의 맛’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 식품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과거 대비 다양한 소비자들이 유입됐고 이들의 취향이 제품에 반영된 결과라고 보인다. 특히 아이스크림의 경우 ‘2020 바이어스 그랑프리’(식품 전문상사 일본액세스 주최)에서 1~3위를 차지한 제품이 모두 아동보다는 성인을 타깃으로 한 맛으로 볼 수 있다. 1위는 하겐다즈 재팬에서 출시한 흑설탕 콩가루 찹쌀떡 아이스크림이 차지했으며 2, 3위는 모두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맛 아이스크림이었다. 이를 통해 바닐라, 딸기, 초콜릿 등 평범한 맛으로는 쏟아지는 신제품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냉동 반찬(도시락용) 분야에서도 흑초 탕수육, 생선구이, 마파두부, 오곡(五穀), 죽 등 성인의 입맛에 눈높이를 맞춘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타깃 소비자가 어른이다 보니 재료 본연의 형태와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 변화의 포인트다. 야채, 고기 등의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해 재료와 소스를 따로 포장하고 먹기 직전에 소비자가 직접 소스를 붓도록 하는 밀 키트(Meal Kit) 형태의 제품도 등장했다.
일본에서 냉동 반찬은 어린이 혹은 학생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이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각 기업들이 어른용 시장으로 눈을 돌린 탓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냉동 반찬 수요의 70% 이상은 성인이라고 한다. 주로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 않는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 냉동 고등어구이인데 뼈를 발라 구운 형태로 젠쇼그룹과 토로나재팬에서 출시했다.
이외에도 도쿄에서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맛챠하이(녹차의 일종인 맛챠에 소주와 탄산을 가미한 알코올음료), 전년도 대만 버블티 붐을 이어나갈 대만 후르츠티(맛집 검색 사이트 ‘구루나비’에서 검색 수 11.1배 증가), 메신저 LINE으로 주문한 뒤 전용 사물함에서 찾아가는 커피 TOUCH-AND-GO 등이 2020년 대박이 예상되는 아이템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