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독자로부터 요즘 칼럼이 왜 이렇게 시니컬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는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써야하기 때문에 담아뒀던 그동안의 생각들이 마지막 원고 칼럼에서 터지나보다. 본인도 새해인 만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쓰고 싶지만 일단은 ‘따뜻한’ 3월호에 맞춰 다음 달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 호에 공유숙박에 대한 내용을 기획기사로 다룬 이유가 있다. 공유숙박이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이슈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호텔 관계자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물론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그런데 당황스러웠던 것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공유숙박의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져 있고, 어떤 부분이 호텔에게 위협이 되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냥 일단 우리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존재니까 반대하고 본다는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선언되고 우리는 요즘 네오 러다이트운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의 통근버스가 지역주민의 시위에 의해 파손됐다. 1년 뒤인 2014년에는 프랑스에서 우버 차량을 택시기사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연말, 한 택시기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네오 러다이트운동의 의의는 무엇인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시급을 올렸고, 공유숙박이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법적 규제를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인으로부터 왜 언론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좋아진 부분에 대한 것은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폐해만 조망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록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 이뤄진 일들이었기에 괴리가 크다는 점이 문제지만 지인은 법이 그렇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선뜻 동의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를 허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의 어떤 구조 때문에 경제 활성화가 일어나고, 소비자는 왜 이를 선호하는지, 그렇다면 기존의 업계는 어떻게 새로운 방향성을 설계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경기는 언제나 좋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되는 곳은 늘 있기 마련이다. 어렵다고 같이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들 것인지, 이를 이용해 쉽게 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승리를 위해서는 적을 먼저 알고 그 다음으로 필히 나를 돌아봐야 한다. 상대가 두렵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존재임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호텔이 힘든 이유가 비단 공유숙박 때문인가? 안 그래도 포화인 시장은 누가 만든 것인가? 공유숙박과 비교했을 때 우리 호텔이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대신 어떤 것을 어필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 들여 공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열심히 업계 전문가들을 찾아 돌아다니며 기사를 쓰고 있다. 그것이 우리 잡지의 존재 이유이니 말이다. 값을 지불해 잡지를 구독하고, 귀중한 시간을 내 읽고 있는 만큼 기왕이면 알차게 이용해야 되지 않을까? 알아보고 싶은데 막상 찾아보려니 막막한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귀띔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