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5.14 (화)

[김준철의 Wine Story] 과학적인 방법과 활발한 투자로 현대적인 와인으로 거듭나는 스페인 와인

우수한 와인 생산에 노력 기울여
스페인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가장 넓지만, 와인 생산량은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다. 즉, 날씨가 건조하고 관개시설이 빈약하여 생산성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품질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곳이 많아서, 값싼 와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너무 오래 숙성시킨 와인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의 와인산업은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활발한 투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여 우수한 와인의 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와인의 시작은 로마 이전부터
스페인에서는 일찍이 기원전 1000년 경부터 페니키아 사람들이 포도재배를 시작하였고, 로마시대에 와서 새로운 기술과 함께 본격적으로 포도재배가 이루어졌다.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얼마 있다가 약 800년 동안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을 지배할 때, 와인 산업이 약간 침체되었으나, 스페인의 이슬람교도들은 포도를 좋아하고 와인을 간혹 즐기기도 해서, 이때 소아시아 포도 품종이 새로 소개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그래서 스페인의 포도는 우리가 잘 아는 품종보다는 오랜 세월 재배한 고유 품종이 많다. 국토를 회복한 15세기 말부터 스페인은 독자
적으로 와인 산업을 발달시켜, 풍토에 적합한 레드와인과 로제와인을 비롯하여, 북동부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 남부 지방의 유명한 셰리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였으나,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에 합류하지 못하여 과학 기술 도입이 늦어졌고, ‘템프라니요’ 등 토종 품종만이 최고라고 고집하다가 와인의 현대화가 늦어졌다. 프랑코 총독 시절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등 프랑스 품종을 갖다 심으면 불법이었다. 스페인 와인 역시 독재가 끝난 후에 발전하기에 이른다.원산지 표시 제도, 단일 포도원 개념 도입 품질관리는 프랑스 AOC 제도와 동일하게 원산지 명칭인 DO(Denominación de Origen, 데노미나시온 데 오리헨)제도를 실시하였으나, 그 동안 프랑스와 같이 세부적인 구분까지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찍이 1926년 ‘리오하(Rioja)’를 시작으로, 1933년 ‘헤레스(셰리)’, 1937년 ‘말라가(Malaga)’ 등에 대해 원산지명칭 통제를 실시하였고, 1970년대에 수십 개의 DO를 지정하였다. 그러다가 2003년 스페인 와인산업의 발전에 맞추어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에 관한 법률을 대폭 수정하여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급 와인의 원산지명칭 즉 ‘단일 포도원(Pago)’ 개념을 새로 도입하여 제도권 밖에 있던 뛰어난 와인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Supertuscan)’과 같이 카베르네 소비뇽 등으로 우수한 와인을 만들었으나 원산지명칭을 사용하지 못한 와인에 더 상위 개념의 ‘파고(Pago)’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숙성기간의 표시는 ‘크리안사(Crianza)’, ‘레세르바(Reserva)’,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라고 숙성기간에 따라 표시가 되며, 동일한 지역의 와인이라면 그란 레세르바가 가장 고급이다.


리오하(Rioja), 최고의 와인산지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역은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리오하(Rioja)’이다. 미국에서 침투한 ‘필록세라’라는 해충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밭을 황폐화시키자, 1880년대 수백 명의 보르도 사람들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곳에 정착하여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었던 곳이다. 그래서 와인스타일이 보르도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현대적 양조기술을 도입하고 포도재배 방법을 개선하여 와인의 질이 상승했으며, 레드, 화이트 모두 장기간 나무통에서 숙성시키던 것을 단축시켜 신선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레드와인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망설일 때는 리오하 와인을 선택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페네데스(Penedes), 혁신적인 와인산지
바르셀로나 남서쪽 해안을 따라 형성된 ‘페네데스(Penedes)’ 지방은 스페인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쪽을 ‘카탈루냐 지방’이라고 하는데, 스페인에서 가장 활기찬 곳으로 미술, 문학, 철학 등 문화는 물론, 금융 등에 있어서 스페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달리, 피카소와 같은 화가, 가우디와 같은 건축가, 오페라 가수 카레라스 등이 이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직도 독립 성향이 강한 곳으로 중앙정부의 시책을 무시하고, 일찍이 카베르네 소비뇽 등 왜래 품종을 도입하고, 스테인리스스틸 탱크를 도입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2/3는 화이트와인이며, 화이트와인의 대부분은 스파클링와인이 된다. 샴페인 방식으로 병에서 발효시키는 스파클링와인을 이곳에서는 ‘카바(Cava)’라고 하는데,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 맛이 우수한 것으로 평이 나있다. 또 고급 테이블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토레스(Torres)’ 가문이 생산하는 ‘그란 코로나스(Gran Coronas)’는 프랑스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획기적인 와인이다. 최근에는 바로 옆에 있는 ‘프리오라토(Priorato)’의 와인도 실력 있는 와인메이커가 합류하면서 미래의 스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가장 비싼 와인산지
비교적 늦게 알려졌지만, 각광받고 있는 와인 산지로는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라고 할 수 있다. 1800년대부터 와인을 생산했지만, 공식적으로는 1982년부터 지정된 곳으로 별 볼일 없는 로제를 만들다가, 요즘 최고의 레드와인으로서 묵직하고 색깔 짙은 꽉 찬 와인을 만든다. 이 중에서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는 스페인에서 가장 값이 비싼 와인으로 알져 있으며 ‘핑구스(Pingus)’ 등의 명성도 그에 버금간다. 이곳의 여름은 35 ℃가 넘는 폭염으로 엄청나게 덥고, 겨울은 영하 15℃ 이하가 될 정도로 연교차가 심한 지역이며, 낮과 밤의 기온 차이도 심해서 포도가 견디기 힘든 날씨이고, 강우량은 연간 400㎜~600㎜로서 건조한 편이다. 이런 기후에 적응한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농축된 향미가 나올 수 있다.


미개척지, 스페인 와인
오랜 전통을 지닌 스페인을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인 ‘셰리’를 제외하면,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 국내 소비 위주로 생산하다가, 20세기 후반에 와서 활발한 투자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으로 성장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 프랑스 품종을 도입하여 우수한 와인의 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스페인에는 아직도 유망한 미개척 와인산지가 많이 있는 만큼, 우수한 와인이 새로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개성과 독자성을 지닌 새로운 와이너리들이 스페인 와인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2014년 8월 게재>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