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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월)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_Feature] 다시 쓰는 한식

양식 같은 한식, 한식 같은 양식?

“서울에도 미쉐린 스타가 뜬다. 외국에서는 우리의 발효에 대해 관심 갖는다. 국내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한식 다이닝들이 핫 플레이스다. 정부가 외친 한식의 세계화 10년 프로젝트는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국내 외식업계에는 이처럼 한식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쏟아진다. 이러한 이슈들은 다음과 같은 논쟁거리를 던진다.
“미쉐린 스타를 받을 만한 전통 있는 한식당은 과연 얼마나 있나? 우리 발효에 대한 해외 관심을 한식의 세계화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뉴 코리안 퀴진이라고 불리는 젊은 셰프들의 음식은 과연 한식인가? 아니라고 한다면, 전통 한식만 한식으로 보는 것은 옳은가? 한식의 세계화에 정말 한식이 있는 걸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은 여전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한식에 대한 정의도 정확하게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한식 다이닝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과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식’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할 때다.


<(위)서울신라호텔 라연, (아래)롯데호텔서울 무궁화>


한식 다이닝의 시작
1990년 한국에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외식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 한식 다이닝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크게 1970년대, 2010년 전후로 나눠 이야기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운영되는 한식 레스토랑 중 가장 오래된 곳은 1972년 오픈한 삼청각이다. 당시 삼청각은 요정정치의 대표적인 장소로 손꼽혔는데, 현재는 (재)세종문화회관이 인수해 전통문화예술공간으로 전통 한식과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2014년 서울특별시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한국관광공사는 ‘궁중음식체험공간’으로 선정했다. 일화당에 위치한 한식당에는 북악산 맑은 정기를 받은 약수와 천연재료를 이용한 궁중수라상, 반가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기업 및 가족모임, 소규모 VIP모임, 상견례, 세미나와 워크숍 등의 각종 연회 행사에 맞는 메뉴도 제공한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또 다른 한식 다이닝 롯데호텔서울 무궁화와 서울신라호텔 서라벌(현재는 라연)은 1979년 오픈했다. 서라벌은 2005년 수익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가, 2013년 서울신라호텔 재개관과 함께 23층 최고층에 ‘라연’이란 이름으로 리뉴얼해 선보였다. 라연은 2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돼 제대로 된 모던 한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1979년 롯데호텔서울 개관과 동시에 오픈한 ‘무궁화’는 30년 넘게 운영된 특급 호텔 한식당이다. 한때 수익성 악화로 폐점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11월, 리뉴얼 작업에만 50억 원 이상을 투자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호텔 최고층인 38층으로 새롭게 이전 오픈했다. 무궁화의 메뉴는 정식 상차림 개념의 코스메뉴로 구성되며, 식전먹거리, 찬전식(반찬 세 종류를 식사 전에 먼저 내놓는 것), 응이(죽류), 생선요리, 구이요리, 후식 등 각각의 코스를 소반차림(3~5가지 이상의 음식을 한 개의 큰 Show plate에 각각 담아내는 것)으로 제공해 우리네 한상차림의 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석파랑,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온달, 필경재, 민가다헌, 현재 메이필드 호텔의 봉래헌 등이 오픈했다.


한식일까 아닐까, 뉴 코리안 퀴진

한식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단연 2009년 뉴 코리안 퀴진을 콘셉트로 한 정식당이 오픈되면서 시작됐다. 정식당은 2011년 뉴욕 트라이베카에 분점을 오픈하고 바로 미쉐린 1스타를 받으면서 주목받았다. 다음 2014년판 미쉐린 가이드에는 미쉐린 2스타를 받아 새로운 한식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 서울 정식당은 컨템포러리 류니끄와 함께 한국 최초로 201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도 순위를 올렸다. 정식당 이후 밍글스, 이십사절기, 권숙수 등 젊은 셰프들이 이끄는 한식 다이닝이 줄지어 오픈했으며,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는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15위로 첫 진입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주최측은 강민구 셰프를 ‘서울의 떠오르는 스타’로 명명하며 그의 요리를 유러피언 퀴진의 영향을 받은 모던 한식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셰프들이 새로운 한식을 선보이면서, 한식에 대한 많은 이슈를 낳고 있다.


[INTERVIEW] 한국적인 맛을 담은 색다른 한식 선보이고 싶어

◀ 밍글스 강민구 오너셰프


Q. 뉴 코리안 퀴진으로 자리잡은 밍글스는 어떠한 곳인가?
2014년 5월 오픈한 레스토랑으로 내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예약제 단일 코스를 판매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꿈꾸던 공간으로, 한식을 기본으로 한 창작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귀국해 오픈하게 됐다. 이러한 꿈은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스페인 바하마 등 해외에서 4년 반 정도 생활하면서 막연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적인 레스토랑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한국적인 색채, 요리, 맛 등은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기반으로 한 음식들을 선보이면서 한식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그런 의문들이 젊은 셰프들을 향한 질타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나는 내 요리 스타일을 한식이라 정의 내리지는 않는다. 한식을 기반으로 한 창작요리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젊은 셰프들이 각자의 개성을 담은 음식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음식과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손님이 있다면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호불호에 대한 문제는 비단 젊은 셰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레스토랑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다르니까 말이다. 모두를 만족하는 레스토랑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초기이고 시작하는 단계라 레스토랑에 대한 쓴소리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형태나 담음새, 조리법까지 규정한다면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정답은 없다.


Q. 한식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이 땅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적인 맛을 담고 있다면 한식이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한국적인 맛을 사용하고 낸다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맛은 간장, 된장과 같은 장류와 식초, 채소 발효 음식 등이다. 우리나라의 채소 발효는 내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싶은 식재료며, 간장, 된장, 식초는 한국의 맛을 표현할 때 꼭 필요한 재료다.


Q. 한식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한식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클래식, 전통 음식에 대한 공부를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활하면서 매일매일 한식에 대한, 메뉴 개발에 대한 생각을 한다. 더불어 정식 클래스는 아니지만 여러 셰프들과 함께 전통 한식을 배우는 수업을 꾸준히 시간 내서 들어왔다. 나는 쌀밥을 좋아해서 간결한 반상차림, 김밥, 사찰식 밥상 등을 좋아해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찰 음식 수업도 함께 듣는다. 셰프들의 셰프라 불리는 조희숙 셰프님과 정관 스님께 수업받고 있다.


Q. 앞으로 계획 및 밍글스의 방향을 이야기한다면?
밍글스 레스토랑의 색깔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는 아직 어리고 젊으니 클래식한 것들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오래도록 우리의 색깔을 명확하게 지닌 레스토랑이 됐으면 한다.


<포시즌스호텔>


외면 받는 전통한식!?
국내 다이닝, 일명 고급 레스토랑은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렇기에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야말로 소비자들이 즐기는 음식일뿐더러 호텔에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는 분야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국내 특급 호텔에서 한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1995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다. 1995년 이후 개장한 많은 특급 호텔들은 처음부터 한식당 없이 오픈했기 때문인데, 리츠칼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포시즌스 호텔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주변에 한식당이 많다거나, 뷔페에 한식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한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한몫했다는 평이다. 정부는 1986년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중 관광사업의 등록기준 8조 1항에서 ‘한식당 보유’를 특등급 이상 호텔의 필수 등록기준으로 규정했으나 1994년 이 조항을 삭제했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운영되고 있던 특급 호텔의 한식당 역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르네상스 서울호텔은 지난해 경영권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남우관광으로 넘어가면서 벨레상스 서울호텔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때 한식당 사비루를 폐쇄했다. 한식당 폐쇄 이유는 모두 같다. 수익구조가 나지 않는다는 것. 서울신라호텔은 2005년 한식당 서라벌을 폐쇄해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특급 호텔에 한식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과 비판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특급 호텔이 수익 구조상의 이유로 한식당 운영을 외면하면서, 전통 있는 고급 한식에 대한 뿌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차세대 주자들이 한식으로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호텔 역시 전통 한식을 배우려면 그만큼 연구를 해야하는 데,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서 연구 개발까지 함께 하기에는 벅차다는 입장이다.


[INTERVIEW] 전통 한식에 대한 지원과 연구 필요해

◀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천덕상 한식 총괄셰프


Q. 2010년 대대적으로 리뉴얼 했다. 바뀐 무궁화에 대한 소개와 어떤 음식을 선보이는지 간단하게 말해 달라.
무궁화는 전통 한국 식재료의 배합과 천연 조미료의 사용에 있어서 최고의 한식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약식동원을 기본정신으로 한국음식 표준조리법으로 조리하고 있다. 무궁화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최고급 한식 소반차림을 선보이고 있다. 본래의 정통 반가 상차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주력한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 개발이었다. 정통 한식을 보급할 것인가, 외국인 입맛에 맞게 퓨전요리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한식 세계화의 방법을 놓고 수개월 동안 연구와 고민,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결과 무궁화에서 내놓은 한식은 1900년 조선 말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42년 발간된 「우리음식」 등 옛 문헌을 참조해 옛 ‘반가음식(양반이 먹던 음식)’을 기반으로 현대식 한식코스 요리를 개발했다. 전통적인 공간 전개형의 ‘한상 차림’이 아니라 양식처럼 먹거리를 코스로 나눠 차례로 내놓은 것이다.
요즘에는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경기/서울의 전통 음식들은 밋밋하다고 얘기할 만큼 간이 세지 않다. 경기/서울 대표 음식을 모던하게 제공하고 있다.


Q. 뉴 코리안 퀴진으로 일컫는 한식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장류, 발효식품, 효소들을 베이스로 하되, 스타일 또는 전개방식에 퓨전의 색깔을 입히는 것은 한식의 세계화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 베이스, 즉 본질의 흔들림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켜야할 한국 전통의 기본 베이스마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나이 먹은 셰프들은 기본적인 것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그럼 한식을 할 때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것, 한식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구전된 부분을 계속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고택음식, 반가음식 등 직접 찾아가서 맛보고 연구하고 있다. 기본 첩 반상, 고유의 장류는 가져가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만드는 건 셰프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식의 역사성을 간과한 채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과연 한식의 전통을 가졌냐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지방의 한 한정식당 집에서는 낙지호롱을 선보이는데 함께 낙지에 바르는 소스에 고추장과 케첩을 섞어 사용하더라.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한식일 수 있겠는가. 의궤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통을 연구하고, 사대부 집안의 뿌리를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하는 것을 통해 한식의 전통성을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다. 훗날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지금 우리가 선보이는 것 중에 실수하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는 우리가 계속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은, 일본, 베트남에 뒤지지 않을 세계적인 음식이다. 한식에 들어가는 정성과 정성이 빚어내는 영양의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Q. 국내에서 창작 한식에 대한 열풍이 있고,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정부의 움직임도 있지만 정작 전통 한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 이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서울신라호텔의 라연 등 특급 호텔들의 한식당을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필요하나 시나 정부에서 삼청각 같은 한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국내에는 우리의 전통 음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일이 고택을 예약하고 방문하거나, 궁중음식연구원 등을 통해 배운다. 그러나 이런 배움 끝에 취업이나 또 다른 배움의 길이 연결돼 있지 않아 한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적은 것 같기도 하다. 특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은 잘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전통 한식 범주에 들어가는 레스토랑도 많이 없다. 이러한 상황들이 한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의욕을 꺾는다. 한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는 것 역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Q. 현재의 상황에서 한식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새로운 무언가 다른 것들을 찾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기본을 지킨 한식 요리가 더 보기 좋고 맛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들은 새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그 정체성은 유지되면서 한식을 널리 알릴 수 있다. 정부에서도 모던 한식과 전통한식, 창작한 한식을 구별하고 정확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한식의 세계화를 지향해야 한다.


Q. 계속 무궁화에서만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 혹은 무궁화의 발전 방향 등이 궁금하다.
우리는 윤숙자 이사장, 한복진 교수 등과 함께 전통 한식을 레시피화 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래서 현재는 정량화된 한식 레시피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한 표준 레시피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매뉴얼을 따른다면 누구나 맛있는 한식의 베이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더불어 전통 한식 소스개발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 트렌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던 한식으로 리뉴얼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트렌드에 맞추면서도 전통성을 잃지 않는 업장으로 계속 운영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레시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데, 이와 더불어 한식 명장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내에 명장이 몇 명 없기는 하지만 한식은 단 한 명도 없다. 우선 기능장 자격을 취득해 준명장부터 선정되는 것이 목표다. 준명장, 명장이 돼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전통 한식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한식에 대한 정확한 구분 필요해
젊은 셰프들이 선보이는 한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한식이냐 아니냐’다. 이 ‘한식’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설립된 한식재단에서는 바로 구분할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재단이 정의하는 ‘한식’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학술적 의미로써의 한식, 즉 대한민국에 전해 내려오는 조상 고유의 음식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전통음식이란 의미로 대한민국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가공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고유의 맛, 향 및 색깔을 내는 식품이라고 말한다. 본 재료의 맛을 중시하면서도 화려한 일명 예술요리라 불리는 ‘프렌치’나 최소한의 조리기법으로 식자재 맛을 살리는 ‘일식’, 강한 불로 조리하는 ‘중식’에 비하면 그 특징이 애매하고 어렵다.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기준이다. 이는 한식의 세계화 사업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식에 대한 정의가 아직 모호하고 정립되지 않았다면, 이렇다 저렇다 할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면 한식에 대한 정확한 구분을 통해 좁혀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통 한식, 모던 한식, 퓨전 한식, 일반 한식 등으로 말이다.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천덕상 한식 총괄셰프는 “젊은 셰프들이 선보이는 한식을 모던 한식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된장 혹은 일본 백된장에 생크림을 섞어 요리한다면 한식에 쓰이는 식자재를 사용했지만 전통성은 결여된 것이다. 한식을 사용해 현대적으로 음식을 선보였다고 해서 모던 한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통 한식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젊은 셰프들이 재밌게 자신만의 세계를 한식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는 창작 한식이라고 일컫는 게 맞다.”고 밝혔다. 덧붙여 “나는 젊은 셰프들이 하는 요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통 한식을 30년간 해온 사람으로 정확한 용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통 한식은 끊임없이 연구해야하는 상황이다. 배우고자하는 사람도 부족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함께 전통 한식에 대해 공부하고 요리하는데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름의 한식, 한식의 세계화
한식에 대해 논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식의 세계화. 한식세계화 사업은 한식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식을 발전시키고 한식문화의 세계 진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2008년 비전 수립당시 목표는 2017년까지 해외 한식당수를 1만개에서 4만개로 확대하고 농식품 수출액을 200억 달러로 증가, 세계인류 한식당을 100개로 확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식당의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업계 종사자들은 한식이 결여된 한식 세계화라고 평하기도 한다.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는 “전문 인력 양성 및 고용창출 사업으로 한식 전문 인력의 해외 진출 확대를 추진한다는 명목 하에 해외에서 진행되는 한식 행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내주길 원한다.”며, “그러나 운영하고 있는 업장의 스케줄 및 손실을 고려해주지 않아 우리도 보내고 싶었지만 못 보낼 때가 많았다. 하다못해 그 인원을 메울 수 있는 아르바이트 고용 비용이라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9년차에 접어든 한식의 세계화 사업은 지금까지 적어도 1200억 원 이상 투입됐다고 평가되며, 현재도 매년 120억 원 이상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국가사업이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기업 위주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한식을 패스트푸드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국내 식자재, 가공품으로 요리한 음식을 한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며, 궁중음식, 전통음식만이 한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조차도 우리의 한식을 제대로 판가름할 수 없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우리의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발전시키고 남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선보일 수 있을까? 한식을 세분화된 기준으로 뚜렷하게 구분하고 한식의 핵심을 바로 세운다면, 한식의 저변이 확산되고 새로운 한식에 대해 환영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더불어 전통 한식도 궁중음식, 양반음식, 서민음식 등으로 나눠 꾸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며, 재생할 수 없으니 말이다.


[INTERVIEW] 한식, 큰 범위로 봐야 문화 수출에 도움 돼

◀ (사)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장수청 회장


Q. (사)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의 역할에 대해 알려 달라.
기본적으로 학회는 교수들의 연구모임이다. 외식 관련 정책들을 돌아보고 평가하고 제안하고 있다. 2008년 10년 프로젝트로 시작된 한식의 세계화 프로젝트가 9년차를 맞아 효과적이었던 부분, 보완해야하는 정책 등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번 학회 춘계 정책 세미나에서는 ‘K-food, K-restaurant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Q. 한식의 세계화 속 한식이 과연 진정한 우리의 한식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외식 기업을 알리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평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형식으로 놓고 보면 정부와 민간 차원의 세계화 사업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하는 일을 살펴보자면 국내에서도 애매한 한식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우리의 전통 한식만이 ‘한식이다.’라고 말하는 반면 변모해서 나가는 음식까지 한식으로 인정해 육성, 지원하자는 입장도 있다. 한식을 맛보게 하려면 전방위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는 각각 다르고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가 전통 한식만 우리의 한식이라고 고집하고 선보인다면, 어떻게 우리의 시장을 넓히고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더불어 전통 한식은 우리조차 많이 소비하지 않는데, 그것만이 한식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물론 전통 한식을 힘들게 지켜나가고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 보면 안타까울 수 있다. 그러나 한식을 산업화 시키고 소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넓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한식의 세계화를 통해서 알리고 싶은 것이 비단 ‘음식’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우리는 우리 음식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고 식문화를 통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그런 문화 수출면에서 우리의 문화 범위를 좁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 손해다. 우리 문화의 범주를 넓게 잡고 우리 자리를 해외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좀 더 현명한 결정이다. 우리의 치킨이 왜 한식이냐고 묻는다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레시피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콘텐츠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고 우리의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끌어들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전통 한식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하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Q. 뉴욕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알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한식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물론 뉴욕과 같은 국제도시에서 한식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미국인들, 다른 인종들이 생활하는 생활권에서 한식을 소비하고 관심 갖게 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데, 그들의 음식 소비를 보면 이탈리안, 차이니즈, 멕시칸 푸드가 메인이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주에 일식당은 수십 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타이 푸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한식은? 안타깝게도 내가 살고 있는 주에는 한식당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인지도도 낮다. 한식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하게 하고 자꾸 소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전통에 대한 호기심 역시 일어나리라 생각한다.


Q. 한식을 보다 효과적이게 알리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을 짜야할까?
워싱턴DC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 볼일이 있어 간적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타니 외국인이 김치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외국인이 김치 맞다고 한국 사람이냐고 오히려 더 반가워하며 물었다. 자신은 미군으로 한국에서 1년간 근무해 김치에 중독됐다고 얘기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인바운드(Inbound) 공략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1년씩 근무하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미군은 2000만 여 명, 가족까지 계산하면 4만여 명이다. 더불어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유학생, 주재원까지 한국에 거주했던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식에 대한 니즈를 발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한식 프로모션에 노출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게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우리 음식의 범위를 넓히고 많은 외국인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 한식 발전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이다. 한식 세계화 사업 분야 중 전문 인력양성(교육)과 R&D 분야가 있다. 여기에서는 한식 전문 조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한식 조리 특성화 학교를 지정, 해외 한식당 종사자 육성, 해외 요리학교 한식 강좌부분 개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한식 잡페어를 개최했으며, 궁중음식 조리 교육을 실시하고 한식 해설사 교육 및 교재 개정, 한식 셰프 해외 조리대회 참가 지원, 한식 및 한식당 인증 체계를 구축했다. 더불어 한식에 대한 우수성 규명과 한식 표준화 조리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표준화된 이름 사용 할랄 한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Q. 한식의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식의 세계화에 돈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 효과가 얼마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현재 이에 대한 답변은 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 수출은 단순히 10년을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20년 지속적으로 진행했을 때 비로소 외국인들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서 수치를 내지도 않고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하면 누가 믿고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자고 하겠는가. 이에 해외에 있는 한식당의 수, 고객들 파악,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 하루 속히 정리해 놔야 한다. 이러한 자료들이 축척되면 사업에 방향성을 다시 한 번 되짚고 올바른 방향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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