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지방에 여행을 다녀온 호텔 사업자 A씨는 자신의 호텔 상표와 똑같은 이름의 모텔이 지방의 한 중소 도시에서 버젓이 영업 중인 사실을 발견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와 고민 중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응 시 고려해야 하는 위험 요소는 없는가?
이번 호에서는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한 상표권자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민∙형사상 구제 수단에 대해 알아본다. 아울러 침해 의심자에 대한 대응 시 고려할 내용에 대해서도 살펴보려 한다.
민사적 권리 구제 수단
가. 침해 금지 등의 청구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침해 금지 청구권은 침해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을 청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부작위를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침해 금지 청구와 함께 침해 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 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적극적 행위를 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는 지방 모텔업자가 상표권자 A가 등록한 호텔 상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호텔 인테리어, 홍보물, 기타 집기 등 해당 모텔명이 사용된 물품이나 용기, 홍보물, 간판, 인터넷 게시물 등 일체의 폐기, 위반 상호의 등기 말소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전용 사용권자와 달리 통상 사용권자는 상표권자나 전용 사용권자로부터 상표의 사용 허락을 받은 것이므로 제3자에 대해서 침해 행위의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없다.
침해 금지 등의 청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침해가 있거나 침해할 우려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여야 한다. 그러나 손해 배상 청구권의 경우와는 달리,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등의 주관적인 요건은 묻지 않는다.
나. 손해 배상의 청구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는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자기의 상표권 또는 전용 사용권을 고의 또는 과실로 침해해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침해한 자에 대해 그 침해에 의해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ⅰ) 제3자의 위법한 권리 침해가 있어야 하고, ⅱ) 침해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며, ⅲ) 침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고, ⅳ) 위법한 권리 침해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상표권자 및 전용 사용권자이며, 상표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지분에 관해서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손해 배상의 피청구인은 상표권이나 전용 사용권을 현실적으로 침해한 자이며, 침해의 우려가 있다 해도 아직 침해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침해 금지 청구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손해 배상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손해 배상 청구권의 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침해 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다. 손해액 산정의 기준 시기는 원칙적으로 침해 행위 시다.
상표법은 상표권자가 침해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손해액 추정과 법정 손해 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손해액의 추정 등
상표법은 손해의 입증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상표권 침해에 따라 침해자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이익액을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하도록 한다. 여기서 침해자의 이익을 어떻게 산정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통상 <침해품의 매상고 X 피고의 이익율> 또는 <침해품 판매수량 X 침해품 개당 이익액>으로 산정하는데 인건비 등 고정 경비와 기타 생산 비용 등 모든 필요 경비를 뺀 순이익만으로 산정해야 하는지, 고정 비용은 공제하지 않는 한계 이익을 근거로 산정해야 하는지가 문제되나 판례는 대체로 한계 이익설과 순이익설을 취하는 입장으로 갈린다.
이보다 더 입증이 용이하도록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의 이익률에 침해자의 판매 수량을 곱한 금액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이 실제로 판매한 수량을 빼야 한다. 이 경우 현 상표법에는 원칙적으로 상표권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상품의 수량에서 실제로 판매한 수량을 뺀 수량에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
또한 상표 사용권 설정 시에 통상 받을 수 있는 사용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 배상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 상표 사용권 설정 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통상 사용권 설정 시 받을 수 있는 객관적으로 상당한 액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침해 당시 침해자가 아니라 타인에게 사용권을 허여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을 상당액을 의미한다.
과거 상표법에는 배상액을 손해액의 3배까지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으나, 1990년 1월 전문 개정과 함께 동 규정이 삭제됐다. 최근에 다시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110조(손해액의 추정 등)
①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를 하게 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상품의 양도수량에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그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판매할 수 있었던 상품의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손해액으로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손해액은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상품의 수량에서 실제 판매한 상품의 수량을 뺀 수량에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 다만,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해당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따른 금액을 빼야 한다.
③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그 이익액을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④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등록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⑤ ….
⑥ …
다. 법정 손해 배상 청구
2011년 12월 상표법을 개정하면서 구체적인 손해액의 입증이 없어도 법원의 판단으로 어느정도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정 손해 배상 제도가 신설됐다. 본 제도는 당초에 미국 등과의 FTA 협상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필요에서 도입된 의미가 크다. 미국, 유럽의 유명상표를 위조한 상표의 사용행위가 적발된 경우 구체적인 침해액의 증명이 곤란하더라도 일정한 한도의 법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정 손해 배상의 청구가 가능한 대상을 위조상표의 경우로 한정하지 않아 기타 상표의 침해 행위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동 제도는 통상 상표권 침해 사건에서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의 입증이나 손해액의 추정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상표권자의 권리보호가 어려워지므로 상표권자의 입증책임을 획기적으로 경감해 5000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법정 손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데 의의가 있다. 즉, 침해사실만 입증되면 손해 발생 및 구체적인 손해액의 입증 없이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표침해와는 달리 요건이 엄격해 자기가 사용하는 등록상표와 같거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지정상품과 같거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의 침해여야 한다. 유사 범위내의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나 실제 판례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판단해서 몇 백만 원 수준에서 손해액을 인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제111조(법정손해배상의 청구)
①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는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등록상표와 같거나 동일성이 있는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같거나 동일성이 있는 상품에 사용하여 자기의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을 고의나 과실로 침해한 자에 대하여 제109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신 50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변론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② …
라. 신용 회복 청구
법원은 고의나 과실로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을 침해함으로써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업무상 신용을 떨어뜨린 자에 대해서는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업무상 신용 회복을 위해 침해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상표권에는 신용이 화체돼 있어 금전적 손해 배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신용 회복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필요한 경우 언론 등에 자신의 상표침해 사실을 시인하고 사후 재발 방지 약속 등 사과 광고의 게재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신용 회복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표권 침해행위 외에 침해로 인해 상표권자의 신용이 떨어졌음이 인정돼야 한다. 통상 품질이 열악한 상품에 상표권자의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부착해 판매했다면 당해 상표권자의 업무상 신용을 훼손하거나 손상한 경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앞의 사례에서 시설이 열악한 지방의 모텔에서 최고등급인 상표권자의 호텔명으로 영업을 한다면 상표권자의 신용이 손상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경우 그 지방의 모텔이 상표권자의 영업장이 아닌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한 제3자의 영업장이었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서 손상된 자신의 신용을 회복하고 싶어할 것이다.
마. 침해 금지 가처분
침해 금지 청구권을 소송물로 하는 본안소송의 확정판결을 기다려서는 상표권의 독점성이 파괴되고, 권리자가 본래의 권리내용을 향유할 수 없는 위험에 빠진 경우에는 상표권자는 그 위험의 제거를 위해 침해 금지 청구권을 피보전 권리로 해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명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피신청인이 이미 침해행위를 하고 있거나, 아직 침해에 이르지 않았어도 침해행위가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는 사정 등이 구체적 사실로서 존재해 그 피보전 권리가 인정돼어야 하고, 나아가 해당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의 승패의 예상, 기타의 제반 사정을 법원이 합목적적으로 고려할 때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형사적 구제 수단
상표법은 상표권 침해의 민사적 구제 외에도 침해자를 형사 처벌하는 벌칙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상표권 또는 전용 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상표권 침해죄는 특허, 디자인 등 친고죄로 하고 있는 여타 지식재산권과 달리 비친고죄로 규정돼 있다. 상표권 침해죄는 권리자뿐만 아니라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상품 출처의 오인 혼동을 초래하고 경업질서를 어지럽혀 공중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일반적임을 고려한 것이다.
상표권 침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형사 범죄와 마찬가지로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책임의 요건이 필요하다. 즉, 침해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침해자의 상표적 사용, 상표권의 범위 내에서의 사용과 침해자에게 고의(범의)가 있어야 한다. 고의의 성립에는 행위자가 타인의 등록상표임을 인식하면서 이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의사가 있으면 족하고, 출처의 혼동을 발생시키려는 의사 또는 수요자를 기망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의사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표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 검찰청 등에 고소할 수 있으나, 특허청의 특별사법 경찰대에 신고, 고소할 수 있다. 특허청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의 성격상 전문성이 부족한 일선 경찰과 검찰 등에서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전문성을 갖춘 특허청 소속 특별사법 경찰관이 사건의 처리를 담당해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돕고 있다.
침해 대응 시 고려해야 할 요소
상표권 침해 사실을 발견한 경우, 통상 경고장을 보내는 것으로 권리 구제 절차가 개시된다. 그렇다면 위의 사례에서 시골의 모텔업자가 서울의 고급 호텔업자가 보낸 경고장을 수령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문제다. 경고장 내 대로 순순히 모텔 간판을 내리고 모든 침해 물품을 폐기하고 사과문 게재하고 순순히 그간의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나올까? 아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침해자도 경고장 수령과 동시에 전문가와 상의해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전략을 마련해서 대응하는 것이 보통이다. 침해자도 예컨대 모텔업자의 겨우 그간 투자한 비용이 엄청날 것이고 모텔 간판을 내리고 사과 광고까지 해야 한다면 사업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고장 하나에 상대가 즉각 꼬리를 내리고 포기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섣불리 경고장 보내서는 예상치 못한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표권자도 상대방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면 대응해 올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사전에 전략을 잘 마련해야 한다. 상대는 전 월호에서 다룬 바와 같이 경고장 수령 후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신중히 대응할 것이다. 상대가 상표권 무효나 취소 심판을 제기해 올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상표권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표권자라고 섣불리 경고장부터 보내는 우를 범하지 말고 사전에 철저히 권리보호 가능성에 대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검토한 후, 경고장을 보낼 때도 상대방이 경고장을 보고 대응을 포기하도록 철저한 사전조사와 전문성에 근거해서 설득력 있는 문구로 작성돼야 한다.
얼핏 보고 타인이 내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쓴다고 해서 섣불리 대응하면 자칫 잘못하면 본인의 상표권을 잃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위더피플 이준석 대표표변리사는 특허청 차장, 심사국장, 심판장 등 특허청에서 주요 보직과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특허 및 상표의 국내외에서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자산화를 위한 경험과 전문성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