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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화)

[김준철의 Wine Story] 진짜 포도주 ‘포트 와인(Port Wine)’

포르투갈의 자부심, 포트 와인
포르투갈은 작은 나라지만 지리상 발견의 선두주자로 일찍이 남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여, 인도의 향료가 중동을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직수입되는 길을 열어 부를 축적하였고, 남미에서 가장 큰 브라질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일부 그리고 최근에 중국에 반환된 마카오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동아시아에서 와인을 가장 먼저 전파하였고, 와인 생산국으로서 자부심도 대단한 나라다. 와인 생산량 세계 10위, 1인당 와인 소비량도 프랑스와 거의 비슷한 60병 이상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 많다.


시가와 함께 마시는 포트 와인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포트가 유명하다. 붉은 색깔에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 농도가 높아서, 식사가 다 끝난 다음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와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포트는 포르투갈보다 영국인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이 포트의 어머니라면 영국은 포트의 아버지라고 할 정도로, 포트는 영국인이 개발하였고, 영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포트메이커의 대부분이 영국식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포트 생산량 중 85~90%는 수출되는데, 아직도 영국이 가장 큰 시장으로, 영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와인이다. 영국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포트를 구입하여 21살이 되었을 때 선물하기도 한다. 또 가장 성차별을 하는 음료로도 유명한데, 전형적인 남성의 술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식탁에서 여자들이 자리를 뜬 다음에 시가와 함께 남성들끼리만 마시는 와인이다.


포트 와인의 역사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포트 지방의 와인이 알려져 있었는데, 이 와인은 포르투갈 북동쪽 가파른 도우로(Douro) 계곡에서 나온다. 17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관세 문제가 발생하여 영국에서 프랑스 와인의 수입이 어렵게 되자, 영국에서 포트 지방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때 장기간 항해 도중 와인의 변질을 방지하고자 상인들이 와인에 브랜디를 부어서달고, 알코올 농도가 높은 포트와인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브랜디를 3% 정도로 소량 첨가하였으나, 나중에 발효 도중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진하고 단맛이 나는 와인으로 변한 것이다. 한편, 1716~1749년 사이 가짜 스캔들이 일어난 후 1756년 수상이 지역을 한정하여 품질을 보증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포트의 원산지 통제는 다른 곳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다.


포트 와인의 제조방법
포트가 나오는 도우로 계곡은 스페인에서 흘러온 도우로 강이 만든 가파른 곳으로 포도가 자라는 곳으로는 가장 척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돌밭으로 이루어진 경사진 언덕에 수천 개의 계단식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고, 그것도 흙은 별로 없고 대부분 돌덩어리로 된 포도밭에 퇴비를 섞어 농사를 짓는다. 도우로의 포도밭은 구불구불한 강을 따라 언덕에 계단식으로 있기 때문에 다양한 토양에 일조량, 고도 등이 일정하지 않아서 수많은 미기후가 형성되며, 품종 또한 다양하여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와인이 나오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포도를 수확한 다음에 ‘라가(Lagar)’라는 얕고 큰 통에 넣고 여러 사람들이 발로 밟으면서 포도를 터뜨렸으나, 요즘에는 기계로 처리한다. 그리고 레드와인을 만들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온도를 32℃ 정도 높게 유지하면서 껍질에서 색소를 추출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한다. 36~48시간 정도 지나면 당분농도가 22~25%에서 9~12% 정도가 된다. 그러면 껍질을 비롯한 고형물을 제거하고 알코올(브랜디)을 부어 알코올 농도를 18~20% 정도로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알코올 농도가 높아서 더 이상 발효는 일어나지 않고, 당분이 9~10% 정도 남게 된다. 이 때 첨가하는 알코올은 반드시 와인을 증류한 것으로 보통 77% 정도 되는 것을 사용한다. 이것을 오크통에서 오랜기간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포트가 되는데, 만드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나올 수 있다.


포트 와인의 종류
포트는 색깔에 따라 붉은색의 ‘루비 포트(Ruby Port)’나 갈색의 ‘토니 포트(Tawny Port)’로 나누는데, 이는 청포도가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은 오크통에서 2~3년 숙성시킨 것으로 병에서 숙성하지 않고 바로 마시며, 포도 품종도 이것저것 섞고 여러 빈티지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오크통에서 10년, 20년, 30년, 40년 단위로 숙성시켜 병에 그 기간을 자랑스럽게 표시하는 ‘에이지드 토니 포트(Aged Tawny Port)’, 오크통에서 4~6년 숙성시킨 다음 병에 담은 ‘LBV(Late BottledVintage)’ 등이 있지만, 어느 해가 아주 좋다고 인정되는 연도의 것만으로 만든 ‘빈티지 포트(Vintage Port)’가 포트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2년 동안 숙성되고, 병에서도 천천히 숙성되면서 맛이 미묘하면서도 부드러워지므로 10년에서 50년까지 시원한 곳에 보관한 다음 꺼내 마신다. 빈티지 포트와 다른 포트의 차이점은 병 숙성에 있다. 빈티지 포트는 병에서 숙성되면서 맛이 개선되지만, 나머지 포트는 병에 오래 둔다고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1927년 産 빈티지 포트까지 거래되고있다.


모든 와인의 전설은 포트에서
그래서 이 빈티지 포트를 장기간 보관하면서 나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일반 와인을 보관하는데 많이 적용시키기도 한다. 즉 진동이 없고 어둡고 시원한 장소에 보관하여야 하고, 코르크의 수명이 다하면 특수한 기구를 이용하여 교환한다든지, 라벨을 아래쪽을 향하게 하여 눕혀 두어야 라벨이 오래 간다는 등 이야기가 전부 빈티지 포트의 보관에서 나온 것이다. 침전물이 가라앉기 때문에 디캔팅을 해서 침전물을 제거한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온 얘기다. 이렇게 빈티지 포트는 오래 보관해야 되기 때문에 라벨도 종이로 하지 않고 페인트로 그리는 경우도 많다. 포르투갈의 포트는 영국인이 개발하였고, 그 후 이 와인은 영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었으며 영국인에 의해서 시장성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영국인의 식후 음주습관이 점점 사라지면서 영국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미국 등 새로운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발달된 항해술로 일찍이 신대륙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 진출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으로 서양와인을 접한 것이 바로 이 포트다. 해방 후 몇몇 회사에서 만들었던 포도즙과 알코올을 혼합한 술과 각 가정에서 포도를 으깬 다음 설탕과 소주를 넣어서 만든 술도 포트와 비슷한 것이다. 아직도 와인은 달고 은근히 취하는 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 포트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의 블렌딩, 장기 숙성, 병 숙성, 보관, 디캔팅, 숨쉬기 등 이론은 모두이 포트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포트 와인이야말로 ‘진짜 포도주’라고 할 포르투갈, 도우로(Douro) 계곡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6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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