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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Creator] 셰프의 공간에 ‘숨’을 불어 넣다, 스튜디오 라이터스 김영래 대표


셰프의 꿈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던 청년이 요리를 전공하고선 돌연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됐다. 셰프의 작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조력자의 삶은 셰프들을 존경의 눈으로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고. 셰프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한때 셰프를 꿈꿔왔던 젊음의 밑천이다. 스와니예, 옥동식, 뉴욕의 아토믹스 등 유명 레스토랑의 디자인을 도맡아 호평을 받고 있는 5월호 다이닝 크리에이터의 주인공. 셰프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삶을 개척한 스튜디오 라이터스 김영래 대표의 이야기다.


공간은 사람을 대변한다. 스튜디오 라이터스에 첫 발을 들였을 때 와 닿던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절제되면서도 탁 트인 개방감과 주택을 개조해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감에서부터 문고리, 테이블에 놓인 작은 소품과 도면, 반듯하게 정돈된 슬리퍼에 이르기까지 이 공간을 고민한 디자이너의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듯하다. 첫 질문부터 그는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셰프라는 직업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김영래 대표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됐어요. 반갑습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을 봐 왔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네요.


셰프님들이 친근하게 여기시기에 저는 대표님이 요리를 하시다가 직업을 전향하신 줄 알았어요.
아. 그건 아니고, 셰프는 오랫동안 선망했던 꿈이었죠. 조리를 전공했을 뿐 직업을 가졌던 것은 아녜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셰프는 의심의 여지없는 유일한 꿈이었기 때문에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지만 복수전공으로 디자인을 공부해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지요.


의심의 여지없던 꿈이라. 셰프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른 길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요?
계기라면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했을 때를 꼽을 수 있겠네요. 도서관에 머물면서 여러 서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잡지코너에서 유독 디자인 잡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평소에도 관심이 있던 분야였고 그것이 주는 영감과 창의성에 점차 시야가 넓어지게 됐어요. 셰프 만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죠. 이 영역을 통해서도 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실제로 주방에서 느꼈던 고민들을 풀어낼 수 있었겠네요.
대학생 때 누구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저도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있었어요. 흔히 주방이 노동집약적인 공간이며 요리사를 3D업종 중 하나라고 하잖아요. ‘이런 환경을 개선시킬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고 레스토랑 레이아웃이나 구성 공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죠.


복수전공으로 택한 디자인학과 수업은 다른 학생들과 출발부터가 달라 경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마음을 조급하게 갖지 않고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생각했어요. 디자인, 파인아트 등 업계 잡지를 많이 봤던 게 도움이 됐어요. 군 입대 후에는 스케치 연습을 많이 했죠. 디자인 서적들도 찾아보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어요.


유명 셰프들과 함께 작업할 일이 많은데 셰프가 됐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셨어요?
제가 발을 들일 즈음 국내 다이닝 업계도 변화되고 있었어요. 레스토랑 위크 등이 처음 시도되면서 레스토랑의 다양성이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개성 있는 다이닝들이 생기고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콘셉트로 바뀌고 있었죠. 그 때 성장 발판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통해 많은 영향력을 받고 있어요. 그에 비하면 저는 젊은 나이에 성취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과분하다고 생각돼요. 지금껏 만난 인연들, 클라이언트, 파트너들이 잘 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우리가 디자인한 레스토랑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보람을 느껴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요리를 했다면 과연 이처럼 잘 해 낼 수 있었을까? 이분들이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셰프라는 직업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돼죠.     


이 일을 하면서 뿌듯할 때가 있다면요?
우리가 계획한 공간에서 고객들이 식사하고 퇴장하면서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 우리 생각과 같을 때요. 요리사와 디자이너는 표현 방식에 있어서 맥락을 같이한다고 봐요. 요리사가 음식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고객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공간에 담은 감정을 대중이 느끼고 인정해주면 큰 성취감을 느끼죠.



“사소한 불편함은 사람이 마주치는 순간에 발생하곤 하지요.
서버, 손님, 요리사 그리고 이것을 둘러싼 광경들 말예요.
그래서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는가는 매우 중요해요.”


레스토랑마다 콘셉트가 다 다를텐데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해요.
레스토랑이 갖는 스토리에 주목해요. 이것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요. 그래서 셰프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식과 이야기에 많이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둘러싼 경험을 하나씩 계획해 나가요.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끄러운 진행이에요. 사소한 불편함은 사람이 마주치는 순간에 발생하곤 하지요. 서버, 손님, 요리사 그리고 이것을 둘러싼 광경들 말예요. 그래서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는가는 매우 중요해요. 가령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시야에서 벗어나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처럼 말이죠. 서비스가 시작되면 주방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해요. 쾌적한 주방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방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인 요리사의 입장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어요. 혹시 공간에서 감정을 느껴본 적 있나요? 공간에도 감정이 차게 마련이에요. 한 장소에 머물다보면 즐거움, 쾌적함, 만족감 등이 느껴지죠. 아무리 멋진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나 지금 여기 있기 싫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담게 되면 분위기는 달라져요. 그래서 공간을 구성할 때는 구성원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 담아야 해요.


주로 셰프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스튜디오 ‘라이터스’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름을 지을 때 우리를 찾아오는 고객들을 생각해봤어요. 오랜 기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마지막에 도달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공간에 다시 써 내려간다는 의미로 스튜디오 라이터스라고 부르게 됐어요.


첫 작품은요?
이 준 셰프님의 레스토랑 스와니예입니다. 제가 스와니예 작업을 맡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어요. 학교 선배로 가깝게 지내던 이 준 셰프가 요리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시기 전 날 저와 만난 자리에서 흘러가듯 한 말이 6년 후 실현된 거죠. 그 당시 저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제 선택을 확고히 하며 선배의 첫 레스토랑 디자인을 맡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동안 저는 비즈니스호텔을 주로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레스토랑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이나 경험,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저를 믿고 스와니예를 맡겨 주셨어요. 스와니예는 셰프님의 꿈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 작업이었죠. 셰프가 추구하는 다이닝 가치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바 다이닝 서비스 방식의 공간을 구성하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스와니예의 리뉴얼 작업도 마쳤어요. 주방, 요리, 서비스의 움직임이 하나의 연극이 되도록 공간이 무대처럼 보여지기를 원했는데 고객의 후기를 보면서 내 의도가 전해졌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호텔과 레스토랑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 차이점이 있나요?
우선이 둘은 서비스가 구현되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레스토랑은 정해진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순간적인 불편함을 고민해야 하지만 호텔은 긴 호흡에서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야 해요.



“흔히 사람들은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두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가? 한국적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만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비단 시각적인 것 뿐 만은 아니에요.”


뉴욕의 미쉐린 레스토랑 아토믹스도 맡으셨어요. 해외에서 작업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아토믹스를 맡게 된 건 스와니예 리뉴얼을 막 마쳤을 때였는데 설계와 공사기간을 합쳐 9개월이 걸린 긴 프로젝트였어요. 2주 간 뉴욕에서 기본 설계를 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이어갔는데 잘 해내고 싶은 부담이 커 뉴욕에서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지요. 그런 저에게 어느 날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님이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터프하게 일하기보다 먼저 뉴욕을 느끼고 뉴욕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았으면 좋겠다고. 결국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는 쪽을 선택했어요.


의도한 공간이 있나요?
공간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현재 서비스와 잘 맞아 떨어졌어요. 윗층은 캐주얼하고 자유롭게 스몰 플레이트 중심으로 구성하고 아래층은 파인다이닝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계단으로 연결된 라운지 공간이에요. 공간을 통해 고객들의 감정이 흘러가는 서비스 방식을 생각했어요. 우선 고객들이 식사 전에 라운지에 모여 눈을 맞추면서 가벼운 대화로 거리를 좁히고 공감대를 쌓을 수 있도록 했어요. 본격적으로 다이닝 공간에 입장해 식사를 하면서 서로 다른 감정을 공유하는 거죠. 이것을 만들려고 동선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한 인테리어에서 한국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어요. 이 경우 흔히 사람들은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두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가?’, ‘한국적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만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비단 시각적인 것 뿐 만은 아니에요. 아토믹스에서는 이런 요소를 국, 전, 회, 반찬, 메뉴 카드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적절히 느낄 수 있게 했어요. 저는 인테리어에서 최대한 일본, 중국의 느낌을 배제하고 라인의 반복, 색감, 질감의 선택, 공간의 무드를 통해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조리를 전공하신 게 지금의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요.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는 전체 작업 중 70% 이상을 셰프와의 소통에서 솔루션을 도출해요. 나머지 30%는 디자이너의 실제 업무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셰프의 스타일을 알 수 있고 공감과 소통에 이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소통할 수 있는 기본 베이스인 셈이죠. 사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불편할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하고 설명하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요. 일의 진행이 한결 수월해지죠.



“셰프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매개로 표현하는 역할처럼 반드시
셰프가 아니어도 우리의 표현 방식은 다양할 수 있어요.”


셰프를 꿈꾸었던 조리전공자, 혹은 현직 요리사들도 대표님처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남겨주세요.
셰프가 인생의 목표였던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크게 봤을 때 레스토랑 산업을 표현하는데 셰프의 삶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예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하죠. 저는 셰프는 아니지만 셰프의 공간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요. 셰프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을 매개로 표현하는 역할처럼 반드시 셰프가 아니어도 우리의 표현 방식은 다양할 수 있어요. 나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아직 배우고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더 많죠. 더 나은 디자이너, 스튜디오 라이터스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체성을 가다듬어 갈 거예요.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요? 규모와 상관없이 ‘머무르는 공간’에 대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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