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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화)

레스토랑&컬리너리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옥류관 냉면 한 그릇


퇴근길 서늘함이 옷깃을 파고 드는데 난데없이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났다. 평소에 찬 음식을 즐기지는 않지만 날씨와 관계없이 바짝바짝 입이 마르도록 일에 쫓기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얼음이 동동 띄워진 음식이나 후루룩 면발이 당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남북회담 이후 화제가 되고 있는 옥류관 평양냉면집이 서울 어딘가에 있다면 발길을 돌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굳이 왜 옥류관 평양냉면이냐고 묻는다면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고 소수의 인사들이 먹고 극찬했지만 경험하기 힘든 맛이기에, 서울에서도 유명한 많고 많은 평양냉면집을 두고 굳이 옥류관 평양냉면인 것이다. 이런 심리 때문인지 사람들은 새로운 맛에 있어서의 탐험을 즐긴다. 이유야 다양 하겠지만, 거두절미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기심이야 말로 미식의 절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의 묘미를 식도락으로 삼는 사람들이 흔해진 요즘, 여행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음식을 여행의 목적으로 삼아 해외를 찾는 여행객의 수가 꾸준히 증가할 정도로 미각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디라도 떠날 의향이 다분하다. 외국에서 일하는 셰프들을 만날 때면 한 끼에 200달러를 호가하는 외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한국인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한다. 얼마 전에는 S그룹의 내부자료라고 하는 맛집 리스트가 SNS를 타고 퍼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만든 지도까지 돌았을 정도로 한국의 소비자들은 맛집에 민감하다. 일단 호기심을 충족시켰으면 핸드폰을 들어 SNS 인증샷까지 빼놓지 않는다. 그러니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소문이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공중파에서는 <옥류관 평양냉면 서울 1호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특히 인천 공항 내 팝업스토어를 열어 임정식 셰프가 직접 옥류관 평양냉면을 재현했는데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찾아가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여세를 몰아 10월 7일 경기도에서는 북한과 교류협력사업의 하나로 옥류관과 협약을 맺어 남한에 1호점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고양시와 파주시, 동두천시가 옥류관 남한 1호점을 선점하기 위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측은 옥류관 남한 1호점이 성사된다면 북한에서 요리사와 식재료를 공수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남한 1호점을 넘어 서울에도 옥류관이 문을 연다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일단 맛을 제쳐두고라도 한 번쯤은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고객들로 긴 줄이 연출되는 진풍경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한국의 미식시대에 맛보다 우선되는 것은 바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호기심, 바로 경험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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