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효율적으로 여행하려면 지역별로 쪼개서 시간을 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악명 높은 교통체증과 찜통 더위 때문에 자칫 동선을 잘못 짜면 이동하는데 시간을 다 허비하거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걸어 다니다가 더위에 지쳐 탈진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씨암지구에서 머물면서 근처에 있는 왕궁, 씨암 파라곤, 아이콘 씨암, 카오산 로드 등을 둘러보고 밤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길 추천한다.
처음 방콕 차이나타운을 처음 본 순간 나의 첫 반응은 “WOW”였다. 세계의 많은 대도시에 차이나타운이 있지만 방콕만큼 임팩트가 강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관광객, 길거리 음식을 파는 좌판대가 즐비한 Yaowarat 대로는 수많은 버스, 택시, 툭툭이들로 꽉 막히고 뒤엉켜 있었다. 이곳 방콕 차이나타운 방문으로 필자는 방콕음식의 중국 영향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태국의 중국인 이주
태국에서의 중국계는 가장 큰 소수민족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커뮤니티를 자랑하고 있다. 그 역사는 11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Thai Chinese는 과거 200년 이상 태국 사회에 모든 분야에서 뿌리 깊게 뻗어져 있다. King Rama Ⅰ에 의해 건립된 태국의 왕실인 Chakri Dynasty 역시 중국계다. 라마 1세의 전임자인 Thonburi Kingdom의 King Taksin은 중국 남동부지역인 Chaosan으로부터 온 중국이민자의 아들이다. 중국 이민자들의 태국에서 성공적인 정착 이후 오랜 기간 동안 태국인들과의 결혼 등으로 태국사회에 동화되기 시작했으며 태국의 중 상류층의 주류가 됐고, 현재 태국의 경제, 정치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 음식에 미친 중국의 영향
태국 음식에 중국의 영향은 심오하며 역사도 길다. 정통 태국 음식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태국 음식의 차이조차 정확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태국과 중국의 문화는 공통적인 특색을 서로 공유했고 중국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태국와 남동중국 문화의 유사성으로 귀결됐다. 두 문화 모두 중요한 식재료로 쌀, 생선 그리고 돼지고기를 좋아했으며 중국 음식은 태국 음식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쌀은 가장 사랑 받는 곡물로 영양가도 우수해서 면, 쌀가루 그리고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됐는데 가장 잘 알려진 품종은 자스민으로 모든 지역에서 재배된다. 또한 북쪽지방에서는 찹쌀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쌀과 함께 생선 역시 태국 음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생선 생산품 중의 하나인 타이 피시소스(Nam Pla)는 2300년 전부터 중국남동부 지역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고대 중국인들은 생선의 내장, 콩, 소금으로 만든 페이스트를 발효해 만들었으며 Ming 방언으로 ‘Ge-Thcup’ 또는 ‘Koe-Cheup’이라 불렸다.
피시소스는 베트남처럼 태국에서도 중요한 양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음식의 짠맛과 우마미(Umaminess)를 조절하며 ‘Gkabi(or Kapi)’라 불리는 발효 새우 페이스트는 타이 커리를 만드는데 기본적인 재료로 사용된다.
전통적인 태국 요리는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는데 Tom(Boiled Dishes 끓여 만든 요리), Yam(Spicy Salads 매운 샐러드), Tam(Pounded Foods 절구를 이용한 요리), Kaeng(Curries, 커리)이 있고 그외 튀김요리, 볶음요리 그리고 찜요리가 중국에서 왔다.
태국의 유명한 길거리 음식도 주로 중국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1960년대까지 태국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별로 유행하지 않았고 중국계 이민 사회에서만 즐기다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도시화가 되면서 인구가 늘고 본격적으로 길거리 음식을 즐기기 시작, 집밥을 길거리 음식으로 대신하게 됐다.
태국 방콕의 길거리 음식
대표적인 중국식 길거리 음식인 삶은 돼지 족발(Kha Moo), 콘(Jok Moo), 돼지고기 & 새우 찐빵(Khanom Jeeb) 등이 있으며 Sino-Thai(Chinese Descendants in Thailand)로 분류된다. 태국-중국 음식이 모두 중국 음식에만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타이와 중국 음식이 상호 작용하며 특히, 중국 음식이 코리안더 뿌리(Coriander Root), 타마린드, 레몬그라스, 칠리 등의 로컬 타이식 재료와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음식이 탄생하게 됐다.
이 외 튀긴 돼지고기 만두(Deep Fried Pork Dumplings, Thong Thung), 사테이(Satay, 땅콩 소스와 함께 내는 동남아시아의 꼬치 요리, Skewers) 역시 태국의 전통 음식은 아니고 남쪽 아시아지역에서 유입된 중국 이민자들이 가져온 음식이다. 중국과 시암의 역사적인 유사성으로 더 확실한 증거는 요리 도구인 Wok(Krata Kon Luek), Terracotta Brazier(Anglo)와 요리 기술인 Stir – Frying(Phat)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많은 태국의 누들 요리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았는데 Phat and Luak(Blanched) 타입의 중국 쌀 누들은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며 뚜렷한 태국 음식의 중국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맑은 계란 국수 수프(Clear Egg Noodle Soup, Bamii), 발효 쌀 국수 커리(Curry with Fermented Rice Noodles, Khanom Jiin), 그리고 라이스 누들요리의 대표주자인 팟 타이(Pad Thai)까지 태국 어디에서든 쉽게 맛 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중국 이민자들 중 무슬림을 믿는 중국 무역상(Ho People-Yunnanese Muslim)들이 태국의 북쪽지방인 치앙마이에 정착하면서 ‘Khao Soi’라는 커리 누들 수프를 먹기 시작했으며 현지 태국인들에게 파고들면서 곧이어 삶은 누들과 튀긴 누들, 강황, 블랙 카다몬, 피클 머스타드 그린, 샬롯과 함께 서비스되고 이 지방의 시그니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Nai Ek Roll Noodle
방콕 차이나타운의 복잡한 거리를 정신 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 한 식당이 유난히 붐비고 줄이 길어 일단 따라 줄을 섰다. 천천히 식당 안을 둘러보기 시작하니 식당의 역사가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Nai Ek’이라는 중국 이민자가 1960년에 방콕으로 이주한 후 손수레에 바삭한 돼지 삼겹살과 말린 국수, 페퍼 향의 육수를 섞어 팔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명성을 얻었고 1989년에 비로소 그의 식당을 차린 것이다. 차이나타운에 들리게 되면 꼭 한 번 맛보기 바란다.
Rung Rueang Pork Noodle
방콕 BTS의 Phrom Phong역 근처에 위치한 이 식당은 외관에 Michelin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어서 쉽게 눈에 띈다. 오픈 식당이라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식혀야 하지만 Clear Minced Pork Soup과 Tom Yum Broth를 사이즈 별로 오더할 수 있으니 본인의 양에 따라 Small 또는 Large로 시킬 수 있다. 토핑으로 바삭한 생선 껍질과 달달한 커피 또는 밀크 티로 마무리한다면 훌륭한 한 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