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의 비즈니스호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써미트호텔 서울은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호텔의 기본을 지키며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의 박인철 대표는 호텔리어 출신은 아니지만 전 세계 많은 호텔에 묵으며 고객으로서 느꼈던 경험들을 호텔 운영에 녹이고 있다.
최근 박 대표는 또한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관광호텔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업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써미트호텔 서울은 호텔로 운영되기 전부터 동대문의 터주대감으로 위치해온 건물로 알고 있다. 건물의 히스토리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이곳, 장충동은 선친께서 6·25 사변 이후 이남해 터를 잡은 곳이고,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함경도 함흥이 고향이신 선친께서는 제2의 고향인 서울에 무언가 남기고 싶어하셨고, 그 결과 건물을 지으셨다. 최초 준공시 이 건물에는 1957년 선친께서 설립하신 한국일리스엔지니어링이란 독일계 무역회사가 있었고 여타 다른 독일 회사들, 지멘스와 보쉬와 같이 독일의 10대 기업 안에 손꼽히는 곳들의 한국지사가 다수 입주해 있어 한때 ‘저먼 센터’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삼성과 엘지처럼 독일의 경쟁사인 지멘스와 보쉬가 전세계 유일무이하게 한 건물에 입주하는 독특한 사례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생산적인 일을 원했던 선친께서는 임대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고 2012년 결국 호텔로의 탈바꿈이 진행됐다.
호텔 운영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나?
사실 내가 호텔을 운영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개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애정이 컸었는데 어느날 선친께서 당장 사업을 그만두고 호텔에만 신경쓰라고 말씀하셨다. 남들이 10년, 20년에 배운 것을 빠르게 습득해 운영하려면 다른 일과 동시에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선친의 생각이셨다.
60년 동안 무역업만 하셨던 선친은 전 세계 안 가본 나라가 없었고 젊었을 때부터 노후까지 정말 수없이 많은 호텔들을 경험해보셨다. 그 경험들 속에서 실용적이고 인상 깊은 호텔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셨는데 그 순간부터 호텔 한곳, 한곳에 선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 역시 양복에서 청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고 처음 공사 때부터 호텔이 완성되는 현장에 함께했다. 선친의 가르침에 따라 호텔 오픈 순간부터 지금까지 휴일 없이 항상 호텔과 함께하며 사장실을 따로 만들지 않을 정도로 현장에 나가 직접 배우고 있다.
선친도 그렇고 대표님도 무역업을 오래 하시다보니 잦은 출장으로 해외 호텔 경험이 많을 것 같다.
20대, 나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C.lllies&Co라는 회사에 3년간 근무했었는데 유럽으로의 출장이 잦았다. 출장을 가서도 주말이 끼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주변국, 주변 도시를 다니며 여행을 즐기곤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독일회사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다 한국계 수석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고, 자회사의 대표도 맡았다. 직접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20여 년 이상을 무역업에 종사했는데 여러 나라를 다니고 다수의 호텔을 이용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북유럽쪽의 호텔에 가면 호텔 분위기가 딱딱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을 잘 갖추고 있고 남유럽쪽의 호텔에 가면 로비부터 화려하고 아늑했다. 영국의 호텔은 입구부터 오래된 박물관에 들어가는 인상을 준다면 독일의 호텔은 현대식 건물의 입구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호텔도 나라별로 그 문화에 따라 특징이 다르고 차이가 크다.
호텔 오픈 당시 동대문의 호텔 경쟁 현황은 어떠했나?
호텔이 오픈한 2013년만 해도 주위에 호텔이 없었다. 신라호텔부터 동대문까지를 장충단로라고 부르는데 써미트호텔 서울이 이곳의 최초 비즈니스호텔이었다. 지역 자체가 일반 주거지라 높은 건물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호텔을 오픈한 후 이쪽 동대문 지역에 열 개 이상의 호텔들이 오픈했다. 호텔뿐 아니라 DDP 등이 세워지면서 동대문이 명동 다음의 여행지가 됐다. 새벽까지 쇼핑,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보니 명동과 더불어 동대문을 선호하는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동대문 비즈니스호텔의 포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호텔들이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써미트호텔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호텔이 밀집해 있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맛집거리도 그렇지 않나? 그곳에 가면 호텔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이들이 찾아 오지만 경쟁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써미트호텔 서울은 나름대로의 스탠스를 거의 찾았다고 본다. 우선 위치가 좋다. 지하철역과 아주 가깝고 호텔 앞에 공항 버스가 서는 편리한 교통을 자랑한다. 또한 깔끔하고 깨끗한 최신식 시설도강점이다. 여타호텔보다 비교적 넓은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높은 것 같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늘 직원들에게 ‘써미트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최근들어 여러 호텔들의 시장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무분별하게 가격을 낮추고 방부터 무조건 채우고 보자는 호텔들이 늘고 있는데 우리 호텔은 절대 그렇지 않다. 고객을 마구잡이로 유치해 호텔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보다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며 브랜드의 자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스스로 남들 십년 이상 한 것을 짧은 시간 안에 이루기 위해 열심히 쉬지않고 일하고 있다. 눈 감고도 호텔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직원들에게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특별시관광협회 관광호텔업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호텔업계 입문한지 얼마 안됐지만 선배들이 많이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고, 또 젊은 피가 필요하다고 해 중책을 맡게 됐다. 몇 달 해보니 그동안 내가 호텔업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많이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고 회원사뿐 아니라 업계의 애로사항을 알리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호텔업과 관련된 여타 협회, 단체들과 함께 협력해 호텔업계의 전반적인 권익보호를 위해 힘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써미트호텔 브랜드 확장 계획도 궁금하다.
2013년 써미트호텔 서울을 개관했는데 2023년, 10주년 때는 제2, 제3의 써미트호텔 오픈식을 갖을 예정이다. 또 이를 계기로 한 번 더 호텔앤레스토랑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웃음). 이 호텔들에는 내가 경험했던 호텔들 중 인상 깊었던 호텔들의 특징을 접목해 ‘써미트’만의 특색이 담긴 한국에 꼭 필요한 호텔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