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를 맞이해 선발된 K-Hotelier를 소개하는 시간, 이번 호에는 호텔리어 15년차, 롯데호텔 서울 이윤희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VIP 응대와 고객 응대를 통한 업셀링 사례가 높은 점수를 얻어 K-Hotelier로 선정된 이 과장은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한국의 서비스가 매우 “고급지고 따뜻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K-Hotelier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Q. 현재 롯데호텔 서울 프런트 데스크에서 근무 중인데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프런트에서 하는 기본적인 체크인, 체크아웃 컨시어지 업무들도 하면서 프런트 최고 고참이다 보니 대부분 여러 컴플레인을 해결하거나 후배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업무 교육만을 하기보다는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 하고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K-Hotelier로 선정됐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우선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서는 늘 모든 일에 겸손할 줄 알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시면서 “벼룩은 그림으로 표현하면 실제 크기보다 늘 크게 그려지고, 코끼리는 실제 크기보다 늘 작게 그려진다.”는 이야기를 강조하셨습니다. 이처럼 이 상은 벼룩과 같이 작은 저를 크게 그려주셔서 전국에 있는 큰 코끼리와 같은 호텔리어들을 대신해 받은 상이라 생각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 양성에 힘쓰고 널리 한국의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알리는 민간외교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그렇다면 처음 호텔리어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고, 또 지금까지 얼마나 호텔에 근무하셨나요?
사실 저는 호텔 관련 학문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릴 적 꿈이 호텔리어였다는 그런 거창한 스토리도 없습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으며 대학에서 일본어 공부를 해 어설프지만 3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됐고, 그저 학창시절부터 막연히 ‘졸업하면 취업은 한국에서 하자.’라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한국에 같이 들어온 친한 언니가 롯데호텔 취업공고가 떴는데 당일이 마감일이라며 연락이 와서 다급히 이력서를 써 달려갔던 기억이 나는데요.
2007년 롯데호텔 인턴 사원으로 들어와 ‘INS’라는, 유선으로 호텔 전반에 대해 안내하는 부서에서 1년간 업무를 하고 프런트 데스크로 이동해 또 1년 근무한 후 2009년 정식 사원으로 입사, 2009년부터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근무 중에 있습니다. 신입직원 직무교육을 맡기도 했고 업세일 우수사원 및 서비스 CS 상 등 사내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경력을 쌓아 올해는 책임으로 발탁돼 승진도 했으며 이렇게 영광스러운 K-Hotelier 상도 받게 됐습니다.
Q.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을 하는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워낙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는 슈퍼 ‘E’다 보니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는 한인 커뮤니티가 잘 이뤄져있는데 저는 그곳에서 사물놀이패 활동을 하면서 그때부터 한국을 알리는데 한 몫 했습니다. 한인 성당에서도 봉사활동과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했었고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왔고 배려하는 마음이 태도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K-Hotelier 선정에 이 과장님의 VIP 응대가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IP를 응대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근무하는 지난 15년 동안 많은 국빈들, VIP들이 저희 롯데호텔을 방문했습니다. 대부분 국빈들의 투숙 시에는 대외비인 경우가 많은데요. 2022년 사우디 왕세자가 방문했을 때 저희는 워낙 조율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몇 달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고, 방문 전부터 이것저것 확인하고 준비하느라 OT도 많이 하며 힘들었지만 동시에 한국을 대표해서 서비스할 수 있음에 보람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국빈들의 투숙은 대외비므로 FM 스타일인 저는 가족들에게도 꽁꽁 숨기고 거짓말을 해야 했는데 그때가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국빈 투숙 시에는 출입구를 통제하고 바리게이트를 치기도 하며 심하게는 검색대를 설치해 호텔 출입 고객들이 검색대를 꼭 통과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고객들께 너무 죄송하고 불만 고객들의 마음을 달래야 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Q. 업셀링 또한 과장님의 주특기인데요. 호텔리어들을 위해 노하우를 공유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만의 업셀링 노하우는 스몰토크입니다. 업셀링이라는게 추가로 돈을 더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보니 고객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미션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읽는다면 또 어렵지도 않기에 스몰토크를 통해 고객의 정보를 얻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고객들과는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두 자녀와 함께 여행을 온 가족 고객의 체크인을 진행하던 중 어머님이 많이 힘들어 보여 자연스럽게 “저도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즐겁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라고 스몰토크를 시도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줘서인지 어머니의 눈이 반짝이며 호텔까지 오는 길에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풀어 내며 하소연하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고객이 호텔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디럭스 룸에 엑스트라 베드를 추가한 객실을 예약한 이 고객에게 스탠더드 객실이지만 두 객실이 연결돼 중간에 문을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는 커넥팅 룸을 추천했습니다.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으면서 분리된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크게 기뻐하며 방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Q. 프런트 데스크에서 고객 응대를 직접 하다 보니 다양한 고객을 응대해 오셨을텐데요. 고객 중 과장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고객이 궁금합니다.
기념일을 맞이해 호텔을 찾은 부부가 체크인하러 왔는데 여성 고객이 걸어올 때부터 어딘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먼저 기념일을 축하하며 혹시 오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불편한 건 없는데 기념일이라 한껏 꾸미고 평소에는 신지 않는 높은 굽의 구두도 오랜만에 신고 나왔더니 발이 불편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체크인하고 저녁 먹으러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남편과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조심스레 신발 사이즈를 여쭤봤는데 마침 저랑 사이즈가 똑같았고, 제가 그날따라 너무 편한 신발을 신고 와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 개인 신발이 아래 락커에 있는데 신어보시고 괜찮으시면 신고 다녀 오시겠는지 의사를 여쭤봤습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정말 그래도 되겠냐고 부탁하시기에 빌려드렸는데요. 다음날 돌려주실 때 그 신발 덕분에 기념일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했던 고객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Q. 진심으로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자연스레 업셀링으로 이어졌다는 말씀이신데요. 대고객 서비스에 있어서의 자세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런트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로비에 있는 프런트 데스크가 나오는데요.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저는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반듯한 자세와 밝은 미소를 항상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어느 누구나 그렇듯이 제 직업을 매우 소중하고 가치있게 생각하기 때문에 늘 밝지만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철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고객을 대할 때 ‘나라면 괜찮은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두 아들의 가정 교육시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같이 열심히 축구를 했는데 친구가 “너 때문에 졌다.”, “너는 왜 패스를 그렇게 했냐?”와 같은 말을 했을 때 내가 상처를 받고 속상했다면 같은 경우에 그렇게 말하지 말고 “졌지만 우린 최선을 다했잖아! 다음에는 실수 없도록 더 잘해보자.”와 같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를 해 보는게 어떨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물론 각 고객마다 성향이 다르고 호텔을 찾은 이유가 다르기에 변수들은 많겠지만 내가 불편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주면 마음이 풀리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고, 어떤 서비스를 받으니 감동을 받았고 즐거웠는지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대고객 서비스는 늘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Q. 요즘 호텔리어를 기피하는 현상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다 보니 자동화 시설이 빠르게 다수 생기고 무인호텔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그래서 호텔리어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비스업은 아무래도 고객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개인의 이익과 인권을 보장받기 바라는 MZ세대뿐 아니라 이제는 모든 세대들이 감정노동 일을 피하려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자동화 시대가 열린다 해도 사람과 사람의 상호교류를 뛰어넘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저는 포기하지 않고 호텔리어가 계속해서 빛날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자부심을 갖고 후배 양성에 힘쓰려 하고 있습니다.
Q. 후배 호텔리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이 말이 참 해석하기 나름이긴한데요. 15년간 호텔리어 생활을 해보니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고 도와주려면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조차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믿음이 없으면 어떤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사랑해 주길 바라기 전에 나부터 나를 사랑하면 그 뒤로 모든 것이 따라오게 됩니다. 내가 즐거워야 즐겁고 행복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K-Hotelier로서의 포부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저를 보면서 후배들이 꿈을 꾸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제 자신을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K-Hotelier가 나에서 끝나지 않고 후배들이 계속해서 이어나가 전 세계에 한국의 서비스가 매우 “고급지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