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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수)

[김준철의 Wine Story] 고급 레드와인의 대명사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은 ‘레드와인의 왕’이라는 별명과 같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품종이며, 장기 숙성으로 그 향미를 더해가는 고급 레드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보르도가 원산지로 배수가 잘 되는 메도크(Médoc)와 그라브(Graves)에서 주로 재배되었던 품종이지만, 근래에 이르러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동부 유럽으로 재배 지역이 확산되었다. 또한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칠레 등 신대륙의 와인 명산지에서도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짧은 기간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아
카베르네 소비뇽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18세기 말 메도크와 그라브의 유명한 샤토(chateau)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는 그 존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비교적 최근에 재배되기 시작하여, 짧은 기간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품종이 된 것이다. 그 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의 족보를 밝히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으나, 그 정체가 드러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에서 DNA를 조사한 결과,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교잡종으로 밝혀졌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교잡종을 만든 것인지, 자연적으로 교잡종이 생긴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17세기에 보르도에서 이 품종이 나타나 재배된 것만은 확실하다.


다양한 기후대에서 생장, 보관용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
카베르네 소비뇽은 다양한 기후대에서 자랄 수는 있으나, 만생종(晩生種)으로 카베르네 프랑이나 메를로보다 1주~2주 수확기가 늦기 때문에 추운 지방에서는 충분히 익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대신 봄에 싹이 늦게 나오므로 늦서리 피해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리고 춥거나 햇볕이 부족한 곳에서는 피망 냄새를 풍기는 피라(Pyrazines) 성분이 많아지고, 너무 더운 지방에서는 과숙으로 통조림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비교적 온화한 기후대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수 있다. 또 지역에 따라서 민트나 유칼립투스 향도 나올 수 있는데, 민트 향은 피라진 성분을 파괴할 수 있는 충분한 햇볕을 받으면서 서늘한 지역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쿠나와라(Coonawarra)나 미국의 워싱턴 지방의 포도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 나무가 자생하는 오스트레일리아나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의 포도에서 유칼립투스 향이 발견된다. 우리나라 식용 포도인 캠벨의 포도알 하나 무게가 5g인데 비해서, 카베르네 소비뇽은 1g~1.5g으로 포도알이 아주 작고 껍질이 두꺼워 과육에 비해서 씨와 껍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다른 품종에 비하여 폴리페놀 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도도 높고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장기 보관용 와인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수세가 왕성하므로 기름진 토양이나 더운 지역에서 물을 잘 주면서 재배하면 열매 맺기보다는 나무 자체의 생장력이 좋아져 웃자랄 수 있다. 대신 배수가 잘 되는 척박한 자갈 토양에서 햇볕을 잘 받으면 수확량은 많지 않지만, 질 좋은 와인을 만
들 수 있는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껍질이 두꺼워 비교적 충해에 강하지만, 19세기 중반 프랑스 포도밭을 초토화시킨 흰가루병(Powdery mildew)에는 약하므로 재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품종과의 블렌딩으로 복합성 강조
와인을 만들 때도 장기 보관용 고급 와인은 침지시간(마세라시옹(Maceration))을 길게 하여 충분한 타닌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요즈음은 발효전이나 후에도 낮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침출 과정을 통해 와인의 맛과 향을 더 좋게 만들고 있다. 발효 후에는 작은 오크통(225ℓ)에서 숙성시켜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오게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이 많아서 영 와인(young wine) 때는 떫은맛이 강하지만, 오크통 숙성과 장기간 병 숙성을 거치면서 부드러워지고 숙성된 향미를 풍길 수 있다. 고급 카베르네 소비뇽은 30년~50년동안 그 맛을 유지하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은 향미나 조직감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고, 다른 품종과의 블렌딩(Blending)으로 복합성을 강조한다. 보르도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메를로를 섞어서 맛을 순화시키고, 프티 베르도를 섞어서 스파이시한 맛을 주고, 카베르네 프랑으로 과일 향을 강화시키고, 말벡으로 색도를 높인다. 이탈리아에서는 산조베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쉬라즈 등과 섞어서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며,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단일 품종으로 만들기도 한다.


세계적인 포도 품종이 되기까지
카베르네 소비뇽하면, 보르도 지방을 떠올릴 만큼 보르도 지방이 원산지로서 메도크와 그라브에서 많이 재배된다. 하지만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강(Gironde R.) 오른쪽 지역은 점질 토양으로 배수가 시원찮으므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어 비교적 습도에 강한 카베르네 프랑을 재배하여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9세기 스페인 리오하 지방으로 퍼진 카베르네 소비뇽은 20세기 후반까지 ‘금지된 품종’으로 숨어서 재배하던 품종이었지만, 21세기로 오면서 ‘파고(Pago)’라는 새로운 등급을 만들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탈리아 역시 ‘슈퍼 투스칸(Super Tuscans)’이란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품종이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한편, 신대륙으로 건너간 카베르네 소비뇽은 캘리포니아에서 고급 포도 품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르도를 대신하여 ‘메리티지(Meritage)’라는 이름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메도크의 1등급과 맞먹는 컬트 와인(Cult wine)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기타 오스트레일리아의 쿠나와라, 칠레의 콜차과(Colchagua) 등은 카베르네 소비뇽 명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동부유럽과 미국의 워싱턴 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고 있다.


관능적이며 복합적인 향, 스테이크와 환상의 조화
카베르네 소비뇽의 향미는 블랙커런트(blackcurrant) 향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 블랙커런트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은 과일로서 콩알만한 검은색 과일로 주로 리큐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시중에서 ‘크렘 드 카시스(Créme de Cassis)’를 구입하여 냄새를 맡으면 그 향을 잘 알 수 있다. 그 다음 블랙베리, 피망, 삼나무 등의 향에서, 숙성이 되면 초콜릿, 담배, 가죽 등의 냄새로 발전된다. 오크 숙성과 병 숙성으로 더 복합적인 향을 갖게 되지만, 잘못된 것은 익힌 채소류 냄새가 많이 난다. 그래서 동일한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도 그 질 차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드라이 타입으로 만드는 사람에 따라 산뜻한 타입에서 묵직한 타입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좋은 것은 병 속에서 10년 이상 보관하면서 숙성된 맛을 즐길 수 있다. 멧돼지 고기 등 야생동물 요리, 스테이크와는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와인이다.

<2014년 9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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