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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목)

레스토랑&컬리너리

[Special Forum] 국내 미식 문화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파인다이닝의 발전

- 미쉐린의 도입부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 개최까지

 

<미쉐린 가이드 - 서울&부산 2024> 발간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 개최까지, 한국에서 미식에 대한 관심과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도 중반부터 미식에 대한 인식이 일종의 돌풍처럼 불어왔다. 이는 파인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식이란, ‘먹는’ 행위만으로가 아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영역이지만 아직까지는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본지는 지속가능한 파인다이닝을 통해 국내 미식 문화 성장을 이끄는 업계 전문가들을 초대, 업계인들이 현재 어떤 고민을 안고 있고, 또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어떤 발판이 마련돼야 할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좌담회 참석자

세계음식문화평론가 강지영 

더 그린 테이블 김은희 셰프 

빈호 김진호 소믈리에 

라망 시크레 / 이타닉 가든 손종원 셰프 

소울 다이닝 / 에그 앤 플라워 윤대현 셰프

 


 

시작에 앞서 지금까지의 이력과 운영 중이신 레스토랑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지영  올해로 32년째 외식, 음식, 미식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세계음식문화평론가 강지영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당시 근무했던 레스토랑의 셰프가 푸드 크리틱이나 푸드 컬처를 다루는 일을 하면 더 잘 할 것이라고 추천해서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됐 습니다. 1997년도부터 코리아해럴드에서 당시의 ‘맛집’ 레퍼런스 가이드를 썼고 이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며 활동하다 보니 음식평론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사실 음식평론가가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돈을 쓰는 직업이죠. 지금은 레스토랑 디렉팅, 컨설팅과 아카데미 운영 등을 함께 해 나가고 있습니다. 

 

 

 윤대현  용산구 해방촌에서 김희은 셰프와 ‘소울 다이닝’과 ‘에그 앤 플라워’를 운영하고 있는 윤대현 셰프입니다. 

 

소울 다이닝은 컨템퍼러리 파인다이닝 콘셉트의 레스토랑입니다. 한식 식문화를 기반으로 해 저와 김희은 셰프가 경험한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손님들께 제공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언덕 위에 있고 좁은 골목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야 만날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인데요. 찾아오시기 힘드시지만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매력이 넘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그 앤 플라워는 보다 캐주얼한 느낌의 레스토랑입니다. 이탈리아 베이스에 한국적인 식재료나 문화 터치를 가미한 생면 파스타를 선뵈고 있습니다. 

 

 

 김진호  레스토랑 ‘빈호’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호 소믈리에입니다. 빈호는 청담동에서 는 조금 떨어져 있는 외진 지역, 누가 봐도 레스토랑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아닌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원래 요리사였습니다. ‘밍글스’에서 홀 업무를 시작하며 와인에 대한 매력과 재미에 빠지게 됐습니다.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은 뒤 2022년도에 동료 셰프와 함께 레스토랑을 차렸는데요. 와인바와 파인다이닝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는 국내 상황에서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재 코스와 단품을 다양하게 선뵈면서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셰프와 소믈리에가 같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만큼, 와인 페어링에 무게감을 두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2009년도에 방배동에서 ‘더 그린 테이블’이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15년째 열심히 하고 있는 김은희 셰프입니다. 처음에는 코스와 단품, 브런치까지 50가지 메뉴의 프랑스 음식을 하는 곳이었지만, 압구정으로 옮기면서는 코스 메뉴에 집중했습니다. 더 그린 테이블은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식재료를 공부하다 보니 좋은 것이 많아, 자연스럽게 식재료와 잘 어울리는 한식의 요소를 계속 보강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음식을 코리안 프렌치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한국에 그런 카테 고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식재료로 만드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있고, 계속해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음식을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손종원  ‘라망 시크레’와 ‘이타닉 가든’의 손종원 셰프입니다. 2018년에 오픈한 라망 시크레는 레스토랑은 명동에 위치한 레스케이프 호텔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저희 또한 프렌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고, 한국에서 우리가 받아들인 양식에 대해 풀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강남 조선 팰리스에 있는 이타닉 가든에는 2022년 리뉴얼 오픈과 함께 합류했습니다. 이타닉 가든은 한식 코스 단일 메뉴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의 식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Asia’s 50 Best Restaurants 2024, 이하 A50B)’가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됐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셰프들과 레스토랑이 글로벌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는 추세라고 들었는데요. 국내 미식산업 의 현 상황을 파인다이닝 업계에서는 특히 어떻게 체감하고 계신지요? 

 

 손종원  A50B가 열린 것 자체로 보면 한국의 다이닝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 행사를 끌어올 수 있는 자본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서울시가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요. 다른 셰프들과 의기투합해 다양하게 보여주자고 준비한 것들이 잘 마무리돼 재미있게 잘 치른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만 참여하다 보니 아쉬웠습니다. 참여하지 않는 곳까지 더 알릴 기회가 됐으면 좋았을 것 입니다. 

 

 김진호  A50B를 통해 파생되는 것들이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신생 레스토랑들은 또래 친구들과 큰 행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좋았고요. 이를 통해 앞으 로 저희가 좀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 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외식시장과 아직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으로 넘어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물론 한국의 다이닝을 많이 알릴 수 있었던 기회는 맞습니다. 100이라는 인원이 찾아온다고 하면 이전에는 외국 손님 30, 내국인 손님이 70이었던 것이 이제는 반대로 됐다고 해야 할까요. 내수 시장이 많이 다운됐기 때문에요. 분위기가 확실히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윤대현  한국의 다이닝 수준이 꽤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해외와 비교해 볼 때도요. 행사 기간 방문한 수많은 외국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한국에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합니다. 우물 안을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레스토랑들이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돼 의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진호 소믈리에가 말한 것처럼 외국인 수요가 늘었는데요. 이들을 위한 가이드가 지금까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을 기점으로 유입 인원은 확실히 많아졌지만 소속돼 있거나 자주 비치는 레스토랑만 빛을 받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하게, 다같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의 작은 시작점이 된 것 같고요. 한국의 레스토랑들이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날까지 저희가 업계에서 잘 버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저는 여기 계신 분들보다 오래된 가게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소비의 특성이 새로 오픈한 곳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레스토랑뿐 아니라 오래된 업장의 셰프들은 A50B를 거치며 다소 소외되는 기분을 많이들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종로 부근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요. 압구정에 있을 때보다 외국인 손님 들이 더 많이 오고 또 만족해 하십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와 관계가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어떤 레스토랑에는 A50B 패널이 방문해서 “여기에 오려고 정말 어렵게 스케줄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이 추천 리스트에 없는지 의아해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한국의 레스토랑들이 잘 되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지영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조엘 로부숑이 아마도 미쉐린 스타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받은 셰프 중 한 분일 겁니다.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미쉐린 1스타를 받으면 매출이 20% 올라가고, 2스타를 받으면 40%, 3스타를 받으면 100%가 올라간다고요. 단, 여기엔 조건이 있습니다. 그 나라 도시가 관광으로 유명해졌을 때죠. 우리 안에서는 한국의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외국을 자주 나가는 사람으로서 아직 그 정도를 실감하지는 못합니다. 모두가 한국 음식에 관심 있어 하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정도는 아니거든요. 김은희 셰프가 느끼고 있듯이, 우리나라 고객들은 빠르고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고 또 금세 질려합니다. 새로운 곳에 빨리 찾아가 SNS에 먼저 올리는 사람이 트렌드 리더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편향적일 수밖에 없죠. 

 

또한 미쉐린이 이번에 부산에까지 들어오게 되긴 했지만, 외국인들이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출장을 왔다가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쉐린이나 A50B나 리스트에 오르는 것과 별개로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 셰프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음에도 리스트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인다이닝과 미식이라는 요소를 국내 고객들은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진호  모든 손님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손님들이 와서 “여긴 어떤 음식을 파느냐?”고 묻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명하고 가격이 비싼 곳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데, 비싼 집기와 예쁜 테이블보, 화려한 음식을 보러 오는 것이지, ‘경험’을 한다거나 레스토랑의 철학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파인다이닝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은 지금도 ‘고급 음식점’에 가깝습니다. 가격에 따라 레벨이 나눠지고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파인다이닝을 하려는 사람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고요. 그들은 현실을 직접 눈으로 봤으니까요. 더 이상 낄 자리도 없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들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 안에서 평가받을 텐데 그럴 바엔 와인바를 하거나 저렴하고 편한 외식업을 하겠단 것이죠. 

 

젊은 손님층도 많이 찾아주시지만 저희 레스토랑의 주 고객층은 30~40대입니다. 해외에서 교육받거나 문화의 영향을 받은 소비층인데요. 이들이 현재 다이닝을 소비하는 가장 주된 인구인데, 전에 비해 확실히 서구화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이닝을 소비하는 인식도 확실히 과거와 차이가 있고요. 

 

 김은희  저는 2009년도부터 레스토랑을 시작했는데요. 당시에는 와인에 대한 버블도 있었고 레스토랑에 와서 멋지게 식사하고 싶은 낭만이 자리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고객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저 또한 생각했습니다만, 개인의 차이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객층의 인식 변화는 20년마다 리셋되는 것 같습니다. 20년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때 자기가 스무 살이 되고, 그 전의 사람은 마흔 살이 되겠죠. 중장년으로 넘어가며 경험도 차츰 쌓였을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레스토랑을 계속 유지하려면 이전 고객을 계속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계속 어필해 새로운 유입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이닝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니 에티켓을 모를 수밖에 없겠죠. 이에 대해 저희가 알려 드리면 되고요. 전과 비교해 지금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기보단, 레스토랑 차원에서 스스로 생각을 바꿔나가는 종사자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윤대현  저희는 손님들에게 파인다이닝을 종합예술 공연과 비유해 안내하곤 합니다.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수많은 스태프가 무대 위, 아래, 뒤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완성되는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이 파인다이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곳에서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있고, 뒤에서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있고, 또 앞에서 요리하는 요리사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총체적인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기에 손님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처럼 다이닝도 하나의 문화고 다양한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식사를 즐겁고 재미있게 즐기다 가시는 분들한테는 이번 기회를 통해 꼭 다른 레스토랑들도 경험해 보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여러 곳을 경험하다 보면 그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이해도가 높아지면 마니아가 생기면서 그 산업이 발전한다고 생각합니 다. 때문에 저희도 여러 정보를 전달하고, 가치에 대해 보여주는 수행들을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야 전문가이고 공급자니 소비자와 지식 수준에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그 간극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이닝도, 미식도 ‘문화’기 때문에 단숨에 바뀌지 않고 계속 번지듯이 퍼져야 할 것입니다. 

 

 

 손종원  사실 파인다이닝이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말입니다. 어디까지는 파인다이 닝이고, 또 어디까지는 파인다이닝이 아니라는 범위를 정하기가 모호하기 때문이죠. 

 

제가 샌프란시스코의 ‘베누(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있을 때 그곳 셰프는 베누를 캐주얼한 레스토랑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파인다이닝이라는 곳은 제대로 격식을 차리고 서비스하는 곳인데 베누는 본인이 일했던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인(Fine)’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가격적인 면에서 고가의 다이닝을 파인다이닝이라고 인식하는 편입니다. 경계가 상당히 불분명한 영역임은 확실하지만 파인다이닝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규정하자면 우선은 아무나 소비할 수 없겠죠. 다만 이 소수 집단 안에서 늘상 즐기는 사람이 있을 테고, 기념일마다 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니면 요리사라는 꿈을 위해 돈을 모아서 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들 안에서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과 크게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호텔 내 업장의 경우 고객의 기대치가 높고 요구사항도 많습 니다. 이런 특징은 우리가 다른 나라 문화와 비교해볼 수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손님층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한국의 다이닝이 발전하려면 한국만의 특성이 있어야 하고, 또 한국만의 다이닝 스타일도 생겨야 할 텐데요. 저희가 이것들을 잘 찾아내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 듯 합니다. 

 

어찌 보면 업계 분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미디어가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미식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강지영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손님이 왕’이라고 했습니다. 손님들이 돈 내면 식당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고,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문화였죠. 요즘은 바뀌어 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문화도 결국 문화의 일부지 않습니까?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식량난을 겪던 나라에 점차 식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기에 이를 빠른 시간 안에 고칠 수는 없을 겁니다. 앞으로 천천히 발전해 나가야겠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우리나라에 다이닝은 많으나 파인다이닝은 아직 없다고 생각합 니다. 파인다이닝을 하려면 우선 ‘파인’하고 희귀한 재료를 갖춰야 하고, 당연히 셰프 팀의 기술적 숙련도가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트 서비스입 니다. 파인다이닝이 되려면 서비스를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공감할 정도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마리아주도 마찬가지고요. 그 다음에 인테리어, 화장실, 심지어 손님을 응대하는 모든 자세에서 손님이 만족을 느껴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그 정도의 수행이 가능한 식당은 없다고 봅니다. 손 셰프가 말한 베누도 마찬가지고, 미쉐린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중에 자신들의 업장을 파인다이닝으로 정의하지 않는 셰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외국에는 ‘우리 레스토랑은 캐주얼하지만 손님들이 좋아해서 인정 받은 것’이라 생각하는 업장이 상당히 많은데, 우리나라는 처음 외식 문화가 들어올 때 유난히 프랑스식 파인다이닝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았죠. 

 

또 오너 셰프라면 자기 식당에 대한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음식을 내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서비스할지, 또 어떻게 손님을 대할지조차에 대해서도 말입니 다. 제가 미식 아카데미를 하는 이유는 그런 곳에 손님들이 찾아가 직접 보고 느끼며 미식을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요. 손님들도 미식에 대해 공부하고 가야 본인이 쓴 비용과 시간, 노력만큼 훨씬 더 많이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되겠죠. 미식이 자리잡으려면 그런 기회들이 많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은희  코로나 당시 배달 플랫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죠. 정말 시대의 흐름이 이렇다면 저 또한 변해야 하나 생각했고요. 몇 주 고민한 끝에 낸 결론은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짤 때도 의미 부여를 많이 했습니다. 

 

인력이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고 여러 변화가 생겨날 수 있겠지만 파인다이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주는 경험을 원해서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은 계속 있을 테니까요. 최소한 1년에 딱 한 번, 자기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에 올 수 있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고요. 손님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우리 가게를 선택해 준 것 자체가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대현  지속가능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식재료나 환경도 중요하 지만 인적 자원도 매우 메말라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파인다이닝을 정말 ‘파인’하게 하고 싶어도 인력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가 많죠. 높은 서비스 수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혹은 서비스에 소명 의식을 갖고 있어 셰프처럼 공부하고 관련된 학교를 나와 업으로 삼아야겠다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이죠. 한국에서는 서비스 종사자를 음식을 나르는 사람 이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문화가 깔려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버텨낸 사람들이 김진호 소믈리에처럼 드물게 한 명씩 나오지만,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져야 합니다. 이들이 와인을 추천하고 응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선순환이 될 텐데요. 서비스에 대한 기대나 수준을 계속 낮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도 이렇게 사람 구하기가 힘든데 나중에는 어떻게 더 컴팩트하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거든요. 파인다이닝과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만일 지속이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다이닝 문화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진호  지금 인력난의 문제는 새로 수혈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 니다. 순환이 안 되니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 느낌이랄까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요즘 세대는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들 문제로만 단정 짓기보다 는 왜 하기 싫어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가 봐도 지금의 구조상으로는 이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너 소믈리에들처럼 훌륭한 서비스 커리어를 쌓은 사람들이 업계에서 셰프들과 동등한 위치에 나란히 설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이 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까도 잠시 이야기가 나왔지만 다이닝의 트렌드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와인 소비도 많이 줄었고, 오랜 시간을 들여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것을 사람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니어들에게 어떤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오너나 헤드 레벨에서 가능한 것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이 일을 통해 매일 버틸 힘을 얻고, 보람되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종원  공감합니다. 셰프로서 좋은 상이 돼줘야 더 따라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같은 대회 참여도 직원들에게 많이 나가 보라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 배우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기물 선정부터 시작을 해 마치 레스토랑 하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같고, 이것이 직원들에게는 좋은 트레이닝 경험이 됩니다. 그런 훈련을 경험한 사람은 당연 히 더 좋은 세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업계 선배들이 이런 것들을 많이 신경 쓰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일할 사람이 없으면 구해 와야 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은 국가나 사회가 지원해 줄 수 있거든요. 올해부터는 이주 노동자 고용이 시범 허용됐지만 호텔의 경우 쿼터가 있어 그마저도 큰 보탬이 되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현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파인다이닝이 현재 직면한 도전 과제는 인력난 외에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에 대한 해결에 있어 정책이나 제도적 방안을 고려해 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진호  제가 덴마크에 있었을 때 신기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덴마크에 ‘노마(Noma)’라는 레스 토랑이 있는데요. 일개 레스토랑이지만 그 나라의 주요 산업을 관광업으로 바꿔놓은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수 소비 문화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죠. 덩달아 바뀐 것은 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소외됐던 재료들에 대한 관심도였습니다. 

얼마 전 레스토랑에서 사슴 고기를 사용해 메뉴로 제공하려 했는데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비둘기를 쓰고 싶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장이 있기는 한데 수요가 없다 보니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어딘가 있다고 해도 그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생산자와 연결을 해주는 채널이 부재하기에, 셰프가 직접 재료를 찾아다니고 생산자를 섭외하는 등 개인의 차원에서 다소 고된 과정을 헤쳐 나가야 합니 다. 더 좋은 재료를 만들 수 있는 생산자를 육성하고, 소비와 관련되는 파이프라인을 형성해 주는 등의 지원 또한 필요합니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것이 주세(Liquor Tax)입니다. 외국인 손님이 많이 오면 그만큼 많이 돈을 쓸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입니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죠. 지금 주세가 33%인데요. 여기에 교육세 3%와 부가세 10%를 또 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반영되는 가격은 그 이상이 되고요. 요즘 우리나라 다이닝 가격이 해외와 비교해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의 한 축에는 주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인다이닝의 메인 매출은 사실상 주류가 차지하는데, 손님들한테 이 가격대를 납득시켜드리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강지영  주세는 우리나라의 오랜 고질병입니다. 와인뿐 아니라 증류주나 한국 전통주들도 마찬가지예 요. 옛날부터 바꿔 달라고 매번 제안해도 바뀌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력 활용 부분에서도 외국과 다른 지점이 있는데요. 미국만 해도 히스패닉이 단순노동을 하고 유럽 의 경우도 비슷하죠. 이주 노동자 관련해서는 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단계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이고, 내국인 고용 차원에서 우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서비스 멤버의 연령대는 낮은 편에 속합니다. 제가 오스트리아를 가게 될 때마다 놀라는 것 이 있습니다. 그 나라 사회 제도상 서비스업이 굉장히 좋은 직업군으로 자리잡혀 있어요. 20대부터 시작한 일을 50년 동안 하고 있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강하고요. 우리나라도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까지는 향상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적 차원에서 바뀌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손종원  저는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해 말하고 싶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는 외국인이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의 콘텐츠만이 가지는 ‘오리지널리티’가 상당히 중요한데도 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모네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이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듯,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여행객들 또한 한국적인 뭔가를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서 오는 것일 텐데요. 자국의 콘텐츠가 힘이 되고, 그런 부분에서 K-Pop이 없던 것을 만들어 냈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전통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 문화를 더 발굴해 내고 콘텐츠로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식의 전승과 전문 인재 양성에 대한 지원도 현시점에서 필요하고요. 

 

프랑스만 해도 ‘모프(MOF, Meilleur Ouvrier de France)’라고 해서 최고 명장을 지원하는 사회 제도가 있죠. 바게트 대회를 매년 열어 우승한 제빵사에게 1년간 대통령 관저에 납품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요. 이처럼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우리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도 더욱 살아날 것입니다. ‘약과’를 예시로 들자면 요즘은 제대로 된 약과가 어떤 맛이 나야 하는지보다 약과 위에 어떤 토핑이 올라가야 하는지를 더 중시하는 느낌입니다. 

 

 강지영  이 문제는 정부에서 한식을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요즘 트렌드에만 편승해 이끄는 경향도 있습니다. 손 셰프 말처럼 오리지널리티가 담겨 있는 한식에 요즘의 유행을 접목하는 시도를 보여주면 더 좋을 텐데요. 현재는 핫도그나 떡볶이 같은 가벼운 음식, 자극적인 것들에 너무 집중해 있고, 이에 투자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리티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는 것이죠. 

 

 

 김은희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셰프들이 정말 모든 것을 쏟아내며 레스토랑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지원은 없다시피 하고, 청년 창업에만 정책이 집중돼 있는 현실 또한 그렇습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갑자기 창업을 하게 되면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을 텐데,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시작한 사업에서 실패를 겪으면 그것만큼 상처가 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윤대현  차라리 기성 자영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좋은 인재를 고용하고 이들이 자립하도록 잘 키우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사실 일하는 사람들의 연봉을 올려준다거나 더 좋은 근무환경을 마련하는 등의 책임을 개인 사업자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도 거의 10%의 마진율을 남기는 상황인데 여기서 인건비가 올라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코로나 때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져 손님이 줄어들면 와르르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죠. 

 

오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종합해 봤을 때 국내에서의 미식 문화는 이제 막 싹을 틔워가는 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지속가능한 미식, 지속가능한 다이닝을 위한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 습니다. 마무리 차원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각자 의견을 부탁드 리겠습니다. 

 

 강지영  조화가 필요합니다. 모두의 뜻이 합쳐졌을 때 지속가능해지겠지요. 미식이든 다이닝이든 식문화 안에 있고, 이는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는 동시에 셰프, 매니저, 소믈리에, 서비스 종사자가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죠. 소비자도 마찬가지이고요. 어느 한쪽만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가 식문화를 대하고 외식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더 자리잡혀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한국이나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처럼 빠른 성장을 경험한 곳은 유행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 천천히 갈 수 있도록 각자가 힘을 합쳐야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종사자나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공무원들도 계속 배워서 익혀야겠지 요. 저로서는 아카데미를 하고 사람들을 모아 계속 이끌어 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윤대현  그냥 버티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생존해야 연계가 되는데 여기서 끊기면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소 막연해 보여도 어쩔 방도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면,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잘 버텨내야겠습니다. 사실은 소명 의식에 가깝습니다. 밑 세대가 와줘야 저희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지금 상황이 몇 년이나 더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니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것들을 만들어 가도록 견뎌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호  사실 요즘 제주도 바다 상황들만 봐도 10년 뒤 먹을 게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저희가 쓰는 농작물이나 재료의 수급이 얼마나 일정하지 않은지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미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실 재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지속의 가능성을 고민한다는 것은 본래 지속가능한 체계를 거슬러 그 시기에 나와야 될 재료가 아닌데 그걸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 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일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식재료가 균등하게 분배되 지도 않고, 원재료의 1/3 이상이 버려지고, 시즌에 맞는 재료를 쓰지 않으니 맛이나 퀄리티도 좋지 않습 니다. 모두가 같은 재료만 찾는 까닭에 생산 또한 편중되고 그만큼 소외되는 재료도 많아지고 있고요. 지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재료들, 지금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에 조금 더 집중하려는 의지와 노력

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서 사명이나 소명 의식, 행동 강령 같은 것들을 만들어 놓고 움직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너무 무분별하게 자원을 써가면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최대한 적게 쓸 수 있는 것, 에너지를 덜 소비할 수 있는 것, 아주 사소하게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부터 우리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은희  현실과 직결해 말하고 싶습니다. 초반에 제가 우리나라는 오래된 가게에 대한 존중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시스템적으로요. 

 

처음에 셰프가 가게를 차릴 때 건물주가 월세로 2년 계약을 맺어줍니다. 그 2년 동안은 가격도 받아야 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받으면서 정말 열심히 하겠죠. 그런데 보통 1년이 지나면 월세를 올리려고 합니 다. 높은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와중에 직원들 마저 떠나고, 오픈 효과마저 사라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정말 지옥에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아까 윤 셰프가 버텨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2년을 버티는 것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가게는 계속 생겨나는데 오래된 가게가 별로 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지속가능한 다이닝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새로 오픈하는 업장에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지속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강지영  프랑스의 경우에는 처음 식당을 여는 셰프들에게 향후 5년간 월세를 50%만 부담하도록 혜택을 줍니다. 한국처럼 2년 지나 잘 되면 세를 올리고 하는 것들이 애초에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이전에 일한 레스토랑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주면 월세를 더 깎아주기도 하고요. 그런 제도가 기반에 있으니 발전 가능하고, 미식의 나라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필요한 것들이지요. 

 

 손종원  사실 셰프들도 그렇고 서비스 파트도 그렇고, 워낙 힘들게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만나면 짠한 마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근데 결국 모두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론가님께서도 대중 에게 좋은 문화를 계속해서 알리고 전달하고 계시고요. 저희가 하는 일이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준비하 는 것을 넘어서는, 가치있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것 또한 지속가능한 다이닝을 위한 한 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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