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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수)

[김준철의 Wine Story] 성경 속의 포도주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술에 대한 의견은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기독교인도 술을 마시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확실하게 잘라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체로 신교 측은 술에 대해서 엄격하고, 구교 측은 약간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듯 하지만, 개인의 신앙심과 취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낸다. 이것은 성경 자체가 술 특히 포도주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 즉 긍정적인면과 부정적인 면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쓴 전도서의 한 구절을 보면 “너는 가서 네 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너의 하는 일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전도서9: 7) 즉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즐겁게 포도주를 마실 것을 권유하고 있는 문구이다. 그렇지만 잠언에서는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잠언 23: 31) 같은 포도주를 놓고 한 사람의 의견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포도주, 노아의 농업에서 시작
성경에서 최초로 포도주에 대해서 언급한 구절은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가 정착하여 농사를 시작할 무렵이다.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창세기 9: 20,21) 이 구절로 미루어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세울 수 있다. 즉 노아 이전의 고대 인류도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마셨으며, 이들 생활에서 포도주는 필수적이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보편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과, 노아의 방주에는 포도나무 아니면 포도 씨 정도는 보관되어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포도의 원산지를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아라랏산이 있는 소아시아로 보는 학계의 견해도 이를 어느정도 뒷받침한다.


포도재배는 중요한 생활의 양식
포도나무는 기름진 땅에 심는 작물은 아니다. 조금은 척박하고 건조한 석회질 토양에서 겨울이 춥지 않으면 잘 자란다. 옛 사람들도 중동지방에 정착한 뒤 오늘날 같이 포도나무를 기르고 묶어 주고 흙으로 덮어서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오면 흙을 걷어내고 가지를 쳐주면서 포도를 수확하고 포도주를 담았을 것이다. “우리가 일찍 일어나서 포도원으로 가서 포도 움이 돋았는지 꽃술이 퍼졌는지…”(아가 7: 12) 또 성경에서는 여자들이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누가 현숙한 여인을 얻겠느냐… 밭을 간품하며 사며 그 손으로 번 것을 가지고 포도원을 심으며…”(잠언 31:10-16) 이런 구절로 미루어 포도주는 옛날부터 이들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생애, 포도주로 시작하여 포도주로 끝맺어
신약에서 포도주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빵(떡)과 포도주로 축복하고 자신의 희생에대해서 제자들에게 넌지시 암시하지만 제자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저희가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고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받으러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니 다 이를 마시매 가라사대 이것은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가복음 14:2-24)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빵(떡)과 포도주 두 가지 삶의 요소를 설명함으로써 포도주는 그 생애의 극적인 정점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또 예수가 세상에 나온 후 맨 처음에 행한 기적도 포도주를 이용한 것이었다.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 즉 아구까지 채우니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 영광을 나타내시매...”(요한복음 2: 7-11) 예수의 활동이 포도주로 시작하여 포도주로 끝을 맺었다고 이야기하면 신성모독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포도주스는 없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성경 속의 포도주를 강조하는 것이 음주를 정당화시킨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번역이 잘못되어 포도주스를 포도주라고 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옛날에는 포도주스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포도는 그 껍질에 발효를 일으키는 이스트가 묻어있기 때문에 포도를 으깨어 주스를 짜내면 하루 이틀 만에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술이 되어 버린다. 오히려 포도주스는 그 수명이 하루나 이틀 유지되는 정도로, 옛날 사람들이 포도주스를 보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포도주스는 적절한 살균방법이나 첨가제 그리고 밀폐된 용기를 개발한 근대 과학의 혜택을 받고 난 다음에 생긴 것이고, 우리가 과일주스를 보편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이제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사도 바울은 그의 젊은 친구 디모데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와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디모데전서 5: 23) 포도에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알코올과 상승작용으로 순환기,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치유 또는 예방한다.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와 사람의 얼굴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과 사람의 마음을 힘있게 하는 양식을 주셨도다.”(시편 104: 15) 이러한 구절은 포도주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의학적인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아울러 “조금씩 쓰라.”는 전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이와 같이 성경에서는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답변을 내리지는 않는다.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징적인 의미를 깊이 받아들일 것이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이라면 단편적인 구절을 인용하여 교인이라도 술을 마셔도 괜찮다는 자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더 이상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심이 있든 없든 성경에서는 취하지 말고, 항상 적당한 음주를 충고하고 있으며, 또 정직하게 포도주를 만들고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마실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포도주는 하나님 혹은 자연이 인간에게 베푼 귀한 선물이다. 술로 인한 해독으로 그 명성이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노력의 열매를 즐거움으 만끽하면서 사도 바울의 충고대로 “조금씩 쓰라.”는 구절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2014년 1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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