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디자인이 형태만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디자인의 느낌과 표현, 소비자가 느끼는 감성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현시대는 초연결, 초지능, 융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디자이너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형태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술 융복합 능력의 강조, AI에 의한 디자인 프로세스 변화 등을 대비해 디자인과 신기술을 융합해 활용할 수 있는 창의융합디자인 및 시공현장 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신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및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 주목해야 할 신소재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소재는 자연 생태계와 공생하고 자연의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생체모방(Biomimetic) 재료, 미생물, 박테리아 기반의 저탄소 순환 재료,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온실가스를 포집하며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후와 그에 대응하는 소재, 주변에 빠른 반응과 폐기물이 없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3D 및 4D 프린팅을 활용한 제조의 혁명적 재료 등이다.
이렇게 자연의 공생과 신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친자연과 친기술의 양극화된 성격의 소재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생체모방(biomimetic) 소재
생체모방 소재는 생체모방학(Biomimetics)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체모방학이란 자연 생물체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현대의 기술로 모방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생체모방은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인 ‘바이오(Bios)’와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에서 유래한 단어다. 즉, 절대적 자연의 프로세스와 디자인, 다양한 생물체의 특성들을 연구, 모방하고 장점을 차용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생체모방 소재는 공기정화, 자연의 진화, 자가 치유재생의 원리 등 자연환경과 공생적으로 작용한다.
그중 눈여겨볼 생체모방 소재는 ‘솔방울의 통풍장치의 원리’를 이용한 소재다. 솔방울은 고성능 습도센서에 특화돼 있는 소재로 특히, 솔방울 비닐은 수분이 많으면 조직 사이사이가 열리고 수분이 없으면 조직이 닫히는 원리로 이뤄져있다. 이러한 소재의 원리를 이용해 호텔 내 객실의 습도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신소재에 대한 생각과 무전원으로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퉁풍조절 시스템에 대한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 또한 연잎은 표면에 무수히 많은 미세 돌기들이 코팅돼 있다. 이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수페인트 역할을 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방수 소재로서 다양한 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벽지나 패브릭 마감재에 적용할 수 있다.
그외 <그림 1>처럼 자연의 살아있는 형태, 자연의 메커니즘 디자인이 담긴 의자가 있다. 이는 완제품으로 앨리스 & 개빈(Alice&Gavin)이 제작했다. 이 디자인은 그들만의 노하우가 담긴 농업기술로 탄생된, 전 세계 하나뿐인 가티 의자(The Gatti Chair)다.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아닌 자연이 스스로 디자인한 의자로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고 광합성 작용을 통한 최소한이 에너지로만 제작됐다.
<그림 2>는 ‘더 가티 의자’의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로 몇 년 동안 나무가 광합성 작용의 원리를 이용해 형태를 탄생시키는 프로세스다. 이렇게 자연이 만든 의자는 그동안 의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 희생됐던 수많은 나무 즉, 자연을 훼손하는 기존의 제작 프로세스의 패러다임의 전환시키고 자연과의 공생 관계로의 변화를 나타낸다. 가티 의자는 주문형으로 제작해 폐기물과 오염을 절대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공장에서 표준 대량 생산의 프로세스 없이 완전한 제품을 탄생시키는 미래의 새로운 생산방식을 형성한다.
이밖에도 생체모방 소재로 거미줄, 대나무 또는 조개와 같은 천연 물질에서 영감을 받아 신소재 개발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소재는 기존 건축 자재에 대한 건축공정과 환경오염 문제 등을 간소화시키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3D 및 4D 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소재
현 시대의 효율적이고 폐기물 없는 마감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3D 및 4D 프린팅을 이용한 소재도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량생산에 의한 제조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산업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3.3%의 CAGR(연평균 성장률)로 성장할 것이 예상되며 특히 4D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4D 프린팅은 기존 3D 프린팅 기법에 자가변형 소재를 이용해 주변 환경에 따라 공간 형태가 변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과거 프린팅 기술을 보자면, 1D 프린팅은 선, 2D는 평면으로 제작되고 3D 프린팅은 쌓아 올릴 수 있고 입체적인 형태를 형성하며 4D 프린팅은 입체적 형태에 스스로 반응하는 기술까지 내포한다. 4D 프린팅에 쓰이는 차별화된 소재는 조건에 의해 스스로 변형가능한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인 자가변형 물질(Self-Transformable Material)이나 다중복합 물질의 다변형 소재, 인간에 이식이 가능한 바이오 소재가 4D 프린팅에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4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면 바람, 빛, 중력, 공기, 시간, 온도, 수분 등에 의해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특히 호텔 외관 마감재를 자가변형 물질을 반영된 소재로 디자인하면 스스로 햇빛을 차단하고 실내 쾌적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보장하며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지금도 상용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소재들은 더욱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에 도움을 주며 앞으로 새로운 공간의 개념과 디자인이 탄생될 것이다.
<그림 3>은 The New Raw 스튜디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사용한 소재의 가구로 3D 프린팅의 연속적인 루프 기법에 의한 적층제조를 통해 마치 뜨개질을 한 듯한 제작된 디자인이다.
The New Raw 스튜디오는 건축가, 파노스 사카스와 포테이니 세타키가 2015년에 설립한 로테르담에 디자인연구소로 3D 프린팅을 사용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세스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3D 프린팅의 디지털 장인정신의 경계를 넓히고 폐기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제조 방법론을 개발하고 실현하고 있다. 그들의 모든 제품은 100% 순환형이며, 프로토타입 또는 오인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분쇄해 다시 3D로 인쇄해 제품을 생산해 폐기물 제로를 실현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재인쇄 가능한 제품과 다양한 폐기물인 세라믹, 목재, 유리, 콘크리트, 폴리머 및 금속까지 확대해 리사이클 3D 프린팅 기법을 연구 중이며 이는 앞으로 더욱더 세계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테리아 기반 생체 재료
박테리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종으로 저탄소 순환 재료를 생산하기 위한 대체재로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아 기반 생체 재료는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조 4400억 달러의 시장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산업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기물과 박테리아로 만든 탄소 중립 순환 바이오 소재로 나노 셀룰로오스 소재가 등장했다. 이는 주로 박테리아에게 농업 폐기물을 먹이고 유기체가 만드는 당을 액체 셀룰로오스의 시트 형식으로 건조 변환하며 가죽과 같은 재질, 기능성 섬유 등 잠재적으로 플라스틱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생체 재료를 형성하는 것이다.
박테리아 기반 생체 재료 중 건축적으로 주목해야 할 소재는 바이오 콘크리트다. 모든 건축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른 재료에 비해 물성이 강하고 내구성이 좋다. 하지만 노후화가 되면 균열, 누수, 철근부식 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단점은 유지보수시 천문학적인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그림 4>의 자가치유 기술(Self Healing)이 내포된 바이오 콘크리트는 철근 콘크리트 건축에서 발생하는 균열, 누수문제를 보수작업 없이 콘크리트 스스로 해결하는 차세대 소재며, 건물의 수명을 50% 이상 연장시키는 소재다.
바이오 콘크리트는 델프트 공과 대학 연구팀들이 개발했는데 표준 시멘트 생산보다 CO2를 적게 배출하고 재생이 가능한 효율적인 건축 자재다. 이 원리는 박테리아 포자가 물이나 공기에 노출되면 대사작용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이때 탄산칼슘을 내뿜는다. 이 탄산칼슘이 균열, 누수되는 부분을 자가 복귀할 수 있는 자기 치유를 돕는다. 박테리아는 스스로 균열 보수가 끝나면 동면상태로 있다가 다시 균열이 생기면 활동을 시작하는 원리다. 이는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외 탄소가 풍부한 콘크리트, CO2 배출량을 줄이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는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고 탈탄소화된 재료다. 지속가능한 미래와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생, 재활용, 바이오 기반 및 자외선 차단, 탄소 네거티브 건축 소재 등이 고려돼야 한다.
이산화탄소 온실 가스 배출의 상당한 부분은 건설 산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는 전통적인 소재의 적용과 공정방식에서 벗어나, 건설 분야의 장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혁신적인 소재를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호텔, 스스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모
현시대의 디자인은 한가지 성향만 갖는 마감재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시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같은 형태라도 어떠한 물성의 마감재로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그 디자인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초지능, 초연결, 융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디자이너는 기술 융복합 능력의 강조, AI에 의한 디자인 프로세스 변화 등을 대비해 디자인과 신기술을 융합해 활용할 수 있는 창의융합 디자인 및 시공 현장 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신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하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생체모방(Biomimetic) 소재, 박테리아 기반 생체 재료, 3D 및 4D 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소재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기술이 좀 더 일상적으로 사용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는 디자이너가 자연과 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지능적으로 대응하는 건축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 이제 호텔 건축도 녹색 지붕에 주변과 소통하는, 살아 움직이는 파사드, 생물 다양성이 내포된 디자인 등 스스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